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전화를 해서 그 사람이 알려주는 계좌에 돈을 보냈습니다. 이게 단 며칠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남한에 온 탈북자치고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 한번 안 보내본 사람 없고요. 또 송금 사고 한번 안 당해본 사람도 없습니다. 소연 씨도 명절 전에 당장 돈이 급하다는 오빠의 부탁에 돈을 보냈다가 돈을 허공에 날릴 뻔 했습니다. 돈이 필요한 그쪽 사정도 급하겠지만 보내는 이쪽의 사정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인데요. 그 속사정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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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휘 : 보낸 돈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미쳐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보낸 돈은 돌아보지 말아라, 그리고 많이 도와주지 말아라... 애초에 저는 도움을 끊은 지 오랩니다. 그때 전화 번호를 바꿨습니다.
진행자 : 굉장히 큰 결심이셨을 것 같은데...
문성휘 : 왜냐면 도와주면 끝이 없습니다. 자기 절로 일어서질 못 하고...
박소연 : 다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문성휘 : 주변에 있는 탈북자들, 가족들에게 돈을 보낸다고 할 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 제 팔자다. 돈을 보내서 거기서 잘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아무리 보내도 못 사는 사람은 못 산다.
박소연 : 아... 저 정말 공감합니다.
문성휘 : 이렇게 말하면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요. 사실 이 분단 상황에서 우리가 누굴 어떻게 마음껏 도울 수 있으며 또 그들을 돌볼 수 있을까... 저는 애초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 문 기자가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겠지만 들으시는 분들은 서운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문성휘 : 서운하죠... 하지만 돈을 보내다 걸리면 가족들이 또 엄청나게 끌려다녀요.
박소연 : 받은 돈보다 더 들어가는 수도 있고요.
문성휘 : 그래서 이젠 시끄럽다. 너도 나도 다 고통을 겪는다, 차라리 내가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솔직히 북쪽에 돈을 보내는 선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이 사람들이 단순히 남한에서 보내는 돈만 거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에 간 북한 사람들도 이제 가을철이 되면 가족들에게 돈을 보냅니다. 러시아에 간 노동자들 한 달에 3천 달러 정도 번다는데 근데 여기서 노동자들에게 300달러도 제대로 안 줍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다 아프면 약을 준다면서. 그러니까 그 돈만 받아서는 가족을 돕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기가 쌀은 많거든요. 그걸로 술을 뽑아 현지인들에게 팔고 가을이면 들쭉 같은 것도 뜯어서 팔고. 그렇게 모은 돈을 원동 지방에 가면 중국 사람이 더 많다는데 그 사람들과 연계해서 북한에 돈을 들여보냅니다. 그렇게 선이 다양하니까 북한으로써도 다 추적하기 어렵고...
진행자 : 그런 사람들의 돈을 다 받아서 넘기니 선이 점점 복잡해진다... 이 말인가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절대 많이 보내면 안 되고...
진행자 : 돈을 보내다 문제가 생기면 찾기는 더 어렵겠어요.
박소연 : 그냥 둥 뜨는 거죠.
문성휘 : 근데 문제는... 북쪽 사람들은 이 복잡한 관계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그저 보내면 30프로 뗀다... 이것밖에 모릅니다. 여기서는 돈을 펑펑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데... 밥 먹고 잠 자고 이렇게 사는 건 인간 세상 어디고 다 같으니까 벌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못 사는 것이고 벌지 않으면 북한에서도 못 산다.
박소연 : 저도 문 기자님이 말씀에 어느 정도 동감하지만 저는 북한에 돈을 보내는 이유가 늙으신 부모님 때문입니다. 제가 거의 4년째 보내는데요. 그 동안 정말 간절히 그 기도만 했습니다. 제발 돈 가기만 해라, 그럼 우리 아버지 강냉이 밥이 이밥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보냈어요. 솔직히. 근데 이렇게 동생이 돈을 보내면 좀 번하게 살면 좋잖아요. 여기서 보내는 돈이 적은 돈은 아니잖아요? 4천원이면 다 떼고 4천원이면 북한에서 입쌀 한 톤 값입니다. 그게 1년에 4번을 갑니다. 근데 맨날 전화 올 때는... 아파서 어디 쓰고 어디 쓰고, 장사 밑돈 해야겠는데 돈이 없고. 3년까지는 저도 정말 아무 불만이 없었는데요. 이제 4년 째 접어드는데 단 한번이라도 야... 그래도 이제 밑돈 해가지고 우리 이제 어느 괴도에 올라섰다... 이 소리 한번만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요, 이 사람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진행자 : 설마요.
박소연 : 그게, 제 눈앞에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면 거짓말도 진짜로 느껴지지만 떨어져 있어보세요. 그리고 북한에 있는 돈을 중계하는 거간꾼들 자체가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못 산다 해라! 구멍난 바지 입었다 해라! 굶는다 해라! 그래야 남조선에서 돈이 온다... 이렇게 세뇌를 한 답니다. 그래야 자기네가 중간에서 중간비를 먹지 않습니까. 내 핏줄이라도 너무 그러니까 못 믿겠고 내가 보낸 돈으로 잘 산다 해야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사기까지 당하니까... 그래도 며칠 지나면 아직 부모님들 살아계시니까. 울며 겨자먹고로 또 보냅니다. 그냥 무사히 가기만을 기도하면서요.
문성휘 : 조금 기다리세요. 세월이 발전하고 있으니까 이제 무인 자동차, 드론, AI라고 인공 지능까지 나오니까 서울에서 비행기 휙 날리면 무인조정기가 고향집 앞에 착 내릴 때가 올 겁니다. (웃음)
진행자 : 왜요? 차라리 강 앞에서 돌에 돈 묶어 던지는 게 빠르겠네요. (웃음)
박소연 : 아니 근데 이거 하나 좀 대조되는 사실 하나 있습니다. 저도 사실 이게 진심을 아니죠. 가운데서 애나고 가운데서 간절한 마음이 배신을 당해 화나가서 그러는데요... 우리 아들은 북한에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촌형이 있는데요. 얼마전에 찾았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답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면 뭘 줄꺼냐 물었더니, 돈을 준 답니다. 첫마디에. 돈도 없잖아? 은행에서 꿔서 줄 거야. 많이 줄 거야. 제가 그 말을 듣고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거기가 애도 기억할만큼 그렇게 힘들었던 곳인데, 저는 애한테 사탕이나 먹을 걸 주겠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돈이 랍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어요. 애만도 못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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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운하고 섭섭했던 것이지 미운 건 아니었습니다. 돈을 보내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사실 미안함이 큽니다. 두고 떠나 온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그런데 돈을 보내다보면 어느 순간, 돈을 보내는 것도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사고와 실망과 서운함을 겪고 나면 다들 하게 되는 결심이 있습니다.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 함께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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