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춘만세> 지난 시간부터 6.25전쟁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남북한 청년들이 각각 알고 있는 전쟁의 발발 원인과 과정들이 꽤 달랐는데요. 전쟁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무슨 얘기인지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종전이 아니잖아요. 휴전 상태가 60년을 넘었어요.
광성 : 그런데 북한에서는 7.27이라고 7월 27일만 되면... 무슨 날인지 아세요?
클레이튼 : 휴전된...
광성 : 맞아요. 6.25전쟁이 휴전된 게 1953년 7월 27일인데 휴전이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전쟁이 끝난 것처럼, 승리한 것처럼 말해요. 공식 명칭이 '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이라고 아예 이긴 것처럼 말하니까 그날은 온갖 행사를 정말 많이 해요. 나와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승리한 기쁜 날이라고 거리마다 인공기도 달고.
진행자 : 광복절 같은 분위기인가요?
광성 : 광복절 이상이에요.
진행자 : 전쟁 자체도 남한에서 일으킨 것이고, 휴전된 날은 승리한 날이라고 하는 거네요.
광성 : 말도 안 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알고 있어요.
저도 남한에 와서 휴전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예은 : 승리했는데 왜 군대에 가고, 그렇게 무기를 만들어요?
광성 : 승리했는데 통일은 못했기 때문에 언젠가 전쟁을 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거죠.
진행자 : 예은 씨는 학교 다닐 때 전쟁과 관련해 어떤 교육을 받았어요?
예은 : 저희는 평화를 선호하고, 남북도 평화통일을 해야 하고 전쟁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요. 사실 우리 세대는 전쟁에 대해 많이 둔감해졌어요. 우리가 전쟁에 참여한 세대도 아니고, 그 다음 세대도 아니고, 전쟁 후 3세대잖아요. 지금 남한은 많이 발전했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11위예요. 그래서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전쟁에 대해서는 잊고 사는데 가끔 북한이 도발할 때나 전쟁에 대해 생각해요.
광성 :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주민들이 전쟁에 대한 끔찍함 등을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전쟁을 하면 하지!' 이런 마음. 지금이야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남한이 도발하면 당연히 전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교육하고.
진행자 : 최근에 한 기사를 봤더니 당시 6.25전쟁에 참여했던 (생존)유공자 가운데 가장 많은 세대가 지금의 80대, 그러니까 당시 14살에서 23살이라고 해요. 66년 전이니까. 그 나이면 중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이잖아요. 여러분보다 어린 거죠.
예은 : 상상이 안 돼요, 뭣도 모르고 총알받이가 된 거잖아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사관학교 졸업했잖아요. 졸업하면 군인이 되는 거였죠?
클레이튼 : 네,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지 않았을까.
진행자 : 졸업했을 때 몇 살이었죠?
클레이튼 : 스물두 살, 한국 나이로는 스물서너 살.
진행자 : 그 당시에 정말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상상해 봤어요?
클레이튼 : 많이 상상했죠. 왜냐면 미 해병대는 육군보다 많이 파병되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이니까 큰 부담은 없었어요.
진행자 : 클레이튼도 군인이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보면 전쟁터에서 싸우는 생각까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클레이튼 : 솔직히 궁금했어요.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정신 차릴 수 있을까, 무서워서 계속 엎드려 있는 건 아닐까. 사명감으로 참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광성 : 일종의 애국심 같은 거겠죠.
진행자 : 과거 학도병들도 그런 생각이 컸지 사실 전쟁터가 어떤 곳인지는 몰랐을 거예요.
광성 : 그렇죠, 나라를 지킨다는 애국심에 나가서 싸운 것이지 전쟁을 알았다면...
진행자 : 그러면 클레이튼 대학 친구 중에 군인인 사람도 있어요? 혹시 다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클레이튼 :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없는데, 인터넷으로 연락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충격 받은 친구의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진행자 : (한반도에도)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참전 후에 그렇게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죠. 클레이튼 :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까지 파견됐고 전혀 다치지 않았지만 미국에 돌아올 때는 너무 우울해서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요.
광성 : 전쟁을 겪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런데 광성 씨도 북한에 있을 때는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나가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만 한 거잖아요?
광성 : 모르겠어요,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은 : 이게 주입식 교육이에요, 다른 생각은 아예 못하게.
