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9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한국에 와서 횟수로 4년차. 이제 저도 재테크 합니다. (웃음) 남한의 돈 많은 사람이 듣기엔 저게 뭔가 싶겠지만 저 나름대로 긍지가 있어요. 아, 지금처럼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지금은 작은 이자라도 계속 넣었다, 뽑았다 합니다.
가벼운 주머니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영국 속담입니다. 돈을 받으면 자유를 잃는다... 독일 속담이고 돈이 말하면 진실은 침묵한다, 이탈리아 속담입니다. 그리스에도 재밌는 속담이 있네요. 여자는 돈 없는 남자보다 남자 없는 돈을 더 좋아한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주 이어서 돈 모으는 얘기, 재테크 얘기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진행자 : 지난 시간에도 얘기했지만 탈북자들이 남쪽에서 재테크 그러니까 돈을 좀 모아보려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해요.
문성휘 : 사람 사는 곳엔 어디든 사기꾼은 있는 것 같아요. 백주에 날벼락 같이 미사일을 날리고 니네 탓이다 이런 사람들도 있고...(웃음) 근데 이게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우리 같이 온 친구들끼리 이런 협잡에 걸렸는데 실제 50% 이자를 줍니다. 아니, 150만원 내니까 75만원 이자를 내줍니다.
진행자 : 미끼네요.
문성휘 : 이게 한번이면 코웃음을 치겠는데 이게 무려 7달이나 계속 됐습니다. 내 가까운 친구들이 저에게 이거 해볼까 물었을 때 세상에 공짜라는 거 없다, 그런 거 있을 수가 없다... 뭘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무슨 건설을 한다던가? 그랬는데 나는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공짜로 주는 것 있을 수 없으니 하지 말자. 그래서 안 했어요. 친구 두 명도 하려고 하다가 제가 그런 말을 하니까 안 했습니다. 그런데 7달이나 지속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나 때문에 가입 안 한 친구들도 막 황당한 거죠. 이쪽 친구들은 통장을 막 보이며 이렇게 돈이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났다... 막 그러는데...
박소연 : 맞아요. 그러더라는데요...
문성휘 : 눈앞에서 돈을 막 잃어버리는 것 같고요.
박소연 : 맞아요. 저도 딱 저 심정이었어요.
문성휘 : 이야... 나도 좀 투자할까 했을 때, 일이 터졌어요. 그 돈이 통째로 날라 갔어요. 7달 동안을 참는 게 말이 쉽지 이래서 협잡꾼에게 걸려들겠구나. 하나원에서부터 계속 교육을 해도... 그리고 한국 사람들도 계속 깨우쳐 줘요. 주의해라, 주의해라... 그래도 옆에서 일곱 달 동안 남들은 막 돈을 산처럼 쌓아 가는데 나는 지금 뭔가...
박소연 : 그때는 막 바보같이 느껴졌어요.
문성휘 : 그래요. 그리고 더욱이나 내가 친구들을 말렸는데. 내 친구들도 막 자글자글하는 겁니다. 나는 책임감을 느끼고요. 돌기 직전에 일이 터졌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아니면 돈을 넣으셨겠죠.
문성휘 : 맞아요. 맞아... (웃음) 똑같이 사기 당했죠.
박소연 : 제가 저 심정을 딱 이해하는데요. 그 분도 대구 누구도 넣고, 누구도 적금 다 깼다.돈을 받고 막 기차다... 그 사람들에게 온 문자, '언니 감사해요' 그런 문자를 막 보여주고 그러매 니는 이제 북한에서 살던 그 마인드로 살았다간 그냥 고 모양 고 꼴로 산다. 그리고 문 기자님 말처럼 누구 앞으로 얼마를 이체를 했습니다... 은행에서 돈 들어오는 문자를 막 보여주고요. 저도 그 악마의 유혹을 근 6개월을 견뎠습니다.
진행자 : 그게 수법이군요.
박소연 : 근데 실지 저랑 같이 온 동기생들이 몇 명 가입을 했더라고요. 문 기자님 심정, 진짜 이해해요.
진행자 : 소연 씨가 신중한 성격이라 다행이었네요.
문성휘 : 그리고 아마 소연 씨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게 특히 집중하죠. 그러니까 막 진짜 집요해요. 아... 정말 내 눈 앞에서 돌덩이 같은 금덩이들이 막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박소연 : 어, 맞아요 진짜. 어떡해...
진행자 : 다단계는 내가 돈을 벌려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엄청 애를 쓴 거죠. 그리고 남쪽의 사기는 북쪽보다 교묘합니다.
문성휘 : 근데 돈을 번다는 게 대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고 부자라는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애초부터 부자를 될 꿈을 가졌다고 생각 안 해요. 근면한 자기 노력으로, 자기 생각으로 창조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돈을 벌게 된 거죠. 노력이 필요하다 공짜를 바라지 말라... 제가 복권, 로또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공짜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웃음)
진행자 : 로또는 돈 주고 사는 거니까? (웃음)
문성휘 : 그렇죠! 공짜는 아니죠. (웃음)
진행자 : 참고로, 로또는 1불인가요?
박소연 : 눅다... 인정해드려야겠어요! (웃음)
문성휘 : 그리고 중요한 게 창조성입니다. 뭔가 생각해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지난해 10대 발명품 중에... 정말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정말 황당했어요. 뭘까요?
진행자 : 힌트 주십시오. 뭔지 모르겠습니다.
문성휘 : 사진 찍는 거.
진행자 : 아, 셀카봉!
