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벌써 11월입니다.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네요. 엊그제 꽃피던 봄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낙엽이 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세월 정말 빠르죠?
박소연: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게 몸으로 느껴져요. 세월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삶을 사는가가 아닐까요. 주어진 나이에 맞게 알차게 살면 훗날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노재완: 그런데 오늘 평소보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박소연: 왜 그렇게 보여요?
노재완: 녹음실에 들어오실 때부터 굳은 표정이어서 오늘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박소연: 사실은 아는 동생이 얼마 전 이혼을 했거든요. 오늘 그 동생한테서 직접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잘 살려고 했는데 동생이 이혼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고... 쓸쓸한 생각마저 듭니다.
노재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소연 씨의 마음이 착잡하겠네요. 그러니까 동생분도 북에서 오셨군요?
박소연: 네, 한국에 온 지 6년 차인데요. 세 살 된 딸이 있습니다. 남편은 지금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동생은 하나원에서 나온 뒤 2년 만에 이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노재완: 동생분은 북한 분과 결혼했나요?
박소연: 아닙니다. 여기 남한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우리 탈북 여성들은 일단 인천공항에 내리면 북에 있을 때 보던 텔레비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멋진 남한 남자와 결혼해 사는 것을 꿈꿔 봅니다. 그래서 북한 남자보다는 남한 남자를 더 선호하는데요. 실제로 10명 가운데 8명은 남한 남자를 만나 결혼합니다. 동생 역시 그런 희망을 품고 남한 남자를 만났고 남한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노재완: 그랬군요. 세 살 된 자식도 있는데 살아갈 일이 막막하겠네요.
박소연: 물론 부부가 서로 만나 잘살면 좋겠지만 이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경우도 있죠. 북한 같으면 눈앞이 깜깜하죠. 북한에서는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그런데 여기 남한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혼했지만 남편이 아이 양육비를 보장하도록 법으로 규정해놨으니까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노재완: 맞습니다. 이를 어기는 경우 법에서는 남편 생활비 지급을 동생 통장으로 보낼 수 있게 돼 있으니까 아버지의 역할은 끝까지 져야 할 겁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박소연: 부부가 서로 갈라져도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부모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거네요. 그뿐만 아니라 여기 남한은 서로 헤어져도 아버지가 아이를 한 달에 몇 번 정도 만날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되어 있더라고요.
노재완: 아무리 부부가 이혼해도 부모와 자식 사이는 남이 될 수 없죠. 이것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도 웃긴 얘기지만 법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양육하는 쪽에서 상대방이 미워서 아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이를 막기 위해서 법으로 이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박소연: 혈육의 정을 억지로 떼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이혼은 긍정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정말 함께 살기 힘들면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맞지 않는 사람끼리 살면서 다투고 싸우며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며 살 바엔 차라리 서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남한에서는 두 사람이 합의만 하면 이혼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도 합의 이혼 같은 게 있나요?
박소연: 물론 북한에도 이혼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혼하려면 이혼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우선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경우와 상대자 중 누가 당에 대한 험담과 종파적 행위를 했을 때 해당됩니다. 그 외 가정폭력과 성격 차이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 여성들은 남편들의 가부장적 문화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부가 서로 갈라지면 동네에서 '과부'라고 부르며 그 자식들은 '과부 자식이어서 배운 것도 없다'는 등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 반면 남한은 요즘 부부가 이혼해도 '돌싱'이라고 부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롭게 시작하라고 용기를 주는데 이런 면에서 볼 때 남북의 이혼 문화나 이혼 부부에 대한 시선은 아주 대조적입니다.
노재완: 지금 중요한 건 이혼한 동생의 마음일 것 같아요.
박소연: 동생은 의외로 당당했고 오히려 걱정하는 저를 달랬습니다. "언니 너무 걱정 말아요,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어요. 가끔 아이와 함께 밥도 먹고 놀이장도 함께 가고 그러자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랬죠. 그럴 바엔 왜 이혼했냐고 물었습니다.
노재완: 동생분이 여기 남한의 신세대들처럼 말씀하시네요. 요즘 말로 정말 쿨한데요.
박소연: 남과 북은 이혼 하나만 봐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동생은 자기네 부부가 너무나 다른 문화 속에 살던 사람들이라 살아가는 방식이나 생각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오해하고 남편은 그런 마음으로 행동한 것이 아닌데 동생 마음은 그걸 오해로 받아들이고 남편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서로 시간을 가지고 떨어져서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자고 했대요. 결국 남과 북에서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살아온 부부가 겪는 진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가 있으니까 동생이 재결합해서 살길 바래요. 그래서 동생한테 다시 살아보라고 권유했더니 본인도 생각해보겠고 말하더라고요.
노재완: 이혼하면 당연히 예전처럼 지낼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미워하고 증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어쨌든 서로 좋아해서 결혼까지 했는데.. 이제는 소연 씨가 동생분이 자녀와 함께 씩씩하게 잘 살도록 옆에서 용기를 주고 격려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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