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권지연입니다.
남쪽에서는 2월 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을 하는데요. 새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대통합'이 꼽힙니다. 또 이런 통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세대 갈등도 그 중 하나인데요.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은 과거를 알고 나이든 세대들은 현재를 이해는 일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남쪽의 심장부 광화문에 새로 생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가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지철호 씨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지철호 :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기분도 좋고 어디 놀러 가고 싶습니다.
권지연 : 명순 씨는 소개팅을 갔다고 하던데 철호 씨는 저를 만나서 어떻게 하죠?
지철호 : 하하 저는 열심히 일 해야죠.
권지연 :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이 곳입니다. 읽어 주세요.
지철호 :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북쪽에서는 아랫동네 또는 남조선이라고 하시죠. 남쪽의 정식 국가이름은 대한민국입니다. 대한 민주 공화국의 줄임말이고요. 클 대, 하나 한, 백성 민, 나라 국을 씁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한'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그 말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권지연 : '대한민국'하면 딱 떠오르는 거 뭐 있으세요?
지철호 : 태극기요. 2002 월드컵... 그 때 애국심을 많이 느꼈고 지금 봐도 감동입니다.
권지연 : 저는 IT 강국!
지철호 : 삼성전자나 엘지전자가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권지연 : 요즘 한류도 대세잖아요. 이곳에 들어가면 그런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룩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연말에 문을 연 역사박물관에는 이미 약 4만여 명의 시민이 다녀갔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지난 주말에도 전시관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권지연 : 좋은 건 무료라는 거죠.
지철호 : 하하... 지난번에 경찰 박물관도 갔었잖아요. 그 곳도 무료였는데 잘 찾으면 이렇게 무료로 구경할 곳이 많아요. 참 좋습니다.
박물관을 들어서면 안내소가 가장 먼저 보이는데요. 관람객들의 질문에 안내소 직원들은 친절하게 응대해 줍니다.
지철호 : 몇 층부터 있어요?
안내소 직원 : 관람은 3층부터 하시면 되고요. 4층, 5층까집니다.
지철호 : 감사합니다.
권지연 :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유모차 대여도 되네요.
지철호 : 친절하기도 하고 편의를 잘 봐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듣기로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면 뭐든지 돈을 내야 하는지 알았는데 장애인 복지도 잘 돼있고 편의 시설이 아주 잘 돼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전시를 관람할 텐데요. 전시는 3층부터 5층까지 약 3,000㎡의 넓이에 전체 4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관에는 '대한민국 태동'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개항기 한반도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약소국으로서의 눈물나는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권지연 : 연도별로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여 있습니다.
지철호 : 강화도 조약, 신미양요, 병인양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들인데요.
권지연 : 철호 씨는 역사 공부를 꽤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지철호 : 북에서는 사실 배우지 못했습니다. 집에 식량이 부족하니까 일하고 농촌 동원 나가고 역사는 더욱 못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인터넷을 치기만 하면 나오잖아요. 북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역사에 대한 것들이 주된 공부였죠.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암기돼 있는데 정작 한국사나 세계사는 별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권지연 : 지금 옆에도 학생들이 무척 열심히 관람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열심히 적고 공부하는 모습 보면 어때요?
지철호 : 어릴 때 이렇게 맘껏 공부하는 것이 부럽습니다.
유리 너머에 130년 전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흑백 사진들과 영상자료, 물건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습니다. 개항기 당시 외구문물의 정보를 얻기 위해 수신사를 파견하고 신식군대를 창설하고 근대 국가 건설을 목표로 정변을 일으켰던 수많은 사건들이 차분하게 정리돼 있는데요.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담은 영상과 사진 앞에서 우리는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권지연 : 연도표를 보면 알겠지만 참 외침을 많이 당했어요.
지철호 : 우리나라의 위치가 참 중요한 위치잖아요.
권지연 : 여기서부터는 일제 강점기 시절입니다. 민족의 수난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 때 말도 못쓰고 이름도 다 개명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역사적인 감정 때문에 그런지 축구를 하더라도 일본하고 하면 꼭 이겨야 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지철호 : 북쪽 사람들도 더 격하면 격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 적대감을 갖게 하는 건 올바른 교육이 아닌 것 같습니다.
INS - (현장음) 이들은 대한민국 이라는 만세 삼창을 외치면서 행진하고 있습니다.
권지연 : 이건 일본군이 철수하던 영상이네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시의 한 소절인데요. 1945년 8월 15일, 히로히토 일본 천황이 항복을 발표하던 때의 상황을 대형 전광판을 통해 보여주는데 묘한 뭉클함이 솟구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태동기는 막을 내리고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 시작의 역사가 전시돼있습니다.
권지연 : 처음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할 때 모습이 담겨 있네요. 꽃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인데 저도 이런 것들은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네요.
이곳에서는 첫 번째 전시실에서 받은 뭉클함이 식기도 전에 울컥하게 됩니다. 복도 한복판에는 38선이 그어져 있고 1950년 6월 25일이라고 적혀 있는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INS (현장음) 6.25 참전용사 할아버지 - 저 구멍 난 철모를 보면 내 철모 같은 생각이 들지... 가슴이 아파...
권지연 :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이 됐는데 가슴 아프게도 분단이 됐죠.
지철호 : 너무나도 큰 비극인 것 같아요.
유독 눈길을 끈 것은 실제 크기와 비슷하게 지어진 판자촌입니다. 바람도 막지 못할 정도로 얼기설기 지어진 판자 집은 집이라는 이름이 과할 정도입니다. 전쟁 이후 황폐화된 이 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전시실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모습을 그려집니다.
