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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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5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10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17평보다 더 큰, 그것도 2012년도에 지은 아파트여서... 산이 마주 있어서 공기가 너무 좋고. 아파트 14층인데요...

소연 씨가 새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남한에 와서 처음 받았던 방 하나짜리 작은 아파트를 반납하고 크기가 2배나 되는 새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목소리 톤이 두 배는 높아졌고 자다가도 웃을 것 같이 좋아하네요.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소연 씨의 기쁨, 함께 들어주시죠. 두 배로 청취자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세상 밖으로> 소연 씨의 이사 얘깁니다.

박소연 : 제가 이번에 들어간 집은 국가에 30년 동안 장기 전세를 든 것입니다. 30년 지나고 내 나이 70살이면 아들이 어떻게 해주겠죠. (웃음)

문성휘 : 그 때 되면 또 그 아파트를 팔아줄 겁니다.

진행자 : 아, 요즘은 그렇게 팔아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신 탈북자들은 원하면 더 연장해서 그 아파트에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박소연 : 그런데 남한의 아파트 30년짜리도 북한에서는 고급입니다. 제가 원래 살았던 그 집도 북한의 도당 책임비서도 그런 집에서 못 삽니다. 손가락으로 수도꼭지를 돌리면 더운물, 찬물 나오는 집이 북한에 어디 있습니까?

문성휘 : 그렇죠. 여기서 한 가지... 남쪽은 사람들마다 집에 대한 인식이 다 다릅니다. 아파트를 재산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능력이 돼도 일부러 전세만 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북한에는 집 그 자체가 엄청난 재산입니다.

진행자 : 문 기자가 지금 말하는 것은 요즘 젊은 사람 중에 일부의 얘기이고 아직까지 60-70%의 남쪽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재산은 집입니다.

문성휘 : 근데 지역과 땅값에 따라서도 달라요. 어제 텔레비전을 보니까 한국에 제일 싼 집이 영광군에 있는데 8만 7천원... 단층집이랍니다. (웃음)

진행자 : 그렇지만 요즘 남쪽에선 서울 아파트의 경우, 1평 즉 3.3 제곱미터당 가격이 평균 1천 5백만 원, 달러로 1만 5천 달러 정도입니다. 정말 비싸죠...

박소연 : 근데 집이 재산이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봐요. 북쪽도 같습니다. 옛날에는 부모들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사회적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사회가 너무 살아가기 힘드니까 자식들이 부모를 공양하기 참 힘듭니다. 남쪽도 부모들을 모시고 싶지 않아하는 젊은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남한에는 그런 보험이 요즘 나왔던데요. 지금 사는 집을 담보로 보험사와 계약을 해서 매달 생활비를 타 쓰는 겁니다. 그리고 사망하면 보험사가 집을 가져가는 것이죠. 죽을 때까지 내 집을 쓰고 살면서 생활비도 받을 수 있고 자식들에게 손을 안 내밀 수 있고... 저는 보면서 바로 저거야 싶더라고요. 자식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잖아요?

진행자 : 주택 담보 연금이라고 하죠? 민간 기업에서 하는 지는 몰랐는데요. 국가에서 하는 공기업에서는 시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성휘 : 민간에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에서 주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신뢰가 떨어지고 돈도 좀 적습니다.

박소연 : 아니, 문 기자는 모르는 게 뭡니까!! (웃음) 저는 저만 아는 줄 알고 배워줄려고 했는데요...

문성휘 : 저도 이사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웃음)

진행자 : 이사하기 전에 소연 씨가 계획이 굉장했습니다. 이것도 마련하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고... 살림 좀 장만하셨습니까?

박소연 : 제가 좀 악순이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쓰던 낡은 세탁기를 다시 중고 상품 상점에 팔아보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돈을 좀 얼마라도 받아보려고요. 근데 우리 집 세탁기 와서 보더니 안 가져가겠답니다. 언제 나온 건지 아느냐? 1998년도 생산된 제품이라고...(웃음) 공짜라도 안 가져 간다고 해서 팔을 붙들고 부탁해서 그냥 가져갔습니다. 그래도 있던 텔레비전이랑 냉장고 팔아서 20만원을 쥐었어요. 그래서 그 돈으로 이사하고 이삿날 짜장면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물건이 비싸다고 예쁜 것은 아니더라고요. 생각했던 돈에 절반도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다 놓았어요. 그 중에서도 우리 아들 소원이 구부러진 텔레비전 보는 것이라고...

