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5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10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남한에 와서 장례식에 처음 갔다 왔습니다. 남한 장례식장은 무슨 잔치 집입니다. 그냥 음식 먹고 말하다 옵니다. 울지도 않고요...
<세상 밖으로>, 이 프로그램이 5년차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그 동안 사는 얘기, 먹는 얘기, 노는 얘기, 아픈 얘기... 별별 이야기를 다 해봤지만 이 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죽음에 대한 얘깁니다.
박소연 : 죽음에 대해 자식에게 얘기하면서 40대에 벌써 방정맞게 이런 말을 하나... 저는 이런 생각 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그렇게 막연하게 두렵고 무서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기회를 통해 제 생각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문성휘 : 일본도 한국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모임이라 동호회가 꽤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이나 혹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우리 인생을 슬프게 가지 말자, 우리 서로 추억을 간직하자고 만든 모임입니다. 인터넷, 컴퓨터라는 것이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들어가 보면 사람들에게 죽음의 두려움에서 일어나라... 이런 내용의 글도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진행자 :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장례식을 준비하고 유서를 작성해놓고 이런 준비만 있는 것이 아니고요. 연명 치료라고 의식이 없는데 생명만 유지하는 치료...
박소연 : 식물인간 같은 상태요?
진행자 : 맞아요. 산소 호흡기만 단 채로 의식 없이 몇 년도 살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 연명 치료를 본인의사로 거부하는 서약서 같은 것도 남기는 등의 준비도 하더라고요.
박소연 : 그걸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죽고 싶을 때는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서...
진행자 : 안락사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소연 : 네, 안락사라는 말은 사실 우리 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한 지금은 안락사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성휘 : 한국은 아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아요. 불법입니다.
박소연 : 네, 외국에서부터 들어온 개념이라는 것 알고 있어요.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에서도 다 반대를 하죠. 그러나 본인이 더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만 살겠다 하면 그렇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문성휘 : 많이들 지지하죠. 대통령은 지지를 많은 받은 후보가 당선돼 대통령이 되지만 생명과 관련된 문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법도 함부로 개입을 못 하고요.
박소연 : 그것도 인권인가요?
문성휘 : 인권이죠! 보다 광범위한 토의, 성숙한 자세가 조성 됐을 때 여론 조사 등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한 뒤에 정해지겠죠.
박소연 : 시간이 걸리겠네요.
문성휘 : 장군님이 인민의 목숨을 그렇게 아껴준다지만 이런 걸 보면 자본주의 사회가 목숨을 더 아껴줍니다. 그리고 독일 같이 발전한 나라들은 내 생의 꿈의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답니다. 내가 말기 암이다, 죽게 됐다... 이런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을 데려다주는 겁니다. 고향 집, 젊었을 때 갔던 호수가 같은,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이런 것을 보면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서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도와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리고 후대들이 또 그 사람들을 도와주고...
문성휘 : 맞죠.
박소연 : 저도 얼마 전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아는 신부님은 자기 죽게 되면 장기를 나라에 기증하고 죽겠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물었더니 장기를 기증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예수님도 행복해하실 거라고... 그 말을 처음에 듣고 이해를 못 했습니다. 왜냐면 북한에서는 그런 경우엔 죽은 사람을 왜 두 번 죽이냐 그러거든요. 그래서 장기 기증 같은 것에 대해서 굉장히 나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매님은 그런 생각이 없냐고 물으세요... 아뇨 아뇨 아뇨, 저는 그냥 죽어서 하얀 가루가 돼서 꽃단지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 못 해봤다고 했는데요. 사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한국에서 일년, 이년... 살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 보잘 것 없는 장기라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완전히 하겠다는 생각은 아직 아니지만 약간 씩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 분이 정말 대단해 보이고요.
문성휘 : 사실 장기 기증... 지금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한국의 유명한 의사가 죽으면서 내 시신을 장기 기증 하는데 실험용으로 써달라고 했다고... 장기도 기증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몸을 연구용으로 기증하기도 해요. 장기 기증이라는 건 내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사망했다, 늙어서 사망했다 해도 나의 몸에 다른 사람을 살려줄 수 있는 장기들이 남아 있으니 그걸 기증하고 죽겠다는 것이고요. 이걸 보고 죽음과 함께 삶을 나눈다... 뭐 이런 얘기도 합니다.
박소연 : 저는 지금도 신기한 것이 도대체 누가, 남한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겁니까?
문성휘 : 다른 나라에서 먼저 시작한 겁니다! (웃음)
진행자 : 만약에 남쪽에서 10명의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면 이런 문화가 시작되고 이미 발전된 국가들에선 100명 정도의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을 겁니다. (웃음) 남쪽도 지금 소연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인식이 많아요. 왜 우리 아버지가 두 번 죽어야해! 저도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서 가족들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본인은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을 했지만 가족들이 굉장히 반대를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문성휘 : 또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정말 너무 가슴 아픈 일인데... 어린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부모들이 결정을 해서 장기 기증을 하는 경우가 신문에 종종 납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갔지만 그 아이의 장기를 기증 받은 아이들이 수십 명이 살아있다...
진행자 : 기사 끝에 보면 부모들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내 아이는 갔지만 내 아이의 장기를 받은 아이들이 새 생명을 받아 살아가고 있고 내 아이의 생명이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문성휘 : 3년 전에 탈북자들이 집단 장기 기증을 서약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한 20-30명 정도 기증하겠다고 서약했고요. 그 때부터 저도 많이 고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죽으면 내 장기 어디에 쓸만한 게 있을까... 술, 담배 다 하는데. (웃음)
박소연 : 저도 부실해서... (웃음)
문성휘 : 그래도 쓸모가 있다면 기증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한 줌 재로 날아가던지, 단지 속에 들어가던지. 부분 기증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기는 기증하고 뼈는 남겨달라든지. 또 그 과정이 법으로 엄격히 감독되고요. 그리고 장기 기증 서약을 한 사람들은 서약했다는 걸 표시하고 다닌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진행자 :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장기 기증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신분증 등에 표시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문성휘 : 혜택도 있지 않아요?
진행자 : 장례비 정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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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능력있던 사업가 윌은 교통사고로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 마비 환자가 됩니다. 감옥 같은 인생을 끝내고자 결심한 그 앞에 간병인으로 온 루이자가 등장하고, 윌은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의 사랑은 그를 살게 할 수 있었을까... 사랑 얘기를 통해 존엄사, 안락사 문제를 다룬 '미 비포 유' 나 이전의 당신...이라는 영화의 내용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것 같습니까?
윌의 선택을 알 수 없지만 새드 엔딩 그러니까 슬픈 결말이랍니다.
의학 발달은 인간에게 대부분 우리에게 축복이지만 원치 않은 또는 의미 없는 죽음의 연장은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깝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사람 누가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 얘기 이어갑니다.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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