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한 햇내기 입니다. 무산 출신으로 선전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인데요. 하나원 교육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근 일 년...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7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네요. 우리가 한국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가족 소식이랑 좀 편하게 묻고 싶은데 보위부가 탐지기 걸고 있어서 동생 이름도 못 불렀어요. 아버님이 집 떠난 딸이 3년 동안 소식이 없으니까 죽었다고 자꾸 우신대요...
남쪽에 와서 소연 씨는 꿈자리가 사나운 날이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심하게 앓는 꿈을 꿨습니다. 그만큼 북쪽의 가족 걱정이 컸다는 얘긴데요. 지난달 소연 씨가 드디어 가족과 전화 연계를 가졌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 얘기, 들어봅니다.
진행자 : 탈북자들 요새 힘들죠. 북한 돈대가 너무 올라서 옛날이랑 똑같은 돈을 보내도 저쪽에서 받는 돈이 적으니까요.
문성휘 : 그렇죠. 화폐 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한국 돈 3, 4백만 원이면 가까운 국경도시에서 웬만한 집을 하나 샀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을 사려면 한국 돈 4천만 원 정도가 들어요.
진행자 : 그 전에는 3천 달러였는데 4만 달러를 가져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잠깐만요... 그러면 10배가 뛰었다는 거예요?
문성휘 : 왜냐하면 이제는 대개 북한 주민들이 중국 인민폐를 쓰죠. 북한 돈은 거의 안 씁니다.
당장 급할 때 남기지 않고 깨끗이 써버리는 게 북한 돈이에요. 그리고 저축을 하거나 보관해야 할 때는 중국 인민폐나 달러를 건사하거든요. 그렇게 중국 인민폐는 무한하게 돌고 있으니 이제 거의 내화 같이 사용되죠.
박소연 : 남새장사도 비를 쓴다고 그래요.
문성휘 : 해바라기 씨 장사도 비를 쓴다고 하지 않습니까? (웃음) 그리고 물건 값도 중국하고 동등한 게 아니라 오히려 중국보다 값이 비싸집니다. 북한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물건이 중국산인데 중국에서 가져다가 그 값에 팔겠습니까? 운송비도 들고 자기 이윤도 뽑아야 하니까 비싸게 받죠. 그러니 북한이 중국보다 오히려 물가가 더 비싸다고 봐야 해요.
진행자 : 그런데 이렇게 물가가 막 오르면 북한에서도 생활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문성휘 : 북한 주민들은 크게 못 느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 돈이 인민폐로 바뀐 것뿐이고 하루아침에 바뀐 게 아니라 서서히 바뀌었으니까요. 그런데 돈을 보내는 우리가 느끼는 건 틀리죠. 그리고 중국 인민폐 비율도 그래요.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우리 탈북자들이 점점 어려워지는 거예요.
진행자 : 협잡치는 사람 있죠, 환율 올랐죠, 북한에서는 계속 어렵다고 하죠... 삼중고네요. 그런데 이 중계인들이 협잡을 쳐도 한국 정부, 중국 정부... 어디 처벌을 할 곳이 없네요.
박소연 : 정말 안전한 사기꾼이네요...
문성휘 :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너무 나쁜 점만 강조한 것 같아서 좀 미안한데요. 북한에도 참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정확히 돈을 가져다주는 신용 높은 사람도 많아요. 그리고 우리 자체가 그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많은 면에서 한국에서 정착한 탈북자들이 오히려 북한에서 돈을 받아주는 사람들을 범죄로 유혹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애초에 너무 큰돈을 보내주거나 감당하지 못할 돈을 막 보내주면 그 사람들을 오히려 범죄에 빠뜨린다는 거죠.
특히 처음 북한에서 나온 사람 중에서 자, 봐라 내가 얼마나 잘 됐는지... 이렇게 시위하기 위해 돈을 많이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이거 아주 나쁜 겁니다.
박소연 : 저도 처음에 그 중국 사람한테 한 100만 원 정도 보내겠다고 했는데 말하면서도 너무 적지 않나 생각했어요.
문성휘 : 아니에요.
박소연 : 이제 알았어요. 저는 문 기자님 말을 새겨듣고 격동도 안 되고 사기도 안 당할 거예요!
문성휘 : 그래요. 우리가 돈을 많이 주면 그 사람들이 범죄자가 될 기초를 마련해주는 거예요. 한국에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휴대 전화 같은 물건을 팔 때 999,900원이라면 사람들이 아... 이거 백만 원은 안 한다, 싸다 생각하는 심리인데요. 돈을 보낼 때도 이 심리적 마지노선은 지키세요. 내가 60만원을 보내다 떼였다, 아니면 100만원 보내다 떼였다... 느끼는 심정이 많이 다릅니다. 벌써 100만원을 떼이면 사람이 며칠 동안 정신을 못 차려요. 그러니까 돈을 함부로 보내지 마세요.
진행자 : 북한에 있는 가족 도와주기가 이렇게 힘드네요. (웃음)
문성휘 : 저는 북한에 있는 내 가족들이 이렇게 힘든 걸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박소연 : 문 기자님은 많이 보내주시나 봐요.
문성휘 : 많이 보내진 못해요. 제발, 북한에 있는 우리 가족 형제 여러분 대한민국이 소나기처럼 돈이 쏟아지는 사회가 아니에요... (웃음)
진행자 : 지금 소연 씨처럼 처음 오신 분들은 자기 형제, 부모 이렇게 연계를 시작하다가 좀 기한이 지나다보면 이모, 삼촌, 고모, 사촌... 이렇게 범위가 넓어져요. 그게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문성휘 : 맞아요. 그럼 점점 부담이 늘어나는 거죠.
