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7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왔는데요.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남한에서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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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지난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박소연: 물어보시니까 벌써 한숨부터 나오네요.
노재완: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박소연: 북한말로 유혹의 바람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노재완: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박소연: 요즘 한국 언론에 많이 나오잖아요. 가상화폐요.. 제가 얼마 전까지 가상화폐에 꽂혀서 한참을 여기에 빠져 살았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소연 씨도 가상화폐에 투자하셨나 봐요?
박소연: 네, 저는 크게 투자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개미 투자자입니다. 약 반년 동안 했습니다.
노재완: 정말요? 어떻게 가상화폐에 투자할 생각을 다 하셨어요?
박소연: 저는 작년에 같이 일하는 친구가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에 투자해보라고 권해서 호기심으로 해봤습니다. 이 친구는 일할 때 컴퓨터 2개를 켜 놓고 일하는데요. 1대로는 일하고 또 다른 1대로는 무슨 그래픽 같은 것을 켜 놓고 뭔가를 계속 팔고 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뭐 하는 거냐고요. 그랬더니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거라고 설명하더라고요. 그분은 원래 대학 때부터 투자 같은 것을 잘했던 분이고 또 이런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며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니까 진짜 돈을 벌더라고요. 노 기자님은 옆에서 누가 계속 돈을 벌고 있으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아요?
노재완: ‘나도 한 번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은데요.
박소연: 우리 좀 더 솔직해집시다. 배가 아프지 않겠어요.
노재완: 알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질투가 날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소연 씨는 얼마 투자하셨어요?
박소연: 처음엔 3백만 원, 미화로 3천 달러 정도 투자했는데요. 운 좋게 두 시간 만에 100달러를 버는 거예요. 이렇게 재미를 보니까 저도 모르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2천 달러를 더 투자해서 모두 5천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노 기자님, 결과는 어땠을 것 같아요?
노재완: 서두에 마음 아파하신 것을 보니까 돈을 좀 잃었을 것 같은데요.
박소연: 네, 맞아요. 욕심이 불어나면 터진다고 하잖아요. 투자한 지 10분 만에 돈을 벌어보세요. 아마 누구라도 이런 욕심이 생길 거예요. 바로 그게 문제였습니다. 그때부터 이틀이 지나도 화폐는 오르지 않고 도리어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서 돈을 계속 잃는데 진짜로 미치겠더라고요.
노재완: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박소연: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만회하기 위해서 다시 500만 원 어치를 더 샀어요. 결국엔 총 1천만 원을 투자한 셈이죠. 미화로 1만 달러를 투자한 건데요. 결국엔 10% 정도 손해를 봤습니다.
노재완: 그래도 많이 잃은 건 아닌데요.
박소연: 그런데 그걸 며칠 안에 잃은 거예요. 처음 10만 원을 벌 때는 기분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좋았는데 100만 원을 잃으니까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비트코인을 몰랐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서 그냥 투자금을 다 빼면 한 달 월급과 맞먹는 돈이 날아가게 생겨서 계속 기다렸죠. 오르기만을.. 그러니까 조금 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또 내려가고.. 계속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예요. 다행히 나중엔 본전을 거의 찾긴 했는데요. 그동안 여기에 신경을 쓴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아깝죠. 거기에 빠졌던 3~4개월 동안 다른 데 가서 차라리 돈을 벌었으면 적어도 400~500만 원은 벌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에 사람들과 교제도 하고 자기계발도 했겠죠.
노재완: 맞아요. 그런 것에 너무 집착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요.
박소연: 투자하는 동안 솔직히 저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밤이 되면 또다시 내려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자다가 깨어나고.. 그야말로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가상화폐 하나가 저의 하루 기분을 좌지우지했다고 봐야죠. 오르는 날은 웃음을, 내려가는 날은 눈물을 선사했으니까요..
노재완: 뭔가 투자를 할 때 아니다 싶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손을 떼는 게 상책입니다.
박소연: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나요. 특히 고액 투자는 도박과 같아서 돈을 잃으면 정신을 잃고 만회할 마음에 계속 투자하고.. 공짜라는 단어는 이렇게 처음에는 달콤하게 다가오지만 결론은 인간의 정신을 희미하게 하고 육체를 못 쓰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노재완: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도 돈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것에 관해 설명해주지 않나요?
박소연: 하나원에서도 대출과 투자에 대해 설명은 해줍니다. 또 주의해야 할 점도 안내해주고요. 정확한 파악이나 상식이 없이 투자했다간 빚더미에 올라선다는 설명도 들었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주변의 유혹이 있으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우리 탈북민들은 한국에 온 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도 도와주고 아이도 키우고 가정도 유지하다 보니 돈에 대한 간절함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는 마음도 어느 정도 생깁니다. 5년 전에도 높은 이자를 준다고 탈북민들을 유혹하여 돈을 받은 뒤 외국으로 달아 난 사례도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스스로 반성도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