문성휘 : 그렇죠! 휴대폰을 길게 매달아서 자기 사진을 찍는 막대기. 그게 세계 10대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남한 사람이 만든 건데 대박이 났습니다. 너무 단순한 물건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아마 누구나 생각했을 거예요. 아무리 팔을 길게 빼도 휴대 전화로 자기 얼굴을 찍으면 너무 어색하게 나온다...뭔가 막대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진행자 : 타치폰을 막대기 끝에 매달아서 자기가 자기 사진을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게 만든 막대기죠?
문성휘 : 근데 정말 내가 그걸 만들 생각은 왜 못 했는지 정말 원통하고... (웃음) 이렇게 아주 단순한 창조라도 창조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생각하는 게 재테크의 한 방법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내가 셀카봉을 못 만들었는지 지금 너무 원통하고요.
진행자 : 그렇게 따지면 제가 놓친 발명품은 열 개도 넘습니다. (웃음)
박소연 : 남이 만들면 그걸 왜 생각 못했을까 싶은데 만들려면 쉽지 않겠죠...
진행자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게 사실 욕심에 눈이 가려서 사기를 당하게 되는 건데요. 탈북자들 경우는 이 욕심이 더 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급하잖아요.
문성휘 : 탈북자들 욕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려서 탁 한발 내딛어 한국을 바라보는 순간! 그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이제는 더는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반드시 성공한다!
박소연 : 진짜 맞죠...
문성휘 : 그러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죠. 그게 사람들을 범죄로 내몰게 되고 사기도 당하게 하고 그렇죠.
진행자 : 소연 씨도 동의하세요?
박소연 : 그럼요. 나는 이제 사람답게 살겠다... 그때는 막 뿔어 있어요. 이 세상이 다 내 것 같고. 하나원에 있을 때까지도 둥 떠있어요. 사회에 나가면 천하의 돈을 내가 다 벌 것 같고... 이제 사회라는 파도에 빠지게 되면 파도를 따라가면 좋은데 나는 좀 오목가시를 해서... 난 좀 속전속결로 가겠다... 빠르게 가겠다. 그런데 그게 더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러고 보면 참 지름길이라는 게 없어요.
문성휘 : 근데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협잡 안 당해본 사람이 없어요...
박소연 : 사람이 참 묘한 게 이제도 말했잖아요. 욕심을 버려라 이런 말을 하지만... 저는 가족이 고향에 있으니까, 또 여기가 북한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도와주는 게 도리상 옳다고 보는데 돈을 보내면 내 계획이 막 무너져요. 제가 북한에 살 때는 하늘을 안 봤어요. 볼 시간이 없었죠. 근데 여기선 하늘을 자꾸 봅니다... 무엇인가를 생각해요. 도무지 앞이 안 보이는 겁니다. 내가 혼자 벌어서 애도 키울라매 가족들에게 돈도 보내줄라매... 돈을 보낸 그날은 기분 너무 좋아요. 우리 가족들 밥이라도 넉넉하게 먹겠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하늘을 봅니다. (웃음) 그러니까 그런 유혹에 혹 하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올해는 통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통장은 적금하고 상관없이 한 달에 15만원 씩 넣어요. 이건 부모한테 보내는 돈이다 하고요. 또 수입 외에 생기는 돈은 1초도 안 기다리고 바로 그 통장에 넣습니다. 그렇게 하고 보니까 제 계획대로 적금이 되더라고요.
문성휘 : 아.... 그거 진짜 멋있는 생각이다. 나 왜 저 생각을 못했지.
진행자 : 문 기자도 안팎으로 북쪽에서 왔기 때문에 힘드실 것 같아요.
박소연 : 이게 얼마나 고민되는지 이 기자는 잘 모를 거예요...
문성휘 : 나는 셀카봉도 생각 못했지 이렇게 저축 통장도 따로 만들 생각을 못했지. 내 머리가 창조적이지 못해... 근데 이제 보니까 신기하네. 소연 씨 재테크는 통장 테크 네요.
진행자 : 소연 씨 뿐 아니라 비슷하게 하는 남쪽 사람들 많습니다. 전문용어로 적금 풍차돌리기 이럽니다. (웃음) 이자가 단리, 복리 있는데요. 단리는 아실 거고. 복리는 원금에 붙은 이자까지 더해서 이자를 더해주는 건데 요즘 복리 통장이 거의 없으니까 내가 통장에 돈을 넣고 빼고 하면서 이런 복리 통장을 만드는 겁니다.
문성휘 : 이거 야단이다. 내일 가서 통장 3-4개 만들어야겠습니다. (웃음) 지금 옆에서 막 벌고 있으니까...
박소연 : 저게 욕심인 거예요. (웃음)
진행자 : 사실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나도 빨리 하고 싶긴 하죠. 그렇지만 문 기자! 여태 그렇게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여전히 욕심 부리시네요... (웃음) 네, 오늘 우리가 재테크 얘기를 해봤는데요. 벌어서 조금씩이라도 차근차근 모아가는 사람들이 일확천금하는 사람 때문에 좌절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성휘 : 저는 뭐 로또가 주머니에 있으니까 든든합니다.
박소연 : 우리 손잡고 로또 사러 가야겠는데요?
진행자 : 아... 그게 오늘의 결론이면 안 되죠. (웃음) 소연 씨, 결론 내 주세요.
박소연 : 열심히 사는 게 재테크에서 성공하는 길이다!
진행자 : 그건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공짜라는 건 없고요. 김정은이 주는 선물도 인민이 바친 걸 가져다가 다시 나눠주는 것이지 공짜는 아닙니다. 이자처럼 셀카봉을 만들어 낸 사람들의 뛰어난 창조성을 본받자. 근데 뭘 만드나...(웃음)
진행자 :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돈에 봉사하는 자, 스스로의 노예.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까지 3회에 걸쳐서 남한에서 돈 벌기, 재테크 이야기 해봤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뵙죠.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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