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군대(1) 살아서 돌아오라

갓 입대한 장병들이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에서 입영식을 치르고 있다.
갓 입대한 장병들이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에서 입영식을 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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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씨는 2012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지키자와 싸우자... 이 차이 때문에 양쪽의 군대가 8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시작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성휘, 박소연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설날 잘 들 지내셨습니까?

문성휘 : 네, 지금은 북한도 음력설을 대부분 쇠죠. 첫날은 '술날'이고 둘째 날은 잠자는 날, 세 번째 날은 나가서 나무를 패야합니다.

진행자 : 그렇게 3일이 지나는 군요. (웃음) 남쪽은 설날이면 멀리 나갔던 가족끼리 다 모이는데요. 아마 군대 나간 아들이나 딸이 있는 집들은 가족이 한명 씩 빠지겠네요.

문성휘 : 진짜 그렇죠...

진행자 : 그래도 남쪽은 군 복무 기간이 북쪽이 비하면 짧죠. 북쪽은 자녀들이 군대 나가면 몇 년은 잊고 살아야죠? 이런 명절 때 더 생각날 것 같은데요.

문성휘 : 그저 나라에 바친다... 이런 말을 하는데요. 진짜 와야 오는가보다, 살아야 사는가 보다 합니다. 저도 여기 금방 왔을 때는 군복무가 2년 2개월인가 됐는데 지금은 더 짧아 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떻게 됩니까?

진행자 : 21개월입니다.

문성휘 : 2년도 안 돼요? 그래서 싸울 수가 있어요? (웃음)

박소연 : 남조선 군대는 싸움이 목적이 아니고 그저 나라를 보위하자는 그런 목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문성휘 : 저는 2년 2개월이라고 할 때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소연 씨, 진짜 북한 초모생(입영 대상자) 떠나갈 때 봤죠? 80년대 중반까지 그게 큰 경사였죠? 군대 나가는데 따라가서 막 웃고 떠들고 가서 꼭 영웅이 되라... 막 그런 얘기를 하고 당사자들도 태연하게 열차에서 머리를 내밀고 조국을 통일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하고요.

진행자 : 가족과 오래 떨어져있다고 눈물 흘리고 서운해 하고... 이런 분위기가 아니네요.

문성휘 : 그때는 진짜 통일 병사가 돼서 돌아오겠습니다. 설날에 축하장이 와도 그래요. 올해는 기어이 조국 통일을 하고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때는 진짜 대단했어요...

진행자 : 지금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영화 보면 일제시대에 징병 끌려가는 장면 나오죠? 열차에 타고 가며 울며불며하는... 지금 초모가 똑같습니다. 딱 그겁니다.

진행자 : 왜 다른 모습입니까?

박소연 : 90년대 초에 학교 동기들이 군대를 갔거든요. 초보 때가 8월이잖아요? 그때 무산 역전이 사람 바다였습니다. 오락회로 막 떠들고 놀다가 떠나보는데 어떻게나 눈물이 나는지... 엄마들도 울고 우리도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그때 만해도 북한이 지금처럼 이렇게 최하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군대 간 동창들이 2천년대가 돼서야 제대돼서 왔는데 완전히 다 아바이들이 돼서 왔어요. 그 중엔 십 년도 넘게 다녀온 친구도 있었고요. 문 기자님 때는 군복무가 13년이었죠?

문성휘 : 네, 저희는 군복무가 13년이었죠. 사실 저희 때부터 군기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는데요. 비교적 북한 사회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게 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때는 의무 병역제가 아니었고 모병제였습니다. 80년대 중반, 북한이 젊은 인구가 가장 많았고 그러다보니 군대를 못 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군대도 엄격하게 남자는 150, 여자들은 157... 그리고 철봉 10개를 못하면 군대 동원부에서 쫓아 버려요. 중학교 3학년부터는 다들 군대를 가겠다고 철봉대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난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진짜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이고 공산주의가 지나갔다는 게 바로 그때예요. 북한이 공산주의일 때는 군대 갔다가 석 달 지나면 편지랑 사진이 와요. 그러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바느질을 하다가 옆으로 쓱 밀어놓고 안경너머로 사진을 보며 '우리 손자새끼, 군대 나갈 땐 꺼칠했는데 지금은 볼에 살이 진걸 봐... 영 몰라보게 됐다니까!' 그랬죠. 지금은 군대나가면 석 달 만에 편지는 고사하고 전화를 겨우 걸어도 다행인데 그마저도 전화가 오면 아이가 또 허약(영양실조) 걸렸다는 것 아닌가 부모들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80년대 말부터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서해관문, 북부철길 공사 일부도 군대가 동원됐어요. 또 그때 희천발전소보다 더 크게 떠들었던 태천 발전소 건설, 평양 5만 세대 건설도 다 군대가 동원 됐어요. 그리고 군인들이 엄청나게 죽었습니다. 그때부터 부모들이 자식들을 군대에 내보내는 걸 무서워했죠. 애들이 군대 나가면 영양실조에 걸렸다, 죽었다 이런 편지가 너무 많이 오니까 정말 무서운 거예요. 그때도 역시 부모들이 군대에 보낼 때, 많이 울었는데 울면서도 내 아들이 군대를 간다고 뭔가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눈물과 판이하게 달라요. 지금 군대 가는 애들 조국통일을 하고 돌아오겠다... 이러지 않습니다. 요즘 그렇게 말하고 군대 가는 애들이 있으면 삐또 아니야? 이럽니다.