진행자 : 소연 씨, 이런 상황이야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일단은 가족이랑 연계가 됐고 가족들의 안부를 알게 된 것 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죠?
박소연 : 네, 이제 가족 소식을 알았으니 돈도 보내야죠. 아무리 여기서 제가 힘들게 벌어먹고 살아도 북한에 비하면 진짜 조건이 좋잖아요. 내가 좀 더 희생해서라도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50, 60만원씩 시작해서 조절하면서 앞으로 보낼 생각이에요.
문성휘 : 그래요. 내가 아는 탈북자 분이 있는데 이분이 북한에서 정말 어렵게 살았대요. 사무직으로 근무를 했는데 사무직이라고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이분이 오자마자 노가다를 뛰었어요. 북한에서는 막노동이라고 하죠. 한국은 막 노동자들이 버는 돈이 적지 않습니다. 이 분이 여기 와서 용접, 철근조립, 시공을 배웠는데 역시 공부를 한 사무원 출신이니까 빨리 배워서 이젠 기술자가 됐어요. 그래서 돈은 엄청 버는데 제가 보기에 엄청 몸이 축 갔어요. 니 몸을 돌보면서 일해라 당신이 살아야 친척도 있고 가족도 있는 거야... 제가 그러면, 선생님! 제가 하루 못 벌면 우리 북한의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잃는지 압니까? 나는 북한에서 사는 가난한 가족들에게 모두 집을 사줄 것이며 나도 많이 벌어 남한에 내 집을 살 겁니다... 그렇게 얘기해요. 제발 죽지 말고 집을 사, 내가 죽으면 집이 무슨 상관이며 북한에 남은 가족은 누가 돌보나... 그렇게 말해도 오늘도 나가 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북한에서 정말 고마워하고 보낸 돈으로 겨울에 땔감을 얼마를 사고 쌀을 사서 얼마를 살 수 있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힘이 되고 다음엔 더 주고 싶은 심정이고요. 내가 하루 번 돈을 보냈는데 북쪽에선 이만큼 쌀을 샀다는데 그러면서 아파도 또 일을 나가요. 탈북자들도 그렇고, 북한 사람들도 그렇고... 참 힘들죠...
진행자 : 참, 세상에 어디 이런 경우가 있나요? 살기 힘들어서 돈 좀 벌어 오겠다는데 그것도 안 된다죠. 어렵게 나온 사람들은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죄의식을 가져야 하고요. 거기 있는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고 또 가족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처벌을 받는 사람도 있고 말입니다.
박소연 : 그러니까요... 근데 가족이라는 게... 참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아들을 데려오다 보니 돈이 없잖아요? 아들이 하나원에서 나오면서 정착금을 2백만 원 타가지고 나왔는데 일전도 안 다쳤어요. 그래서 이번에 가족과 연계하면서 비록 어리지만 아들하고 토론을 했어요. 아들아... 북한에다가 너 돈 백만 원을 보내주면 어떨까? 솔직히 우리 애 하루에 용돈 천 원도 안주는데 백만 원이면 얼마나 큰돈이겠어요? 그런데 애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응' 이러는 거예요. 북한 가족에게 보내자고 하니 그 철없는 애가 순간에 대답을 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일하는 게 힘들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좀 고생하면 우리 가족이 뜨뜻한 구들에서 한 겨울 나겠구나 하는 생각에서요. 그게 사람의 마음이고 가족의 정인 것 같습니다.
문성휘 : 그래요. 처음에 그 심정에 이끌려서 돈을 보내주죠. 거기에 울고 웃고... 처음에 정확히 돈을 받았다는 소식만 오면 많이는 못 보냈어도 정말 뿌듯해요. 그러다가 더 보내야지 하고 욕심내다 땅을 치고 울게 되고 그러는 거죠. 정말 가슴 아픈 게 저 놈의 땅이에요. 언제 이 악순환이 끝나게 되려는지...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북한 분들도 남한에 가족형제가 가 있다면 너무 무리하게 행동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탈북자분들도 조금은 자제해달라... 특히 금방 온 탈북자일수록 조심하고 우리 서로 마음에 상처를 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절제하고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소연 씨가 남한에 와서 아버지가 아프실까봐 꿈도 꾸고 걱정 많이 했잖아요? 전화 연계하고는 좀 괜찮아지셨어요?
박소연 : 아버지는 원래 아프셨어요. 그리고 딸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계셨답니다. 이제 제 동생이 소식을 전달해주면 아버지도 조금 마음 놓으시지 않을까요? 5분이라는 시간이 짧고 내 마음도 약간 무겁긴 하지만 마음 놓이는 부분도 있고요...
진행자 : 네, 앞으로도 계속 연계가지면서 아버님도 좀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네요.
박소연 :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 문 기자 말씀을 제가 책처럼 받겠어요. 가족에게 도움 주면서 저도, 가족도 상처 받지 말아야죠.
떠나는 이유도 또 떠날 수 없는 이유도 모두 가족이었던 사람들... 탈북자들은 누구보다도 가족의 의미가 큰 사람들입니다.
소연 씨의 말처럼 탈북자 본인들도 또 북쪽의 가족들도 상처받지 말았으면 좋겠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서로 더 조심하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얘기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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