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자랑 (2)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8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아침 일찍 걔네 집에 친구랑 둘이 가서 한 명은 그 아이를 부축하고 한명은 가방, 신발주머니를 들어준다고요.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지갑에서 천 원짜리 5장을 부리나케 꺼내주고 기분이 좋아서 엉덩이도 막 두드려 주면서...(웃음)

소연 씨는 아들의 이런 행동이 아주 자랑스러웠답니다.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연 씨도 북쪽이었으면 '지일이나 잘 하지 우추사게 그런 일했다'고 욕 좀 했을 거라는데... 자식 자랑스러운 일도 사회 따라 참 다르네요.

오늘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자식 자랑, 두 번째 시간입니다.

문성휘 : 북한 아줌마들도 우리 애가 학과 경연에서 1등 했다, 이런 건 확실히 자랑이 맞아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자랑은 어디 가서 힘으로 밀리지 않는다...

박소연 : 맞죠. 이악하고...

진행자 : 남쪽은 우선 공부죠. 우리 애가 공부 잘한다고 하면 그 엄마를 다 부러워해요. 그 다음... 여자들 같은 경우는 예쁘다, 곱다... 그런 자랑도 하죠.

문성휘 : 한국은 뭐가 좋냐하면, 학생들한테 주는 상이 다양하잖아요? 북한은 표창이라는 게 단순히 종잇장 하나예요. 국가적으로 잘했다고 주는 중앙 표창은 정말 드물고 일반 학교에서 주는 표창장? 그건 가다가 애들이 바지 주머니에 죽죽 구겨 넣어요. (웃음) 집에 가서 불쏘시개 하느라고. 아무도 안 봐주죠. 그런데 한국은 학교에서 우승을 하면 3등이라고 해도 이만큼 큰 메달도 주고, 1등하면 레이저로 가공한 유리 상패도 주더라고요. 그런 각이한 상이 많으니까 부모들의 자랑거리도 당연히 그거잖아요? 저번에 소연 씨도 우리 애가 태권도를 잘해서 상을 타 왔다 그랬는데 그게 얼마나 자랑이에요.

진행자 : 맞아요. 문 기자님 말씀을 듣고 보니 또 생각이 나는데요. 공부 잘 한다... 이것도 자랑이지만 그림 잘 그린다, 글짓기 잘 한다, 운동 잘 한다... 이런 아이들의 재능이 또 큰 자랑이죠.

박소연 : 근데... 북한에선 잘생겼다, 못생겼다.. 그런 걸로 잘 얘기를 안 해요. 남한에 와서 남한 친구랑 길을 걸어가다 유모차를 탄 아기를 봤는데 제 보기엔 진짜 못 생겼어요. 근데 제 친구, 아가씨인데 아기 진짜 예쁘다... 막 그러는 거예요. 저는 속으로 뭔 대낮에 저런 거짓말을... 그랬어요. (웃음) 정말 못 생겼었거든요. 근데 이 친구는 진심으로 예쁘답니다... 저도 북쪽에서 살 때... 참 제 눈에도 저희 아들은 참 못생겼어요. 부모 눈에도 알리죠. 근데 북한 사람들은 그런 애교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와서는 딱 그래요. 왜 널 안 닮았냐? 얘 코 봐라, 모르고 밟아 놓은 토마토처럼 생겼다... (웃음) 아무리 내 자식이 못 생겼어도 그런 말 들으면 화가 나죠. 그럼 이럽니다, 이거 봐요. 남자는 막 생겨야 잘 난 거예요. 예쁘면 바람이나 쓰지! 북한에선 그럽니다.

진행자 : 유모차에 누워있는 아기들 보면 예의상 다 귀엽다, 예쁘다 얘기해주는데요...

박소연 : 저는 그렇게 말이 안 나옵니다...(웃음)

문성휘 : 근데 기준이 다 달라요. 북한이면 딴 북한만의 기준으로 그렇게 말할 텐데 제가 한국에 와서 외국인 아기를 처음 봤는데 감정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지금은 한국 갓난아기를 보면 못생겼다기보다 어느 나라 애처럼 생겼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다 예쁜 겁니다. 그러니까 소연씨 아들도 전혀 못생긴 게 아니에요.

