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1) - 강태공된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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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8년 차 자강도 출신 문성휘 기자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배를 타고 바다 한복판까지 들어가서 낚시를 했어요. 제가 제일 많이 잡았어요. 잡았다고 너무 소리를 치니까 우리 아들이 부끄러워서 배 위에서 좀 조용히 하라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한은 해양 놀이가 꽤 발달돼 있습니다. 또 물고기 종류가 많고, 어획량도 풍부해서 각종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도 많이들 즐기는데요. 무산 출신 소연 씨가 최근 직접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고 합니다. 아들과 함께 배 위에서 낚시에 도전했다고 하는데요. 강태공이 된 소연 씨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소연 씨 아드님이랑 재밌는 데 다녀오셨다면서요?

박소연 : 네, 바다낚시요. 강화도에 다녀왔어요.

문성휘 : 거기 서해인데, 물이 얕잖아요.

박소연 : 배를 타고 바다 한복판까지 들어가서 낚시를 했어요.

문성휘 : 배 빌리는 돈은 냈어요?

박소연 : 아니오, 저는 묻어갔어요.

문성휘 : 묻어갔다는 말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웃음).

진행자 : 남한에서도 그 표현 씁니다.

문성휘 : 그래요?

박소연 : 제가 보기보다 인기가 있어서 데려가겠다는 사람들이 많거든요(웃음).

문성휘 : 민물낚시도 아니고 바다낚시는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데 소연 씨는 어떻게 가게 되셨어요?

박소연 : 제가 남한에 처음 와서 하나원에 있을 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수술을 했는데 저는 보호자도 없고, 마취가 깨면서 아버지를 많이 찾았나 봐요. 그런데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는데, 제가 그 손을 꼭 쥐고 자더래요. 보니까 제 옆 침대에 누운 어머님의 아들이었어요. 그 어머님이 88세고 아들이 제 아버지뻘이었어요, 60세가 넘은. 그래서 그때 연락처를 주셨어요. 남한에 아무도 없으니까 아빠처럼 생각하고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그게 인연이 돼서 아버지라고 하거든요.

한 번은 전화하는데 아버님이 아들과 함께 인천 강화도에 가서 바다낚시 하자는 거예요. 저는 너무 싫었어요. 여자들이 낚시 안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아들이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아들한테 묻어갔는데 문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물이 다 들어가고 갯벌 밖에 없는 거예요. 여기서 어떻게 낚시를 하나 했더니,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들어가서 배를 세운대요. 거기서 낚시를 한다는 거예요.

아버님이 선장하고 잘 아시나 봐요. 돈이 엄청 든다는데, 북한에서 온 이붓딸이 있는데 바다를 못 봤다고 북한 말로 잘 얼렸나 봐요. 처음에는 지렁이가 살아 움직여서 싫었어요. 그런데 아버님과 선장님이 고기를 낚아 올리는 걸 보니까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저도 지렁이를, 그 기다란 걸 그것도 가운데 토막을 내서 끼웠어요. 고무장갑도 안 끼고. 그렇게 낚시를 했는데 저 엄청 잡았어요.

문성휘 : 여자한테도 잡혀요?

박소연 : 잡혀요. 그런데 선장님이 저보다 더 못 잡는 거예요. 북한 말로 '불합격이 합격을 훈련시킨다'고 하잖아요(웃음).

문성휘 : 그런데 뭘 잡았어요?

박소연 : 고기 이름을 알려줬는데 잘 모르겠어요. 잡은 걸 양동이에 담아 와서 매운탕을 끓여 먹었어요.

진행자 : 바다에서 낚시하시면 배 위에서도 회 떠서 먹잖아요?

박소연 : 네, 선장님이 쭉 잘라서 초고추장에 먹는데 사람이 맞나, 어떻게 날것을 먹나... 싶었어요.

진행자 : 회를 안 좋아하세요?

박소연 : 안 좋아해요. 먹어봤어야 좋아하죠. 그런데 정말 제가 제일 많이 잡았어요.

진행자 : 몇 마리나 잡으셨어요?

