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 보니까 파마를 하신 것 같고 머리 색깔도 좀 변한 것 같은데요.
박소연: 어떻게 아셨죠? (웃음)
노재완: 지난번 뵐 때보다 머리 모양이 바뀌고 색깔도 좀 진해진 것 같아서 여쭤본 겁니다.
박소연: 좀 블링블링 해졌죠? 제가 봐도 좀 반짝반짝해진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며칠 전에 파마하면서 갈색으로 염색도 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을 바뀌는 시기라 저도 변신 좀 했습니다.
노재완: 진짜 잘 어울립니다. 피부 색깔이랑도 잘 맞고.. 제 피부가 좀 하얗잖아요.
박소연: 방금 어울린다고 말씀하잖아요. 저는 제 얼굴에 갈색 머리가 어울린다는 것을 여기 한국에 와서 알았어요. 머리는 그냥 까맣고 얼굴은 햐얀게 순리인 줄만 알고 살았거든요.
노재완: 그렇죠. 동양인들은 대부분 머리 색깔이 검은색이니까요.
박소연: 그런데 남한에 오니까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따라 머리 색깔을 바꾸고 그렇더라고요. 저도 이번에 갈색으로 하니까 제 얼굴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도 기분이 좋고..
노재완: 보니까 진짜로 더 젊어 보여요.
박소연: 머리와 눈썹이 까마면 좀 쎄게 보이잖아요. 또 경직돼 보이고요. 방금 염색이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마 그건 제가 뿌리염색을 해서 그럴 거예요.
노재완: 뿌리염색요? 뿌리염색이 뭐죠?
박소연: 저보다 남한에서 더 오래 사셨는데 뿌리염색도 모르세요?
노재완: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아직 염색을 해 본적이 없어서 염색에 대해선 잘 몰라요.
박소연: 염색 안 하고 지금까지 사셨다는 것을 은근히 저한테 자랑하는 것 같은데요.. (웃음)
노재완: 그건 아니고요. 제가 미용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래요. 미용실에서 여성들이 무슨 파마를 했다 무슨 염색을 했다 그래도 별 관심이 없으니까...
박소연: 머리카락 뿌리 쪽만 염색하는 겁니다. 염색을 해도 머리가 뿌리 쪽에서 또 자라 올라오니까.. 새로 밀고 나온 머리만큼 염색하는 거죠. 전체 염색보다 시간도 덜 들고 가격도 쌉니다.
노재완: 북한에서도 뿌리염색 해보셨어요?
박소연: 북한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염색 방법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머리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인데요. 여기 남한처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색깔보다는 대부분 까만색으로 합니다. 염색약의 경우 중국산을 거의 사용하고요. 염색을 해도 전체를 다 하지 여기처럼 부분 염색은 하지 않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북한은 여기 한국처럼 염색할 때 색깔을 못 고르나요?
박소연: 물론 북한에서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머리 모양과 색깔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갈색 같은 색깔을 머리에 물들이면 자본주의 날라리 사상이 들어 있다고 단속합니다. 외국산 옷 같은 경우 속에 입을 수도 있고 그래서 가릴 수 있지만 머리는 사시사철 그럴 순 없잖아요.
노재완: 갈색 말고 또 어떤 색깔 해보셨어요?
박소연: 저는 브라운 색깔을 해봤어요.
노재완: 브라운은 갈색을 말하는 건데요..
박소연: 제가 말하는 건 진보라, 그러니까 가지색을 말하는 겁니다. 아무튼 저는 진한 보라색도 했는데 너무 외국인 같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갈색으로 바꿨죠.
노재완: 그런데 염색을 자주 하면 머리카락이 상한다고 하잖아요. 소연 씨는 머리카락 상한 적 없으세요?
박소연: 저는 이미 북한에서부터 머리카락이 많이 상했습니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 미용실에 가서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장원 원장님이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하고 싶냐는 물음에 저는 그냥 '파마요"라고 했는데.. 그러자 원장님은 디지털 파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냥 파마해달라고 하자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의자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노재완: 그래서요?
박소연: 그러면서 제 머리카락을 보더니 많이 손상됐다며 클리닉을 먼저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요. 클리닉이 뭐라고 물어볼 용기도 없어 저는 그냥 머리만 끄덕였습니다. 클리닉을 하고 머리 파마를 끝내는데 한 4시간 정도 걸렸는데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재완: 돈 좀 쓰셨겠는데요?
박소연: 그렇죠. 가격을 계산할 때 분명 7만 원이라고 했는데 끝나니까 10만원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10만 원이면 미화로 100달러 가까이 되는 돈이잖아요. 화가 나서 왜 아까 가격과 다르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클리닉 가격이 3만 원 들어갔다고 말하더라고요.
노재완: 아 그러니까 파마는 원래 7만 원이고 클릭닉 받으셨으니까 클리닉 가격이 3만원인 셈이네요.
박소연: 저는 클리닉이 공짜라고 생각했습니다. 7만 원에 포함된 줄 알았거든요. 왜 그러면 하기 전에 돈이 들어간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말하자 원장님이 웃으시며 그런 건 기본이라고 하면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기본이 뭐냐고 묻자 누구나 미용실에 오면 거치는 과정이며 그 가격을 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노재완: 남한에서는 다 통용되는 말인데 북에서 온 소연 씨는 당연히 모르셨겠죠. 소연씨 입장에선 진짜 황당했겠어요.
박소연: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아무 얘기 안 하고 끄덕였던 거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를 합니다.
노재완: 여성들은 머리를 바꿀 때 심리적 변화가 있다고 하는데 소연 씨도 혹시 심리적 변화 같은 게 있었나요?
박소연: 제가 그걸 답하기 전에 노 기자님께 거꾸로 묻겠습니다. 그러면 남자들은 왜 머리를 잘라요?
노재완: 머리가 길어지면 지저분하고 그러니까 자르는 거죠.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나요.
박소연: 그렇죠.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북한도 그렇거든요. 그러나 여성들은 좀 달라요. 단순히 머리를 손질한다는 개념을 넘어 뭔가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머리를 자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거나 자식이 말을 잘 안 들었을 때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머리를 하죠. 즉 기분 전환을 하는 거죠.
노재완: 그렇군요.
박소연: 겨울이 다가오면서 춥고 바람도 불고하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사시는지 걱정도 되고.. 이런 생각을 계속하니까 북한에 사는 꿈도 자주 꿉니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우울하고 뭔가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새로 했습니다.
노재완: 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자들은 늘 이렇게 겨울만 돌아오면 가족 걱정으로 많은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소연 씨 가족 모두 올겨울에도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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