진행자 : 사실 이 집 아들, 남자답게 잘 생겼어요. (웃음) 이렇게 외모가 잘 생겼다가 자랑이 되는 건 일단 보이는 게 좋으면 후한 점수를 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또 요즘은 특출하게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연예계에 들어가면 큰 성공이 보장이 되니까 이런 게 더 자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북한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자는 수수하게 생겨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외모가 특출하면 손해가 더 커요. 남자도 특출하게 잘생기면 5과라는데 뽑혀 가고 좋은 것 같지만 딱 감옥 같은 생활이에요. 여자들은 예술단에 뽑혀 가면 좋을 것 같지만 권력 있는 사람들의 노리개 밖에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최근에 북한엔 이런 말도 생겼습니다. 여자들한테 못생겼다면 화를 내니까 안전하게 생겼다... 이렇게 얘기하고요. (웃음) 그리고 잘 생겼다는 표현은 정말 위험하게 생겼다 그럽니다.

진행자 : 북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 말이 딱 맞네요.

문성휘 : 잘 생긴 게 꼭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아! 한국은 다르죠. 여긴 얼굴값을 하죠.

진행자 : 반대로 북쪽에서 자랑스러웠던 일이 남쪽에선 어떨까 생각해보면요... 우선 한국에서 자식이 누굴 때리고 왔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글쎄요... 그런 분들도 아직 계시죠. (웃음) 솔직히 부모 입장에선 맞고 들어오는 것보다 때리고 들어오는 게 마음이 덜 아프긴 하지만 요. 폭력 사건을 일으키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어요... 폭력에 대해서 굉장히 엄격하고 학교에서도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은 안 된다... 이렇게 가르칩니다. 왜 그러느냐... ? 뭐... 두 분이 더 잘 아실 거예요. 주먹이나 힘이 가장 우선시 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박소연 : 그리고 확실히 여기 교육이... 저희 아들이 남한에 와서 교육을 2년을 받았잖아요? 한번은 학원에서 애가 저녁에 울면서 왔어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같은 학원에 있는 친구랑 싸워서 선생님이 2시간 벌을 세웠답니다. 우리 아이 말에 의하면 그 친구가 먼저 지분을 걸어서 우리 애가 때렸답니다. 그때 우리 애가 기브스 했었거든요. 속으로 선생님을 많이 욕했죠. 어떻게 우리 아들이 정당방위를 했는데 기브스까지 한 아이를 벌을 세우나... 그래서 따지려고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마침 선생님이 전화를 안 받았어요. 너무 다행이었죠. 북한식으로 할 뻔 했죠. 그 다음날 선생님이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연을 들어보니 둘 다 잘못했고 어느 한 사람만 벌을 세우면 다른 아이들한테 좋지 않아서 그랬다고요. 그리고 저는 아들아이한테 그 친구를 다시는 놀지마, 그랬는데 얼마 뒤에 보니까 같이 친하게 지내더라고요. 막 혼을 냈더니 엄마, 선생님이 다 같이 놀랬어, 싸웠다고 안 놀고 그러면 안 된대... 그래요. 그 말 듣고 저 충격 받았어요. 세상에! 엄마가 12살짜리 애 수준보다도 못 했던 거예요. 저는 정말 제 아들이 남한에 와서 저렇게 변할 줄 몰랐어요.

진행자 : 아마 저라도 놀지마,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요? (웃음) 아이가 부모의 선생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박소연 : 근데 제가 왜 이렇게 아들 자랑을 하냐하면 아들에 대한 가슴 아픈 일이 있어요. 우리 아들이 9살에 강을 건널 때 국경경비대에 잡혔어요. 그때 강이 한 쪽으로 녹기 시작할 때였는데 그 아이한테 인민군대들이 커다란 늄 바께쓰(알루비늄 양동이)를 쥐어주면서 강에 가서 물을 길어 오라고 했대요. 저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악몽을 꿔요. 애가 얼음 구멍까지 갔는데 물살이 막 세더랍니다. 원래 물을 기를 때는 물살을 마주하고 뜨면 바께쓰랑 같이 물에 따라 들어가요.

문성휘 : 맞아요. 그렇게 많이 죽죠.

