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아니 먹고 사는 일 걱정이 없는데 내가 왜 점쟁이한테 내 돈 들여서 가나 했는데
5년 만에 처음 아들래미 때문에 제 발로 찾아갔네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다,
중요한 결정을 앞뒀다,
이사, 결혼, 승진, 입학시험... 중요한 그 날을 코앞이다...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그 곳!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점 얘기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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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나왔습니다. 아들아이에게도 가게 된단다, 가게 된다... 안심을 시켰습니다. 일주일 안에 간다고 했는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그날부터는 화가 나더라고요. 욕을 한참 퍼부었습니다. 어이 이 사기꾼 같은 게! 그런데 7일 날 오후에 교육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배정이 됐답니다.
문성휘 : 아....됐네요! (웃음)
박소연 : 한 시간 전에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내 다시는 이런 거 안 믿는다 했는데 그날 오후에 전화가 온 겁니다. 세상에!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 다음부터 찬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성휘 : 말도 안 돼...(웃음)
진행자 : 소연 씨 좀 이상했던 거 아시죠? (웃음) 일단 점쟁이가 7일이라고 너무 날짜를 길게 줬고... 소연 씨는 점쟁이가 잘 맞췄다면서 아들이 됐다니까, 감사하다고 하나님을 찾고...(웃음)
박소연 : 하여튼 그래도 점쟁이가 맞췄잖습니까! 역시 남한에 와서 본 첫 미신도 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문성휘 : 저는... 사실 지금처럼 담배나 술을 많이 하지 않았었는데요. 딸애가 오다가 중국 길이 딱 막혔어요. 그 동안 한국으로 오던 선이 노출돼서 거길 공안들이 다 지켜 올 수가 없었습니다. 무려 5개월 동안이 갇혀 있었거든요. 탈북자 대여섯 명이 같이 있다가 다 뿔뿔이 흩어지고 나중에 딱 둘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전화를 하는데... 못 견디겠더라고요. 낮에는 집에 숨어 있다가 밤에 슈퍼(상점)에 내려와서 전화를 하는데 어떻게 그 슈퍼 주인이 우리한테 전화를 연결해줬습니다. 돈도 없고 뭐도 없고... 슈퍼 주인에게 부탁해서 돈을 부쳐주었는데 고맙게도 중간에서 떼어먹지 않고 아이에게 잘 전해줬고요. 그러면서 그 주인이 얘네가 조선에서 온 것 같은데 위험하다, 자기도 전화 연결해주기가 무섭다 그러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술도 늘고 담배고 늘고...
진행자 : 핑계...변명...
박소연 : 그렇죠? (웃음)
문성휘 : 네! 그때 제가 고민하다, 고민하다 단호한 결심을 했습니다. 북한에서 나를 구원해준 신령님을 한번 다시 뵙자! 가만히 한참 보더니 걱정 안 해도 되겠구만 그래요. 얘는 제 발로 온답니다. 언제쯤 오냐 했더니, 한 달 쯤 더 걸러야 할 것이라고. 너무 조급해하지말라고. 그런데 집사람은 난리가 난 겁니다... 돈이나 팍팍 쓰고 그런 데나 가보면서 대책을 안 세운다며... 죽을 지경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타로카드 점을 보는 집을 다시 갔습니다. (웃음)
진행자 : 엄청 답답하셨나봅니다...
문성휘 : 그랬죠. 그리고 타로는 점쟁이에 비하면 싸거든요. 얘는 지금 사방이 꽉 막혔다, 움직이지 못한다, 여기서 이제 조금 있으면 이동하는데... 중국에 있다는 얘기는 안 했는데요. 이 사람 얘기가 아이가 굉장히 외로운 곳에 있다. 갇혀 있는 것 같은데 그 다음에 옮기면 제 갈 길을 가게 된다. 이 아이는 잘 된다. 걱정마라해요.
박소연 : 그리고 얼마 있다가 왔어요?
문성휘 : 그리고 한 달 조금 더 지나서 왔지요. 그날 오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새벽에 브로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방금 배를 탔습니다... 아이고... 그 다음부터는 막 무섭고 걱정이 되고. 바다에서 북한 경비정들이 덤벼들지 않을지, 파도는 높게 치지 않겠는지... 그날 학교로 공부 가러 가야하는데 너무 가슴이 떨리고 그래서 갈 수 있어야죠. 하루 뚝꺼먹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오는 그 일곱 시간 동안 뭘 했나...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너무 불안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둘이 앉아서 잘 온다 생각하자, 한 병 두 병 세 병... 술이 안 취해요. 그런데 저녁때가 돼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여기 인천 어디 경찰입니다. 그 전에 저희가 얘기를 들었어요. 아이가 도착하면 경찰서에서 먼저 전화가 온다고. 아이가 왔죠?! 막 둘이 끌어안고 환호성을 지르고. 그 길로 술 냄새를 풍기며 택시를 타고 인천 경찰서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입을 벅벅 씻으며 앉았더라고요. 지 애미는 끌어안고 통곡을 하고 난리가 났는데 아이는 담담해요. 배고프지 그러니까? 경찰들이 자기들 먹는 김에 짜장면 시켜줬다고. 맛있었답니다... 그 다음에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나서 막 화를 냈습니다. 왜 내 말을 안 믿느냐고 온다고 하지 않았냐고!
진행자 : 왜 점쟁이 말을 안 믿어! 이렇게요? (웃음)
문성휘 : 아니 정말,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지 그 분들이 정말 그렇게 읽는지 모르겠는데 비슷하게 맞춰요.
진행자 : 그런데 누가 이런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미신은 네가 듣고 싶은 얘기를 해주는 것이다. 너의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너를 보는 것이다...
문성휘 : 네, 그 말도 공감은 되는데... 잘 맞추기도 하죠?
박소연 : 그럼요! 잘 맞춘다는데...
진행자 : 어떻게 얘기를 돌려도 찬양일색이시군요. (웃음)
박소연 : 남한에 와서도 매일 아침에 인터넷을 열어서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꼭 봅니다.
문성휘 : 맞아요. 그게 매일 올라오죠.
박소연 : 상사와의 불찰을 주의해라 그러면 그날은 대표님이 아무리 뭐라 해도 조용히, 다른 날 같으면 발끈할 것을 입 다물고 가만있으면 그날은 무사히 지나가죠. (웃음) 매일 본다는데요!
문성휘 : 저는 전화기에 아예 운수 어플이 깔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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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못 말리겠습니다.
저도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향후 몇 년간 한반도의 상황,
5월 남한 대통령 선거 결과,
다음 주 로또 복권 1등 번호,
실 없습니까?
질문은 다르지만 우리가 듣고 싶은 얘기는 하나일 겁니다.
다 괜찮다, 잘 될 것이다.
불안을 잠재우는 그 마법 같은 한 마디...
오늘 옆 사람과 나눠 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시간에 나머지 얘기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