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이 6년 차입니다. 도착한 다음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고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 저는 사고라는 건, 남한에 살면서는 저와 먼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소연 씨는 여름을 사고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8분을 갇혔는데 본인이 체감한 시간은 80분, 얘기는 벌써 5회를 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고를 당하고 수많은 사고를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고 또 할 말이 많았다는 얘기겠죠?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우리들이 겪어온 사건, 사고에 대한 얘기, 오늘 마지막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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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많은 얘기를 하게 되네요.
박소연 : 산으로 가고 있지만... (웃음)
문성휘 : 그렇지만 이 얘기는 하고 싶은데요. 우리는 자꾸 고난의 행군, 고난의 행군만을 얘기합니다. 남한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 얘기를 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들은 축소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이것만은 같습니다. 고난의 행군에 너무 집착하는 것. 그래서 그 이전의 어두운 역사는 하나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90년대 북한이 뜻하지 않게 고난의 행군을 겪게 된 것처럼... 사실은 80년대부터 축적된 것이 폭발한 것이죠. 동유럽 사회의 붕괴로 80년대부터 축적된 것이 폭발한 것 아닙니까?
진행자 :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죠...
문성휘 : 그렇죠. 그 어두운 역사, 아픈 역사들이 다 가려져 있으면 그 역사를 품고 하늘로 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느냐...
진행자 : 지금 문 기자나 소연 씨처럼 그 때의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벌써 서해관문, 발전소 건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고, 북한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북쪽에 어디에 건물 크게 지었다 하면 사람 많이 죽지 않았겠나... 이런 생각, 하고 있습니다.
문성휘 : 참... (80년대) 치열한 시대였어요. 남한도 치열하게 살았죠. 우리도 그랬고요. 근데 왜 우리는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는가...?
진행자 : 무엇에 치열했는가도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오늘 사고를 얘기를 하다가 이런, 저런 얘기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올라가야할 산 말고 딴 산을 자꾸 갔다 오고 있는데요...(웃음) 사고...! 저희가 사실 살면서 어느 국가, 도시, 사회에 살아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문성휘 : 예측할 수 있으면 사고가 아니죠.
진행자 :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사고를 당하더라도 그 후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그래서 저도 이제 학습이 많이 돼서 같은 사고를 한국에서 당했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방치해둔 것이 문제가 아니었냐, 진실을 밝혀라, 이건 국가에서 책임져라, 대통령이 사죄해라 이렇게 말하겠어요. 그런데... 사죄... 사죄라는 말을 하고 보니까 남도 그래, 북도 그래, 이거 참 이거 안 되죠? 그러니까 우리요, 안전한 사회를 같이 만들고요.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진행자 : 그 책임 문제가 핵심입니다.
문성휘 : 국가 통수권자 뿐 아니라 구조를 했던 사람, 취재를 했던 사람, 옆에서 보던 사람... 우리가 우리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책임을 지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사고에 대한 보도를 보는 저 개인도 우리가 그 사건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였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지금 북한이 단천 발전소 건설이라는 것을 시작했는데요. 거기가 다 석회암 지대입니다. 일본의 노구치 재벌이 그걸 설계하고 못 지었다는데 이유가 거기가 석회암 지대이고 지층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부 철길 공사를 하면서 철길 침목 당 사람 한 명 씩 누워있다고 하는 것도 지형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할지...
박소연 : 아휴... 그래도 내가 이 말은 꼭 하고 싶은 게 사실 북한에 살 때는 장사를 갔다가 차에서 떨어져도 보고, 별 사고를 다 당했어요.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요. 화물차 짐 꼭대기에 탔다가 차가 전복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살았어요. 그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나는 이대로 죽어도 괜찮은데, 나는 이 힘든 세상 더는 살고 싶지 않은데 내 자식이 살아있기 때문에 나 없으면 죽을 그 아이 때문에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는 그 부분이 좀 편해졌어요. 하다못해 사망 보험금이라도 나오니까 내가 사고로 죽어도 아이가 그래도 성인이 될 때까지 살 수 있겠다... 물론 엄마가 없으면 안 되겠지만요. 사고는 없어야겠지만 사람일은 모르니까요.
진행자 : 에이 그래도 그건 안 되죠! 그런 일은 없어야죠! 사고는 보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서 누구도 안 당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성휘 : 맞아요.
박소연 : 백세까지 사고 없이... (웃음)
문성휘 : 남한도 응당 그런 사고 없는 사회가 돼야 하지만 북한도 이제 지도급 인물들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반성하는 사회, 책임지는 사회, 사죄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 져야 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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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 방송 녹음 시작한 날, 영국에서 아파트 화재 사고가 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잠깐 전해드리기도 했는데요. 24층 건물에 80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습니다.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영국경찰은 아파트를 소유한 자치구와 관리를 맡았던 기업을 과실 치사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예정이고 구청 고위 관리와 관리 업계 관계자 등 개인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고로부터 2달이 넘은 지금은 사고가 아니라 한반도 전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전쟁 역시 우발적 사고로 시작되기도 했는데요. 사고와 전쟁... 책임을 져야할 사람보다 무고한 사람들만 피해를 본다는 점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무탈한 여름과 가을, 기원해봅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박소연, 문성휘,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