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아니, 남쪽은 전기세가 왜 이렇게 싸요? 아.. 그렇죠. 쌉니다. 왜 쌀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전기 얘기 이어갑니다.
문성휘 : 2000년도 중반에는 굉장했습니다. 초기에 중소형 발전소들을 얼마나 건설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장군님의 웅대한 대자연 구상에 따라 중소형 발전소들이 곳곳에 일떠선다면서 선전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근데 그 덕에 숫한 집을 지을 시멘트가 다 들어갔어요. (발전소를) 수천 개, 수만 개 지었다고 하는데 그걸로 차라리 살림집을 지었으면 사람들한테 칭찬이라도 받았겠죠. 그리고 기동기 전동기를 무슨 동기형으로 개조해서 발전소에 쓴다고 공장 기계를 돌리는 전동기를 다 뜯어내서 다시 만들었어요. 후에 그게 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웃음) 그리고 한번 큰물이 나면 그렇게 지은 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다 떠내려갔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장자강 동로 청년 1호 발전소를 다 지었다고 전기 생산되는 거, 발전기가 왕왕 돌아가는 게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며칠 만에 큰 비가 온 거예요. 발전소 주변에 장마 뒤처리를 하러 가보니 발전소가 없어졌더라고요. (웃음)
진행자 : 발전소가 그렇게 비 한 번에 없어질 수도 있나요?
문성휘 : 산에 나무가 없으니까 큰물이 난다는 게 여기하고 의미가 달라요. 비가 오면 그 물이 순식간에 확 불어요. 그리고 비가 멎으면 순식간에 물이 쭉쭉 줄죠.
진행자 : 보통 수력 발전소는 큰물 왔을 때 수위를 조절해주는 기능도 겸하지 않습니까?
문성휘 : 그렇죠. 그런데 북쪽의 중소형 발전소라는 건 그렇게 언제(둑,댐)를 지어놓고 만든 발전소가 아니고 그저 흐르는 물을 막아서 이용하는 소규모 발전소입니다. 그러니까 큰물이지면 다 떠내려가죠.
진행자 : 그래서 중소형 발전소로도 전기 문제 해결을 못했군요.
문성휘 : 그렇죠. 그래서 이후엔 대형 발전소를 건설한 겁니다. 희천 발전소, 태천 발전소, 장자강 발전소... 이름도 다 외울 수가 없네요. 그런데 이런 대형 발전소들도 완공 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전기 문제가 해결됐다는 소리를 못 들었네요.
박소연 : 제 친구가 돌격대였어요. 처녀 때부터 돌격대 생활을 했는데 발전소 건설에 많이 동원됐어요. 가끔 집에 놀러오면 제가 물어보죠, 발전소를 그렇게 많이 건설하는데 우리 집엔 왜 전기가 안 오냐? 농담 삼아 물어보는 거죠. (웃음) 그 친구 말이 자기들 눈에도 그냥 골자기 같은 곳, 진짜 여울물 같이 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 발전소를 건설한 답니다. 온 나라에서 중소형 발전소 운동이 벌어졌기 때문에 결국 몇 개를 짓는가가 중요한 거였다는 말이죠. 동무는 발전소를 몇 개 세웠으니 충신이다... 이런 말 하나를 들으려고 과학적인 담보도 없는 곳에 다락식으로 백 미터마다 발전소를 짓는다는 거예요. 필요도 없는 곳에 이렇게 돈을 낭비를 하니까 더 못살게 되는 것이죠.
진행자 : 남쪽도 토목공사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토목공사 중엔 잘 못 건설한 것, 돈 낭비도 많은데요.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언론은 물론이고 여론을 통해 심한 비난을 받습니다. 그런 식의 사업을 한 번 잘못 하면 그걸 결정한 결정권자가 책임을 져야하고요.
문성휘 : 북쪽에는 누가 책임지는 사람이 없죠.
