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문 기자님도 남한에 와서 정세가 이렇게까지 긴장된 적이 있으세요? 저는 불안해요. 서울 사람들은 정세만 긴장하는구나 생각하는지 몰라도 저는 불안해요. 고향이 북한이잖아요.
오늘 얘기 시작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성휘, 박소연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북한이 연일 남한에 대한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것도 이젠 2주일이 넘어서 북한 내부에서도 이젠 긴장이 많이 풀렸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소연 씨는 남쪽에 와서 이렇게 정세가 긴장된 적이 없죠?
박소연 : 네, 그렇죠. 북한에선 저도 남한 사람들에게 대해서 욕을 했어요. 왜 남한은 군사연습을 하면 항상 합동 군사연습을 해요. 미군하고 합동을 해서요. 포커즈렌즈, 팀스피리트... 그러니까 북한에선 항상 그랬습니다. 왜 외세를 끌어들여서 군사 연습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용서하지 않겠다... 당시에는 그것에 저도 긍정했죠. 그런데 지금은 교육 받은 것도 없지만 세상 돌아가는 걸 자연히 알게 됩니다.. 남한이 북한하고 싸울 의향이 있으면 자체 무장력을 꾸리고 핵도 만들었겠죠. 그렇지 않다는 얘기거든요.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김정은이 30대잖습니까? 그래서 더 위험한 일을 벌이지 않을까 좀 무서워요.
진행자 : 소연 씨 주변의 남한 사람들은 어때요?
박소연 : 그 분들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지만 나는 북한에서 왔고 알잖아요. 그러니 불안하죠.
문성휘 : 어휴, 전혀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박소연 : 문 기자님만 해도 오신지가 좀 돼서 그런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진행자 : 근데 탈북자들 만나보면 완전히 양쪽으로 나뉩니다. 남한 사람들보다 더 별일 없을 것이라고 평안하신 분, 아니면 더 긴장하는 사람들이요. 지금 문 기자와 소연 씨 처럼요.
문성휘 : 왜냐면 한국에 와서도 군사나 사회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 아니다 판단이 가능한데요. 오히려 한국에 와서 사업하면서 열심히 돈만 버는 사람들 많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티비나 신문도 잘 안 봅니다. 그런데 생활하면서 자꾸 북한이 떠는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그러니까 불안하죠.
진행자 : 소연 씨 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분들은 어때요?
박소연 : 남한 사람들이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아요. 간첩도 나오고 핵무기도 나오고 그러니까 야, 너네 북한에서 왜 그래? 그래요. 저는 그 말이 그렇게 화가 나요. 그래서 그게 싫어 여기와 나와서 공부하잖아요! 그럽니다. (웃음)
문성휘 : 한국의 불안감이라는 게 휴전선 가까이, 여기 서울 사람이나 느끼죠. 그 외에 지역에도 전혀 생각 없고 서울에 사는 사람도 걱정 안 하는 사람도 많아요. 전쟁이 나기 위해선 북한이 도발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능력을 갖고는 남한하고 어떻게 안 되죠. 그런데 지금 제일 무서운 건 김정은이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북한의 언론은 김정일 시대엔 지금 정도는 아니었어요. 다른 자본주의 언론은 주민들의 의식 반영하지만 북한 언론은 지도자 의지를 반영합니다. 그런 선상에서 보면 지금 북한의 언론은 지나친 욕설을 쏟아내니까 김정은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박소연 : 문 기자님! 문 기자님도 남한에 와서 정세가 이렇게까지 긴장된 적이 있으세요?
문성휘 : 남한에 와서 크게 긴장된다고 느꼈을 때는 북한이 처음 핵 실험했을 때였고 지금 같은 건 처음이죠. 이 외에 북한이 아무리 그래도 별로... 여기 사람들 반응이 없어요. 그래도 이번엔 당장 핵을 갖고 그러니까 조금 불안하긴 하죠.
. 진행자 : 남쪽에서도 영변 핵 위기 때는 대단했습니다. 슈퍼에 식료품, 라면, 물이 동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사재기가 없습니다. 시민들이 그렇게 동요하진 않는다는 얘기죠.
문성휘 : 그렇죠. 주로 북한에서 건식이라고 하는데 북한도 역시 같아요. 93년도 영변 핵 위기 때는 긴장했고 그 후엔 특별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북한 당국이야 매일 긴장하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온성적이니까 그렇게 동요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93년도와 비슷하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 북한 내부의 상황은 두 분이 훨씬 잘 짐작하시겠죠?
문성휘 :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 긴장 됐냐면 주요 도시에서는 애들은 시골로 내려 보낸 답니다. 북한이 자꾸 핵전쟁이 한다고 하니까 핵은 주요 도시에 떨어지니 산골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애들은 모두 농촌에 내려 보내고 북한 당국이 건식을 준비하라고 그래서 콩을 닦고 속도전 가루를 만든다고 난리였습니다.
