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세] 탈북자 구출 성탄 카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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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춘 만세 >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북에 계신 분들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날인데요. 종교를 떠나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서로의 행복을 비는 마음으로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날이 됐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날엔 빨간 옷에 흰 수염을 길게 기른 산타 할아버지가 루돌프라는 이름의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어린이들이 잠든 사이 찾아와 착한 어린이들에게는 선물을 주고 간다는 얘기가 전해오는데요. 그래서 부모들은 어린아이들이 울며 떼를 쓰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너 이렇게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크리스마스'를 누구와 뭘 하며 보낼까를 생각하며 꽤 들떠 있는데요. 오늘 <청춘 만세>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의미 있는 현장으로 가 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정민 씨가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지철호,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오늘은 철호 씨랑 정민 씨가 함께 바람을 뚫고 왔는데 지금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건가요?

지철호 : 오늘 <나우> 모임에 함께 가시는 겁니다.

철호 씨와 정민 씨 등 <청춘 만세>에 참여하는 탈북 대학생들은 <나우> 라는 인권 모임의 구성원입니다. 남북 대학생들이 함께 만든 모임인데요. 남쪽과 국제 사회에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리고 통일 한반도를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일을 기획 했습니다.

권지연 : 오늘은 무슨 날이죠?

이정민 : 탈북자 구출을 위해 성탄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카드를 판매할 텐데요. 오늘 포장하는 일을 합니다.

권지연 : 카드를 미리 제작해 놓은 거예요?

지철호 : 네. 오늘 천 부 정도를 포장할겁니다. 이 카드를 판 수익금으로 중국에 있는 탈북 동포들을 데려오려고요.

이정민 : 카드도 저희가 만들었는데요. 재능기부로 무료로 디자이너 분이 예쁘게 그려주셨고요...

권지연 : 우리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구호 한 번 외쳐 볼까요?

권지연, 이정민, 지철호 : 청춘 만세!

INS - 현장 소리

(현장) 포장을 단계별로 합니다. 이걸로 포장하면 되죠? 설명을 한 번 들어보세요...

카드가 총 세 가지 종이에요. 이 카드가 한 비닐에 들어가고 한 쪽에선 접어서 넘겨주시고 한 쪽에서는 스티커만 붙일 거예요.

권지연 : 카드 보니까 어때요?

이정민 : 예뻐요.

권지연 : 어떤 카드가 제일 예뻐요?

이정민 : '사랑이오셨네' 문구가 적혀 있는 카드요.

포장할 크리스마스카드는 세 가지 종류... 예쁘게 인쇄된 카드를 보니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권지연 : 카드 포장을 이제 시작할 텐데 어떤 마음으로 하시겠어요?

지철호 : 저희가 그렇게 힘들게 왔고 저희보다 더 힘들게 오신 분들도 많거든요.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이나 약자들이 살아가는 삶이란 고통이 너무 크거든요. 우리가 지금 여기서 밥술 뜰 수 있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재능기능 해주시는 분들의 성원도 있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정민 : 저도 그래요. 아무래도 제가 그런 처지에 있어 봤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인 지 잘 알죠. 열심히 접겠습니다.

권지연 :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지철호, 이정민 : 잘 할 수 있습니다!

이정민 : 라인을 정하겠습니다...

오늘만큼은 사랑이 가득한 나우 공장이 된 이 곳. 단순 작업이긴해도 오래 하다 보니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오기 시작하는데요. 마음만큼은 즐겁습니다. 또 하면할수록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오늘 포장하는 카드에 그림을 그리고 문구를 써 넣어 예쁘게 꾸며준 윤하나 씨. 좋은 일이라 노임도 없이 기꺼이 도와줬다고 합니다.

