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회식 문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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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밖에 남지 않는 달력이 참 어색한 요즘입니다. 약속과 모임이 많아지는 요즘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건강입니다. 술로 어영부영 한 해를 보내고 아쉬워하기 보다는 정신 줄 꽉 잡고 유종의 미를 거두어 보자고요.

여기는 건전한 송년 문화를 추구하는 곳 <청춘 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모임 '나우'의 이정민, 최철남, 김재동 씨와 함께 남쪽의 회식 문화에 대한 얘기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최철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우리 회식할 겁니다.

김재동 : 와! 기분 좋네요.

진행자 : 메뉴는 삼겹살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모임이 잦아지는 때입니다. 남쪽에선 직장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하는 직장 문화가 있는데요. 이걸 회식이라고 합니다. 요즘 남쪽의 직장 문화도 한결 자유로워져서 회식으로 술을 생략하고 세련된 식당에서 밥 한 끼, 잘 먹는 경우도 있지만 평소 남쪽 직장인들이 1위로 꼽는 최고의 회식 음식은 바로 삼겹살과 소주입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는 삼겹살을 안 먹죠?

이정민 : 고기 부위를 분류해서 먹지 않습니다. 뼈 붙은 걸 그대로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저는 꼬리 하나만 먹었습니다. 나머지는 다 팔아야 하니까요.

진행자 : 북에서 회식이라고 하면 말뜻을 아실까요?

최철남 : 모를 겁니다. 북에서는 추렴이라고 하는데요. 저희 집이 넓은 편이라 집에서 추렴을 많이 했습니다.

진행자 : 집에서요?

최철남 : 네, 돼지 한 마리 잡아서 나눠먹고 놀았죠. 한 개 작업반이 100명이 넘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돼지 한 마리를 가지고 다 같이 먹는 거예요. 그리고 북에서는 고기를 구워먹지 않아요. 삶아서 먹죠. 그런 게 회식입니다.

진행자 : 남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집에서 한다는 것이네요. 정민 씨는 직장을 다녔으니까 남과 북에서 다 회식을 해보셨죠?

이정민 : 네, 여기 회식은 주부들이 편하죠. 밖에서 다 하니까요.

진행자 : 집에 안 들어와서 문제죠. 회식하면...(웃음)

이정민 : 그러니까요. 남한에서는 2차, 3차까지 가는데 북한에서는 집에서 계속 먹고 놉니다. 술을 마시면서 먹다가 노래를 부르고 또 술을 마시고 몇 차에 걸쳐 집에서 노는 거죠. 진행자 : 재동 씨는 아직 직장 생활은 안 해 봤지만 학교에서 학생들도 회식 비슷한 모임이 있죠?

김재동 : 네, 학생들도 개강 총회나 종강 총회 때 합니다. 학기 중 2-3 번 정도는 하는데 과거에 한참 까마득한 후배였을 때 제가 술을 잘 마신다고 했다가 그 다음날 힘들어서 뻗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선배들은 축구로 따지면 영국 프리미어리그 수준으로 마시던 선배들이었어요. 저는 후보... (웃음)

진행자 : 요즘 학생들은 어떻게 즐겨요?

김재동 : 요즘은 술을 자제 하려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1차 정도로 끝내고 2차는 노래방을 가는 것으로 끝내는 편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런 모임' 회식의 사전상 의미는 이렇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인데 직장 내 회식을 결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진행자 : 남쪽의 회식은 회사에서 하는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가기 싫어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최철남 : 저는 남쪽에 와서 직장 생활을 해봤잖아요. 저희가 공기업이다 보니까 공기업은 술에 취해 다니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식가면 술을 별로 안마시고 자유롭게 알아서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회식은 동기들끼리 가는 것이 아니고 과장님, 부장님 등 상사들과 하니까 음식을 먹으면서도 눈치를 봐야하는 부담이 있었죠. 그런 것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사 눈치를 봐가서 분위기를 적당히 맞춰야하고 회식 다음날 아침,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아무리 머리가 아파도 산뜻한 모습으로 출근을 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 회식... 사실 업무만큼의 스트레스일 것 같은데요. 설문 조사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퇴근 후 회식을 야근의 연장이라고 답했고 응답자의 65.6%는 회식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 회식이 불만인 가장 큰 이유는 '예고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고 회식 형태로는 술자리 회식이 8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청춘만세> 구성원들에게 묻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이런 사람 제일 꼴불견이다!

