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부터 새로 진행을 맡은 노재완입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이현주 기자와 탈북기자 문성휘 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지고 앞으로는 소연 씨와 둘이서 진행합니다. <세상 밖으로>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박소연 씨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이현주 기자를 대신해서 오늘부터 진행을 맡게 된 노재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박소연: 저도 뵙게 돼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노재완: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죠?
박소연: 10월 말로 접어들었는데 확실히 가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단풍잎도 밟고 지나가고.. 사실 북한은 이맘때가 되면 초겨울 날씨를 보입니다. 따뜻한 대한민국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노재완: 소연 씨 요즘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열심히 운전 연습하신다면서요?
박소연: 제가 운전 배운다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노재완: 지난주에 소연 씨 아는 분이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요즘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고요.
박소연: 6년 동안 여기 남한에 살면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노재완: 그렇죠. 서울에만 살면 자가용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죠.
박소연: 사실 또 차를 사게 되면 돈도 들어가니까 경제적으로 부담도 됐고요. 그런데 남한 생활 6년 차가 되고 여유가 생기면서 나도 좀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려면 제 차가 있어야 하고 제가 차를 뽑게 되면 저도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이 됐다는 생각이 들고요.
노재완: 저는 소연 씨가 원래 운전을 하시는 줄 알았어요. 요즘 탈북자분들 한국에 오자마자 운전 면허부터 따지 않나요?
박소연: 네, 맞아요.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부터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하는데 대부분 필기시험을 거기서 다 봅니다. 그런데 저는 하나원에 있을 때 수술을 하면서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못 했습니다. 탈북자들이 대부분 하나원에 있을 때 필기시험에 합격합니다. 그래서 나와서 바로 실기시험을 보게 되니까 쉽게 운전 면허증을 따게 되죠.
노재완: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필기만 합격하면 감각이 있으니까 금방 면허를 따더라고요. 탈북자분들은 학원비 낼 때 가격을 좀 할인해준다면서요?
박소연: 네, 맞습니다. 탈북자들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흩어져 살잖아요. 자기 사는 관할 지역에서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면 가격을 싸게 해줍니다. 무조건 50% 할인을 해줍니다. 시작부터 운전을 다 배울 때까지 하려면 80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저희 같은 탈북자들은 40만 원만 내면 되는 겁니다.
노재완: 운전면허 학원에서는 어떤 수업을 받습니까? 운전 실습에 앞서 필기시험도 준비해야 하는 데 과정이 복잡하죠?
박소연: 면허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과정은 첫 번째가 필기시험 준비이고요. 두 번째가 장내기능 실습, 세 번째가 도로주행입니다.
노재완: 그러면 소연 씨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겁니까?
박소연: 이미 필기시험은 합격했고요. 얼마 전 장내기능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습니다. 남한은 사람들이 똑똑해서 그런지 운전대 한 번 안 잡은 사람이 4시간 연습하고 바로 시험에 합격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실기 시험에서 후진하다가 바퀴가 선을 밟았는지 불합격이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차 안에서 방송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귀와 심장이 달라붙은 것처럼 떨리는 거예요.
노재완: 필기시험 같은 경우 생소한 용어가 많아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박소연: 네, 진짜 힘들었어요. 남한과 북한 말이 좀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유턴, 되돌아가기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좌측, 우측, 전방, 후방 이런 말도 북한에서는 왼쪽을 봐라, 오른쪽을 봐라 이렇게 사용하거든요.
노재완: 그래도 어떻게 잘 해서 필기시험을 한 번에 붙으셨네요?
박소연: 어려우니까 그런 용어들을 책에다 계속 적었죠. 제가 알기 쉽게요. 그렇게 해서 천신만고 끝에 겨우 합격했습니다.
노재완: 어쨌든 합격했으니 너무 축하드립니다. 저도 대학생 때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봤었는데 문제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박소연: 이것도 경험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40년을 산 우리는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데 익숙지 않거든요. 북한에 있을 때 어머니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연아 명석한 머리보다 낡은 문서에 기록하는 게 현명하다" 결국 저는 어머니의 말씀과 내 생활 경험을 토대로 책에 써서 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노재완: 필기시험을 볼 때도 많이 떨렸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박소연: 그래도 탈북까지 했는데 필기시험쯤이야 하는 생각에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험장 앞에 가니까 가슴이 떨리고 두근거려 준비해 온 청심환을 챙겨 먹었습니다.
노재완: 떨려서 청심환까지.. 얼마나 두근거렸으면…
박소연: 청심환을 먹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떨지 않기 위해서고요. 또 하나는 용어가 헷갈려서 저는 손바닥에 나만이 알 수 있는 간단한 용어들을 깨알같이 썼습니다. 그래서 그게 발각이 될까 걱정되어서..
노재완: 그러면 손바닥에 적어 갔던 내용들은 시험 문제에 나왔습니까?
박소연: 손바닥에 쓴 문제는 불행하게도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노재완: 괜히 고생만 하셨네요. (웃음)
박소연: 네, 괜히 고생만 하고 그것 때문에 긴장만 더 했던 것 같아요.
노재완: 시험 중에 손을 펴고 손바닥을 움직이면 자칫 부정행위로 오해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시험장 감독관으로부터 혹시 주의를 받지 않으셨어요?
박소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단 시험 문제에 제가 적어간 내용이 없어서 손바닥을 책상 안에 넣고 시험을 봤어요. 다만 시험문제에 제가 가장 헷갈리는 좌회전 우회전 용어가 계속 나오길래.. 저도 모르게 오른손 왼손을 펴고 방향을 확인하니까 선생님이 오셔서 왜 그러냐고 묻더군요. 거기다 대고 제가 탈북자라서 좌회전 우회전이 헷갈려서 손을 이용했다고 말하면 너무 부끄럽잖아요. 그래서 팔이 자꾸 저려서 그랬다고 말하니까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그냥 지나가셨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다음 시험은 언제입니까?
박소연: 한 주에 또 시험이 있는데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부지런히 연습하면 반드시 합격할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요즘엔 이런 상상도 해봤습니다. 북한에서 몰래 남한 드라마를 봤을 때 기억이 납니다. 그 여성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빨간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너무 부러운 거예요. '그래 이제 통일되면 승용차를 타고 고향에 가리라. 그래서 내가 왔다고 소연이가 간부처럼 승용차를 몰고 왔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재완: 통일되면 정말 소연 씨가 자동차를 직접 몰고 고향 땅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소연 씨 열심히 했으니까 꼭 면허증을 따실 겁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시험 볼 때는 긴장하지 않는 게 최고입니다. 소연 씨 잘 하실 겁니다. 파이팅~!!
박소연: 네, 고맙습니다. 정말 말씀만으로도 힘이 되고 격려해주시니까 자신감도 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합격하면 제일 먼저 소식 알려드리겠습니다.
노재완: 네, 저도 소연 씨의 합격을 기원하겠습니다.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