권지연 : 여기는 옛날 집의 모습입니다. 비위생적이고 불편했던 집의 모습입니다.
지철호 : 북한이 딱 이랬거든요.
권지연 : 남쪽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거죠.
한 쪽에는 근대화 이 후 여권이 어떻게 신장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들과 60년대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 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권지연 : 여권 신장에 대한 내용인데 요즘 북한도 여권 신장이 많이 되고 있다면서요?
지철호 : 그래도 남쪽과는 많이 다르죠.
권지연 : 남쪽은 여권신장이 근대부터 많이 이뤄졌습니다. 1945년에 건국부녀동맹이 처음으로 발족되고 여자 국민당이 처음으로 창당되죠. 지금으로 말하면 여성부인가 봅니다.
지철호 : 북한은 여성동맹이라고 있습니다. 약칭해서 여명이라고 합니다. 부녀절도 있긴 한데 전 여기 처음 왔을 때 여자가 왕이구나... 싶었어요.
권지연 : 이건 초등학교 교실 모습입니다. 지금은 한 반에 20명 정도인데 이때는 한 반에 60명 정도였습니다.
지철호 : 북한의 교실은 나무 의자에 딱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권지연 : 그렇군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각 반마다 텔레비전이 다 있었고 조회를 운동장에서 하지 않고 각 반에서 영상을 통해 했는데 말입니다.
지철호 : 남쪽은 시청각 자료가 정말 잘 되 있는 것 같습니다.
권지연 : 이건 4.19 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이네요. 북쪽에서는 4.19를 아나요?
지철호 : 4.19는 모르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압니다.
권지연 : 북에서는 어떻게 배웠어요?
지철호 : 독재에 맞서서 권리를 찾으려고 대학생들이 먼저 일으킨 운동이라고 배웠습니다.
권지연 : 이제 마지막 층입니다.
지철호 : 보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네 번째 전시실은 발전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권지연 : 제가 태어난 해는 참 좋은 해였습니다.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달성...
지철호 : 85년도는 뭐가 있었나요?
권지연 : 남북 고향 방문단 상호 교류를 했네요. 철호 씨가 처음 태어난 해에 처음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습니다.
지철호 : 지금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가슴 아픈 거잖아요.
권지연 : 남쪽이 정말 자랑할 만한 것이 도로 건설입니다.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가 1968년도 2월에 공사가 시작돼서 1970년도에 완공이 됐습니다.
지철호 : 한국은 정말 도로가 잘 돼있는 것 같습니다. 시골 가도 신발에 흙이 묻을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온 도로가 깨끗하니까요...
권지연 : 이 도표는 남한의 수출규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점점 성장하고 있네요. 1963년도 세계 94위였는데 2011년 세계 7위였습니다.
지철호 : 이런 걸 볼 때마다 너무 고마운데 북한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탄광촌의 모습을 보여주는 커다란 사진 앞에 선 철호 씨는 옛날 생각이 나는 가 봅니다.
지철호 : 저도 이런 걸 해봤습니다. 철모를 북에서는 바가지 모자라고 합니다.
권지연 : 이걸 쓰고 뭐한 겁니까?
지철호 : 석탄 캤죠.
권지연 : 그런데 광부 분들이 참 힘드실 텐데 표정이 참 밝네요.
지철호 : 요즘은 몸으로 하는 직업보다 정신적인 노동을 하는 직업들이 많다보니 행복지수는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권지연 : 1970년도에 나왔던 석유풍로네요.
지철호 : 북한에서는 석유곤로라고 했는데 이제는 없습니다. 남쪽은 안 쓰는 것이고 북쪽은 못 쓰는 겁니다.
권지연 : 여긴 또 뭔가요? 새마을 운동하던 모습이군요. 잘 살아보세... 노래 알아요?
지철호 : 이 당시가 북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전 상황에서 북한은 딱 멈춰 있는 거죠.
마지막엔 무전기보다 더 컸던 휴대 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는 IT 기술의 발전사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지철호 : 90년대 처음 나왔던 휴대 전화네요.
권지연 : 거의 무전기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화면도 점점 커지고 얇아지면서 많이 발달했죠.
지철호 : 이렇게 발전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권지연 : 이런 발전단계를 저는 자연스럽게 다 알고 있는데 북에서 오신 분들은 발전 단계를 모르잖아요. 처음에 남쪽에 왔을 때 어땠어요?
지철호 : 마냥 신기했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시실을 관람하면서 가슴은 뭉클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고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는데요.
함께 관람한 시민들은 어땠을까요?
INS - 관람객 인터뷰 : 우리 엄마와 할아버지가 이렇게 살았구나. 내가 그냥 태어난 것이 아니구나. 이런 나라를 내가 더 사랑하고 발전시켜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이는 겁니다.
권지연 : 자, 이제 다 돌아봤습니다.
지철호 : 몇 십 년의 발전사를 한 시간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발전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좀 더 성장된 국가가 됐으면 좋겠고 북한도 변화가 됐으면 좋다는 겁니다. 북쪽에도 개인의 행복과 인권을 생각하는 대동강의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권지연 : 저는 이 전시를 보면서 안 되는 것이 없는 대한민국이구나. 우리는 통일도 이룰 수 있겠구나... 이런 희망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나라마다 다 저마다의 격변기가 있었겠지만 대한민국처럼 짧은 시간 안에 절망과 환희가 치열하게 교차하며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곳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이제 3.8선의 상처를 딛고 통일의 그 날도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지철호, 권지연 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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