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네요. 우리가 한국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가족 소식이랑 좀 편하게 묻고 싶은데 보위부가 탐지기 걸고 있어서 동생 이름도 못 불렀어요. 아버님이 집 떠난 딸이 3년 동안 소식이 없으니까 죽었다고 자꾸 우신대요...
남쪽에 와서 소연 씨는 꿈자리가 사나운 날이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심하게 앓는 꿈을 꿨습니다. 그만큼 북쪽의 가족 걱정이 컸다는 얘긴데요. 지난달 소연 씨가 드디어 가족과 전화 연계를 가졌습니다. 오늘 이 얘기, 들어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성휘, 박소연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말복 지나고 더위가 좀 가셨습니다.
박소연 : 그래도 더워요.
문성휘 : 집에 에어컨 사놓았어요?
박소연 : 결국 할부로 질렀습니다. (웃음)
문성휘 : 그럼 괜찮겠네요.
박소연 : 불과 산지 3일 밖에 안됐어요. 요즘 밤에 계속 트는데 에어컨을 트면 머리가 아프고 안 틀면 덥고 그러네요.
진행자 : 소연 씨한테 새로운 소식이 있네요. 북쪽 가족하고 연계(전화연결)를 가지셨다고요?
박소연 : 네, 그런데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네요. 우리가 한국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가족 소식이랑 좀 편하게 묻고 싶은데 보위부가 탐지기 걸고 있다고 해서 동생 이름도 못 불렀어요. 그러다보니 북한 말로 반지부리라고 하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그냥 목소리만 듣고 그쪽에서 탐지기 검열 온다고 막 전원을 끄는 바람에 중도반단 됐어요.
문성휘 : 안타깝네요.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 같진 않던데요... 얼마나 연계 하셨어요?
박소연 : 한 5분도 못한 것 같아요.
문성휘 : 마을에서 하는 건 그럴 수 있습니다.
박소연 : 솔직히 우리 집에 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을 통해서 연락을 하니까 그 가운데서 하는 사람들은 기본 노리는 게 다 돈이잖아요. 가족의 안부나 그런 말은 필요 없겠죠... 저는 돈보다는 가족의 안부를 알고 싶고 동생도 언니가 무사한가, 어떻게 사는가 묻고 싶었을텐데 옆에서 자꾸 재촉을 하니까 동생도 막 떨어요. 간단히 가족들이 무사한가만 알아보고 깊은 말까지는 못하고 끊었어요.
진행자 : 소연 씨가 북한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어요?
박소연 : 이제 햇수로 3년이죠. 3년 만에 처음 동생 목소리 듣는 건데 짧았죠. 근데 저는 엄한 결에 동생 이름을 딱 불렀는데 동생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치더라고요. 보위부가 탐지기 걸고 있으니까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그냥 동생아, 막내야 부르라고 해서 전 부르고 싶은 동생 이름도 실컷 못 불렀습니다.
진행자 : 가족들은 다 건강하시대요?
박소연 : 아버님이 많이 앓고 계시고 집 떠난 딸이 3년 동안 소식이 없으니까 죽었다고 자꾸 우신대요. 그 정도만 알았습니다.
진행자 : 어떻게든 직접 만날 수는 없으니 속 시원한 연계는 될 수 없죠, 사실...
박소연 : 그래서 가슴은 아프지만 한쪽으로는 집안 소식을 알았고 나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보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있어요.
문성휘 : 지금은 많이 탈북을 했으니까요... 또 북한 내부에서 살인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난 답니다. 주로 겨울철에 시신을 눈에 묻어두면 봄에 발견되니까 누구인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알 길이 없고 외지 사람들인 경우는 더 찾을 길이 없죠. 그래서 그대로 묻어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해요. 그런 사정이니 마을에서 누가 없어졌다고 해도 탈북을 했는지, 죽었는지, 중국으로 달아났는지 알 수가 없죠. 그게 북한 당국이 행불자 가족들을 마음대로 처리 못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만큼 북한이 범죄율이 높다는 거죠.
박소연 : 북한에선 그런 일 많아요.
진행자 : 사실 전화로 긴 얘기는 못했겠지만 동생 목소리 들으니 어떤 것 같아요?
박소연 :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서 국경을 철옹성처럼 지킨다던데 두만강 밑 집에서 전화한다는 것 자체가 전 놀랍더라고요. 저는 전화도 산골짝에 들어가서 하는 줄 알았는데 옆에서 텔레비전 소리도 나고... 제 생각인데 경비가 좀 풀리지 않았을까? 동생 목소리가 좀 평온하게 들렸어요.