진행자 : 구부러진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뭡니까?

문성휘 : 커브드 텔레비전... 화면이 약간 구부러진, 화면이 원형으로 나오지 않습니까?

박소연 : 화면이 구부러져서 가운데 화면이 집중도가 높다고... 이게 뭔 소리인지. (웃음) 하여튼 알아보니 너무 비싼데 아들 축구단 학부모형이 알려주더라고요. 상점에 가면 전시해 놓았던 상품을 싸게 파니까 한번 물어보더라고요. 진짜 있더라고요. 55인치... 이 정도면 소형 영화관입니다. 4개월 전시해놓았던 상품인데 반값으로 해서 1백3십만 원.

진행자 : 1천 3백 달러 정도 주신 거네요.

박소연 : 그렇죠. 그리고 10개월 무이자 할부. 열 달 동안 이자 없이 나눠 갚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나니까 제가 많이 다니고 머리도 많이 썼습니다.

진행자 : 그러니까 제일 힘주신 것은 아들의 소원인 텔레비전이네요.

문성휘 : 그 텔레비전이 금방 나온 게 3년 정도 됐는데 지금은 값도 많이 내리고. 세상이라는 게 너무 빨리 변해서... 우리 집 텔레비전도 제가 살 때 제일 좋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텔레비전 화질의 6배 정도 더 좋아진 텔레비전이 나오거든요.

진행자 : 새로운 상품이 나와야 사람이 구매를 하니까 계속 개발된 상품이 나옵니다.

문성휘 : 근데... 6배 더 화질이 좋아졌다지만 사람의 눈이 그걸 느끼지 못 한 답니다. (웃음)

박소연 : 아니, 그리고 세상에... ! 어떻게 텔레비전을 벽에 붙일 수 있습니까?

문성휘 : 워낙 다 벽에 붙이지 않아요?

박소연 : 저는 남한에 와서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도 텔레비전은 예쁜 단 꼭대기에 올려놓고 보자기 하얀 레이스 달린 것을 씌우고... 좀 더 놀란 것은 벽에 달린 텔레비전의 각도를 조절을 해요. 식탁 쪽으로 이렇게 돌려서 볼 수 있어요... 세상에! 이걸 남한에 와서 4년 만에 알게 됐네요.

진행자 : 소연 씨 정말 천지 개벽하셨네요. (웃음) 근데... 아들을 위해서 텔레비전을 사셨는데 소연 씨를 위해서는 마련한 것이 없으십니까?

박소연 : 저는 식탁이 제일 좋고요. 제 방이 생겨서 좋습니다.

진행자 : 저도 살면서 이사를 몇 번 했지만... 이사는 하면 할수록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살림을 장면하면서 어떤 새로운 물건이 있나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돈 거래나 계약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요. 소연 씨는 이번에 이사하시면서 공부 좀 하셨습니까?

박소연 : 아... 나라에서 돈을 꾸는 법을 배웠습니다.

진행자 : 대출.

박소연 : 네,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이자 돈입니다. 아니 그러다가 제가 그 돈 갖고 뛰면 어떻게 하려고 돈을 막 꾸어주네요.

진행자 : 안 뛸 것 같았나봅니다.

박소연 : 지금 들어가는 집이 원래 살던 집보다는 좋은 집이기 때문에 보증금을 내야 합니다. 6천만원... 6만 달러 정도입니다. 북한 돈으로는.... 5억 정도가 되네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작은 돈 아니죠.

박소연 : 그렇죠. 가서 상담을 했는데 일 년에 이자가 2.74%입니다. 놀랄 정도로 싸요. 북한에는요, 돈 빌릴 곳도 없지만 제일 작은 이자가 10%입니다.

남쪽은 몇 년 사이 집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인민들의 가장 큰 재산인 집값을 떨어지지 않게 또 경기 부양을 위해 국가에서 대출 금리를 낮췄고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집값 특히 아파트 값이 더 비싸졌습니다.

북쪽의 이자는 남쪽에서는 사채라고 불릴만큼 비싼 데요. 남쪽은 빌려주는 주체가 국가와 은행이 되는데 비해 북쪽은 개인들이니까 말하자면 대출과 '리자돈' 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연 씨가 이번에 돈 빌리는 공부를 많이 했다는데, 남쪽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대출을 받고 또 갚고 있는지 그 얘기, 다음 시간에 해보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