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3) 남한선 외래어를 많이 쓴다?

0:00 / 0:00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춘만세> 지난 2주 동안 사투리에 대해 얘기 나눴는데요.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게 너무 많은 외래어,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외국어라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또 노래를 들을 때 외래어 때문에 많이 힘드셨나요? 남한에서는 외래어를 왜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걸까요?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춘들의 생각,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사투리는 원인이야 어찌됐든 특히 서울에 오면 사람들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이죠. 그런데 왜 이렇게 외래어는 많이 쓰는 걸까요?

광성 : 제가 예전에 들었는데 처음 유학 다녀온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려고 중간 중간에 영어를 섞어 쓰고, 그걸 사람들이 따라 하다 보니까 외래어가 발전하게 됐다고. 그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아요.

예은 : 왜 요즘 외래어를 많이 쓰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한국어 단어가 있는데 굳이 외국어를 쓰는 게 아니라 새롭게 문물이 들어오면서 그 단어를 그대로 쓴다고 하더라고요.

광성 : 그건 북한도 그래요. 버스가 영어잖아요. 또 택시, 아이스크림.

예은 : 어, 얼음보숭이 아니에요?

광성 : 옛날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아이스크림.

진행자 : 커피나 유에스비도 그대로 쓰죠?

광성 : 네,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새로운 걸 받아들일 때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색하면 그대로 쓰는 것 같아요.

예은 : 그럼 북한에서는 외래어의 존재를 인정해요?

광성 : 안 하죠.

예은 : 북한은 영어 단어들을 한국어로 바꾸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핸드폰을 손전화, 햄버거도 고기빵이라고 하잖아요.

광성 : 애매하죠. 스리슬쩍 들어온 건 괜찮은데 딱 봐도 자본주의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은 바꾸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저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대체할 수 있는 말이 거의 한자어란 말이죠. 우리가 '콤플렉스'도 '자격지심'으로 바꾸는데, 지금 사람들에겐 콤플렉스라는 말보다 자격지심이라는 말이 더 어려워요. 자격지심을 한글로는 쓰지만 한자로는 못 쓰겠어요. 다 까먹어서. 이제 한자보다 영어가 더 친숙해진 거죠. 북한에서도 핸드폰, 손전화를 가지고 계시니까 문자도 하고, 카톡도 사용한다면서요. 이걸 SNS라고 하잖아요. 한국어로 바꾸면...

예은 : 사회 관계망...

진행자 : 모르는 거예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말이 더 쉬운 거죠. 인프라도 사회 기반 시설인데, 이 말이 더 어렵게 느껴지고.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학자들이 보통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잖아요. 그 학자들이 대부분 독일이나 프랑스 등 외국 사람이고, 그걸 발표할 때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걸 한국어로 바꾸는 게 더 어렵게 된 상황이죠.

예은 : 외래어가 어디에 많이 쓰이는지 보니까 일단 노래 가사. 노래에는 리듬이 있잖아요, 그런데 노래 장르는 해외에서 들어온 것들이 많다 보니까.

진행자 : 리듬, 장르 다 외래어네요(웃음).

예은 : 요즘은 노래 가사에 영어가 안 들어가는 게 거의 없어요. 그리고 일반 식당에 가도 외래어를 많이 쓰잖아요. 일반 패스트푸드점, 뭐라고 해야 하죠? 햄버거는 파는 곳?

진행자 : 빠른 음식 가게(웃음). 이렇게 대체 할 말을 찾는 게 힘든 거죠.

예은 : 그런 데 가면 가져가서 먹을 수도 있고 식당 안에서 먹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가져가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기보다는 '테이크아웃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봐요. 저희는 부담스럽지 않게 바로 알아듣지만 탈북해서 오신 분들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요.

광성 : 친구 중에 한 명이 햄버거를 먹고 싶어서 패스트푸드점에 갔는데 '패트를 어떻게 할까요?' 물어보니까 '그냥 다 주세요' 했대요. 그랬더니 햄버거가 엄청 크게 나온 거예요. 처음에는 햄버거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선택할 수 있었던 거죠. 영어도 잘 모르니까.

진행자 : 그건 탈북자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연세가 좀 있거나 패스트푸드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 그럴 거예요.

진행자 : 클레이튼이 예전에 '한국 사람들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없나?' 라고도 말했잖아요.

클레이튼 : 네, 한글로 된 티셔츠 아예 못 봤고, 노래 들으면 중요한 가사는 영어로 돼 있고. 새로운 기술 들어왔는데 한국어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외래어 쓴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컵'은 외국인 오기 전에는 단어가 없었어요?

예은 : 잔.

진행자 : 잔이 있네, 한참 생각했어요.

클레이튼 : 그리고 '테이크아웃'도 '포장'이 있는데 왜.

진행자 : 그건... 예전에는 남한에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문화가 없었어요. '테이크아웃', '테이크어웨이'라는 게 외국에서 들어온 형태라서 그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것 같아요.

예은 : 좀 무분별하게 많이 쓰는 면도 있어요.

클레이튼 : 이상한 표현도 많습니다. 영어 같은 느낌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렇게 사용하지 않아요.

진행자 : 저도 예전에 영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는데 영국 사람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웃음).

클레이튼 : 그래서 제가 한국인이 이상한 영어로 된 셔츠를 입고 있으면 몰래 사진 찍어서 미국 친구나 부모님에게 보여줘요(웃음).