박소연 : 그렇군요. 제가 있을 때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어요. 솔직히 제가 살 때도 이렇게 아나운서가 나와서 열변을 토하고 자존심을 건들였다, 가만있지 않는다... 막 그러면 장마당에서 국민들은 그랬어요. 그냥 칵 터져라... 이제는 사람들이 고위급이나 중산층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돈 때문이라도 정세가 긴장하면 걱정부터 하죠.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은 칵 터져라, 이래도 죽도 저래도 죽는데 그럽니다.
문성휘 : 북한 주민들이 칵 터져라 그러는데 이 정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죠. 그런 말은 직접 못하니까 전쟁이나 칵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거죠. 제일 안전한 말이죠. 아까 소연 씨가 전쟁훈련을 하면 남한은 왜 미국군과 하느냐 하는데 한국군 자체로 하는 훈련도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군은 훈련할 때 노골적으로 서울, 부산 이렇게 표지판까지 써놓고 하는데요. 그렇게 해도 남한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처럼 볶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북한은 실제로 위협을 느껴서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위험하다는 걸 강조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적을 스스로 만드는 거죠.
우리를 공격하는 적들을 수령이 막아 인민들을 지킨다.. 이런 논리를 갖고 권력을 유지하는 겁니다. 그런 논리가 허물이지면 정권이 끝이겠죠. 그리고 중국도 미국과 함께 훈련을 할 때가 있고요. 테러 막는 훈련도 하고 또 그리고 중국하고 러시아고 합동 훈련을 해요. 북한이 합동 훈련을 못 하는 건 북한하고 합동 훈련을 할 나라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그게 뭐 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고요. 그리고 솔직히 북한의 지금 장비를 갖고는 합동 훈련을 못해요. 지금 연합 훈련이라는 게 얼마나 발전된 무기들이 동원되는데요.
박소연 : 제가 북한에서 살 때 저희들 생각에선 탄알 한 알, 포알 한 알을 콩기름을 구워내고 버린다고 하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그걸 우리 주면 얼마나 생활이 괜찮을까? 생각했어요. 왜 남한이나 미국을 우리를 먹으려고 하는 걸까? 진짜 남한이나 미국을 욕했죠. 2000년도 초반까지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것 같아요.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릴 수 없으니까요. 어느날 국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한국과 유엔, 미국에서 우리를 도와준대요? 우리를 먹겠다는 사람들이 왜 우리를 도와줄까? 백성들도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깨면 뭘 합니까? 그 땅에 살고 있는데요. 남조선이나 미국 때문에 우리가 군부에 돈이 많이 안 들어가면 쌀 배급을 좀 잘 받지 않을까... 정말 순진하게 속았다는 말도 아까워요. 기만당하고 산거죠.
문성휘 : 솔직히 북한이 맨날 한국에서 전쟁에서 일으킨다고 하는데 오히려 위협하는 쪽은 북한이죠. 그런데 중요한 점은 한국은 북한의 그런 위협을 항시 받으면서 경제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반대로 북한도 위협을 느낀다... 그런데 왜 북한은 발전을 못 했나?
박소연 : 그러니까요. 맞아요.
문성휘 : 솔직히 북한하고 중국하고 호상방위 원조 조약(1961.7)을 체결했다는 건 세상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북한에 전쟁이 나면 중국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조약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부는 이 얘기를 안 합니다. 왜냐? 그걸 알려주면 군비에 돈을 쏟지 말고 편안히 살자는 말이 나올까봐...
진행자 : 소연 씨는 계속 한 숨만 쉬네요.
박소연 : 예전에 책에서 보니까 어떤 학자분이 이 세상이 공정하게 만들려고 두 사람에게 똑같이 줬대요. 10년 뒤에 보니까 한 사람은 더 많이 불렸고 한 사람은 여전히 못 살더랍니다. 북한은 그 기존 관염에서 벗어나질 못하잖아요? 북한은 기존 관념에서 벗어 못 났고 잘사는 사람은 새것을 지행하고 받아들여서 더 잘 살게 된 거죠. 남한과 북한의 얘기입니다.
북한이 문제 삼은 키 리졸브는 한국이 침공을 받는 상황을 가정해서 실시하는 훈련입니다. 만약 이것이 북침을 위한 훈련이라면 지금 서울은 전쟁의 분위기가 흘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은 출근하고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말이 되면 다들 놀러갑니다. 세간 살이, 다 팔아서 전쟁 비상 배낭을 싸고 전쟁 전에 한 끼 잘 먹는다고 키우던 가축도 다 판 북한 주민들.. 요즘은 북한 내부에서도 긴장 상황이 많이 풀렸다는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단순히 전쟁이 안 나서 다행이다...보다는 더 많은 생각이 들겠죠? 일상을 다시 꾸려가려면 또 힘을 내야겠습니다.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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