박소연 : 스무 마리 넘게 잡았어요. 잡았다고 너무 소리를 치니까 우리 아들이 부끄러워서 '엄마, 배 위에서 좀 조용히 하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럼 그 고기를 다 어떻게 하셨어요? 북한 같았으면 장에 내다 파셨을 텐데.

박소연 : 매운탕 한 끼 끓여먹었어요. 북한에서라면 내 몫을 따로, 그릇이 없으면 옷이라도 벗어서 해놓고 집에 갖고 갔을 텐데. 이번에 보니까 처음에 큰 고기가 잡히다 중간에 작은 고기가 잡히니까 벌써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거예요. 중간 크기는 또 바다에 다시 던졌어요. 아, 이 비싼 고기를 내가 바다에 던지다니... 내가 변했구나...

진행자 : 이걸 먹으려고 잡은 게 아니라 낚는 재미에 한 거라서 그렇죠.

박소연 : 잡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딸려오는 재미가.

진행자 : 손맛이라고 하죠.

문성휘 : 사실 북한에 있을 때는 버들치 정도 밖에 못 건졌어요. 그런데 남한 고기들은 다 크잖아요. 붕어가 작아도 손바닥보다 배는 커요. 그리고 잉어도 정말 크고. 그리고 여기 보면 양어장이 많잖아요, 낚시 양어장. 거기다 낚싯대를 들이대면 한 시간에 대여섯 마리씩 낚아요. 저는 그걸 했어요. 보니까 시장이나 마트에서 우리가 고기를 사먹는 값이에요. 뭔가 내가 잡아서 끓여먹는다 이런 맛이 있죠.

진행자 : 남한은 삼면이 바다잖아요. 어획량도 많고 물고기도 다양하고, 낚시나 이런 해양 스포츠나 레저, 그러니까 바다를 이용한 운동경기나 놀이가 상당히 많고 발달돼 있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도 낚시를 즐기나요?

문성휘 :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작년에 대동강낚시대회라고 나왔어요. 대동강은 일정한 구역을 정해서 낚시를 하게 해요. 한강하고 똑같은데, 한강처럼 낚시꾼들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낚시 표를 얻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서 사람들이 잘 못해요. 그리고 문제는 물고기가 많지 않다는 거죠.

청계천이나 안양천에가면 잉어들 정말 많잖아요. 안양천에 자전거 타러 가면 사람들 다리 위에 앉아서 잉어 떼를 구경하잖아요. 그런 데서 낚시를 해야 낚시 할 맛이 날 텐데. 남한에서 낚시를 하면 잉어나 붕어를 잡아 올리는 재미가 있는데 북한은 그런 재미가 없어요. 그렇게 큰 고기가 물리지 않고.

박소연 : 제가 고등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두만강에 가면 낚시꾼들이 계속 앉아 있었어요. 우리가 옆에서 놀고 있으면 쫒았어요. 고기들이 달아난다고. 그런데 저 오기 전만 해도 두만강, 압록강에 낚시꾼들 있는 걸 못 봤어요.

문성휘 : 강에 이제 고기가 없어요. 다 씨가 말랐어요. 북한에서는 농촌에서 농약으로 물고기를 잡는 경우가 많아요. 그 고기들 멸종하는 거예요. 그리고 일반 큰 강에서는 다 자동차 배터리, 찍찍이로 전기를 투입해서 잡아요. 물고기 알까지 다 죽는 거예요. 그래서 고기가 다 멸종됐어요. 그러니까 뭐 잡을 게 있어야 낚시를 하죠.

그런데 남한을 보면 또 너무 양식이 많아요. 횟집에 가면 우리가 늘 물어보잖아요. 이게 양식이냐, 자연산이냐.

박소연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양식이 뭐고 자연산이 뭔지 저는 잘 몰라요.

문성휘 : 그러니까 풋내기라는 거예요. 아직 멀었어. 양식이라는 건 북한식으로 말하면 양어를 말하는 거예요.

박소연 : 일부러 키운 거. 그럼 자연산은요?