진행자: 정신이 좀 이상하지 않나... 그러는군요. 군대 가면서는 다짐하는 게 '살아 돌아오겠습니다'가 맞겠네요.

문성휘: 그렇죠.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길 빌죠.

진행자: 보내는 가족들의 마음이 진짜 편하지 않겠네요.

문성휘: 며칠 동안 눈물바다가 되는 거죠. 그때에는 설사 죽는 다고해도 조국통일을 위해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에요. 어디 전쟁터에서 살아오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해서 엄마 품으로 오라는 겁니다. 너무 비참하고 처참한 것이죠.

박소연: 제 동생도 지금 8년째 군사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동생 얼굴을 못보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4년 전에 휴가를 한번 왔었는데 많이 몸도 까고 얼굴도 검게 탔더라고요. 휴가도 1년에 한번 씩 있는 것도 아니고 드물어요. 그나마 정치 지도원이나 중대장한테 잘 보여야 하고요. 남한 군대는 무조건 법적으로 100일 휴가라는 게 있잖아요. 근데 북한은 그렇지 못해요. 문 기자 말처럼 80년대, 90년대 초에는 교육을 그런 식으로 받았으니까 우리 무장력을 든든하게 해 조국을 통일하자 뭐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북한 사람들도 알대로 다 알아요. 그리고 북한에도 80년 대만해도 자폭이란 말을 안했어요. 90년대에 김정일이 툭하면 핵폭탄 쏘겠다며 우리가 없는 지구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도 80년대 고등학교 교육받을 때는 우리가 최고인줄 알았어요. 미국 놈이라고 하면 막 치를 떨었죠. 그런데 사회에 나와 항간에 돌아가는 말과 한국 라디오를 좀 듣다보니 저도 알았어요. 핵무기는 아무 나라나 다 있지만 그것은 자기 나라를 보위하기 위해서지 남을 타격하기 위한 게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핵폭탄을 쏘면 나만 아니라 다 같이 죽자는 이론이더라고요. 그러니 2천년부터 군대 가는 사람들의 수준은 그저 자폭, 전쟁만 일어나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린 죽어야 한다... 이런 식이죠. 그러니 부모들도 살아서만 오라고 하죠.

진행자 : 사실 그런 북쪽 군대와 비교하면 남쪽 군 생활 21개월은 아무것도 아닌데요. 왜 남쪽엔 그것도 울면서 가느냐...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 그렇게 비난하면 저도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웃음) 남쪽에서는 21개월이라도 사회적 괴리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제가 남쪽에 와서 어느 한 특수부대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가운데 큰 원탁엔 장교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나머지 공간에 일반 식탁이 있는데 거기에서 일반 사병이 식사를 합니다. 똑같은 밥을 먹는 거죠. 대신 장교들은 새치기할 권한이 있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남한이 제일 좋은 게 식사가 뷔페식이라서 밥, 반찬, 국... 자기 양껏 담아 먹을 수 있고 야채, 고기반찬, 물고기... 잘 나오더라고요. 근데 참 재밌던 광경은 다들 밥술을 드는데 동작이 제각기에요. 밥 먹기 전에 각자 종교에 따라 기도를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까지는 군대에선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진행자 : 신자가 많은 종교, 불교, 가톨릭, 기독교는 군대 안에 작은 법당이나 교회가 있습니다.

문성휘 : 그리고 나오면서 저쪽에 교회당이 있다고 알려주던데요. 사실 북한에서 정부가 주민들에게 교양하는 종교와 여기 종교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들에게 서로 사랑하며 살라, 심성이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것이 종교인데요. 저는 이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전쟁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자 : 북쪽에서는 군대 나가면서 통일 전사가 돼서 돌아오라... 그런다고 하셨죠? 남쪽에선 군대를 가면서 전쟁에 나가서 싸우겠다는 다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나라를 지킨다고 얘기하죠. 그건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고요. 북한이 특이한 경우입니다.

박소연 : 침략자와 싸운다고 얘기하죠.

진행자 : 아무도 북한을 침략하겠다고 생각하는 국가는 없고 본인들이 침략자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젊은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며 초모를 합니다. 이거 거짓말 아닌가요?

문성휘 : 그러니까 북한이 언론을 자유화 못하죠. 자기네의 거짓말이 다 드러나니까요...

박소연 : 지키자와 싸우자... 이 차이 때문에 양쪽의 군대가 8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활이라는 것도 많이 차이도 있고요. 그리고 군대 가면 얼마나 일도 많이 하는데요...

12일, 북쪽이 3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군대' 얘기를 하자니 기분이 묘합니다. 남북의 군 복무 기간, 21개월과 10년의 차이... 이 차이를 한번 생각해보시죠? 남쪽이 침략 전쟁을 준비 중이라면 군대 복무를 21개월을 할리는 없습니다.

징병제, 모병제를 망라해서 세계에서 가장 군 복무 기간이 긴 나라가 북쪽이라는 거 아십니까? 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세계에서 노동이 제일 많은 부대 또 전시도 아닌데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부대 역시 북한군대일 겁니다.

박소연 씨는 자신이 직접 본 금강산 발전소 건설 현장 얘기도 전하고 싶다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이 공사엔 군인들이 많이 동원됐습니다. 남북의 군대 얘기,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