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습니다. 월동 준비는 다 하셨나요?
박소연: 100% 완수했어요.
노재완: 그러면 김장은 하셨을 테고.. 겨울 옷도 다 준비하셨겠네요.
박소연: 월동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게 옷 준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머지는 뭐.. 김장 같은 경우 정 안되면 사서 먹으면 되는 거고.. 난방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틀어주니까 걱정이 없는데요. 옷 같은 경우 너무 오래돼서 못 입을 수 있고 또 솜이 잦아들어 못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 하고.. 그리고 아이들의 경우 무처럼 쑥쑥 자라기 때문에 작아서 입을 수 없는지도 봐야 하고.. 진짜 겨울에는 옷 때문에 돈 쓸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노재완: 아무래도 겨울옷이 비싸니까요.
박소연: 저 같은 경우 40세가 넘으니까 아무거나 입어도 되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유행도 어느 정도 따라 가야 하니까 아무거나 막 사줄 수도 없어요. 요즘 평창 롱 패딩인지 뭐 때문에 아들 녀석도 그거 사달라고 어찌나 떼를 쓰는지.. 결국 사주고 말았습니다. 요즘 그거 입지 못하면 축에도 끼우지 못한다고 난리인 거예요.
노재완: 맞아요. 평창 올림픽 앞두고 롱 패딩이 유행하고 있죠. 북한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롱 패딩이 어떤 옷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박소연: 롱 패딩은 한 마디로 긴 동복이죠. 무릎 아래로 한 뼘까지 내려오는 긴 동복이라고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노재완: 요즘엔 거의 발목까지 내려오기도 하던데요.
박소연: 유행하는 옷답게 멋있고 좋아요..
노재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입고 다니더라고요.
박소연: 제가 롱 패딩을 입어보니까 지하철 등에서는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걸 입고 앉아 있으면 옆 사람 있는 데까지 침범하는 거예요. 그럴 때는 옆 사람한테 너무 미안하죠. 솔직히 남한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잖아요. 어른 입장에선 꼭 롱 패딩을 입어야 할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입는 게 아니고 남들이 입으니까 그냥 따라 입는 겁니다. 유행 따라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헛가다'죠. 그러니까 헛가다를 부리려고 애들이 그걸 사 입는 겁니다.
노재완: 만약 유행하는 게 얇은 옷이었다면 아이들은 그걸 입고 추워도 어떻게든 그걸 사 입을 겁니다.
박소연: 맞아요. 아이들은 얼어도 입을 겁니다.(웃음)
노재완: 롱 패딩 가격도 만만치가 않을 텐데요.
박소연: 생각보다 아주 비싸지는 않더라고요. 한국 돈으로 14만 9천원, 북한 돈으로 계산하면 100만 원 정도 되거든요. 북한에선 큰돈이지만 여기 남한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비싸다고는 볼 수 없죠.
노재완: 그러니까 일반 패딩보다 조금 더 비싼 거네요.
박소연: 저는 가격을 떠나서 이름이 특이했어요. 동복을 입으면 긴 동복, 짧은 동복, 또는 검정 동복, 빨강 동복 이렇게 부를 텐데.. 평창 롱 패딩하니까 처음엔 좀 무슨 말인가 궁금했어요. 알고 보니까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이름이 찍혀 나온 동복이었던 거죠. 어떻게 생각하면 큰 축제를 앞두고 설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조직위원회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나온 옷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노재완: 맞아요.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맞으며 출시된 패딩이라고 해서 평창 롱 패딩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평창 올림픽 홍보를 위해 한정판으로 만든 구스, 즉 거위 털로 만든 긴 방한복입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최고 상한가를 쳤죠. 인터넷에서 한때 최고 인기 검색어로 오르내렸습니다.
박소연: 이 패딩은 평창올림픽 공식 온라인 상점과 시중 백화점 공식 매대에서 판매됐지만 입고가 되기 무섭게 동났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사람들이 붐비자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해 대기 번호표까지 나눠줬다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은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운동선수가 입은 옷이나 머리 모양은 곧 유행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이번 평창 롱 패딩 길이는 100cm~120cm로 보온성도 좋고 비교적 길게 나와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 패딩을 사줬는데 왜 또 패딩을 사달라고 하냐고 혼냈더니.. 아들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엄마, 개나 소나 다 입어" 그 얘기는 10명 중 8~9명이 입었다는 거잖아요. 저도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1989년에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있었는데요. 남한에서 대학생 임수경 씨가 와서 그가 입었던 옷이라든지 머리 모양이 유행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임수경 바지'로 불리며 많은 여성이 임수경 옷을 따라 했습니다. 또한 머리도 긴 머리를 자르고 단발머리를 해서 왼쪽으로 넘기는 임수경 머리 모양이 오랫동안 인기가 있었습니다. 북한에는 흔치 않은 옷차림에 머리 모양은 순간에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이후 거의 20년 동안 북한을 지배했습니다.
노재완: 남한에서 유행했던 게 북한에서도 이렇게 유행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남이 북이나 젊은이들은 멋지고 좋은 것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박소연: 마찬가지죠. 이번에도 남한의 유명한 연예인들과 체육인들이 나와 평창 롱 패딩을 입고 나와서 올림픽을 홍보하니까 사람들이 모방해서 그걸 따라 입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옷이 낡아야 사주고 해져야 사주는데 남한에 오니 추세를 따라 옷을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올림픽 분위기도 띄우고 다가올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노재완: 정말 평창 롱 패딩만 봐도 올림픽이 연상이 되고 올림픽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패딩도 패딩이지만 한국에 와서 처음 보는 올림픽이라 너무 기대가 됩니다. 88서울올림픽은 영상으로만 봤거든요. 그래서인지 평창이란 말만 들어도 정겹고 이러한 큰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게 너무 꿈만 같아요. 북한에 있을 때 올림픽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고 경기장이나 모든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올림픽이 몇 달 후에 남한에서 열린다고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통일이 되어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면 갖고 있던 평창 롱 패딩을 보여주면서 "나 올림픽 직접 본 여자야~"라고 자랑하고 싶어요.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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