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아니, 남쪽은 전기세가 왜 이렇게 싸요? 아.. 그렇죠. 쌉니다. 왜 쌀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세상 밖으로> 오늘 얘기 시작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성휘, 박소연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날씨가 많이 더워졌는데요. 벌써부터 시작입니다. 전기 아껴 써야 한다, 전기가 비상이다... 여름이면 냉방기를 돌리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굉장합니다. 전기 모자란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네요.
문성휘 : 한국은 북한보다 100배 이상 전력을 생산하는 것 같은데 그것만 가지고도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일단 가정용 전기도 보통 많이 쓰는 게 아니니까요. 에어컨 그러니까 냉방기 한 대 가동하는 게 선풍기 30대 돌리는 것과 같은 전력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 냉방기가 남한 도시의 거의 모든 가정에 다 있으니까요. 얼마나 전기가 많이 사용이 되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박소연 : 그러게요. 제가 하나원에서 나와서 한 달 지나서 피치 못 할 일로 자정을 넘어 귀가하게 됐습니다. 할 수 없어서 택시를 탔는데 그 때 처음 남한의 밤거리를 목격한 거죠. 저는 놀랐습니다. 그 어느 다리인지 모르겠는데 다리 전체에다가 다 불 장식을 한 거예요. 또 길옆을 보니까 무슨 노래방, 술집, 음식점, 백화점... 너무도 전기가 막 번쩍번쩍, 낮보다 사람을 더 잘 알아보게 환한 겁니다...
문성휘 : 아, 내가 엄청 욕하는 건데 이게 자본주의 허례허식이라는 겁니다! (웃음) 전기 엄청 소비하죠. 밤에도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죠.
진행자 : 그건 저도 좀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릅니다. 그것도 광고라는 거죠. 그렇게 켜놔야지 사람들에게 그 상점이 각인이 된다는 거죠.
박소연 : 아, 그런 뜻이 있었네요. 근데 그때 저는 집에 오면서 대한민국은 밑 빠진 항아리가 아닐까? 암만 잘사는 나라라고 해도 이렇게 전기를 막 사용하나, 그냥 가로등만 있어도 사람들이 제 갈 길을 다 가겠는데 정말 절약정신이 너무 없다 그랬어요. 어느 날 밤인가는 혼자 잠을 자기 너무 무서워서 전실(현관)에 불을 켜 놓고 잤는데 자면서도 장 저녁(저녁 내내), 시름 속에 잤습니다. 저 불을 꺼야겠는데, 전기세가 나가겠는데... 아니 근데 한 달 후에 고지서가 왔는데 제 눈을 의심했어요. 전기 값이 불과 몇 천원 나왔더라고요.
진행자 : 십 달러도 안 나왔다는 얘기죠.
문성휘 : 전기세 싸죠... 근데 제가 억울한 건 왜 전화비가 더 비싸냐는 겁니다. 딸랑 손에 쥐고 다니는 휴대 전화 한 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기세보다 비싸죠. 우리는 전기 진짜 많이 쓰지 않나요? 텔레비전부터 해서 뭐 에어컨, 공기청정기, 선풍기, 컴퓨터... 그런데 저는 전기세가 얼마나 나오는 지도 모릅니다. 신경 안 쓸 만큼 저렴하다는 얘기죠.
박소연 : 근데 문 기자님, 한국은 왜 전기세가 쌉니까?
문성휘 : 글쎄요, 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싸니까 그대로 그냥 쓰는 거지, 그게 왜 싼 가 따져본 적이 없네요.
진행자 : 비싸면 신경을 쓰고 쓰겠는데 값이 저렴하니 별 신경 안 쓰고 사용하는 거죠. 지금 휴대전화 사용 요금과 전기세를 비교를 하셨는데요. 휴대 전화가 생활필수품인가요? 전화보다는 전기가 더 중요하잖아요? 전기, 수도 그리고 난방과 취사에 사용하는 도시 가스... 이 세 가지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나라에서 가격을 관리합니다. 전기 회사, 물 회사, 도시 가스 회사는 다 국가 소유의 기업, 공사이고요.
