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 많이 추우신가 봐요?
박소연: 북한말로 말하면 '얼어 죽을 놈은 다 나와봐라'의 날씨입니다.
노재완: 오늘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였죠? 박소연: 진짜 북한에서 영하 12도는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영하 12도는 왜 이리 춥죠?
노재완: 북한분들이 한국에 오시면 추위에 대해서도 남한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정말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 와서 6년을 사니까 추위에 정말 약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재완: 요즘 연말을 맞아 송년회가 많이 열리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는 망년회라고하나요?
박소연: 망년회라고 합니다.
노재완: 네, 예전엔 남한도 망년회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 모임을 비롯해 각종 동우회와 향우회 등 송년회 모임도 매우 많은데요. 남한에 사시면서 송년회에 나가봤습니까?
박소연: 네, 저도 주변에서 송년회에 참석하라고 전화 문자가 자주 오는데요. 그동안 바빠서 가지 못하고 유일하게 아들 송년회에만 다녀왔습니다.
노재완: 그러셨군요. 아들 송년회는 어땠습니까?
박소연: 사실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가는 송년회라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가서 보니까 이게 송년회인가 할 정도로 좀 특이했습니다. 아이들 훈련하고 경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음식도 배불리 먹고 그랬는데요. 마치 어떤 공연을 보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노재완: 아들이 중학교 축구부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축구부 송년회 다녀오신 거네요?
박소연: 네, 맞습니다.
노재완: 축구부 송년회니까 먹을 것도 많이 준비됐을 것 같은데요?
박소연: 송년회는 큰 고급식당에서 진행됐는데요. 식사에 앞서 올해 한 해 진행된 아이들의 훈련과 경기들을 모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한 해 동안 쉼 없이 뛰어다닌 아들들의 모습에 감동이 되었습니다. 영상을 본 뒤에는 식사를 했는데요. 뷔페식당이다 보니까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노재완: 다른 학부형들도 만나고 아들과 함께 운동하는 아이들도 보고..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자식들이 힘들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박소연: 자식은 늘 봐도 어리게 보이잖아요. 부모들은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지친 아이들의 모습이 나올 때면 눈시울을 적시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후회도 했습니다. 왜 운동장에서 응원할 때 왜 골을 못 넣으냐고 타박했을까. 또 많이 격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습니다.
노재완: 축구부 코치들과도 얘기 많이 나눴습니까?
박소연: 축구부에는 감독님과 코치들이 있는데요. 이날 감독님이 앞에 나와 부모님들한테 인사를 했습니다. "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아들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우겠습니다"라며 "믿고 맡겨달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부모들이 교육자한테 인사하지 교육자가 부모들한테 절대 인사하지 않거든요. 이런 것을 보면서 저는 놀라기도 했습니다.
노재완: 우선 선수들이 잘 해야겠지만 감독과 코치, 그리고 부모님이 하나가 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송년회가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들을 하나로 묶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소연: 축구라는 게 혼자만 잘 해서 이기는 게 아니잖아요. 함께 잘 해야죠. 감독님도 이날 그걸 강조하시더라고요. 저도 그걸 들으면서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께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노재완: 과거에는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많이 혼내고 때론 때리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그런 모습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북한의 송년회도 궁금합니다. 남한의 송년회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박소연: 남한에서는 직장에서 식당 예약을 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는데요. 직원들은 그냥 먹고만 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송년회 준비를 직장인 각자가 해야 합니다. 송년회에 들어가는 비용도 직접 마련해야 하고요. 그러니 북한에서는 송년회가 부담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송년회를 하기 전에 각종 정치행사가 있어서 송년회 전부터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북한 주민들은 송년회를 기다리기보다는 지루한 정치행사와 연말 총화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고민합니다.
노재완: 송년회를 다녀와서 느끼셨겠지만 요즘 송년회 분위기 따뜻하고 화기애애하고 좋죠?
박소연: 이번 아들 송년회에서는 밥을 맛있게 먹고 학부모님들은 따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커피숍에서 차와 커피를 마시며 서로 인사하고 소통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치료방법이나. 어떤 브랜드의 축구화가 불편하지 않은지, 또 어느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잘 하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노재완: 체육 특기생 학부형들은 일반 학부형들과 좀 다를 것 같아요. 나중에 고등학교 진학 때 같이 가는 경우 많으니까 이런 시간을 이용해 친분을 쌓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소연: 네, 더구나 저는 탈북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고 정보도 알게 되고 조언도 구하고.. 남한에서 이런 송년회를 보내면서 참 내가 남한에 온 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북한에 살았다면 지금쯤 얼마나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낼런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남한에 와서 송년회를 통해 이런 행복을 느끼게 되고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죠.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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