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8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생일 축하 노래도 제가 불렀습니다. (웃음) 민망하지 않았어요. 애가 정말 좋아했습니다...
얼마 전에 소연 씨 아들 생일이었답니다. 무슨 아이 생일까지 챙기느냐 하시겠지만 남한은 어려서 그리고 나이 들어서 생일을 더 챙깁니다. 게다가 이번엔 남한에 와서 첫 생일이라고 하네요. 남한의 생일 문화 한번 들여다보시죠. 오늘 <세상 밖으로> 생일 얘기 마지막 시간입니다.
문성휘 : 북한은 같은 인민반 동네 사람들끼리, 직장도 근처 사니까 생일날이 자연히 북적거립니다. 한국과는 차원이 달라요.
진행자 : 저는 나이 드니까 생일날 만나는 친구들은 정말 오래된 친구들입니다. 그러니까 생일이 기다려지죠...
문성휘 : 맞다, 생일날에만 어쩌다 만나는 친구들도 있죠. 진짜 그런 의미는 있죠. 북한은 생일이 완전 특별하고 다르잖아요?
박소연 : 집안에 냄새가 달라집니다. (웃음) 고사리 채, 감자채 냄새...
문성휘 : 그러니까 생일을 앞두면 어른도 막 붕붕 뜨거든요. (웃음) 한국에선 생일을 많이 쇠도 뜨는 감정이 전혀 없어요.
진행자 : 나이 있잖아요? 북한에서보다 여기서 나이 몇 살이나 더 먹었잖습니까?
문성휘 : 맞다... 어렸을 때 얼마나 기다립니까?
박소연 : 솔직히 이번에 아들 생일잔치 해주면서 나는 이 아이의 엄마니까 이렇게 해주지만 다가오는 내 생일에 나는 누가 해주지? 그런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랑 생일날, 식당 가는 길에 꽃집 앞을 지나다가 엄마는 꽃 좋아하는 거 알제... 그랬더니 응! 우리 아들은 길면 두 마디, 짧으면 한 마디입니다. (웃음) 엄마는 저 화분, 꽃다발은 2-3만원하겠지만 꽃 화분은 3-5천 원 하겠죠? 그래서 엄마는 저 화분하나 기대할게 그랬습니다. 저도 받고 싶어요. 제가 너무 철이 없나요?
진행자 : 그런 생각나죠. 그런데 아마 떠나 오셨으니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멀리서 국수는 먹었나... 하면서.
박소연 : 저는 올해까지 남한에서 3번째 생일을 지나는데 내가 여기 살아있다는 소식을 못 전했을 때는 생일날 슬프더라고요. 고향에서 아빠, 엄마가 울었겠구나... 근데 올해는 소식을 전했으니까 이제 안 울 거예요. 저도 고향 생각을 좀 덜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 아들에게 어떻게든 등을 후려쳐서 화분을... (웃음) 그래도 쓸쓸하긴 하죠. 여기서 산 세월이 없으니까 딴딴한 친구도 없고요.
진행자 : 3년 산거 치고는 많지 않아요? 아들 생일도 소연 씨 친구분들이 같이 챙겼다면서요?
박소연 : 그런가요? 그냥 열심히 살고 그러니까 도와주신 것 같은데 제 생일은 말을 못 할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진행자 : 소연 씨 남한엔 셀프 선물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식당에서 물은 셀프 이렇게 써있으면 그건 본인이 알아서 저절로 물을 떠다 먹으라는 얘기잖아요? 남에게 선물을 바라지 마시고요. 본인이 원하는 게 있으면 셀프 선물을 하세요.
문성휘 : 그게 무슨 선물이에요? 듣다 듣다 처음이다.
박소연 : 아니, 저 같이 일하는 선배가 2월이었나? 내일이 제 생일이에요, 그러더라고요. 대표님이 나오니까 그걸 다시 얘기해요. 저 내일 생일이에요, 뭘 해주실 거예요?... 그래서 대표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러더니 진짜 맛있는 거 사줬어요.
문성휘 : 뻔뻔스럽다...
박소연 : 아니래요. 남한에선 그런답니다.
문성휘 : 북한에서 그렇게 말하면...돌았구나, 부실이다, 삔또가? 그랬을 겁니다. (웃음)
박소연 : 근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진행자 : 셀프 선물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니고요. 자기 자신에게 자기가 선물을 사주는 거죠. 일 년 동안 수고했으니까, 내가 갖고 싶었던 것. 여자들 보통 화장품, 옷... 이런 거죠.
