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4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9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며칠 전에 학교에서 아디다스라는 상표의 유니폼을 맞춰갖고 왔는데 너무 좋았던 게 축구복 등판에 아들 이름을...
바람이 시원해지는 계절, 소연 씨 아들은 도 축구 대회에 나갑니다. 아들의 이름이 적힌 체육복을 받아들고 아들보다 더 감격한 건 엄마네요. 게다가 체육복은 그 옛날, 소연 씨의 마음을 그렇게 흔들었던 '아다라스' 였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아다라스의 추억', 세 번째 시간입니다.
문성휘 : 그 농구대를 누가... 게다가 그때는 검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밤중에 가서 톱으로 쓱쓱 베어오는 거예요.
진행자 : 화목으로 진짜 괜찮겠는데요?
문성휘 : 좋죠...!
박소연 : 우리 때는 해당 직장 마당 앞에 철봉을 세우라는 방침이 내려왔어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시시각각으로 철봉을 해서 노동과 국방의 의무를 다하라 해서리 사로청 과제로 떨어졌습니다. 우리 앞에 무산 정구 공장이 있었는데 우리 반장 언니가 딱 염탐을 해오더니 야, 우리 저녁에 하자! 그래요. 같은 공장의 남자 직원 둘을 농태기를 먹여서 구워삶아 놓고, 저는 망을 봤죠. 그때나 지금이나 새리새리 해서는 저는 매일 망보기 담당이었습니다. 지금도 잊혀 안지는 게... 밤중에 왜 이렇게 소리가 세요. (웃음) 땅을 팠어요. 철봉이라는 게 땅에 꽤 깊이 박혀있더라고요. 거진 한 미터를 팠습니다. 전 그 때 알았어요...
진행자 : 잠깐만요, 지금 남의 직장에 있는 철봉을 훔쳐왔다는 얘기십니까?
박소연 : 예, 그렇죠. (웃음) 한 세 시간을 구덩이를 판 것 같아요. 그래서 갖다 묻긴 했는데 분명 그 직장에서 찾으러 올 거란 말이죠. 그래서 중국 기관차 대가리가 그려진 에나멜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새파란 칠을 다 했는데 누가 그 철봉에 치마를 입고 매달립니까? 근데 어느 때인가 8.15 휴식이 돼서 며칠 쉬었는데 누가 파갔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우리가 그랬습니다... 이게 진짜 제 털 뽑아 제 구멍이 넣는 거지... 당의 방침이 그렇습니다.
진행자 : 근데 체육 같은 것도 전부 중앙에서 방침이 내려옵니까?
문성휘 : 방침관철정령요해... 그런 것 내려오고 그대로 집행했는지 다 확인합니다.
진행자 : 농구선수 로드만이 김정은 위원장 초청으로 평양을 다녀갔으니 이번엔 또 농구인가요?
문성휘 : 아, 그런데 물어보니까 그 농구대 다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벌써요?
문성휘 : 그럼요. 그냥 놔두질 않고도 그리고 중국에서 쇠톱이 나오는데 쇠 대관으로(쇠로 된 굵은 관) 농구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쇠톱으로 베어가니까... 지어는 삼지연-백두산 사이 철길을 얘기하잖아요? 옛날 그 철길도 하나도 못 건졌습니다. 다 중국으로 건너갔어요.
진행자 : 그런데 북쪽은 중앙에서 체육관련 지시 내려오는 거 보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보고 그걸 활성화시키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완전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도자의 취향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되고요.
문성휘 : 이자 말마따나 배가 나온 간부들 중에서 농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좋아하니까 그런 지시를 하는 것이죠. 중앙의 방침이라는 것도 보건데 여러 사람의 토의를 거친 결정도 아니라 지도자 한 사람의 결정으로 보입니다. 가다가 여기 양어장이 좋겠다... 이러면 그곳에 양어장이 건설되는 겁니다. 산이 경치가 좋은데 거기다 휴양소를 지으면 좋지 않겠냐, 그러면 장군님의 방침이고 인민을 위한 조치가 돼서 다음날부터 공사를 하는 것이죠. 인민들이야, 탁구나 정구나 축구가 정말 좋죠. 어차피 하라고 할 거면 그 좋아하는 축구를 하라고 하지 하필이면 농구를 하라고 해서 농구대를 만들어야 하고 농구공도 쉽지 않습니다. 인민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즐기게 축구공을 많이 들여오시오... 이러면 진짜 잘 된 것이라고 말하겠어요...
진행자 : 지도자 한 사람의 결정만 중시되는 사회의 폐단인 것 같습니다.
문성휘 : 저는 참 남쪽에 와서 안타까웠던 게 한국은 가다가 아파트 주변에 보면 버린 축구공들이 많아요. 좀... 축구공을 북한에 지원하면 어떨까...
진행자 : 예전에 관계가 좋았을 때는 축구공도 지원이 됐었습니다.
