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과 날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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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에 김인선입니다. '청춘'을 수식하는 표현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돌도 씹어 먹을 청춘, 피 끓는 청춘까지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표현이 달라집니다. 학창시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크게 '날라리' 혹은 '모범생' 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청춘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지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의 주제는 모범생과 날라리입니다. 이 주제를 듣고 남북의 청년들 많은 생각을 하고 오셨을 텐데요, 먼저 정민 씨는 주제를 전해 듣고 어떠셨어요?

이정민 : 저는 과연 모범생이었을까? 아니면 날라리였을까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해봤어요. 나름대로 저는 날라리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북한의 날라리와 남한의 날라리는 차원이 다르니까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진행자 : 겉모습만 보기에는 모범생처럼 보이는데, 본인은 과거에 날라리였다고 합니다. 남은시간 이야기를 쭉 들어볼게요. (서로 웃음) 재동 씨와 강남 씨는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던가요?

김재동 : 일단 피식 웃음이 났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면 모범생이었거든요.

김강남 :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함께 웃음)

진행자 : 모범생이 아니었다고 먼저 고백한 것 같아요. 오늘 주제를 가지고 세 분의 이야기를 학창시절과 비교해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같은 의미로 쓰는 단어인지 약간의 의미가 다른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경우를 모범생이라고 하죠?

김재동 : 쉽게 말씀드리자면 공부 잘하는 학생,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학생, 그리고 학교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죠? 학교에서 자기 할 일을 되게 충실하게 하는 학생. 그런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도 비슷한가요?

이정민 : 그렇죠. 학생의 의무는 공부니까 그것은 빼놓을 수가 없는데 거기에 더해서 초상화 보위사업을 잘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충성심이 드러나니까 아마도 모범학생으로 분류가 됐던 것 같아요. 남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요.

진행자 : 사전적인 의미의 모범생이란 학업이나 품행이 본받을만한 학생이거든요. 기본적으로 학생의 신분, 정민 씨가 말씀을 해주셨는데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견해인 것 같아요. 다만 북한에서는 우상화에 따른 행동들을 좀 더 잘해야지 모범생으로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럼 반대로 날라리는요?

이정민 : 북한은 날라리라고 할 때는 일단, 지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단발을 요구하는데 굳이 장발을 하려고해요. 그리고 치마는 짧게 입으면 안 된다 하는데 짧게 입으려하고요. 그리고 저희 때는 정말 엄격하게 남녀의 데이트나 이런 것들을 통제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발랑 까져가지고 먼저 하는 거죠. 그런 학생들을 날라리라고 많이 표현을 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에서의 날라리는요?

김재동 : 지금 누나 말을 들어보니까 조금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이 머리를 쓴다고 할까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게 있으면 조금 말을 안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보니까 자기 주관도 강한 편이에요. 제 경험으로는 제가 학창시절 때 날라리 친구들이 되게 머리를 잘 썼어요. 학교 갈 때 머리나 복장 단속을 하거든요. 보통 8시까지 학교에 가야한다면 7시 30분이나 40분, 그때 학교에 이미 가있는 거예요. 옷들은 정말 허리까지 줄이는 친구들도 있었고, 치마 길이 줄이는 것 당연하겠죠.

이정민 : 역시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네요.

나레이션 : 모범생과 날라리에 대한 정의와 행동에 대한 생각은 남과 북 모두 비슷했습니다. 특히 치마 길이를 줄이는 행동은 어쩜 그렇게 비슷할까요? 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좀 더 세밀하게 접근을 해보면 조금씩 차이가 나타납니다.

진행자 : 날라리의 사전적인 의미를 설명해 드려보자면 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에요. 남한의 사전에는 북한용어도 설명이 되어있어요. 혁명하는 사람의 생활에 맞지 아니하게 서양풍에 물들어 들떠서 건달처럼 안일하게 지내는 일 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이정민 : 굉장히 잘 정리를 했네요. 딱 맞는 것 같고 왠지 남한 쪽 정리를 보면 좀 바보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말인 것 같은데 솔직히 날라리들이 더 똑똑하잖아요. 아닌가요?

김재동 : 제 친구들 중에서는 학창시절 때 놀았던 친구들이 훨씬 더 잘돼있습니다.

이정민 : 그러니까요. 북한은 머리가 똑똑하고 떨어지고를 떠나서 혁명가업 수행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날라리가 구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들끼리 구분하는 용어랑은 좀 다르죠.

김재동 : 저희는 잘 노는 친구들을 날라리라고 했어요. 고등학생의 경우 야간자율학습이 있거든요. 그때 저도 많이 빼먹고 땡땡이치고 그리고 밖에 나가서 분식 사먹고 축구하고 놀았어요. 어른들 말씀, 학교의 규칙이나 교칙을 교묘하게 안 지키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좀 적극적인 사람들, 그런 사람을 포함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전적인 의미로는 남한의 날라리가 약간 어리숙하게 표현이 됐지만 실제로 이용되는 날라리라는 의미는, 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하면 날라리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남북의 모범생과 날라리 용어정리를 먼저 해봤는데요. 세 분 중에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한 강남 씨, 따로 질문을 하겠습니다. 모범생이었어요? 날라리였어요?

김강남 :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날라리라고 딱 규정짓기는 그렇지만요.

이정민 : 제가 보기에는 강남 씨는 분명히 날라리였어요. 망나니 학생! 학교에서 골칫거리이며 전학 갔으면 하는 1순위.

진행자 : 학교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이었나요?