진행자 : 그냥 영어 글자 자체를 뜻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보는 거죠. 그런데 러시아 푸슈킨의 작품을 봐도 과거 귀족들은 불어를 썼잖아요. 또 어떤 책에서 봤는데 런던 사람이 런던에 있는 식당에서 프랑스어로 주문을 했대요. 종업원이 저는 불어를 못한다고 했더니, 그럼 불어하는 사람 데리고 오라고. 그 시대에 앞서가는 문화에 대해 언어까지도 추종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한반도에서도 과거 양반들은 한글을 안 썼잖아요. 한자를 쓰고. 그때는 중국이 가장 큰 나라라고 생각해서 한자를 쓰는 게 더 품위 있다 생각한 거죠. 지금은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영어를 더 쓰려는 경향이 있고, 영어를 쓰면 더 잘나 보이는 것 같고.

예은 : 신문이나 이런 것들은 아직도 한자어를 써야 좀 더 유식해 보이고 글을 잘 쓰는 것처럼 보이고.

광성 : 저는 기자를 꿈꿔서 준비하고 있는데 예전 신문들은 80%가 한자였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생각이, 시대의 가치관이 다른 거죠. 지금은 한자어를 너무 많이 쓰면 고리타분한, 잘난 척하려고 저러는구나 생각하죠.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사람에 대해서도 좋지 않게 생각은 하는데 우리도 모르게 쓰고 있는 거고.

예은 : 단어를 들었을 때 잔이라고 할 때와 컵이라고 할 때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져요. 예를 들어 잔이라고 하면 좀 어색하고 옛날 단어처럼 느껴져요. 컵이라고 하면 젊은 분위기가 느껴지고요.

정광 : 습관이죠. 우리가 잔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계속 컵이라고 하다 보니까 컵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습관이라는 게 무서워요.

진행자 : 예은 씨도 말했지만 카페에 가면 저도 찻집이라고 하지 않고 카페라고 하잖아요. 카페에 가면 커피 이름이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라떼 이런데 갑자기 '잔 좀 주세요' 이러면 이상하고.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도 있네요. 물론 반성할 필요는 있죠. 왜냐면 한국어가 사라져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요즘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르기도 한다고 해요.

예은 : 네, 청소년들이 한국어 단어를 잘 몰라서 학교 선생님이 힘들어한다고도 해요. 예를 들어 고등학생이 '상쇄시키다'는 단어를 모르는 거예요. 어찌 보면 남한 사람들이 참 유행에 참 민감한 것 같아요. 시대의 흐름을 많이 따라가려고 해요. 그런데 외래어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장도 있는 게 새로운 문물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나라와 교류를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문화의 흐름이 아닌가 라는 주장도 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왜냐면 남한 사람들이 워낙 해외에 많이 나가고 해외 문물을 많이 접하니까 자연스럽게 영어도 저희 문화에 흡수가 되는 것 같아요.

광성 : 그렇게 보면 지금 북한에서도 외래어를 많이 쓸 수 있어요. 남한 드라마 같은 게 많이 들어가니까. 말을 따라하면서 젊은 층들은 더 많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진행자 : 저는 궁금한 게 이 방송을 하면서 언어를 바꾸는, 아이돌이나 걸그룹을 매번 설명하는 게 힘들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 요즘 남한의 드라마나 노래가 그렇게 인기라는데 거기에서는 하나도 안 바꿔주잖아요. 그런데도 다 알아듣고요(웃음).

광성 : 우리는 라디오로 목소리만 나가잖아요. 드라마는 행동이 있으니까 반복해서 보다 보면 인식하게 되는 게 아닐까.

진행자 :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남한에는 국립국어원이 있어요. 한국어를 지키기 위한 기관인데, 예를 들어 굉장히 많이 쓰는 외래어가 있다면 그걸 한국어로 어떻게 바꿀지 순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거든요. 노력은 많이 하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따라주느냐가 문제죠.

예은 : 요즘 젊은 층에서도 외래어를 좀 줄여서 쓰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특히 옷 등 패션 분야를 보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게 많아서 패션 용어가 다 외래어예요. 우리 자체적으로 단어를 만들자며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북한과 비교하기도 해요(웃음).

광성 : 제가 봤을 때는 북한도 개방되면 똑같을 거예요. 지금 봉쇄하고 배척하고 있으니까 그나마 보존되는 거죠.

진행자 : 네, 사투리나 외래어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사람이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사투리를 쓴다고 무시하고, 반면에 외래어는 많이 쓰고. 반성해야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각자 고향 말로 청취자 여러분에게 인사하면서 이 시간 마무리 할까요? 클레이튼부터 시작하죠. 켄터키 사투리로!

클레이튼 : "켄터키 사투리"

진행자 : 좀 이상한데, 이게 사투리군요(웃음). 표준 영어로 다시 부탁할게요.

클레이튼 : 매주 함께 얘기 나눠서 기쁘고, 좋은 밤 되시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진행자 : 자, 기대됩니다. 함경북도!

광성 : 안녕하십니까, 정광성입니다. 오늘 이렇게 오랜만에 고향 사투리로 인사드리니까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정말 못하네요(웃음).

예은 : 그래서 광성 오빠가 지금 떨고 있어요(웃음).

진행자 : 자, 예은 씨는 대구! 아빠한테 들은 걸로.

예은 : 대구요? 제가 흉내는 내고 싶은데...

진행자 : 그냥 서울말로 하세요.

예은 : 청취자 여러분, 오늘 좋은 밤 보내시고요. 사투리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