문성휘 : 아... 진짜 그런 거네요. 저는 아직 공기업인지 민영기업인지 그런 것도 몰랐네요. 그냥 싸니깐 그런 대로 싼가보다 하는 거지... (웃음)
진행자 :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생활을 위해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공기업을 민영화해야한다는 이런 주장도 나오는데요.
박소연 : 아~그러면 아껴 쓸 수 있다... 이런 얘기인가요?
진행자 : 네, 논란이 많지만 만약에 민영화 되면 사용 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은 높은데 그러면 사람들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있고 민영화를 해야 사람들이 절약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기업이 운영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성휘 : 네, 양쪽의 주장이 일리가 있긴 있어요. 근데 제가 온지 거의 10년이 됐는데 아직 뭐 전기나 물, 가스... 이런 게 국영기업인지 민영기업인지 몰랐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네요. (웃음)
진행자 : 그런데 두 분은 다 집에 냉방기 안 돌리시죠? 냉방기 돌리면 전기세... 무섭습니다. 가족이 많으면 더 많이 나오고요.
문성휘 : 저는 집에 에어컨 있어요. 그런데 그럴 정도로 많이 나오는 거 같지 않습니다.
박소연 : 저는 선풍기 한 대밖에 없었어요. 지난해 여름에 얼마나 더웠어요? 너무 더운 거예요. 자다가 잠에 깨났는데 선풍기는 서서 막 돌아가는데 낮추다 못해 아예 선풍기를 눕혀놓고 안다시피하고 잤습니다. 그러니까 마지막엔 더운 바람이 나오더라고요... 에어컨이 돈이 많이 든대서 걱정이긴 하지만 하나 장만해야하나 고민입니다.
진행자 : 집에 아이가 있으면 냉방기를 더 많이 돌리게 됩니다. 그리고 남쪽은 열대야라고 해서 밤에 잠을 잘 수 없도록 더운 날이 많습니다.
박소연 : 아... 문 기자님! 우리는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전기가 잘 안 오니 선풍기도 못 썼잖습니까?
진행자 : 북한은 그렇게 안 덥잖아요?
박소연 : 그런 게 아니에요. 북한도 여름에 덥습니다.
문성휘 : 네, 제가 살았던 자강도나 이쪽은 내륙성 기후라고 해서 밤과 낮의 기온차가 엄청 높아요. 그러니까 낮에는 굉장히 더워요. 그런데 아무리 한여름이라고 해도 밤에는 팍 기온이 떨어지고 이런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북한에선 선풍기는 없어도 한 가지 방법이 있죠. 모두 팬티바람에 강물에 벌렁 들어가 앉아있는 거예요. (웃음) 근데 최근엔 뭐 압록강, 두만강 다 말린다고 하더라고요. 말린다는 게 강에 못나오게 한다는 얘깁니다.
진행자 : 왜요?
문성휘 : 너무 옷을 훌렁 벗고 물에 다 뛰어들어있으니깐 그런 거죠. (웃음) 한국에서는 여름이 돼서 자발적으로 무슨 운동도 하잖습니까? 공무원들도 양복을 입지 말고 반팔 입고서 일을 하자...
진행자 : 아, 네... 여름이 되면 시작되는 게 노타이 운동이라고요. 넥타이를 풀면 몸의 온도가 2도는 낮아진 답니다. 그래서 여름엔 넥타이 안 매고 반팔 와이셔츠 입고요. 지어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것도 허용해 주는 기업도 있습니다. (웃음)
문성휘 : 물론 북한도 반바지 입고 출근한다는 건 상상이 안 되죠. 근데 참 이상한 것이 북쪽에는 간부라고해도 여름에 반팔 옷은 입고 다닙니다. 남한은 이상하게도 공무원 등 정장을 갖춰 입어야하는 직업은 그 더운 여름철에도 긴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딱 매고... 아, 생각 만해도 숨 막히지 않아요? 양복 윗도리도 입죠. 그러니까 냉방기를 엄청 돌리죠... 북쪽에서 아마 그렇게 입었다가는 저녁에는 살이 다 익을 겁니다. (웃음)
박소연 : 지금도 가끔 한국 분들하고 이야기를 하면 북한은 진짜 불이 없는가하고 물어봐요. 우리는 10시 이후에는 별로 바깥에 안 나갔던 기억이 나요. 가로등이 있긴 한데 약하게 오고 대체로 보면 10시 전엔 다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는 등잔불을 켜는데... 기억나시죠? 여름에 등잔불 켜고 자고 일어나면 코 안이 새까매지죠. (웃음) 근데 진짜 북한엔 전기가 안 와? 이러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내가 불 없는 세상에서 삼십년 넘게 살았는데 불 있는 세상에서 1년 넘게 사니까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진행자 :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시는군요.
