내 인생의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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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 가운데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니스트' 라는 소년이 사는 동네에는 마치 인자한 사람의 얼굴을 새겨놓은 것과 같은 커다란 바위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큰 바위 얼굴'이라고 불렀고 언젠가 마을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주 덕망 높고 훌륭한 사람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죠. '어니스트'는 매일 그 바위를 바라보며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살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돈 많은 부자, 싸움 잘하는 장군, 말을 잘하는 정치인, 글을 잘 쓰는 시인들이 마을을 찾아왔지만 모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세월이 흘러 '큰 바위 얼굴'을 가장 닮아 있는 사람은 매일 매일 큰 바위 얼굴을 보며 꿈을 키웠던 '어니스트' 자신이었답니다.

여러분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인가요?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멘토'에 대한 얘기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주제는 '멘토'입니다. '멘토'의 뜻은 아시죠?

이정민 : 스승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 북에서도 '멘토'라는 말을 아나요?

김강남 : 모릅니다. 미제 말이라고 해서 쓰지 않습니다.

'멘토'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데요. 이 말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됐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과 아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깁니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멘토'는 왕자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 줍니다. 그리고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남쪽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유행했던 말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 '멘토'라고 하면 지금 시대에 현존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고 책에 나오는 인물일 수도 있고 좀 더 광범위한 말이거든요. 오늘 내 인생의 '멘토'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얘기 나눠봅시다.

김강남 : 저는 '멘토'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장군님, 수령님이 '멘토'였습니다. 그런데 남쪽에 와서 생각해보니 황당하더라고요. 내 인생의 '멘토'가 어떤 사람일까를 남쪽에 와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 삶의 모델은 나우 활동을 하시는 지성호 회장님인데요. 저는 회장님을 볼 때마다 매일 부끄럽습니다. 회장님이 한 다리 한 팔을 가지고 걸어 다니는 거리가 제가 걸어 다니는 거리에 세 배가 넘을 겁니다.

진행자 : 지금 의족을 하고 계시죠?

김강남 : 네, 그 의족을 풀었을 때의 모습을 본 적 없으시죠? 무척 관절이 아프고 힘들 것 같은데 늘 항상 웃고 계세요. 회장님은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뭔가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하고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내 삶의 '멘토'가 된 것 같습니다.

강남 씨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지성호 회장을 삶의 '멘토',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꼽았습니다.

진행자 : 지성호 회장님도 아시나요? 강남 씨가 자신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김강남 :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어떤 면이 가장 담고 싶은 건가요?

김강남 : 회장님은 항상 웃으세요.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 저 웃음이 가능할까를 생각하게 되고 저도 거울 앞에서 그런 웃음을 따라 웃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 마음이 참 본받고 싶습니다.

진행자 : 정민 씨의 '멘토'는 누구 인가요?

이정민 : 단 한 명을 뽑는다면 제가 지금 학교를 다니는데 교수님 중에서 닮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진실성이 느껴져요. 본인이 터득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전해주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 분을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떤 말인가요?

이정민 : 제가 정치 외교 학과잖아요. 어떤 정치체제든지 그 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하셨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해주셨어요.

진행자 : 그 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민 씨에게 영향을 주는 거죠?

이정민 : 네, 논문은 꼭 그 분께 가서 지도 받고 싶습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요?

김재동 : 저는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멘토'로 삼고 싶었던 분들이 참 많았는데요. 어릴 때는 고 송인득 아나운서를 참 좋아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진행 때문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현재 가수이자 방송 진행을 하고 있는 배철수 씨를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배철수 씨 하면 음악 캠프를 오래 하고 계시는데 여전히 겸손하고 한결 같고요.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방송인인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진행자 : 성대모사 부탁드려도 되나요?

김재동 : 배철수의 음악 캠프입니다... (웃음)

잠시 재동 씨의 '멘토' 배철수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어볼까요?

강남 씨의 말대로 정말 편안하고 정감 넘치는 목소리가 자꾸만 듣고 싶어지죠?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방송을 통해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강남 씨나 정민 씨는 실제로 만나본 분들이 '멘토' 인데 재동 씨는 만나 본 적은 없으시잖아요. 만나서 대면해보고 싶으시겠어요.

김재동 : 네, 여쭈어 보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진행자 : 내 앞에 그 분이 있다면 어떤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김재동 : 어떻게 하면 좋은 방송인이 될 수 있을지를 여쭈어보고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열정이 궁금합니다.

진행자 : 저는 저의 부모님이 '멘토'입니다. 늘 아빠가 저한테 해주셨던 말 중에 하나가 '너는 절대 남의 뒷말을 하지 말라'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되죠. 그런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멘토'로부터 배우고 내가 고치고 싶은 점들 말입니다.

