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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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직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남녀 사이의 사랑, 남녀 간의 연애를 남한에서는 '사내연애'라고 표현합니다. 건강한 청춘남녀가 만나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내연애'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바라보는 '사내연애'는 어떤 모습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이정민, 김재동 씨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랜만에 만나네요. 그래서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사내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분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도 조금은 다를 것 같은데 어때요?

김강남 : 일단은 조심스럽고 많이 부정적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순수한 사랑을 숨어서 해야 한다? 그리고 조심스럽다? 이것은 정말 극한의 상황인데 그 상황이 현실 이다보니까 이겨내야 하니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연애는 아주 순수한 말이고 사람이 기본으로 가져야 하잖아요. 물론 회사입장에서는 일에 집중이 안 되니 나쁘겠죠. 하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내연애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내연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재동 : 남한에서의 사내연애는 직장 내 남과 여자가 함께 만나서 좋은 인연을 알콩달콩 하면서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요, 사내 연애 외에도 같은 학과 혹은 같은 동아리 내에서 가능해요. 대학에서 캠퍼스 커플 CC라고도 하는데요, 이런 것도 사내연애 큰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정민 : 저는 사내연애든 사외연애든 청춘남녀가 겉으로 표현하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관계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에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여성분하고 남성분하고 평생을 같이 할 배우자다 싶으면 드러내놓고 연애를 하겠죠. 남한사회도 와서 보니까 연예인의 경우 연애를 하는 것이 알려지면 몸값도 떨어지고 이렇더라고요.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면서 본인들 스스로가 숨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고 아주 달콤했던 커플이 헤어져서 어느 날 안 보는 현상이 생기면 옆에 있는 사람들 보기에도 안 좋다는 거죠. 그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보여서 남과 북이 사내연애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재동 :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굉장히 설레고 좋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초반에는 대체로 비밀로 시작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조금 긍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지만 비밀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다만 사내연애를 하다보면 안 좋게 헤어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이런 경우도 있어요. 당사자들끼리는 잘 헤어졌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학교 다닐 때도 이런데 직장생활 할 때는 오죽할까 싶은데요, 그래도 사내연애를 시작할 때, 안됐을 때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그래도 좋은 인연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김강남 : 짜릿한데요, 더 날카롭습니다. 벼랑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고 날카롭다는 거죠.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됩니다. 계속 지켜보다보면 상대방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보게 되잖아요. 솔직히 사람이 좋게 보면 곱사등이도 짐을 지고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이렇게 비유하기 나름이잖아요. 그래서 나쁜 감정이 한번이라도 쌓이게 되면 나쁜 감정으로 가게 되고 그런 실수로 인해서 벼랑까지 떨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조심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내레이션 : '사내연애'에 대한 청춘들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사내연애'의 행복한 결말보다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사내연애'를 '비밀연애'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비민연애'가 아니라면 결혼으로 이어져야 뒷소리를 안 듣게 된다고 하는데요, 본인들의 '비밀연애' 이야기 혹은 주변 사람의 '사내연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정민 : 북한에서 같이 일했던 작업반 분들의 연애이야긴데요, 항상 조를 묶어서 땅파기 같은 일을 하면은 '저는 저 여자하고 일을 하고 싶어요' 라고 먼저 하는 거예요. 그러면 연애를 하느라 땅은 안파죠. 그래서 작업반장에게 욕을 먹게 되고 사상투쟁 대상도 되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결혼까지 가더라고요.

김재동 : 친하게 지냈던 고등학교 때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좋아했던 한 여학생을 제가 비밀로 몇 달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이정민 :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를? 아주 나쁜 사람이네.

김재동 : 그래서 비밀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김강남 : 저는 '사내연애'를 못해봤습니다. 여자 친구가 항상 밖에 있는 여자 친구였고요, 북한에서는 여자 친구를 숨기고 공개하지 않았어요.

내레이션 : 남과 북 모두 '사내연애'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작업의 결과에 차질을 줄까봐, 남한에서는 작업장인 회사 분위기를 망칠까봐 권장하지 않고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남한에서는 오히려 '사내연애'를 권장하는 곳도 생겨납니다. '사내연애'를 통해 회사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업무능력도 더 향상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사내연애'를 권장하지 않는 곳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연애'는 계속됩니다.

이정민 : '사내연애'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가 남북 생활을 통해 경험해보고 느낀 결과는요, 가까워질 수밖에 없어요. 남녀가 몸을 계속 부대끼고 있고 하루에 8시간 이상을 그 사람과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본다는 거죠. 그리고 보게 되면서 그 사람의 나쁜 점이나 좋은 점 등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러면서 서로 호감을 갖게 되고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잖아요.