진행자 : 예은 씨 말처럼 보통 때는 그냥 잊고 살다 뉴스로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어디에 총격을 가했다는 기사를 보면 '우리는 아직 대치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쨌든 남한에서는 '전쟁은 끔찍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 시대에 전쟁이 일어나면 옛날과 달리 단추 하나 누르면 끝난다.' 이렇게 배우잖아요. 정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건데. 신기한 게 북한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하면 사람들이 막 박수치잖아요. 그것도 교육에 의해, 강제로 시키는 것인지.
광성 : 일단 강제로 시키는 것은 아니고 북한에서 강조하는 것이 우리가 핵을 보유해야 한다. 소련,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무너질 때부터 '우리 힘으로 북한을 지켜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많이 만들어야 미국도 북한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교육을 계속 했어요. 군사 강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미사일도 실패하고. 그런 건 일부러 내보내지 않아요.
예은 : 언론이 통제돼서 그러는 것 같아요. 미사일을 두고 북한 측에서는 위성 발사라고 하잖아요. 핵이 아니라 너희도 다 만드는 위성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그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규탄하고 성명서도 보내고. 그런 게 북한에 뉴스로 다 전달되면 북한 사람들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광성 : 그렇죠, 안에서는 미사일이라고 하고 밖에서는 위성이라고 하고. 그런데 진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았다면 다른 생각을 했겠죠.
예은 : 사실 그런 생각의 바탕에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거죠. 전쟁이 없다면 무기를 만들 필요도 없고 군대도 일본처럼 자기네 영토만 지킬 정도만 형성하면 되는데 한반도는 전쟁을 위해 국방비가 무척 많이 들어가고 있잖아요.
진행자 : 그리고 북한에서 위성이라 주장하는 것을 발사하느라 정말 많은 돈을 끌어 모았을 테고, 그것 때문에 유엔에서 경제 제재도 받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실 거예요.
광성 : 유엔에서 경제 제재를 하잖아요. 그러면 북한에서는 미국이 이유 없이 우리를 봉쇄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요. 그러니까 미국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는 거죠.
진행자 : 언제든지 전쟁을 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습처럼 보여요.
앞서 6.25 참전 (생존)유공자 중에 가장 많은 세대가 지금 80대, 그러니까 당시에는 14살에서 23살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남한의 이 나이 친구들은 한창 공부를 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자기 꿈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을 텐데, 북한의 그 또래들은 당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쟁이 일어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고,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전쟁에 대한 교육을 계속 주입 받으면서 자신의 꿈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못하잖아요.
광성 : 그런데 우리가 전쟁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인식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되는 게 당연히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경각심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진행자 : 어떻게 보면 남한의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너무 잊고 살고 북한의 같은 세대들은 계속 전쟁의 중압감을 안고 사는 게 아닐까.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광성 : 무슨 경계령 같은 게 무척 많이 내려져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여러 번 그랬어요. 그래서 일하던 아버지들이 총 메고 나가서 군사훈련 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예은 :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남한에서는 의무 복무 기간이 2년이잖아요. 북한에서는 10년인데, 군인으로 징집되는 이유가 휴전상태이기 때문인데 그런 것에 대한 반감은 없어요? 청춘을 바쳐야 하잖아요.
광성 : '남자는 군대 가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심어줘요. 군대 안 가는 남자는 바보, 남자 구실을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 아버지, 제 세대만 해도 그랬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들 가기 싫어하고, 안 가려고 한대요. 왜냐면 고난의 행군 이후 군대에서도 굶어 죽는 사람이 많고 영양실조라고 먹지 못해서 살이 다 빠지고. 그래서 요즘 군대에 사람이 없어서 전역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남북한에 있는 그 나이 또래, 14살에서 23살 친구들에게 나이로는 여러분이 선배잖아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죠.
예은 : 각자의 인권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전쟁이 우선이기보다는 개개인의 생명이 중요하고,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있지만 한민족이잖아요. 모두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주는 관계로 생각을 바꾸면 진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광성 :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디에서도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쟁 때문에 돌아가신 분이나 전쟁 때문에 상처 받은 분들을 기억하고 그날을 기억하면서 미래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쳐나갔으면 좋겠어요.
클레이튼 : 냉전시대 정치적인 이유로 전쟁이 생겨서 정말 안타까워요. 원래 한 나라, 한 민족인데 이렇게 분단돼서 정말 안타깝고.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6.25전쟁이나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역사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밝은 미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직도 참전 용사들이 많이 살아 계시니까 젊은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많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그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어야죠. 오늘 좀 무거운 주제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얘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또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그랬던 것처럼 청취자 여러분도 청취자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6.25전쟁이 정확한 것인지, 또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죠.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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