박소연 : 그리고 지금 전기 얘기를 하면서 기억난 건데요. 제가 중국에 금방 도착했을 때 아파트 가보니까 아파트 꼭대기에 뭔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거예요. 히터 연통 같은 게... 조선족한테 물어봤어요. 아파트 꼭대기에 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가 하니깐 햇빛을 이용해서 물을 데워서 샤워를 한데요.
문성휘 : 아! 태양열...
박소연 : 네, 제가 신기하다니까 저건 북한에 없냐고 물어요. 당시 저는 중국이 정말 너무 발전했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한국에 와서 하나센터에서 한번 조직을 해줘서 답사, 견학을 갔는데 산골짜기가 있고 골짜기 짬에 바람에 맞춰서 커다란 풍력 발전소를 세워놓아서 바람개비 같이 큰 게 돌더라고요.
문성휘 : 그거 멋있죠.
박소연 : 너무 멋있는 거예요. 도시 환경도 괜찮고, 풍경도 괜찮고 거기 전기가 나오는데 저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북한은 산이 없어요? 저런 풍력 발전을 하면 조금이라도 인민생활에 도움이 되잖아요?
문성휘 : 에그~ 한때 풍력발전소를 한다고 하면서 많이 해놨어요.
박소연 : 근데 왜 전기가 없어요?
문성휘 : 기둥을 잔뜩 세워놓고... 그게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있어야지 그냥 되는 게 아닙니다. 바람이 불 땐 전기가 생산돼서 충전되고 충전된 게 일정한 양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북한에 무슨 기술이 있어서 그리 합니까? 그리고 그 양철판 두들겨서 만드는 이거... 안 돼요. 공장에서 정밀하게 재서 바람을 따라 돌 수 있게 철판을 일정하게 잘 만들어야지 풍력발전기를 만든다고 공장기업소에서 망치로 두들겨서 만드는 거, 이거 안돼요.
진행자 : 그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나라가 안 된답니다. 남쪽도 거의 다 수입해 오는 겁니다.
박소연 : 그렇군요. 한국에 와서 생각하면 이 자연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줘요. 전기도 자연이 힘이잖아요. 태양을 이용하든 바람을 이용하든 강물을 이용하든, 북한도 강하천이 얼마나 많고 햇빛도 한 대륙에서 그 해가 그 해인데 우리는 그 걸 이용 못하잖습니까. 안타까워요...
문성휘 : 너무 거창한 구호만 자꾸 외쳐 대니까 문제인거죠. 김일성의 평생소원이 우린 인민들에 입안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다... 김정은 동지의 소박한 구상은요, 사회주의 강대국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겁니다... 그러지 말고 소박하게 발전소 여기하나 건설하면 여기주민 정도만 불을 밝게 볼 수 있다, 그래 앞으로 우리 이런 걸 많이 짓자... 이렇게 좀 맘에 와 닿게 호소를 해야지 전기불도 못 보는데 무슨 강성대국이에요. 전기 없이 강성대국이 됩니까?
박소연 : 네, 제가 어느 탈북자분이 수기를 쓴 걸 봤는데 김정일한테 보낸 편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말을 이 사람이 정말 소박하게 편지로 썼더라고요.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정일 장군님 그래도 장군님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우리 인민들이 전기 없는 까만 세상에서 살아도 항거도 안한 인민들이고 우리 인민들한테 옥수수 죽이라도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인민들을 보살폈으면 왜 한국에 오겠냐고, 장군님은 그런 좋은 인민들을 기만했다고 그렇게 편지를 썼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나더라고요. 우리는 고난의 시기를 겪었잖아요? 시체 바다를 봤잖아요? 그 어두운 세상에 살았으면 남한 사람 같았으면 폭동이 일어났을 거예요. 그래도 항상 우리 장군님은 허리띠를 조여매시고 나라를 구하시기위해 다닌다고 하도 그러니까 속으로는 아, 이게 누구 탓인지도 모르고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았잖아요. 그 순한 인민들한테 아직까지도 전기를 못주고 있잖아요.