이정민 : 교수님이 상당히 많은 나라를 경험하셨더라고요. 그 나라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고민하신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정리를 잘 하세요. 그래서 한 사건을 통해서도 여러 방면으로 말씀을 해주시거든요. 그런 것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진행자 : 통찰력이 있는 분이네요. 저도 그 분이 참 궁금합니다.

김재동 : 저는 뭔가를 하는데 있어서 기복이 있는데 배철수 씨처럼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김강남 : 저는 포기 할 때가 많아요. 무슨 일을 하든지 결심을 해도 포기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회장님을 보면 그런 힘이 납니다. 내가 힘들 때 그 분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웃잖아요. 저는 매일 힘들 때마다 그 분의 다리를 생각합니다.

정민 씨와 재동 씨, 강남 씨가 '멘토'로 삼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배철수 씨는 노래와 방송을 통해, 정민 씨의 교수님은 교단에서의 가르침을 통해 '나우'의 지성호 회장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뛰어넘는 넉넉한 마음을 통해 말입니다.

잠시 이 세 분 중 한 분을 전화 연결을 통해 만나 보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성호 회장님 맞으시죠?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지성호 : 네, 가능합니다.

진행자 : 지금 제가 전화를 드린 것은 이번 주 <청춘만세> 방송 주제가 '멘토'입니다. 그런데 저의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 지성호 회장님을 '멘토'로 지목했습니다.

지성호 : 정말요?

진행자 : 네, 어떤 분일 것 같으세요?

지성호 : 알 것 같아요. 김강남 씨 일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맞추시니까 재미가 없네요. 어떠세요?

지성호 : 좀 당황스럽네요. 제가 능력이 되나 싶습니다.

진행자 : 힘들고 어려울 때도 어떻게 늘 그렇게 웃으실 수 있을까 그런 점들이 존경스럽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그런 미소가 나오세요?

지성호 : 저도 힘들 때가 있죠. 그런데 그래도 감사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요.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쁜 것이지요.

진행자 : 그래서 그런 미소가 나올 수 있는 거군요. 한 해 마무리 하면서 요즘 바쁘시죠?

지성호 : 오늘도 '나우'의 회원들과 한 해 감사했던 분들을 모시고 행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카드도 다 판매되어서 탈북 청소년들을 구출 할 수 있는 자금도 만들었고요. 후원금도 받았고 바쁘지만 감사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회장님의 내년도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회장님을 '멘토'라고 말씀해준 강남 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성호 : 탈북 대학생들 가운데서 제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입니다. 저하고 비슷한 면이 많으니까 애정이 가고요. 앞으로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부담도 있겠지만 자기가 선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유지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마운 친구입니다.

진행자 :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시면서 더 많은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주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성호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어찌 보면 삶의 '멘토'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따라가려고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여러분이 '멘토'가 돼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을 상상해 보면 어떠세요?

김강남 : 흡족하죠. 과연 나한테 그런 날이 올까 싶은데 믿어야죠.

이정민 : 저는 교수님을 닮고 싶긴 한데 그 분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연말입니다. 나의 '멘토' 에게... 그리고 '멘토'를 닮아가고 있는 나에게 편지를 써 봅니다.

이정민 : 교수님! 제가 감히 교수님을 모델로 삼았는데요. 교수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됩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교수님을 모델로 삼은 이상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다음 해가 안식년이라고 들었는데 교수님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척 아쉽고요. 계시는 동안 제가 열심히 따라 배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건강하세요. 그리고 정민아, 네가 교수님을 따라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 그 분을 닮는 길에서 열심히 하고 10년 20년 후의 너의 모습을 그려보는데 무엇이든지 진심을 다하면 믿을 수 있다고 믿어. 거창한 꿈일지는 모르지만 남과 북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으로 커가길 바랄게. 20년 후의 너의 모습을 기대해.

김강남 : 지성호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표님을 모델로 생각하는 김강남 입니다. 대표님 가정도 빨리 이루시고요. 결혼식 날 축의금을 남보다 많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강남아! 참으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내가 보기에도 네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처음에는 목소리도 주눅이 들어있던 너였는데 네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니까 인생의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네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일이 아니더라도 소신 있게 하길 바란다.

진행자 : 끝으로 지성호 대표님 닮은 미소 부탁드립니다.(웃음)

김재동 : 배철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같은 한결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은 김재동 이라고 합니다.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 정말 먼 것 같습니다. 노력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재동아! 너는 너와의 약속을 안 지키는구나. 안타깝다. 그동안 너 자신과의 약속을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영어 공부하기로 했던 거 잊었니? 이제부터는 너 자신에게 좀 더 신경 쓰고 너에게 더 엄격해지길 바란다. 수고해라.

진행자 : 세 분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박수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박수)

인생에서 닮고 싶은 사람 '멘토'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나보다 앞 서 가며 길을 닦아 준 선배가 있는 것,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몸소 보여준 스승이 있다는 것은 참 든든한 일입니다. 그 든든함으로 다가오는 2014년도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