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오늘 - 중국의 팬더 외교

0:00 / 0:00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최근 중국은 국보급 동물인 팬더 한 쌍을 스페인 국왕에게 선물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북한말로 '참대곰'이라고 불리는 이 팬더는 세계 희귀 동물로 중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인데요, 귀한 동물인 만큼 중국의 외교 선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TaiShan-200.jpg
미국 스미스 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팬더곰 '태산 (Tai Shan)' - RFA PHOTO

2년전 팬더곰 '태산'의 모습

남북 정상회담이 10월 2일로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남한 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줄 선물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김 위원장이 영화광인 점을 고려해서 대형 평면 텔레비전과 남한 영화를 보내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합니다. 어느 국가나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상대국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 할 지 고민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국을 대표하는 외교적 의미도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게 예의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는 적어도 이런 고민은 없어 보입니다. 왜냐면 중국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받는 최고의 외교 선물 팬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중국정부는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에게 친선의 의미로 팬더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 중국을 떠나 스페인에 도착한 이들 팬더 부부는 그야말로 왕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임시 거주지에는 냉방 시설과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전용 화원까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수송하는 과정에서도 비행기와 모든 설비 등이 대통령과 고위 관리에게만 사용되는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혹시나 먼길 여행하는 중에 다칠까 아플까 중국과 스페인 양국의 전문가 수 백명이 달려들어 안전 수송에 힘썼다고 하는데요, 현지 언론들은 앞으로 이들 팬더 부부는 스페인에서 국빈 대우를 받으며 지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팬더를 외교 선물로 이용한 사례는 과거부터 종종 있어왔습니다. 팬더는 외교계에서 평화의 사도라는 호칭까지 받고 있을 정도로 선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팬더는 지구상에서 중국에서만 생식하는 희귀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 생존하고 있는 팬더는 중국에 약 1600마리 정도가 고작이라고 합니다. 다른 국가 동물원에 있는 140마리를 합해도 1700여 마리를 조금 넘을 뿐입니다. 매년 50마리가 태어나지만 그중 살아남는 팬더는 고작 20마리 뿐. 중국 정부는 팬더 번식에 앞장 서고 있지만 팬더 암컷은 1년 동안 임신 가능한 기간이 2-3일 정도로 짧아서 번식이 매우 어려운 동물이기도 합니다.

팬더가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귀엽고 친밀한 외모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중국으로부터 팬더 한 쌍을 기증받아 번식에 성공해 지금은 모두 세 마리의 팬더를 키우고 있는 미국 스미스 소니언 국립 동물원의 경우,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팬더를 보기 위해 올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스미스 소니언 국립 동물원 공보관의 말입니다.

동물원 공보관: national zoo has 2.5 million visitors a year and 80% of theses people com to see the Panda.

"저희 국립 동물원에는 일 년에 평균 2백 50만명 정도가 다녀갑니다. 이들 중에 약 80%는 팬더를 보러 온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팬더가 미국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첫 번째가 구경하기 힘든 동물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전체에서 단 4개의 동물원만이 팬더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요인은 팬더가 매우 인간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사람처럼 크고 눈가에는 귀여운 검정 테두리가 둘러져 있죠. 팬더가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아기가 앉아 있는 모양과 같습니다. 그런 면에는 사람들은 팬더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외국에서 이 정도라면, 중국에서 팬더의 인기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죠? 중국에서 팬더를 사육하는 목장에는 허가 없이 출입이 금지되며 관광객들도 일정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팬더 서식지의 환경 보호를 위해 주민들을 대거 강제 이주시키기도 합니다. 만약 팬더를 밀렵한 경우 예외 없이 사형선고를 받는데요, 1949년 중국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 살인범이 간혹 사형을 감면받는 경우는 있었어도 팬더 밀렵 범이 사형 당하는 운명에서 벗어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단둥에 사는 조선족 황미령씨는 중국인들에게 팬더는 한 마리의 동물이라기보다 보물이라고 말합니다.

"참대곰은 중국에만 살고 있고 키우기도 어려워서 국가보호를 받고 있어요. (보신적이 있나요?) 네 아주 귀여워요"

중국정부가 세계 각국에 선물한 팬더를 살펴보면 꽤 흥미 있는 사실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1984년까지 북한과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일본 프랑스 멕시코 등 9개 나라에 팬더 23마리를 선물하며 팬더 외교를 펼쳤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이 팬더 두쌍 4마리를 처음으로 선물했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두 나라 사이에 냉전을 깨뜨린 팬더 두 마리에 열광했습니다. 워싱턴 동물원에 첫 선을 보이던 날 2만명이 몰렸고, 그해 110만명이 관람했습니다. 이후에도 팬더 부부가 임신을 했거나 새끼 팬더를 낳거나 할 때 마다 미국 전체가 떠들썩해 질 정도로 화제를 뿌렸습니다. 팬더가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처럼 여겨지자 1974년 영국 히스 총리도 팬더를 선물로 요청했습니다. 또 지난 7월 홍콩 반환 10주년 기념식 때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홍콩 시민들에게 일국 양제, 한 나라 두 체제를 다시 한번 약속하며 팬더 한쌍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팬더 선물이 거부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의 경우인데요, 지난 2005년 5월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롄잔 전 타이완 국민당 당수의 회담을 계기로 중국은 팬더를 선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타이완은 정치적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평화의 사절 팬더가 갈등의 씨앗이 되어버린 경우였죠. 미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중국인 Chow씨의 설명입니다.

Chow: (Taiwan said since this animal coming from different country we have to deal with international norm.)

"타이완 정부는 당시 외국으로부터 동물을 수입하는 통상 절차를 밟아 팬더를 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반대했죠. 중국은 타이완을 자국의 영토로 보고 있기 때문에 국내절차를 받아 팬더를 주려고 했습니다. 거기서 생긴 갈등으로 결국 타이완은 팬더를 받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팬더를 선물한 곳이 북한이라는 것입니다. 평양 중앙동물원등에는 총 5마리의 팬더가 있다고 하는데요, 중국과 북한의 돈독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에 아직 소련이나 기타 동구권 국가에는 단 한 마리도 보낸 적이 없습니다.

남한에서도 한중 수교를 맺은 지 2년이 되는 1994년에 한 쌍의 팬더가 남한의 한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동물원에 임대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반환되어서 지금은 남한에서 팬더를 구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과거 무상으로 기증하던 팬더를 1982년 이후부터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이유로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고 있습니다. 임대료도 꽤 바싸서 팬더 한쌍의 대여료가 연간 200만달러, 새끼가 태어나면 60만달러를 더 내야 합니다. 또 팬더 연구와 보호 명목으로 중국에 연간 100만달러 지급해야 하는데요, 현재 미국 동물원들이 중국 정부에 지급하는 액수만 연 8000만 달러가 넘는 형편입니다. 외교 선물로 인기도 많고 짭짤한 외화 수입도 올려주고, 게다가 귀여운 외모까지 여러모로 팬더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