문성휘 : 다 미국놈들 탓이죠. 중소형 발전소가 물에 다 떠내려 간 것도 미국놈들 탓이고 전기가 안 오는 것도 미국놈들 탓이고 인민들이 고난의 행군을 겪은 것도 하물며 북한의 식량문제를 못 해결하는 것마저도 다 미국 놈들 탓이라고 하니까 거기다 할 말이 없죠. 그저 미국 놈이 북한의 만능 보약입니다. (웃음)
박소연 : 맞아요... 근데 저 여기 와서 좀 자랑하고 싶었어요. 문 기자님도 전기 대학 다닌 것도 아닌데 전기 잘하잖아요. 근데 저도 여잔데 전기 잘해요, 저 변압기도 잘 감아요. 변압기 소리만 들어도 아~ 이게 작구나 약간 단내가 나는구나... 저 알아요. 근데 여기 와서는 그걸 뽐낼 기회가 없네요. (웃음)
문성휘 : 아, 난 사실 한국에서 이 기술 어지간히 써먹을 줄 알았어요. (웃음)
박소연 : 그렇죠?
문성휘 : 네, 실제 저는 집에 전기 인두랑 전기 테스트랑 다 있어요. 제가 여기 와서 샀습니다. 어디 쓸 곳도 없으면서 내가 북한에서 애용하던 것이니 샀는데요. 여긴 그게 엄청 싸요. 근데 안 씁니다. (웃음) 나 왜 그걸 사놨는지 의문이고, 여긴 그냥 물건이 고장 났어도 그냥 사는 게 별로 비싸지 않으니까 그런 전기 공구들이 전혀 쓸모가 없어요.
박소연 : 근데 저는 문 기자님 말씀을 들으면 이해가 되요. 왜냐면 북한에서는 테스트도 귀한 것이잖아요. 이 전기쟁이들이요. 테스트 양쪽에 날개 짝 달린 거 양쪽에 갖다 대면 계기판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거에 대한 추억이 있으니까 갖고 싶었던 것이겠죠. 저번에도 말했죠? 저 나무도 잘 팬다고 나무도 요령으로 결을 따라 팬다고... 아마 믿지 않을 거예요. 내 체격에 무슨 나무냐... 근데 여기 와서 자랑할 만한 일거리도 못되고 이 방송하면서도 늘 서글픈 게 항상 바램으로 끝나는 거잖아요. 북한에서도 변압기가 필요 없을 날이 언제일까 이것도 바람으로 끝나야 될 것 같네요.
문성휘 : 그니까 나는 강성대국을 건설한다, 뭐한다... 이렇게 말하지 말고 우리는 몇 년 안에 어떻게 해서 강냉이 밥이라도 인민들이 좀 골고루 먹게 하겠다, 아니면 뭐 각 집집에 겨울에 전기 불 한 개씩은 어떻게 하든 쓰게 하겠다... 좀 이렇게 소박한 구호를 내놨으면 좋겠어요. 남한엔 밤 문화라는 게 있고 또 너무 소란스럽죠. 가는 곳마다 맥주 마시고 왁자글 떠들고... 이런 정도는 못 돼도 소박하게 한집에 전등 하나씩이라도 키고 살아만 갈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남한의 여러 가지 생활 물가 중 남쪽 사람들은 비싸다고 난리인데 북쪽에서 온 사람들만 유독 싸다고 하는 게 바로 전기세입니다. 남한 전기세가 절대적으로 싸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전기는 돈이 아깝지 않다... 이런 마음인 것 같은데요. 그만큼 전기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겠습니다.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인도와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에 이어 세계 13번째로 일반 주민들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국가입니다.
문성휘 기자는 이 문제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풀어보자고 제안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밖으로> 오늘 얘기 여기까집니다. 함께 해주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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