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그 사람 이름에 도장을 찍어주며 당신 잘 해야해, 내가 지켜볼꺼야! 이러면서 찍고 나왔습니다.
이번이 소연 씨의 두 번째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앞에 놓고 막대 도장을 지지하는 후보 이름 옆에 찍으며... 남한 사람들도 소연 씨와 똑같은 주문을 했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선거 얘기로 시작해보죠.
==============================
진행자 : 안녕하세요. 박소연, 문성휘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이 방송은 10일 방송되지만 녹음하는 지금은 9일입니다. 남한의 19대 대통령 선거날입니다. 다들 선거 하셨습니까?
박소연 : 그럼요. 오면서 했죠.
문성휘 : 했습니다.
박소연 : 선거도 하고 손바닥에 딱 선거 기표할 때 사용하는 새빨간 도장을 찍어 나와서는 보증 사진이라는 것도 찍었습니다. (웃음)
진행자 : 나 이번에 선거 했다! 이런 표시군요.
문성휘 : 제가 찍은 건 벌써 없어졌네요. 다 벗겨졌나?
진행자 : 저만 안 찍었군요. (웃음)
문성휘 : 예전에 그걸 찍고 선거소 앞에서 손가락으로 나 몇 번 찍었소... 하는 보증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불법이었는데 이제는 불법이 아닙니다. 자기 표현의 자유니까요...
진행자 :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군요.
박소연 : 우리 같은 탈북자들은 사실 신기해서 많이 찍어 올립니다. 북한에서는 애 간식표 주듯 선거 용지를 주면 그냥 함짝에 넣고 나와서 춤 추는 게 선거였거든요.
진행자 : 선거장에서 춤을 춰요?
박소연 : 분위기를 띄우라고 여맹원들은 그 마당에서 춤을 춰야해요. 배고파 죽겠는데 춤 추라고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 사진을 찍는 이유는 내 맘에 드는 후보에 투표를 했다는 긍지? 자랑? 그래서 탈북자들도 많이 찍어서 올립니다.
진행자 : 소연 씨는 이번이....
박소연 : 두 번째 선거입니다.
문성휘 : 저는 이제 몇 번인지 모르겠네요. 저는 대통령 때는 보수 후보에 투표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는 국회의원은 보수 쪽에 투표하고 정당 투표에는 진보 쪽에 투표합니다. 제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박소연 : 북쪽에서 그렇게 투표하면 감정기복이 심하다 하지만 여기는 제 마음이지 않습니까? 얼마 좋습니다. 행복한 겁니다.
진행자 : 그런 자유, 사실 행복한 것이지만 남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죠. 찍을 사람 없다...(웃음) 이번에 대통령 후보가 무려 16명이나 나왔는데 그래도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문성휘 : 역대 제일 많은 거 아닙니까? 이번에는 눈도장을 찍고 다음 번을 노리는 사람들 아닙니까?
진행자 :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6번 이후에는 잘 모르는 분들입니다. 선거에 나올 때 내야하는 돈도 적지 않은데 왜 나왔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3억, 30만 달러 정도를 내고 내와야하거든요.
문성휘 : 그러니까 이 부분에 대해 북한이 자본주의 세계의 선거 문화를 세게 비판합니다. 이렇게 비용 부담을 해서 돈 없는 자들만 선거하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 비난하면서 마지막에 득표율 15% 이상이면 그 자금을 전부 돌려준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박소연 :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북한에서는 돈 내고 후보에 나간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문성휘 : 아무리 재능있고 능력있어도 못 나간다... 내 원 참.
진행자 : 3억원, 30만 달러가 책정된 이유는 무분별하게 너도나도 선거 후보로 나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책임 비용을 정한 겁니다. 그 정도 선이면 아무나 나서진 않겠다... 남한 사람들도 그런 얘기해요. 그 돈 내고 왜 후보에 나가냐, 당선도 못 되고 그 돈 그냥 날리면 어쩌려고.
박소연 : 저는 처음 대통령 선거는 하나원이라는 곳에서 나와서 1달도 못 돼서 했습니다. 그야말로 설레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요. 나와서 사회를 잘 모르니까 포스터 얼굴보고 얼굴 멋있는 사람, 인상이 좋은 사람을 찍었습니다. 이제는 5년이 지나니까 정책도 다 살펴보고 투표하면서 그 사람 이름에 도장을 찍어주며 당신 잘 해야해, 내가 지켜볼꺼야! 이러면서 찍고 나왔습니다. (웃음) 5년 전과 다르더라고요...
문성휘 : 북한은 사실 선거날 관심도 없는데... 공약, 정책 이런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김정은이 같은 건 대물림으로 해서 영원히 하는 것이고. 그런데 남한에 오니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고 그리고 그 공약의 실현 가능성도 따지게 됩니다. 길거리도 혼란스럽고...
진행자 : 유세하는 걸 말씀하시는군요.
박소연 : 며칠 전에 아들과 함께 운동복 사러 갔었는데요. 기호 2번 홍준표 후보 유세 차량이 홍준표가 좋아, 홍준표가 좋아, 홍준표가 제일이야~ 이런 노래가 나오는데 그게 원래 가요거든요. 노래가 너무 좋은 겁니다. (웃음) 근데 아들아이가 한참 듣더니 키득키득 웃어요. 노래 가사를 재밌게 바꿨더라고요. 시끄럽긴 하지만 참 너무 재밌고 다양하다....
진행자 : 이제 그 시끄러운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나고 9일 날 밤이 되면 당선자가 누군지 알 수 있을텐데요. 누가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금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늘 저희가 이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만... (웃음) 정치 얘기 시작하면 끝이 없네요.
박소연 : 선거 개표 방송도 하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진행자 : 5월은 남한에서 가정의 달이라고 부릅니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문성휘 : 가족과 관련된 행사가 많아서 그렇게 부르는 거죠.
진행자 : 다 지나고 5월 15일 스승의 날 남았습니다.
문성휘 : 워낙은 북한에서도 대개 선생님이라고 하고 스승은 좀 차원이 높은 그런 정신적 지도자? 그래서 북한에서도 김일성이 있었을 때는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우리 인민의 위대한 스승이고, 그 다음이 김일성 사망하니 김정일이 위대한 스승, 김정일 사망하니 지금은 김정은이 위대한 스승입니다. 어떻게 그 집 안 식구들은 위대한 스승인가... (웃음)
====================================
남한 국민들은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은 지적 능력과 함께 도덕성. 또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는 배려, 기쁨과 슬픔을 공감하는 마음, 국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소통이랍니다.
한번 생각해보시죠... 청취자 여러분들이 생각하고 있는 존경하는 스승의 모습이 지금 남한 사람들이 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지... 다음 시간에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