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4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9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고양이가 고속도로 배관에 어떻게 들어갔대요. 밤새우니까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이 잠을 못 잤답니다. 그 고양이가 걱정이 돼서... 기중기를 동원해서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막 모여서 박수를 치더라는데요? 저 그거 보고 놀랐어요.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나...
소연 씨가 남한 텔레비전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동물 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하는 얘깁니다.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하다'고 하기엔 길 고양이 한 마리를 놓고 너무 호들갑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약간 뭉클하기도 한... 탈북자가 남한에 와서 감정이 가장 복잡해지는 순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맞닥뜨렸을 때!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서 애완견 키우는 얘기 이어갑니다.
박소연 : 저는 애완용 개는 몇 달 데리고 있다가 남을 줬어요.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구석에다가 똥을 자꾸 콩알만 하게 싸고... 애는 좋아했는데 저는 싫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해마다 개를 키웠어요, 똥개를. 봄이면 배낭을 메고 농촌 장에 가서 30-50일 사이 강아지, 세 마리를 사와요. 그리고 꼭 노란 개. 북한에서 제일 비싼 개가 노란 강아지입니다. 개는 한 마리는 먹이기 힘들지만 세 마리면 훨씬 잘 먹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이번 겨울 나는 화목입니다. 옥수수를 타개서 쌀은 따로 내고 나머지 무거리를 파는데 여기에다 두부 깡지를(두부 하고 나온 비지) 섞어서 개를 먹였는데 개 세 마리면 흙도 먹어요. 잘 먹습니다. 이렇게 키운 개는 11-12월 되면 엄지가 되고 그걸 한꺼번에 팝니다. 재밌는 게 똑같은 종자를 똑같이 먹여서 키우는데도 가을에 가면 크기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웃음) 그렇게 팔면 한 마리에서 사료 값이 나오고 나머지 두 마리에서 화목 값이랑 다음해 강아지 값이 나오죠. 저는 이렇게 경제적인 타산에서 개를 길렀지 사랑해서 기른 건 아닙니다.
진행자 : 개를 기르면 개와 어떤 감정적인 교감이 있어서 어느 정도 정이 들기 마련인데요.
박소연 : 저는 항상 문 열고 나가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잘 자라라, 도망치지 말고, 어디 가서 도둑 만나지 말고... 사람들이 저한테 생긴 거랑 다르게 개 잘 기른다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게 올해 우리 화목이라고...(웃음) 저는 그걸 돈으로 봤지 사랑으로 보지 않았어요.
진행자 : 돼지, 닭도 있는데 왜 하필 강아지입니까?
박소연 : 개는 하루에 두 번만 주면 됩니다. 돼지는 저도 길러 봤는데 두 시간에 한 번씩 밥을 안 주면 온 동네를 쪼개요. 항상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해요.
문성휘 : 그리고 개는 돼지보다 훔치기도 힘들어요. 북한이라는 나라는 개조차 살기 힘든 나라거든요.
박소연 : 맞습니다.
문성휘 : 지금은 개를 다 목줄을 해서 매서 키웁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 개는 가축이네요.
박소연 : 그렇죠. 가축이죠. 자긍심이 좋을 때는 개를 팔 때인데요. 공업품을 팔 때는 고객한테 굽신거려야 합니다. 봐라...질이 얼마나 좋냐. 그런데 밀수품은 다르죠. 개는 밀수품입니다. 개데꼬가 와서 막 사정사정을 합니다. 그런데 개 대가리를 제외하고 남자 손으로 두 뼘 반, 8킬로 이상이 돼야 밀수개가 됩니다. 이것도 합격, 불합격이 있어요. 개데꼬가 깎자하면 그만 둬라, 우리 니 아니어도 살 사람 있다... 가을에 개 딱 팔면 다음해 종자 값 내놓고 사료 값 뽑고 나머지는 통째로 화목을 사요. 그런데서 개 기르는 기쁨이 있었죠.
문성휘 : 근데 진짜... 북한에선 개의 수난 시대, 돼지의 수난 시대죠.
진행자 : 사람도 수난 시대인데요...
