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시간이 참... 나는 3년 전에 아들 손목 잡고 지금 졸업하는 그 학교에 갔을 때 애가 머리를 안 드는 겁니다. 선생님들이 뭐라고 물어보는데 자꾸 북한 말씨가 나오니까 말을 안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아들은 그 때 정말 도살장에 들어가는 소 같았어요...
그랬던 소연 씨의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세월 참 빠르죠. 소연 씨 아들의 졸업은 말할 것도 없고... 1월이 벌써 끝나갑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졸업식 얘기 오늘 마지막 시간입니다.
=============================================
진행자 : 그런데 북한에서 처음 오면 왜 그렇게 주눅이 들까요?
문성휘 : 북한 사회는 모든 게 눌리는 시스템입니다. 례하면 농장원들. 리장이 누구를 불렀다... 북한은 농촌은 아직까지 휴대전화라는 게 없으니까 굉장히 복잡하죠. 심부름 하는 사람들이 한 십리를 뛰어가서 그 사람을 찾아 초급당 비서가 너를 찾는다... 전합니다. 그 다음엔 이거 무슨 죽을 죄를 지었나... 걱정이 되고 사무실 들어갈 때 눈도 마주 못 봅니다. 그리고 조직 지도부 같은 곳에 들어가면 새파랗게 젊은 게 환갑이 넘은 기관 책임 비서에게 야! 이 새끼야 눈 똑바로 떠! 그럽니다. 뭔가 잘 못 하면 보름씩, 열흘씩 사상 비판이라는 걸 하는데 비판서를 써서 이렇게 바치면 보지도 않고 다시 써! 10번씩 다시 씁니다... 이렇게 되면요. 기가 죽어서 벌벌 떨고요... 펜을 쥔 손이 벌벌 떨립니다.
진행자 : 그래서 인지 어떤 분들은 지나치게 기가 죽어있고 반대로 어떤 분들은 또 너무 기세등등하십니다.
문성휘 : 네, 솔직히 그런 사람들, 여기 와서 초기 몇 년 동안 힘들어합니다. 왜 권력도 도박과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나는 북한에 있을 때 승용차 타는 대상 근방에도 못 갔다, 휴대 전화라는 것은 손에도 못 쥐어봤다. 그래도 나는 리당 위원장이었고 리의 사람들 내가 오라면 벌벌 기어서 왔다. 내가 큰소리치면 누구도 찍소리 못 했다. 그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여기 갑자기 와서 평범해지는 순간! 아마 정신이 아찔할 겁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그쪽에서도 정말 평범했던 분들은 어떨까요?
문성휘 : 사실 좀 과도하게 인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을 도덕, 윤리를 생각을 안 하고 과도하게 해석해버리는 겁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지켜야할 의리, 남과의 관계, 공중도덕...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자본주의, 민주주의 내 하고픈 대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식해버리면 그렇게 오버하게 되는 것이죠.
진행자 : 오버 안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들은 어떨까요?
문성휘 : 소연 씨 같은 사람!
진행자 : 문 기자 같은 사람! (웃음)
문성휘 : 그렇죠. 그런데 저도 처음 남한에 와서 사람들 얼굴 똑바로 잘 쳐다 못 봤습니다.
진행자 : 근데 문 기자는 북한에서 직업도 나쁘지 않았지 않습니까?
문성휘 : 에이고... 그래도 그렇습니다.
박소연 : 근데 문 기자도 보면 그렇게 성격이 쾌활하지가 못 해서...
진행자 : 그렇죠. 아스피린 타 먹은 인상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웃음)
문성휘 : 그런가요? (웃음)
박소연 : 그건 가끔 타 먹은 인상이고요...(웃음) 자기는 자기를 모른다지만 나는 지금도 참 여기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자식 때문이라도. 어제 저녁에도 아들이 고등어를 좋아하는데 북한에서 고등어를 먹으려면 돼지고기 더 비싸거든요. 마트에 가니까 할인을 해서 팔아요. 두 마리에서 팔뚝만한 거 4천 5백 원에 두 마리 사서 그걸 한 마리씩 구워주는데요. 아이가 그걸 막 먹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동해 바다의 물고기를 냉장고에 넣어놓고 생각날 때 아이한테 먹일 수 있는 곳에 사는구나... 그리고 애가 3년 전에 왔을 때 쳐진 그 어깨가 다 올라갔어요! 어깨가 쫙 벌어지고. 쳐다보고 그런 생각도 합니다. 얘가 북한에 있었으면 키가 과연 얼마나 자랐을까, 쟤가 저렇게 좋아하는 볼을 찰 수 있을까? 집을 지켰겠죠.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감정이 축축합니다...
진행자 : 이 방송이 나갈 때는 2017년일텐데요.
박소연 : 세상에...
진행자 : 감사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감사한 일이 아니겠나 생각이 되는데요.
문성휘 : 1년을 마무리 하며... 두 분이 앞에서 불편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얘기 많이들 하셨는데요. (웃음) 저는 제일 행복했던 게 그거네요. 이 자리에 앉아있었다는 거. 그래서 뭔가 내 목소리를 누군가가 들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고 내가 그 누군가의 간섭도 받지 않는 내 속의 솔직한 얘기를 했다는 것. 이게 내 1년 총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소연 : 그러게요. 우리가 5년 째 앉아서 이렇게 처음처럼 두서없이 말하고 있는데요.
진행자 : 저쪽에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요. (웃음)
박소연 : 누가 단속을 안 해 너무 좋아요. (웃음) 니 그런 말 하면 잡아간다 이런 소리 안 해서 그게 좋습니다.
문성휘 : 원고지라는 걸 보면서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읽는 게 아니라 또 좋고.
진행자 : 근데 저희 잡혀갈 얘기 많이 안 해요.
박소연 : 그렇죠. 우리 아주 안 잡혀갈 소리만 하죠. (웃음)
진행자 : 지난 한 해 뭔가 해냈다 하시는 분도 계시고 안 그런 분도 계시겠지만 일단 저희가 그렇게 한 해를 또 버터냈다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거면서 매주 이렇게 인사하는 분이 있는데요...
문성휘 : 살아 있으면 또 만나겠지!
진행자 : 네, 살아서 2017년, 2018년 계속 만나요.
박소연 : 좋은 말입니다.
=======================================
음력설이 코앞입니다. 북쪽도 요즘은 음력 설도 쉬던데요. 남쪽도 긴 연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의 휴일도 반갑지만 1년의 시작을 두 번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습니다. 1월 1일 다졌던 다짐이 느스해졌다면 음력 1월 1일, 두 번째 시작을 준비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여기깝니다. 지금까지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