김강남 : 저는 규칙 따위를 몰랐습니다. 사람이 그게 있잖아요. 오른쪽으로 가라하면 왠지 왼쪽으로 가고 싶고 왼쪽으로 가라하면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요.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왠지 궁금하잖아요? 저는 궁금증을 못 참아서 담장을 허물지 말라고 하면 밤에 하나씩 허물어 놓고 들어온다거나 그랬어요.

진행자 : 지금 강남 씨의 학창시절 얘기를 하면서 망나니 쪽에 가까웠다라고 표현을 하면서 하지 말라는 행동을 더했다고 했잖아요. 그 범위가 어느 정도였나요?

김강남 : 선생님들의 반응, 화내는 모습 그런 것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잘못한 이유를 설명해줘야죠. 인권부분에 결부가 되는데요, 사람을 존중해줘야죠. 저는 개인적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도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도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도덕이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도 마찬가지고요. 예를 들어 제가 무언가를 잘못한 경우, 선생님이 제가 잘못한 이유와 사전설명,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무조건 학교의 규정을 따져서 안 된다는 규정 하에 공격하고 그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봐요.

좀 말이 안 되나요? 하지만 저는 말이 된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항상 인간답게 대해주기를 원했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없어서 부모가 없어서 때리나 싶은 선입견이 있었고, '부모 없는 애라서 그렇구나'라는 얘기를 들으면 더 화가 나서 삐뚤어졌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돌 던지는 그 정도? 화장실에 큰 돌을 버리면 똥물 튀어서 선생님 엉덩이에 묻게 했어요.

진행자 : 혼 날만했네요.

김강남 : 저는 저를 인간적으로 진심으로 사람답게 대해주는 선생님에게는 미련할 정도로 잘했습니다. 선생님이 힘들어 하시면 나무를 해서 부엌에 갖다드리기도 하면서 잘했어요. 그렇지만 저를 사람으로 안보고, 짐승취급을 하는 선생님에게는 유치한 방법이든 폭력적인 방법이든 행동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선생님에게 혼났어요.

진행자 : 인격적으로 대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반항심이었군요?

김강남 : 그렇죠. 저는 언제나 사람답게 대해달라는 거였어요.

나레이션 : 강남 씨의 말 속에는 중요한 핵심이 담겨있습니다. '인격적'으로 대해주는가에 따라 '모범생'이 될 수도 있고 '날라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학창 시절의 모습은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나타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정민 : 저는 남한의 시선으로 본다면 굉장히 모범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말도 그렇게 거역하지 않은 편이었고, 학교에서 친구들 때린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요, 맞으면 맞았지 그런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북한의 규정으로 따지면 날라리였는데 그 이유가 지각을 많이 하고요, 생활총화 때에 자아비판을 안 하고요, 호상비판도 잘 못하고요.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북한은 날라리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망나니라고 하거든요. 그런 망나니, 여자 망나니라고 속해있었죠.

그런데 그것은 제가 볼 때 학교 측의 잘못이에요. 왜냐하면 수업이 8시에 시작합니다. 그런데 꼭 7시 30분까지 오라고해요. 집에서 7시 30분까지 학교에 오라는 게 아니거든요. 보통 30분 전에 모임장소라는 곳에 모여서 학교까지 간단 말이에요. 모임장소에 모여서 학교까지 오는데 30분이 걸리니까 집에서는 7시 정각에 나가야 되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 30분이 너무 억울했어요. 자율적으로 7시 30분까지 가면 되잖아요. 저는 그렇게 따지면 매일 지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얼마나 좋아요. 9시 수업이면 그 전까지 들어가면 되잖아요.

김재동 : 아니에요. 제가 또 나름대로 대변하자면, 저희 학생들이 생각하기에는 불합리한 부분이라고 할까요? 9시에 수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진짜 9시까지 오느냐는 아니고요.

이정민 : 9시에 수업이면 몇 시까지 가면 되나요?

김재동 : 저희는 8시 20분까지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정민 : 왜 그렇게 빨리 가는데요?

김재동 : 먼저 가서 학습준비를 하는 거죠. 자율학습이든지 전날 못했던 과제 이런 것들을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 것을 통해서 학습준비를 하고 그 후에 정규수업은 9시부터 시작을 했죠.

이정민 : 그렇게 따지면 저는 남한에서도 날라리네요.

김강남 : 누나가 지각생이잖아요. 그런데 만약 누나네 집이 엄청 잘 살아요. 그러면 비판대에 오르지도 않아요. 문제는 공평하지 않다는 거예요. 힘없고 돈 없는 학생이면 규정을 잘 지켜야하고 규정을 안 지키면 당하는데, 돈이 있으면 규정을 안 지켜도 학교의 반장 같은 것이 되는 거죠. 결론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이정민 : 북한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지요.

진행자 : 이제 슬슬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방송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모범생도 있을 수 있고, 날라리도 있을 수 있어요. 다양한 청취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내용은요?

이정민 : 어제 잘하던 사람이 오늘은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서로 어울리면서 함께 잘하며 나가는 게 현명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모범생이었던 친구 하나가 저를 불쌍하게 여겼어요.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그 친구에게 몇 천만 원이라도 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한 번의 기회를 통해서 소중한 친구를 얻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배려해주는 것이 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강남 : 저는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비교하는 순간에 그 사람이 처참해 지는 거니까 애당초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재동 : 뭐든지 많이 경험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놀 거면 제대로 더 놀 껄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노력하기 나름이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뭐든지 부딪쳐봤으면 좋겠어요.

나레이션 : 남과 북의 '모범생'과 '날라리'의 개념은 많이 유사합니다. 사상적인 부분만 뺀다면 말이죠. 분명한 것은 여러분의 모습 그 하나만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정민 씨와 재동 씨 그리고 강남 씨가 조언해준 말들이 청취자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청춘만세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