문성휘 : 왜 그러냐면요, 북한은 일관한 정책이 없지 않습니까? 정책권자 수령이 말하면 그게 정책이 되는 데 수령의 생각이 일관되지 못 합니다. 하루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저렇게 말했다...
진행자 : 수령도 사람인데 자기가 한 말을 다 기억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문성휘 : 그러니까 매일 달라져요. 예를 들어 돼지요. 돼지는 귀가 아주 예민하답니다. 그런데 너무 소리에 신경 쓰면 잘 자라지 못하니까 일부러 중국에서 온 폭죽을 귀에 대고 빵빵 터뜨려서 귀를 먹게 합니다. 돼지 수난 시대죠? (웃음) 그리고 1989년부터 92년 사이에... 개를 많이 길렀는데 이때부터 목을 매서 집 안에서 키우기 시작했죠. 그 전에는 놔서 키웠죠. 그런데 개들이 도로 바닥에 나와서 똥을 싸고 그러니까 도로 바닥에 나오지 못하게 하라, 나오는 개는 잡아도 된다! 그래서... 야... 말도 마세요. 노동자 규찰대는 사실 깡패들이 많습니다. 힘이 약하고 마음이 어질면 사람들이 통제가 안 되니까 노동자 규찰대를 내세워서 길거리에 나온 개는 니네 잡아서 먹어도 좋다...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애들이 몽둥이를 들고 북한의 한다하는 깡패들은 다, 한쪽 손엔 몽둥이 한쪽 손엔 돌멩이를 들고 동네 개를 쫒아 다녔어요. (웃음) 아... 그런 애들이 무서워서 개목을 매서 키운 거죠. 그러고는 나중엔 개도 인간 생활의 문화생활의 하나라고 하니까 애완견도 키우고. 뭐 일관한 것이 없습니다. 하루는 중소형 발전소를 많이 지으라고 해서 노동신문에도 엄청 나오지 않았어요? 올 한 해 동안에만 새로운 발전소 3천 개를 지었다. 그 한 해 전에 노동신문에 2천 개를 지었다고 했으니까 북한에 중소형 발전소가 5천 개가 돼야 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중소형 발전소는 우리 실리에 맞지 않는다, 대형 발전소를 짓자! 산골자기마다 지었던 중소형 발전소를 다 두드려 부수고... 난 도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저 사회가. (웃음)
박소연 : 저도 한마디 할래요. 한 때 북한에서 길이 좁으니까 오토바이 사고가 많이 났습니다. 도당에서 제의서를 올리고 막 그랬죠. 그런데 김정일이 한 마디 했어요. 오토바이 탄 모습은 조선의 기상입니다... 그 다음부터 오토바이가 성행했어요. 결국 한 사람의 말이 법이 되는 거죠. 개도 그렇습니다. 개를 기르는 것도 문화다... 아니 누가 기르기 싫어서 안 기르나요? 사람이 먹고 살 것도 없는데 그건 실리가 없는 것을...
문성휘 : 그러니까 개도 편할 날이 없는 세상인 것이죠. 주인들도 제대로 죽도 못 먹이다가 크면 중국에 팔아먹어야 되고... 그래도 개들이라는 건 그저 주인이라면.... 어찌 보면 제일 미련한 동물인 것 같습니다. 자길 팔아먹었는데 제 주인이라고 찾아올게 뭐야...
박소연 : 5-6년 전인가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 처음 알았는데 도 보안서 군견대라는 게 있더라고요. 거기서 아주 멋있는 개를 데리고 왔습니다. 혀를 내미니까 한 뼘 정도가 나와요... 살인자를 추적한다고 하더라고요. 오지 말라고 막는데 우리가 막 구경을 갔죠. 그랬는데 개가 막 냄새를 맡고 뭘 막 찾으러 가니까 기대를 했는데... 덤불에서 뭘 찾아 먹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이 후에 얘기하는데 군견대에 명태 같은 게 나오는데 그런 영양가 있는 건 합숙 훈련 하는 애들이 다 끓여 먹고 찌꺼기만 먹인 답니다. 그래서 또 한바탕 군견대에 있는 건 똥개들이다... 그랬다니까요.