진행자 : 회식이라고 가서는 계속 일 얘기만 하고 노래방 가서 마이크 남한테 안주는 등 미운 행동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회식 꼴불견 1위부터 3위까지 꼽아 볼까요?

김재동 : 상사들의 경우 술을 계속 따르라고 강요하고 마시라고 강요하는 것이 제일 꼴불견 인 것 같습니다. 사회가 조심스럽고 민감하다보니 여자들에게는 덜한데 남자들에게는 심한 경우가 있더라고요. 계속 술을 마시게끔 강요하는 분들이 불편한 것 같습니다.

이정민 : 저는 술을 먹고 나서 주사를 부리는 게 제일 미운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섞은 술을 주잖아요.

진행자 : 북한도 술을 섞어 마시고 그래요?

이정민 : 거기는 섞을 것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여기는 술 종류가 너무 많잖아요. 제가 막걸리에 소맥을 섞어 먹고 3일은 앓았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런 걸 주동하시는 분들은 얄밉죠.

이정민 : 그리고 자기 얘기만 계속 하는 사람이요. 술자리에 앉으면 다른 사람 얘기도 듣고 그래야 하는데 자기 얘기, 자기 자랑, 듣기 거북한 말까지 하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최철남 : 술에 취해서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안 들을 수도 없고 듣긴 듣는데 꼴불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로는 안 마셔도 된다고 하면서도 눈치 주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것도 싫습니다.

진행자 : 내가 생각하는 회식 장소에서의 꼴불견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 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죠.(웃음)

이정민, 최철남, 김재동 : 아하!

진행자 : 술이 원수입니다! (웃음) 그런데 꼭 회식 때 술을 마셔야 할까요?

김재동 : 저는 얼마 전에 식사를 하고 술 대신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선후배끼리 얘기를 나누었는데 나름대로 좋던데요. 맨 정신이다 보니 기억도 잘나고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철남 : 저는 회식을 뷔페식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싼 뷔페 말고 저렴한 뷔페로 가서 와인 한 잔 정도 하면서 얘기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민 : 저는 이런 상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단체 회식이야. 그러니까 집에 가서 다 쉬어!' 회식 시간을 집에 가서 보내라고 하고 회식비를 월급으로 더 넣어주는 상사를 만나고 싶은데요. 회식은 단합을 위해 하는 거니까 그렇게 하는 상사는 없을 것 같고요.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함께 봉사 활동을 간다든지 직장 내에서 음식 재료를 사다가 만들기를 하는 거죠.

진행자 : 정민 씨, 생각 참 괜찮네요. 회식은 단합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그 동안 직장 내에서 하기 힘들었던 얘기들을 많이 하라고 하는 건데 우리가 참 잘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우리, 건설적인 회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회식은 정민 씨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서 하도록 하죠... 세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정민, 최철남, 김재동 : 감사합니다.

최근 회식문화 개선을 위한 '119운동', '829운동,' '222운동'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19운동'은 각종 회식 때 1가지 술로, 1차까지, 밤 9시를 넘지 않는다는 뜻이고 '829운동'이란 8시에 9시까지 회식을 끝내고 2차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222운동'은 2가지 술을 섞지 않고 2잔 이상 권하지 않으며 2차를 가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오늘 <청춘만세>의 구성원들부터 실천해 회식의 진정한 의미를 잘 살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이었고요. 다음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