진행자 : 바다낚시에서처럼 직접 바다에서 낚은 거죠.

박소연 : 제가 살던 곳이 무산인데 바다에 가봤어야 알죠.

문성휘 : 저도 자강도 출신이어서 바다는 구경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 나는 남한에서 살아온 연한이 있으니까. 그래서 선배하고 후배가 차이가 나는 거예요. 나만큼 알자면 아직 멀었죠(웃음).

박소연 : 들은 건 있어요. 예전에 조선기록영화에서 김일성 동지의 양어혁명을 받들고 이런 걸 들은 적은 있는데, 저하고는 상관없으니까 관심이 없었어요.

문성휘 : 북한에서도 양어장을 많이 한다고 한때 난리도 아니었죠. 성공을 못해서 그렇지. 그런데 남한은 바닷가에 가면 바닷물을 직접 들여와요. 그걸 또 한쪽에서 정제해주는 시설이 있어요. 북한에서 가재미라고 하는 걸 남한에서 광어라고 하는데 그걸 굉장히 많이 길러요. 그리고 북한에서 뱀장어라고 하죠, 여기서 장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장어를 먹기 힘들잖아요. 여기서는 흔한데 그게 다 양식이에요. 보통 우리가 2만 원(20달러)내면 장어 불고기 실컷 먹어요.

박소연 : 장어도 불고기 해요?

문성휘 : 불판에다 구워서 먹으면 맛있지. 그런데 뭐가 재밌냐 하면 한강에나 가면 정말 민물장어가 있거든요. 그거 하나 건져내면 사람들이 막 몰려요. 자연산 장어라고 보통가격이 6만 원(60달러)이에요.

진행자 : 보통 생선이 자연산이 훨씬 비쌉니다.

박소연 : 아, 그러니까 양식은 싸고, 자연산은 비싸고.

문성휘 : 그런데 남한 정말 양식이 많아요. 우리가 횟집에 가서 먹는 건 다 양식에요. 자연산도 있지만 그건 너무 비싸고.

사실 남한의 제일 큰 물고기 시장은 바닷가가 없는 서울 한복판에 있잖아요. 노량진 수산시장. 그리고 인천 소래포시장, 부산 자갈치시장이 있는데. 가보면 서울 노량진 시장이 오히려 값이 싸요. 이게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예요. 노량진 시장에는 각종 양식 물고기들이 많아요. 그런데 자갈치시장은 거의 자연산이에요.

진행자 : 남한은 삼면이 바다라서 어획량이 굉장히 많고 어종도 다양한데요. 수요가 많으니까 양식을 많이 하기도 하고, 또 값비싼 것들은 외국에 수출을 많이 합니다. 되레 중국이나 이런 곳에서 저렴한 생선들을 수입해 오기도 하고요.

문성휘 :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흔히 참치라고 하잖아요. 제일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이 일본인데, 남한에도 이제 참치 횟집 많잖아요. 그런데 남한 사람들이 잡은 참치를 남한 사람들이 다 소비하는 게 아니라 60~70%는 일본에 수출한다고 하더라고요.

박소연 : 그런데 남한에 와서 혼돈스러운 게 북한에서는 고기도 그냥 소중대로 나눠서 값을 치르는데 남한에 오니까 자연산이냐, 원산지가 어디냐, 유기농이냐, 되게 헛갈려요. 북한은 모든 게 단순해요. 작지 않으면 크고, 물이 좋지 않으면 나쁘고, 염이 아니면 생물이에요. 그래서 북한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잘 사니까 이렇게 골라 먹지. 우리는 골라 먹지를 못했어요.

문성휘 : 이보게 후배, 원산지를 왜 따지는지 아나... 이런 게 있어요.

소연 씨 말마따나 남한에서 식재료를 고를 때는 따져야 할 것이 많습니다. 원산지가 어딘지,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유기농인지 아닌지. 소연 씨에게는 남한살이 중 가장 헷갈리는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요. 왜 따져야 할까요? 명쾌한 답변은 탈북자 선배 문 기자가 다음 시간에 알려줄 겁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