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문화계 결산 ➃ ‘공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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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길 걷는 뮤지컬계 일본 , 중국서 라이선스 공연 활발 - 한국 드라마 북미시장 진출 두드러져

- 공연팀 ' 옹알스 ' 데뷔 10 만에 한국 코미디 공연 최초로 웨스트앤드 장기공연 진출 쾌거

- 올해 한국문학 뒤늦은 세계적인 비상 시작

- 최근 한국 미술에 관심 보이는 외국 컬렉터들 늘고 있어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2017년 한 해의 문화계를 뒤돌아보는 시간 마련하고 있습니다.

첫 순서로 K-팝, 한국의 대중가요죠, 그리고 영화 편에 이어 세 번째 드라마에 이어 오늘 마지막 순서는 올 한 해 공연계 이모저모입니다. 또 더불어 미술, 문학계도 잠시 돌아보는 순서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로 또 저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원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2017년 문화계 결산 세 번째 순서까지 진행해 오면서 느끼는 것은 참 대단하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외국으로 이렇게까지 많이 확산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마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 여러분도 그런 면에서 가슴 뿌듯한 마음 가지셨을 것 같습니다.

꽃길 걷는 뮤지컬계 일본 , 중국서 라이선스 공연 활발

이장균 : 최근 들어 뮤지컬 공연이 많아지고 또 관객도 늘고 있습니다. 뮤지컬 하면 북한주민 여러분에게는 좀 낯설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는 북한에서는 알판이라고 하는 CD 같은 것을 통해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에 뮤지컬을 이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 그냥 뮤지컬이라는 말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우리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일본이나 중국에서 이른바 라이선스 공연이라고 해서 원작품 수출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얘기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김헌식 : 우리나라는 약 10여년 전부터 뮤지컬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작품이 크게 유행하면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창작뮤지컬이 좀 적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의 창작뮤지컬을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한 거죠. 대표적인 작품이 2005년 초연 이후 12년째 국내 소극장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창작뮤지컬 ‘빨래’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한한령중에도 중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지난 6~7월 중국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원작을 사 가서 중국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고 노래했고요 우리 제작진들이 가서 지도를 했습니다.

앞서 ‘빨래’는 2012년과 2015년 일본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을 했습니다. 2015년 초연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지난해 9월 일본 라이선스 공연에 이어 올해 9~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됐습니다.

그리고 이달 17일까지 상하이에서 재공연을 바로 이어갈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을 시작으로 중소극장 규모의 뮤지컬들이 수출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극장 뮤지컬도 해외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1,000석 이상의 대극장 창작뮤지컬 수출은 올해 1월 일본에서 공연된 ‘프랑켄슈타인’이 첫 사례입니다.

이장균 : 뮤지컬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지 않고는 현지 진출이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낯선 면이 있을 것 같아 굉장히 좀 진출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런데도 한국 작품들이 호응을 받고 있는 데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헌식 : 최근 제작되는 뮤지컬은 초기 단계부터 해외진출을 고려하며 대표적인 방법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소재를 택하고 있습니다. 외국어로 번역돼 공연하더라도 이해와 공감이 쉽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죠. 무엇보다도 실존한 인물을 뮤지컬로 옮기는 경향입니다.

‘라흐마니노프’ ‘살리에르’ ‘파리넬리’ 등 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옮기고요 또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웃는 남자’를 창작 작품으로 내 놓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 이야기만 소재로 하는 게 아니라 한국적 이야기로 인류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낸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소시민의 일상과 사랑을 다룬 ‘빨래’ 그 예인데요 한국 여성과 몽골 남성과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 사랑이야기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성공했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장균 : 역시 언어나 민족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공통분모를 끌어내면 현지에서도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공연팀 ' 옹알스 ' 데뷔 10 만에 한국 코미디 공연 최초로 웨스트앤드 장기공연 진출 쾌거

이장균 : 한편 공연팀 옹알스가 데뷔 10년 만에 한국 코미디 공연 최초로 웨스트앤드 장기공연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죠.

김헌식 : ‘옹알스’ 측에 따르면 영국 런던 웨스트앤드 무대는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이 연말 패밀리 쇼 프로그램에 초청 받게 되는데 옹알스는 12월5일부터 2018년 1월4일까지 5주간, 총35회 공연을 펼칩니다.

옹알스가 미국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양대 공연 중심지로 꼽히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는데요,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 참가 후 런던 웨스트앤드 무대로 초청이 이어진 경우는 ‘점프’ 다음으로 두 번째이며 특히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복합 프로그램 운영의 대극장 초청 형식이 아니라 코미디 전문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으로 초청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옹알스를 초청한 소호씨어터는 런던 소호 중심에 위치한 코미디, 창작극 전용 소극장으로 3개의 극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연간 27만명의 관객과 객석 점유율이 90%를 상회하는 극장으로, 영국 내에서 코미디와 창작연극 무대로는 최고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극장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 관리하는 극장으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이장균 : 옹알스는 어떤 공연단인가요?

김헌식 : 2007년 KBS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로 시작된 공연팀입니다. 옹알스는 같은 해 2007년 오사카 공연을 시작으로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를 비롯 멜버른 코미디 축제 등 세계 유수 코미디 축제에서 초청 받아 19개국 39개 도시에서 공연 했고. 국내 공연까지 합하면 약 2500회의 공연을 해왔습니다.

개그맨으로 구성된 코미디 공연팀 '옹알스'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2010년, 2011년 2년 연속 별 5개의 최고 평가와 2014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디렉터 초이스를 수상했으며 올해 열린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베스트 코미디 위너'상을 받았습니다.