문성휘 : 내가 사서 내가 받는 게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박소연 : 제가 돈 내고 제 선물을 받아요? 그건 아니다... 제 털 뽑아서 딴 자리에 꼽는다는 거잖아요?
문성휘 : 암만 말해도 나도 이해 못하겠네. 그럼 북조선 사람들은 더 이해 못 할 겁니다. 내가 상점에 가서 저 휴대 전화, 갖고 싶다면 저걸 내 돈으로 사서 자, 이건 오늘 내 생일 선물이야. 그러면서 저절로 가진다는 겁니까?
진행자 : 네, 맞습니다.
박소연 : 세상에.... 이해가 안 돼요.
진행자 : 생일 때 그럴 때 있지 않아요? 소연 씨도 꽃다발 예쁜 거 받고 싶다면서요. 그걸 아들에게 사달라기에 부담스럽고 모르는 남자한테 사달라고 할 순 없고. 그럴 때 내가 나한테 꽃다발 사주는 거죠. 뭐 어때요?
문성휘 : 그럴 수도 있어요. 좀 벼르다가... 사정이 될 때 살 수 있지만 그건 저절로 산거지 선물은 아니잖아요? 야... 이런 문화는 이해가 안 된다.
진행자 : 생일 가장 축하받아야할 사람은요? 나죠. 그리고 내 부모가 있고, 가족도 있고 그러면 내가 축하를 받죠. 그런데 결혼하고 나면? 또 내가 부모가 되고 나면요? 날 챙겨줄 사람보다 내가 챙겨야할 사람이 더 많잖아요? 그럴 때 내가 날 챙기는 거죠. 이게 나쁜가요?
박소연 : 정말 한참을 들으니 이제 조금 이해가 가려고 하네요... (웃음)
문성휘 : 나는 그래도 어처구니없다... 아니 십년을 가까이 살았는데 이런 걸 모르다니요...
박소연 :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배워야죠. 그래도 모르는 게 많을 걸요? 근데 마지막 말을 듣고 보니 조금 공감이 가네요.
진행자 : 날 챙겨주는 사람 없다, 슬퍼하고 안 준다고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내가 날 챙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
문성휘 : 글쎄요... 내가 한국에 와서 이런 말을 듣긴 했는데 북한은 당과 수령 아닙니까? 정치적 생명이 중요하다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그 얘기를 들었어요.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렇지 않으면 사랑할 것이 없다. 그 말 정말 백번 공감하는 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스스로 셀프 선물... 그래요, 이해는 되는 데 도무지 받아들이는 게 힘듭니다. 어우.... 괜히 들었다. 이거 버릇돼서 생일날이면 괜히 돈 들여서 셀프 선물 하는 거 아닙니까? (웃음)
진행자 : 문 기자는 옆에 아내, 아들, 딸 다 있으시잖아요?
박소연 : 셀프 선물은 제가 해야겠네요.
진행자 : 생일이라는 게 나이들 수록 챙기기 어려운 날이지만 의미를 둬야죠.
박소연 : 그래요. 인생 길지도 않잖아요?
문성휘 : 저는 그냥 집 식구들 생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거기 더 신경이 가고요. 애들도 그래, 집사람도 그래... 저도 내 생일이라고 얘기 안 해요. 그래서 지나치지 않을까 신경을 쓰죠.
진행자 : 저는 나이 들면서 생일이라고 말하는 게 쑥스러워요.
박소연 : 참 차이가 난다. 저는 철이 없는지 쑥스럽지 않아요. 회사 사람들에게도 내 생일이라고, 용기내서 얘기 해볼까 봐요. (웃음)
문성휘 : 사람마다 다른 거죠. 셀프 선물... 저는 몸이 오실 오실 떨리네요. (웃음)
진행자 : 하긴 뭐 문 기자는 수시로 셀프 선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웃음) 두 분 다 생일이 곧 돌아오시는 것 같아요.
박소연 : 맞아요.
진행자 : 미리 생일 축하드립니다...
INS -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오늘 맺음말은 모든 청취자들의 생일 미리 또는 좀 늦게 생일 축하드리면서 이 노래로 대신합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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