윤하나 : 안녕하세요. 윤하나입니다. 원래 직업은 디자이너고요. 음반 회사에서 다자인 맡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동생 부부가 나우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전 처음으로 참여해 봤는데 정말 보람 있는 것 같습니다. '러브 13'은 내년에도 사랑을 주고받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의미이고 '메리 크리스마스' 글자가 써진 카드와 '사랑이오셨네' 카드는 사랑을 주기 위해 오셨던 예수님을 얘기 하고 싶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 관해서 저도 관심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 주변에서 계속 듣다보니까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손 글씨를 이젠 잘 안 쓰는데요. 손 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대에게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INS - 현장소리 : 이쪽이 이렇게 들어가는 거야. 이 위에 스티커가 들어가고...

함께 하는 청년들의 모습에 따뜻함이 가득합니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이미 통일은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INS - 기아 대책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로 북한에 관심이 가게 됐죠. 많이 팔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지금은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 학생인데요. 여기 와서 배우는 것이 많아 졌습니다. 처음에 정말 신기했고 '진짜 있구나. 이 분들하고 내가 같은 언어를 쓰는구나' '우리나라가 정말 분단된 국가구나'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피부로 와 닿지 않았고 나의 입시, 삶이 더 중요했는데 이제는 내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로써 관심을 가져야 되고 이런 작은 것 하나부터가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전단지를 어떻게 찢지 않고 예쁘게 접을까가 제일가는 고민입니다. (웃음)

권지연 : 여기 분위기는 항상 이렇게 화기애애한가요?

참가자 : 다들 성격이 밝고 활발해요. 처음에는 언어가 무척 다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만난 지 5분 안에 얘기하고 웃고 전혀 이질감이 없었어요. 분단된 국가에서 60년 이상 떨어졌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저는 직장인인데요. 저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 눈을 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철호 씨와 정민 씨 역시 열심히 손으로는 카드 포장하고 입으론 사람들과 수다 떨기에 바쁩니다.

권지연 : 잘 돼가요?

지철호 : 그럼요.

권지연 : 정민 씨 정말 너무 잘해요. <나우>에 오면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신날 것 같아요.

지철호 : 재밌죠. 우울했던 날도 웃겨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습니다.

이정민 : 정기적으로 매주 보니까 여기 나오는 것이 에너지 충전 시간인 것 같습니다.

권지연 : 두 분은 크리스마스카드를 써 보셨나요?

지철호 : 저는 써봤습니다.

권지연 : 정민 씨는요?

이정민 : 저는 안 써봤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카드 보기가 힘들거든요.

권지연 : 북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모르죠?

이정민 : 모르죠. 저는 성탄절이라는 것을 중국에서 알았습니다.

지철호 : 북에는 크리스마스가 없잖아요. 루돌프, 산타 할아버지를 어린이들이 정말 기다리는데. 북의 어린이들은 모르고 자라잖아요. 마음이 아프죠.

권지연 : 남쪽에 와서 맞이한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뭐하셨어요?

지철호 : 남한에는 놀 거리들이 많잖아요. 놀이공원 가서 놀았습니다.

이정민 : 저는 일했어요. 그 때 제가 24시간 사우나에서 일했습니다. 거기는 12시간 근무였고 함께 보낼 사람도 없었고요.

권지연 : 올 해 크리스마스는 따뜻하게 보내야죠.

이정민 :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저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번 크리스마스 뿐 아니라 이런 좋은 일을 계속 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같은 탈북자로서 그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서 만들었고 여기 저희의 마음이 적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이 담긴 카드, 많이 구입해주세요!

이들의 정성이 담긴 카드를 판매한 수익은 중국의 탈북 여성과 아이들, 청년들을 돕기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정민 씨와 철호 씨도 음성으로나마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봅니다.

이정민 : 엄마! 동생들아! 남한에는 크리스마스라는 명절도 있단다. 나중엔 카드에 현금도 넣어서 보내줄게. 사랑해.

지철호 : 친구야,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나중에 꼭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청춘만세>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지철호, 이정민, 권지연 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