공연에서 '옹알스'는 대사없이 옹알이와 저글링, 마임, 비트박스, 마술 등으로 구성된 상황극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문학 뒤늦은 세계적인 비상 시작

이장균 : 지금까지 주로 대중문화 쪽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만 이번에는 정통문화랄까요, 우리의 문학과 미술 쪽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한국 문학이 뒤늦은 세계적인 비상을 시작 했다죠?

김헌식 :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거머쥔 한강(47)의 '채식주의자' 이후 한국 문학을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문학상 수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들어 잇달아 낭보를 알려온 곳은 문학의 본고장인 유럽,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입니다. 최근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제20회 말라파르테(Malaparte)'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솔 벨로(1984)와 네이딘 고디머(1985)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2명이나 배출한 이탈리아의 저명한 문학상입니다.

지난 3월에는 이정명 작가가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별을 스치는 바람'이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문예지 '뉴요커'에서는 지난 7월 10일자 판에 편혜영(45)의 단편 '식물 애호(Caring for Plants)'를 금주의 소설로 선정하고 인터뷰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슈에이샤가 발간하는 문예지 스바루 10월호의 번역문학 특집에는 정이현(45)의 단편 '영영, 여름'이 소개됐습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지난해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최고의 추리소설 '톱10' 중 9위에 올랐고,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번역·출간됐습니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영국 워터스톤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또김언수의 '설계자들'은 지난해 '프랑스추리문학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 다.

이장균 : 올 한해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상을 많이 받았군요. 이렇게 우리 문학도 어느 나라 문학 못지 않게 우수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해외에서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만 이런 데는 번역이 제대로 잘 되지 않은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엉터리 번역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죠. 기억나는 예로는 한국 전통의 주막을 그냥 인(inn)으로 번역해서 미국 사람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주막을 미국의 어느 도시 길거리에 있는 ‘인’ 으로 연상하게 만들게 해버렸죠.

결국 나중에는 주막을 그냥 Jumak 영어로 쓰고 주석을 따로 달긴 했습니다만 사실 어렵기 어렵죠. 그래서 번역을 잘못하면 반역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최근 해외 쪽에서 우리 문학이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 데는 자발적으로 해외에서 한국 작가를 찾는 번역가들이 많은 덕분이라는 얘기도 있네요.

김헌식 :네, 최근 원어민 출신 '베테랑 번역가 풀'이 구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버라 스미스를 비롯해, 편혜영의 소설을 미국에 소개한 소라 김 러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번역한 재미변호사 겸 번역가 김지영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강의 경우 '소년이 온다'는 '채식주의자' 수상 직후 두 번째로 영미권에 소개된 소설입니다

데버라 스미스 영역본을 바탕으로 제3의 언어로 번역되면서 이탈리아에서도 수상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소설은 한국문학번역원 출판지원사업에 선정돼 이탈리아 출판사 아델피에서 최근 출간됐습니다.

국내 작가에게 가장 높은 벽이었던 영미권에서는 한국 소설의 출간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혜영의 '홀'이 미국에서 8월 초 출간된 데 이어, 신경숙의 '리진'도 내년 가을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우선 해외 독자들에게 상업적으로 인정받는다면, 한국 문학에 대한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분들이 전문번역가가 아니고 현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어서 오히려 현지에 맞게 번역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현지 출신의 원어민 번역가들이 얼마나 뒷받침 해주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 작품이 노벨상까지도 연결되는 그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한국 미술에 관심 보이는 외국 컬렉터들 늘고 있어

이장균 : 마지막으로 미술계 쪽을 간략하게 살펴 보겠습니다. 최근 한국 미술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컬렉터들, 그러니까 미술작품 수집상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헌식 : 지난 11월 홍콩에서 한국 작가들의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의 유망 작가 13인을 소개한 특별 섹션에 선보인 작품이 모두 낙찰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작품이 경합 끝에 추정가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국내 미술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메인 경매에 등장한 한국 작가는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등으로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한국미술의 단색화 열풍이 꾸준한 인기를 보임을 증명했습니다.

한편 3~40대 작가들 사이에서 중견 작가로서 자리한 김근태의 유화 는 메인 경매에 나온 단색화 1세대의 작품과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작업으로 이번 경매에서 유화는 25만 홍콩달러(3천6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포스트 단색화 계열의 작가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젊은 작가와 단색화 1세대 사이의 연결고리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장균 : 올해는 이런 추세가 남미까지 확산 되었다죠?

김헌식 : 그 동안 한국 작가들의 해외 미술시장 진출은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과 미국, 유럽 등에 국한돼 있었는데요, ‘미술 한류’를 거론하기에 아직 미진한 상태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브라질, 페루,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의 미술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한국미술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에서 남미는 폭발하는 생명력과 강렬한 열정이 가미된 작품으로 미술 애호가들에게 환영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작가들도 이런 쪽으로 관심을 갖고 진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장균 : 네, 2017년 한 해의 문화계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네 차례에 걸쳐 마련했습니다. K팝, 영화, 드라마에 이어 오늘 공연, 문학, 미술까지 함께 살펴봤는데요, 문화를 즐기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북한과 남한을 비교해 보면 금방 잘 드러나죠. 북한주민 여러분도 남한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북한에도 한류 바람이 분다, 한류가 스며들고 있다 이렇게 얘길 하는데 사실 같은 민족끼리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표현이 참 어색하고 답답합니다.

그만큼 북한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철저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같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교수님, 이제 새해에 뵙게 되겠네요,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고요, 새해에도 다양한 문화계 소식 들려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네 차례에 걸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이장균 : 지금까지 문화평론가이시고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이신 김헌식 교수님이었습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한 날들 되시길 빌겠습니다.

새해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