문성휘 : 사실 대다수 탈북자들 북한의 전파 탐지기에 대해서 지나치게 우려하는데 그 정도로 예민하지 않습니다. 전파 탐지기는 남한의 내비게이션처럼 3, 4 미터 앞까지 찍는 게 아니라 지역을 짚어요. 그리고 주변을 찍어서 전파를 찾으면 대기하고 있던 휴대용 전파 탐지기를 갖고 사람들이 또 출동을 해요. 그러다보면 전화가 다 끊기거든요. 두만강 맞은편에 중국 사람이 살고 그 맞은편에 북한 사람이 살고 국경 가까이에 있으면 전화가 중국에서 울리는지 북한에서 울리는지 탐지기가 분간을 못합니다. 그런데다가 북한은 늘 전파 탐지기로 너희들의 대화까지 다 녹음한다고 선전을 하죠. 전파 탐지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네 말도 다 도청하는 줄 아는데 실제 그게 아닙니다. 도청은 계속 한 지점에서 전화를 하면 수사망을 점점 좁혀 이 집에서 전파가 나오는구나... 파악하고 정확히 이 집에서 누구하고 어떤 전화를 하는지, 중국 장사꾼하고 장사에 대한 전화를 하는지 아니면 한국에 정보를 넘겨주는 건지 확인을 못하잖아요? 그러면 몰래 집 벽이나 잘 보이지 않는 곳 아니면 주민하고 잘 아는 보위부 요원을 시켜서 녹음 장치를 설치하는 겁니다.
진행자 : 탐지기가 녹음을 하는 건 아니군요.
문성휘 : 그렇다고 봅니다. 탐지기는 위치만 찾아주고 녹음기는 따로 설치하는 거죠. 그런데 사람을 잡아 놓고 안 했다고 우기면 그 녹음기를 딱 트는 거예요. 봐라, 우리가 탐지기로 다 잡은 녹음이다 하면 아차... 탐지기가 우리가 하는 말을 다 잡는구나 착각을 하거든요.
박소연 : 이제는 동생이랑 통화하면 걱정하지 말라고 배를 좀 내밀어 봐야겠네요. (웃음)
문성휘 : 반복적으로 한 곳에서 전화를 하는 건 아주 위험해요. 특히 아파트요.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땅 집은 전파 추적이 훨씬 어렵다고 해요.
진행자 : 애들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나라도 많고, 북쪽도 휴대전화 사용자가 벌써 2백만 명이 넘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전파탐지기까지 동원을 하고 사람들을 잡아들이는데요. 사실 소연 씨처럼 그냥 가족 생사나 확인하자는 거잖아요?
문성휘 : 그래도 북한은 그렇죠. 남한하고 연결되면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가운데 남한에 간 형제나 친구들이 여기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산다는 것, 이 자체가 알아서는 안 되는 상황인거죠.
진행자 : 북한도 남쪽이 북한보다 잘 산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 않나요?
문성휘 : 그건 소연 씨가 더 잘 알 것 같은데요. 어때요? 소연 씨는 남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박소연 : 우리도 두만강 국경에서 살았는데 솔직히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제 목표도 중국이었지 한국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일이 잘 안 돼 공안국의 추격을 받아, 산동까지 가서 숨어 살다가 천행 중 다행으로 남한에 온 겁니다. 우리 아래아래 동네에도 한국에 갔다고 소문난 집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 집이 온대간대 없어졌어요. 추방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도 그래요... 그 집 딸 한국 갔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 이러면서 놀라워하죠.
진행자 : 북한보다 사는 형편이 낫다는 건 알고 있지 않나요?
박소연 : 그 정도만 알죠. 왜냐하면 한국 상품들이 들어오는데 밥가마, 화장품도 한국 것이 제일 좋거든요. 잘 살고 문명한 나라니까 발전하지 않았을까 이런 정도로만 알고 있지 솔직히 깊이는 몰라요...
진행자 : 이렇게 연계하시면 비용은 얼마나 듭니까?
문성휘 : 보통 전화 연계를 하면 비용은 내지 않습니다. 전화 연계를 해줄 때는 나중에 자신을 통해 연계한 가족에게 돈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 송금을 할 때 자기가 돈을 좀 떼겠다는 계산이죠.
박소연 : 저도 앞으로 돈을 보낼 생각이죠...
요즘, 북쪽에 돈 보내는 중계 수수료는 평균 30% 이상입니다. 여기서 100원을 보내면 적어도 30원은 돈을 넘겨주는 중계인이 나눠 가지는데요. 중간 수수료도 높지만 그나마 돈을 아예 사기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탈북자들을 속이는 갖가지 사기 방법도 횡행하고 있다는데 이러다 중간에 돈을 떼여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결국은 돈을 받는 가족이나 보내는 탈북자들 자신이 조심해야하는데요.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