박소연 : 애가 뭘 알겠어요... 물을 기르려고 그런 순간에 쑥 딸려 가기에 바께쓰를 탁 놨더니 그게 강물에 따라 내려가 버렸다고요. 경비대는 그걸 두고 왔다고 막 때리더래요. 그 애를 강을 넘겨서 딱 안는 순간 아이가 너무 천진한 얼굴로 그 얘기를 해요. 엄마, 내가 바빠서 바께쓰를 탁 놨어... 얘기 듣는 순간 앞이 깜깜했지만 잘 했어! 그래놓고는 돌아서서 울었습니다. 만약 내 아들이 그 바께쓰 따라 물에 들어갔으면 지금처럼 기브스 한 친구를 도와줘서 방송에 나와 칭찬할 일이 없잖아요. 지금도 꿈을 꾸면 얼음장 밑에 우리 애가 붙어있으면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았을까... 그때 가슴 아픈 일이 있어서 지금 애가 조금만 뭘 잘 해도 너무나 자랑스럽고 그래요.

진행자 : 소연 씨 마음은 자랑스러운 것보다 고마운 게 더 먼저인 것 같네요. 어려운 일을 다 지나 잘 적응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게 고맙고 대견하다... (웃음) 사실 저희가 지금 막 자식 자랑을 하고 있는데 남한에서는 자식 자랑 막하면 팔불출이라고 하거든요. 북한에는 그런 말 있어요?

문성휘 : 북한도 그런 말 있죠. 반편... (웃음) 근데 애들 자랑은 크게 반편이다 뭐다... 정 혹독하지 않으면 그렇게 욕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차라리 마누라 자랑을 하면 저 부실한 자식, 저 반편 같은 것... (웃음)

박소연 : 3대 머저리... 그러죠.

문성휘 : 근데 확연하게 차이 나는 건 소연 씨가 지금 자기 아들 정말 자랑스럽다 이렇게 말하는 것, 분명 자랑할 거리가 아니에요? 북한이라는 나라는 우리 어렸을 때는 공산주의 도덕, 지금은 사회주의 도덕을 배워주는데 거기선 분명 학생들한테 남을 도우라고 가르쳐요. 그런데 그런 짓을 하면 부모들이 먼저 우추사게 왜 그런 일을 하냐! 니 부실이 아니야? (웃음) 와.... 자랑하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죠. 만약 북한에서 소연씨 아들이 그렇게 했다면 이기, 부실이 아니야...? 그랬을 겁니다. (웃음)

박소연 : 니 할 일이 없냐? 그렇게...(웃음)

문성휘 : 맞다... (웃음) 근데 한국에서 그게 큰 자랑 아닙니까? 참, 한국에 보면... 아이들 제일 자랑스러울 때가 지하철 타면 어르신들, 임신부들 타면 애들이 선뜻 일어서서 자리를 내주잖아요? 그런 걸보면 애들 부모들은 어떻게 교육시켰을까? 그게 정말 자랑거리예요. 북한은 그런 것 없어요.

진행자 : 네, 그런 아이들보면 집에서 교육 잘 받았다는 생각이 들죠.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생각은 하지만 남쪽에서도 실상 애들을 키우다 보면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게 인성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그러니까 공부라든지... 이런 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쪽 사람들도 많이 걱정하잖아요?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타시면 두세 명씩 일어나면서 자리 양보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그런 일이 별로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뭔가 잘 못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우려를 하게 됩니다.

문성휘 : 그거야 교육이 잘 못 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분발해서 학생들을 잘 교육 시켜야죠...

<세상 밖으로>에서는 참 다양한 주제로 얘길 하게 되는데요. 어떤 주제를 갖고 시작을 해도 결국은 양쪽 사회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자식 자랑도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 사회가 어떤 걸 중요시 하나, 어떤 가치를 추앙 하는가에 따라 자랑거리도 다른 것 같은데요. 남쪽은 학력, 능력, 외모... 북쪽은 힘과 권력... 그렇습니다. 이거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죠? (웃음)

그러나 저러나... 저는 자식 자랑 한번 잘 못했다가 문 기자, 소연 씨에게 부실이다, 철없다 소릴 들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