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의 딜레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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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전화를 해서 그 사람이 알려주는 계좌에 돈을 보냈습니다. 이게 단 며칠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소연 씨는 명절 전 당장 급하다는 오빠의 부탁으로 돈을 보냈다가 돈을 허공에 날릴 뻔 했습니다. 남쪽에 온 탈북자들 중에 이런 송금 사고 한번 안 당해본 사람은 없는데요. 사람도 자유롭게 들고 나기 힘든 곳, 돈이라고 쉬울 리 없습니다.

오늘 북쪽으로의 송금 얘기, 마지막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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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 거짓말 같은 얘기인데요. 제작년에 북한에 비가 많이 왔어요. 특히 저희 고향에요. 저 탈북하기 전에도 비가 오면 아버지가 항상 지붕에 올라 수리를 하셨어요. 오빠랑 통화를 하는데 윗방에 비가 많이 와서 천장이 무너졌대요. 마침 아버지도 아프셔서 돈을 보냈는데 보름 만에 오빠가 전화를 해서는 네가 준 돈으로 흰 쓰레트 지붕으로 올렸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구글에서 보면 고향집을 다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직장에 남한분이신데 아주 컴퓨터를 잘하세요. 그 분이랑 같이 구글 어스를 켜고 저희 집을 찾았어요... 세상에 골목까지 다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놀랍게도 지붕이 흰 기와였어요! 그 순간에는 박수를 치며 행복했습니다. 내가 준 돈이 지붕이 돼서 아버지 바람 막아줬구나 생각하니까 너무 흐뭇했습니다. 참 돈을 잘 보냈다 생각이 들고... 인생 새옹지마라던가? 우는 일 있으면 웃을 일이 있다더니 그냥 이렇게 울다가 웃다가 사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북한 사람들이 구글로 고향을 본다면 이해를 못할 텐데...

박소연 : 그렇죠. 이해 못 하죠. 그런데 나는 다 봤다는데요!

문성휘 : 구글(어스)라는 것이 미국의 구글이라는 회사가 상업용 위성을 통해서 전 세계에 공급하는 위성사진. 그러니까 내가 집에 앉아서 인터넷을 통해 구글에 연결해 평양도 볼 수 있고 저기 남아프리카나 메이꼬(멕시코)가 어떻게 생겼는지 여기 앉아서도 다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 참 신기한 일이죠. 인터넷만 연결이 되면 컴퓨터 앞에서 세계 어디도, 지어는 내 고향의 집까지 다 볼 수 있는데 몸은 갈 수가 없네요.

문성휘 : 사실 그렇지 않아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라던가 그다음 미얀마의 독재정권... 다 북한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었던 정권들이었죠. 그리고 그 나라에서도 해외에 우리 탈북자들처럼 피해나 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을 보면... 저도 미얀마 독립 운동하던 사람들도 만나 봤는데요. 이제는 민주화가 거의 다 돼서 미얀마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요... 그 때 독재 시절에도 안에 있는 가족들과 인터넷을 통해서 서신을 주고받더라고요. 그리고 돈을 보내는 것을 막지 않아요. 옛날에 그랬잖아요? 한국이 외국에 노동력 팔아먹는다고. 노예로 보낸다고...

진행자 : 그걸 그렇게 선전했습니까?

박소연 : 독일에 간호사랑 팔아먹고 그랬다고. 우리 만화책도 많이 봤어요.

문성휘 : 그런데 사실 지금 북한이 그러죠. 한국은 거기 다녀온 사람들이 엄청 돈을 많이 벌어오지 않았습니까? 그 사람들의 돈을 한 푼도 떼어먹지 않았기 때문에 일떠설 수 있었던 것이고 북한은 외국에 나가서 10년 일 해봐요. 텔레비전 한 두어대, 녹음기 한 대 이렇게 사놓으면 잘 벌어온 것입니다.

진행자 : 남쪽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한 때 노동자를 파견했었는데요. 그때 사우디 갔다오면 집 산다고 했었죠. 그것도 옛날 얘깁니다...

박소연 : 하지만 저는 기억이 아직도 쨍하네요. 아이를 막 바구니에 넣어 판다고 했던 그 그림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왜 그대로 믿었나 싶고요.

진행자 : 아까 문 기자가 미얀마 얘기를 했는데요. 북한과 비슷한 국가... 세습을 하는 독재 정권이 있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이런 이유로 비교되는 국가들이 있는데 그 어느 곳도 북한처럼 주민들의 해외 출입국을 통제하고 자국을 떠난 국민들과 그 가족들과의 연계를 차단하고 송금도 못 하고 편지도 차단하는 국가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옛날 동독의 예를 보아도 옛 동유럽 국가들도, 구소련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문성휘 : 맞아요.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 국가들 모두, 그 옛날에도 지금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웠어요.

박소연 : 그러니까요. 돈이라도 보낼 수 있게 해주면...

문성휘 : 그러면 저희들도 잘 살지 않아요? 실은 송금 얘기를 하다 방향에 여기까지 왔는데요. 북한이 미사일도 쏘고 뭘 하고 뭘 하겠다... 올해 정말 불안합니다. 미국 대통령도 강경파이고. 북한이 요새 노동신문에 이렇게 썼던데요. 오바마의 실패한 무슨 정책을 답습하지 말고. 답습하지 않을 겁니다. 막 정세가 긴장해지면... 북한에서는 오히려 정세가 긴장된 것을 주민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웬만하면 잘 몰라요. 그리고 이제는 늘 하는 소리가 그러니까 또 어디 가서 아침에 자고 깨나니까 저런 소리를 하겠지... 그렇게 말하는데 우리는 다 보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불안해지죠.

진행자 : 돈을 못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정세가 불안할 때 더 걱정이 되실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는 이것저것 보도도 많이 보고 소식도 많이 들으니까 체감이 더 빨리되고 그쪽 가족들 걱정이 많이 되죠. 올해 좀 잘 넘어갔으면 좋겠는데요...

문성휘 : 그래요. 오늘 우리가 소연 씨가 송금하면서 속 태운 얘기, 나는 너무 속을 태운 나머지 송금을 포기한 얘기를 했는데요.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이겁니다. 우선 나부터 잘 되고 보자! 내가 정말 잘 돼야 나중에 북한에 가도 내 가족들, 고향 사람들에게 떳떳이 나설 수 있지 않겠나.

박소연 : 그래야 배를 내밀 수 있죠.

문성휘 : 내가 잘 못 되면, 내가 한국에 와서 제대로 내 살림을 못하고 내 일을 못 하면 내가 나중에 내가 북한에 가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박소연 : 쟤는 저러자고 탈북했냐 하는 얘기 듣는 것이죠. 저는 바람이 있다면 통일 되거나 정세가 잘 해결이 되면 고향에 가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내 그래서 너 젤 힘들 때, 오빠고 동생이고 내 그렇게 널 도와줘서 그렇게 살았지 않았냐, 이렇게 좀 생색을 내고 싶어요. 나도 여기서 그렇게 쉽게 벌어서 보낸 게 아니거든! 이래가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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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고생했다, 보고 싶었다, 그리웠다, 고마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이런 말들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 사실 많은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 함께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