박소연 : 네, 저도 하나원에서 나와서 첫 달에는 전기세가 조금 나와서 아, 이분들이 계산을 잘 못했구나 했고 그게 두 번째 달에도 또 싸게 나오니까 이제 거실불도 거리낌 없이 켜놓고 자요. (웃음) 문 기자님! 집에 변압기 있으셨어요?
문성휘 : 변압기 없는 사람 어딨나요? 나 변압기 아주 잘 만들었는데... 겨울 같은 때에는 전기가 왔는지 안 왔는지 우리가 알지를 못해요. 왜냐하면 전기가 너무 낮아서 전구 알의 실 줄조차 빨갛게 달지 않는 거예요. 그걸 아는 것이 전압기에요. 전기를 넣으면 변압기가 작은 전기가 들어와도 콱 높여주니까요.
진행자 : 아... 그래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거군요.
문성휘 : 예, 그 대신 굉장히 전쟁이죠. 우리 집 변압기 용량이 크면 다른 집의 전기까지 다 끌어와요. 그걸 겨울에는 엄청나게 단속을 하고 요새 두루 알아보니까 이제 여름인데도 전기가 안 온다 하더라고요. 화학비료를 생산하는데 석탄가스화 공정을 해가지고 여기에 석탄이 다 집중된 데요. 그러니깐 화력발전소는 못 돌지 그나마 수력 발전소가 도는 건 농업용 관계수니 뭐니 해서 농업부분에 돌려야 한다고... 그러니까 전기를 거의 못 본다고 하더라고요. 국경 연선에 있는 회령, 양강도 해서 다 밤에 전기가 안온다고 그러니까...
박소연 : 국경연선이 불이 안 오면 그 안쪽에 있는 지방은 더 해요.
문성휘 : 그렇죠. 국경이 그러면 안쪽은 더 말할 것이 없어요. 진짜 저희가 있을 때는데요. 여름이면 바쁜 농촌동원 와중에 또 발전소 건설을 한다고 불러요. (웃음) 사실 북한이요... 이 세계에서 발전소가 제일 많은 나라거든요.
박소연 : 네, 맞아요! 진짜 그럴 겁니다.
문성휘 : 중소형발전소 올해에는 3천개를 지었다... 그런 보도 보셨죠?
그게 허물어졌다거나 없어졌다거나 그런 소리는 안 해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4백,5백 개를 지었다 그럽니다. 이젠 그걸 다 합치면 몇 십 만개 발전소가 있을 겁니다.
진행자 : 대형 발전소, 희천발전소 같은 것도 지었지 않습니까? 발전소를 그렇게 많이 짓는데 왜 전기가 부족한가요?
문성휘 : 그러니까 말입니다. 북한의 전기는 벼락이 땅속으로 다 흘러들듯이 다 흘러드는 게 아닌지... 분명 발전소를 많이 지었으면 전기문제가 풀려야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북한 주민들이 전기를 많이 쓰는 거 아니에요. 전기 거의 없이 살지 않습니까? 그런데 뭐 공장 기업소도 돌아갈 전기가 없다고 하고요. 북한엔 특각, 김일성 김정일 초대소라고 그런 게 너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저도 진짜 궁금합니다. 발전소를 매년 수백 개씩 짓는 북쪽은 왜 전기가 부족한 건가요?
방송을 준비하는 28일, 남한에는 원자력발전소 3기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된다는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이 발전소들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300만 kw라고 하고요. 문제가 된 부품을 교체하는데 4개월이 걸린다니까 이번 여름, 전기가 어느 때보다도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쪽에서도 냉방기 바람보다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우리의 전통적인 피서법이 다시 돌아올 듯 합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얘기 여기까집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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