김강남 : 사람이라는 게 계속 봐야 하잖아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어느 정도 보니까 결론이라는 부분까지 가고, 좋고 나쁘고의 시비를 가리는 것 같아요.

김재동 : '사내연애'의 성공요인은 같이 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보고 있기 때문에 정이 생기고 그래서 '사내연애'가 계속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비밀연애를 하는 것은 주위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아까 강남 씨가 짜릿하지만 벼랑 끝에 있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와 닿더라고요. 근무에 있어서는 방해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사내연애를 잘 활용하면 서로간의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안 좋게 보는 분들은 열심히 일은 안하고 뭐하는 것이냐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이정민 :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연예인들도 팬들의 반응 때문에 공식적으로 연애하는 것을 꺼려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공개연애' 하는 것을 팬들도 좋아하는 것 같고 '사내연애'나 대학생들도 똑같은 것 같아요. "우리는 공개적으로 연애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응원을 보내고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려고 주변 사람들도 노력하잖아요. 이것은 남한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북한은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어렵거든요. 워낙 경직된 회사생활이다 보니까요. 나쁜 면도 있겠지만 오히려 살아가는 이유도 될 수 있고 더 좋잖아요. 사내에서 연애를 하는데 회사에 지장만 없다면 둘이 연애도 시켜주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사내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솔직히 부러워요. 그렇죠?

내레이션 : 정민 씨의 말처럼 남한에서는 '사내연애'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나왔던 이야기처럼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니거나 중간에 헤어지는 경우에 일어나는 불편함 때문에 굳이 연애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당사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해줍니다. 이런 문화를 보고 정민 씨는 부럽고 좋아 보인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허용이 되는 이유는 회사 일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내연애' 후에 결혼으로 성공하는 경우 같은 조직 내에서도 다른 부서로 배치를 하는 식으로 발령을 냅니다. 최대한 회사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하고, 연애나 결혼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게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남북의 '사내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김강남 : '사내연애'는 얼음이다. 얼음은 어느 정도의 온도가 포장돼야 얼음이라는 존재가 유지되죠. '사내연애'라는 것은 고정된 틀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얼음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정한 온도가 유지돼야하는데 사람이라는 것은 온도로 보장될 수 없는 거죠. 항상 오르고 내리고 그래프처럼 변하기 때문에 얼음처럼 신기하고 귀한 존재고 달콤하면서도 어느 순간 녹아버리기 쉬운, 녹아버리고 나면 그 존재 자체도 기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서 얼음이라고 했어요.

김재동 : '사내연애'는 꽃잎이다. 꽃잎을 보면 예쁘잖아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풍파를 받으면 떨어질 수 있고 심할 때는 지푸라기처럼 되어버릴 수 있는 그래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서 꽃잎이라고 생각해요.

이정민 : 저는 '사내연애'는 배려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좋았던 기류가 하루아침에 나빠진다면 옆에 있던 사람들의 감정도 함께 물결을 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하니까요. 헤어지더라도 회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아니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나 다른 나쁜 감정을 주지 않을 만큼 처신할 수 있는 배려할 자신이 있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배려하지 못하고 본인 감정만 생각하고 처신을 잘못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물론 회사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내연애' 뿐만 아니라 '사외연애'도 똑같겠죠. 사랑은 아름답고 풋풋한 것 같아요. 어디에서의 연애든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의 감정에 우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 것 같아요. '사내연애'라는 것은 잘못되는 것을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면 정말 좋은 것을 못할 것 같아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연애를 못한다면 내가 정말 만나고 싶은 인연을 못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군가 곁에서 '사내연애'를 한다면 좋은 눈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준다면 '사내연애'가 더 좋은 모습으로 될 것 같아요.

이정민 : 북한 청취자들이 이 방송을 듣고 남한사회의 좋은 점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다면 뒷소리하기 이전에 아름답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아직 '사내연애'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사랑의 기회가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 인사 나눌게요. 안녕히 가세요.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수고하셨습니다.

내레이션 : '사내연애'는 숨겨야할 비밀이 아니고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아직은 조심스럽게 숨겨야하는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정민 씨의 말처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 준다면 얼마든지 여러분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 씨는 지금도 어디선가 숨어서 '사내연애'를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 손뼉 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하고, 재동 씨는 좋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사내연애'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하네요. 모든 결정권은 바로 여러분에게 있답니다. 다음 주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올게요.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