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첨단 한반도> 이규상입니다. 오늘은 '첨단'과는 조금 거리가 먼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주식은 쌀입니다. 그렇다면 밥 이외에 두 번째로 많이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바로 라면입니다.
오늘 첨단 한반도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한국의 라면얘기를 전해드립니다. 먼저 한 주간 들어온 과학기술 소식들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남극의 빙붕이 빠르게 녹고 있다고 미국의 지질조사국이 경고했습니다. 빙붕은 남극 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얼음 층인데요. 이 빙붕은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것이 사라지면 남극의 빙하가 그만큼 더 빨리 녹는다고 합니다. 지구 전체의 빙하 중 90%이상이 남극에 있는데요. 만약 이 남극의 빙하가 다 녹아 버린다면 해수면의 높이가 65미터에서 73미터 가량 상승 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는 전 세계 환경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 대표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엔 환경계획이 최근 공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2도씨 이내로 막으려면 오는 2050년까지 매년 온실 가스 배출량을 3%가량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바다에 널려있는 해초에서 비행기 연료를 뽑아낸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은 최근 해초에서 제트연료를 뽑는 실험을 마치고 대량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해초에서 에탄올을 축출하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경제성이 문제가 되서 지금까지는 기술이 널리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이러한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초농장을 만들고 또 대량 정재 시설을 만들어 값싼 에탄올 연료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에탄올은 옥수수나 콩과 같은 작물에서 축출해 왔는데요. 곡물가격 인상과 식량난 문제 등으로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식량문제에 영향이 없는 해초나 다른 폐기물에서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 실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과 중국도 곡물의 줄기나 농업 폐기물 등을 이용한 에탄올 생산연구에 뛰어 들어 대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철강 그리고 조선 등 남한 주력 산업들이 해외경쟁업체로 부터 빠른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의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대량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어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또 남한의 삼성과 LG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LCD 즉, 액정화면 분야도 대만의 기업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대만의 기업들이 중국과 손잡고 세계 액정화면 시장에 뛰어 들어 남한 기업들의 시장점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산 효율성이나 기술력 분야에서는 남한이 우위를 지키고 있어 외국 경쟁업체들이 남한을 누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 한 주간 들어온 과학 기술 소식들이었습니다.
세계라면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남한 사람들이 먹는 라면 수는 연간 36억 개 입니다. 인구 한 명당 1년에 75개의 라면을 소비한다는 말입니다. 전 세계에서 남한 사람들만큼 라면을 많이 먹는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라면이 '국민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라면이 처음 개발된 곳은 일본입니다. 2차 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은 한국전 이후 남한 만큼이나 어려웠다고 합니다. 라면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일본 닛신 식품의 안도 모모후쿠 회장인데요. 안도 회장은 배고픈 일본 사람들을 위해 당시 미국으로 원조 받은 밀가루를 이용해 즉석 라면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맛있는 라면을 개발하려고 1년여 동안 노력을 하다가 아내가 튀김을 만드는 것을 보고 면을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즉석 라면을 개발하게 됐다고 합니다.
라면이 남한으로 건너온 것은 1963년 입니다. 한국 전쟁이후 폐허가 됐던 남한에는 굶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한 최초의 라면회사인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은 한국에 배고픈 사람이 없게 하겠다며 라면 개발에 뛰어 들었습니다. 1963년 봄, 일본 묘조 식품의 오쿠이 키요스미 사장은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었다며, 그 은혜를 갑기 위해 전중윤 사장에게 라면생산기술을 무료로 전수했습니다. 그 때 부터 라면은 한국 사람들의 식생활을 크게 바꿔 놓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남한의 대표적인 라면회사는 농심 인데요, 농심은 '신라면'이라는 제품을 내세워 한국의 맛을 전 세계 곳곳으로 퍼뜨리고 있습니다. 농심 아메리카 홍보팀의 이용훈 차장은 일본에서 건너온 라면이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용훈: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농심은 남한 라면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면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용훈 차장의 말입니다.
이용훈: 북미 지역만 따져 본다면. 흔히 말하는 아시안 권 즉 교포시장과 중국 시장 그리고 메인시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직까지 크게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국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늘어나는 수요와 보다 신선한 라면을 외국인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이제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 직접 라면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심이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라면은 '신라면'인데요 한자로 매울 '신'으로 매운 라면이라는 뜻입니다. 신라면은 미국의 웬만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매운 라면이 처음부터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아닙니다.
이용훈: 한국의 고유한 매운맛을 바탕으로 맛을 소개하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시식을 하는 행사를 많이 했다. 2000년대 초반에 농심이 잘 알려지지 않고 또 매운맛에 대한 선호도도 없을 때는 내무 맵다며 못 먹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심은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이제는 고기성분을 뺀 '채식라면'을 개발해 이슬람권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에 음식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할랄'이라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은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라면국물을 만드는 수프에 육류나 어류를 넣지 않은 제품을 농심이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에 이슬람 인구가 15억 이상인 것을 감안 할 때 세계라면 시장 점유에 큰 몫을 할 것으로 농심 측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개발된 라면이었지만 먹고사는 걱정이 없어진 남한 사람들은 아직도 라면을 즐겨 찾고 있습니다. 한 봉지에 불과 미화 50센트에 불과한 라면은 돈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 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호식품 중에 하납니다. 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여러 얘기가 나돌아도 건강식품만 골라 먹는 까다로운 남한 사람들도 라면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라면의 소비량은 점점 늘고 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을 때 마다 남한의 민간단체들은 구호식품으로 라면을 많이 보냈습니다. 비록 일본에서 건너오기는 했지만 라면은 어려울 때 배고픈 배를 채워주고 가까운 친구와 나누는 한국 사람들의 국민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첨단 한반도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