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저는 사고라는 건, 남한에 살면서는 저와 먼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고는 그렇습니다. 예상할 수 없고 좋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사고를 당한다...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지나고 보면 모든 사고는 예상할 수 없었지만 막을 수는 있었다, 적어도 큰 것을 작게 만들 수도 있었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소연 씨가 얼마 전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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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안녕하세요.
박소연, 문성휘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사고 소식으로 시작이 되네요. 녹음하기 전에 보도를 봤더니 영국에서 아파트 화재가 크게 났습니다.
박소연 : 그러게요. 20명도 넘어 사망했을 것이라고...
문성휘 :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서로 친구를 찾고, 사람이 아직 행방불명됐다고 찾는 글도 있고요....
박소연 : 근데 참... 저는 참 이상했어요. 아파트가 붕괴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불이 번졌고 어떻게 아파트 전체가 다 탈 수 있어요?
문성휘 : 아... 이게 자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보면, 북한도 중국산 자제를 많이 들여오고 그걸 가공하는 기계도 들여와서 평양 공장에서 자체로 외장재, 내부 마감재 등을 생산하는데요. 사실 그런 걸 생산하면 안전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 예전에 그런 사고들이 많았고 이번에 영국에서 일어난 사고도 그렇지 않습니까?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프링클러라는 것이 열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기계인데요.
진행자 : 보통 고층 빌딩에는 거의 설치가 돼있는데 이번 경우는 예외적으로 이마저도 없었다고 하고요. 또 최근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사용된 외장재가 불에 잘 붙는 재질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시간이 지나야 발표가 될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네, 특히 그런 재질이 나무 같은 게 불타는 것보다 훨씬 화학 물질이 많이 나온다는 문제가 있고요. 불에 타 죽는 게 아니라 연기 질색해 죽는 사람들이 많고요. 그래서 지금 김정은이 만족하며 돌아보는 집들... 사진이랑 봤는데 한국은 살림집 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랑 있는데 그쪽은 이런 대책이 전무하니 문제입니다.
박소연 : 아휴, 사고 얘기가 나오니까 쳐지네요.
진행자 : 우리가 살면서 사고를 안 당하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사고는 예기치 않은 것이니 안 당하고 살 순 없죠.
박소연 : 북한에 있을 때는 사고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진행자 :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박소연 : 뭐든 안전시설이 없는 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다가 굴이 무너졌다면 무너질 때가 돼서 무너졌겠지... 남한처럼 왜 굴이 무너졌는지 언론이 떠들고 또 안전장치가 뭐가 어떻게 무슨 원인 때문에 무너졌나 과학적으로 밝혀주지 않아요. 그리고 책임을 물어주지도 않고 제 명이 짧아 죽었구나 그랬었죠. 사고를 달고 살았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들어도 꿈쩍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는 내가 사고 날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진행자 : 왜요? 매일 크고 작은 사건이 보도 되는데요.
박소연 : 보도 시간에 사건, 사고가 많이 보도가 되긴 하지만 5천만 명이 사는 곳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사고를 한꺼번에 모아 보여주니 많은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에 비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라는 건, 남한에 살면서는 저와 먼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사고를 당해보니 공포, 사고를 당했던 사람들의 공포를 체험했습니다.
문성휘 : 무슨 사고를 당했는데요?
박소연 : 제가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었어요.
진행자 : 그게 사고에요? 말씀 하신 것 치고는 좀 약한 느낌이... (웃음)
박소연 : 왜요! 대형 사고입니다.
문성휘 : 아니, 진짜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 공포스러울 수 있어요. 그게 다 자체 제동 장치가 있고 그래서 그렇게 무서운 것은 아닙니다.
진행자 : 보통 엘리베이터 사고가 나면 깜깜한데 갇히는 경우가 있어요.
박소연 : 아니 근데 엘리베이터도 어떤 걸 탔느냐가 중요합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갇혔거든요. 출근 시간에 사람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가 너무 붐벼서 지각할까봐 옆에 화물용을 탔는데... 이게 올라를 안 가요. 그러더니 불까지 까맣게 가는 겁니다. 거기다가 화물이랑 음식물 쓰레기랑 나르면 엘리베이터라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엘리베이터 안은 또 인터넷에 터지지 않아서 전화가 안 됐어요. 그러니 더 당황하게 되고 비상장치가 있는데 누르지도 못 하고. 아니! 보여야 누르죠... 그냥 짐승 소리를 지르며 살려달라 외쳤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요즘은 휴대 전화가 다 손전등 기능이 있는데...
박소연 : 제가 이렇게 더 당황한 이유는 사실 세월호 사고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이제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2014년에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을 태운 배, 세월호가 기울어져서 많은 학생들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잖습니까? 학생들의 전화기에서 복원한 동영상이 막 생각이 나고, 그 아이들이 어두운 곳에서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이들 생각이 막 났어요. 그 시간이 딱 8분이었는데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이 열렸고 열어주신 분들이 눈물범벅이 되고 실성을 한 것 같은 저를 보고 놀래시더라고요. 달랑 8분 있었는데 뭐 그걸 갖고 그러느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저는 진짜 놀랐습니다.
진행자 : 전화기에 전등을 키고 비상벨만 누르셨으면 경비실에서 바로 왔을텐데 갑작스러운 일이라 너무 당황하셨던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저랑 같은 사무실에 계신 분은 그러시더라고요. 어렸을 때 엘리베이터에 30분을 갇혔는데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고. 누군가 열리겠지... 저보고 그러더라고요. 북쪽에서 오셔서 그런지 너무 당황하신 것 같다고. 그 안에 있는 자동 시스템을 생각도 안 하고 무작정 문을 여시오, 급하면 소리 지르고 두드리고. 그게 아직도 내 몸에 베어있더라고요.
진행자 : 어떤 사고가 생기면 그걸 굉장히 민감하게, 남한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인가요?
박소연 : 그렇죠. 불안하고...
문성휘 : 네, 우리는 작은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은 크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흔들거리는 철판을 보고 우리는 이거 이러다가 떨어지는 거 아니야? 남한 사람들은 누가 와서 고쳐요... 이럽니다. 여기 사람들보다 굉장히 다른 것이 위기 상황에서 오직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주변에 그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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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이후 슬픔과 사회적 논쟁의 소용돌이를 지나면서 남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내가 살면서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다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이라는 책임을 지어주지 않는다면 그게 과연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질문의 요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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