문성휘 : 그 얘길 하니까 참 재밌는 게 80년대 군견을 엄청 키웠어요. 다 시군들까지 다 군견을 키웠거든요. 중앙에서 지시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외국에서 군견들을 사다가 엄청 키웠죠. 군견 한 마리에 주는 양이 1.2 킬로그램이에요. 옥수수 가루로요. 거기에 가끔씩 명태 대가리랑 나오는데 고난의 행군 지나면서 군견들이 다 없어졌어요. 키울 수가 없는 거죠.
진행자 :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요...
문성휘 : 그렇죠. 국경경비대에 군견 한두 마리 키우는 게 있는데 걔네 완전 바보에요. (웃음) 냄새도 못 맡고... 북한은 그래요. 말하고 군견은 군번을 갖고 있어서 죽으면 묻어줍니다. 산악경비대 교도 여단에 말이 있었고 국경경비대에 군견이 있었는데 둘 다 굶어 죽었습니다. 죽으면 중대 다 모여서 장례식을 장엄하게 하고 조총도 3발 쏩니다. 그리고 다들 밤이 되길 기다립니다...
진행자 : 그 다음엔 얘기하기 마세요.
박소연 : 그래요. 다 아실 겁니다. 듣지 않아도 빤한 겁니다. (웃음)
문성휘 : 한국에 오니까 개 그리고 모든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솔직히 우리가 애완견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걸 넘어서서 남한 도로엔 생태 통로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산 사이 난 도로 또는 산과 산 사이에 만든 도로에는 일부러 육교를 만들어 놨습니다. 동물들이 다니라고요. 그게 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사실 그걸 만들 필요가 없이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요.
문성휘 : 근데 북한도 마찬가지에요. 고속도로를 한창 만들고 있잖아요? 북한은 그런 게 없습니다.
진행자 : 북쪽은 남한만큼 차가 많지 않잖습니까? 남한 고속도로에는 차가 빠른 속도로, 많이 다니니까 동물이 도로로 내려와 건너가다가 사고가 날까봐 이런 통로를 만들어 놓는 거죠. 동물을 치면 친 사람도 마음이 안 좋고 동물도 죽게 되고...
문성휘 : 북한은 이제 지나갈 짐승도 없어요.
박소연 : 그리고 가다가 짐승을 만나면 운전기사가 목숨을 걸어요. 제가 가끔 농촌 장사를 나갈 때 노루가... 운전기사는 앞을 보는 게 아니라 그걸 보고 운전을 하는 것 같아요. 갑자기 제동을 팍 하는 거예요. 그럼 적재함에 탄 우리가 차에 이마를 탁 쳐요. 욕하며 내려서 보면 이렇게 생긴 스다찌 있잖아요? (시동거는 ㄴ 자 모양의 막대기) 그걸 딱 거꾸로 쥐고 영화 마냥 이렇게 조용히... 한 쪽에는 스다찌, 한 손에는 돌멩이를 쥐고 노루를 잡으러 가요. 노루가 바보에요? 잡히게... (웃음) 북한은 짐승이 보이기만 하면 잡으려고 해요. 그게 돈입니다. 그러니까... 보호? 여기는 지나가다 운전사가 치면 마음이 아프다지만 북한에선 횡재한 겁니다. 너무 다르죠...
사실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동물 목숨까지 어떻게 챙길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살 수 있어야 동물도 사는 것이고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동물 살기 좋은 세상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보다 먼저 멧돼지며 사슴이며 참새가 탈북한 건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저는 이게 농담으로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랬대서 놀랐습니다. 자강도 농장에서 뛰쳐나온 사슴은 뒤도 안 돌아보고 곧추 중국 쪽으로 달아났다는데 국경경비대에 잡히면 잡아먹히니 사슴 딴에 목숨 건 탈북을 한 셈입니다. 북쪽에 좋은 세상이 오면 사슴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중국으로 간 사슴은 어떻게 잘들 살고 있겠는지 궁금해집니다.
동물과 우리 사람들이 사는 얘기, 다음 시간에도 이어갑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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