문성휘 : 그래요. 우선 군대에 지원이 됐겠죠? (웃음) 지금은 학급마다 자기 학급의 축구공이 있대요. 탈북자들이 얘기해주는 게 자기 학급끼리 돈을 내서 축구공을 산대요. 그리고 체육 시간이면 그걸 갖고 나가서 볼을 차고 그걸 또 관리하는 아이가 있다고...
진행자 : 그렇군요. 북쪽에서는 체육 한번 제대로 하려고 해도 복잡합니다... (웃음)
박소연 : 근데 꼭 이렇게 체육을 해야 해요? 그냥 사는 게 체육이잖아요?
진행자 : 그렇죠. 평소에 얼마나 걷어 다니고...
박소연 : 그렇죠. 운수 수단이 없으니 배낭 메고 얼마를 걸어 다니고 산을 오르고... 그런 스포츠가 어디 있어요?
문성휘 : 사는 게 스포츠에요.
진행자 : 그런데 체육은 재밌지만 걸어서 출근하고, 퇴근하는 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문성휘 : 재미가 있건 없건 의지가 있든, 없든 일단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북한은 체육이 굉장히 대중화가 된 나라가 맞네요.
진행자 : 전 국민의 체육인화...
박소연 : 그렇죠. 할 수 없이... 거기서 살라면 그렇게 돼야하는 거죠. (웃음) 제 자랑 같지만 얼마 전에 친구 가족들, 아들과 함께 인근 공원에 놀러갔는데 이렇게 나무 잎사귀가 축 쳐져 있었습니다. 그걸 우리 아들이 탁 뛰어서 발로 차면서 엄마 이거 봐... 막 으스대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야, 나도 할 줄 안다... 이렇게 됐어요. 제가 뛰어서 그걸 발로 탁 차서 난리 났었다니까요... (웃음) 제가 시장에서 공업품 장사할 때, 북쪽 장마당엔 매대 탁(탁자)이 한 미터거든요. 게다가 40센티씩 촘촘히 붙어 앉아 있어요. 그래서 자기 매대를 넘어 뛰어야 변소를 가든 어쩌든 합니다. 겨울 같은 때는 매대 앞이 진탕이니까...
문성휘 : 그렇지... 활활 날아올라야죠. (웃음)
박소연 : 네, 그니까 하나, 둘, 셋 해서 갑자기 한 미터를 휙 날라 뛰어서 진탕 하나도 안 묻었다는데요... 그때 단련이 된 거에요. (웃음) 저 제 키 높이만큼 뛰어요! 그니까 부전자전이라고 제 아들도 저 닮았습니다. (웃음)
문성휘 : 근데 안 되겠더라고요. 얼마 전에 탈북자들끼리 모여서 축구를 했는데 볼은 생각보다 잘 몰았는데 오래 못 해요. (웃음) 숨이 찹니다. 남한 사람들은 진짜 체력이 좋아요! 운동들도 계속 열심히 하고 그러니까요...
박소연 : 정말요. 진짜 좋아요. 어려서부터 영양 상태가 좋잖아요...
진행자 : 근데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북쪽에서는 좀 덜먹어도 항상 움직이시니까...
박소연 : 기력이 다 빠졌어요. 그러니까 저처럼 119 구급차에 막 실려 가죠. 단련이 돼서 이런 건 식은 죽 먹기? 아니에요. 저도 제가 튼튼하고 생활력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건 악이었어요. 내가 이걸 버티지 못하면 죽겠구나... 하는 악이요. 지금 한국에 와서는 30초, 1분 이렇게 힘쓰고 그냥 팍 쓰러지면 일어 못 나요. (웃음)
문성휘 : 여하튼간 이 체육 문화 그리고 인간 생활이라는 게 다 보면 체육과 연관돼 있어요. 체육이라는 게 거저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늘 활동하는 중에 재미를 느끼는 취미가 체육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에요? 북한의 체육 방침, 국가 체육 위원회 그리고 금컵 체육 식료 공장... 이런 걸 만들어 놓고 빵이랑 만드는 걸 보여주는데요. 체육 대중화? 좋다 이겁니다...
진행자 : 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문성휘 : 그렇죠. 굳이 체육이 대중화하라... 이런 말이 필요 없어요. 남한이 보세요. 해안가에서 보트 타는 것도 체육이에요? 수영하는 것도 체육이에요?
박소연 : 당연하죠.
문성휘 : 동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를 하는 거 체육이죠? 그러니까 체육 대중화라는 말을 하지 말고 축구공이랑 체육 기구들을 많이 가져다 놓으면 그럼 자연스럽게 됩니다. 볼만 넉넉히 있으면 체육을 굳이 하지 말라고 해도 다 하죠...
박소연 : 맞아요. 환경을 조성해 줘야죠.
진행자 :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라고 하는 북유럽 국가들을 남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생활 체육이 잘 돼있는 겁니다. 축구뿐 아니라 농구, 배구, 수영 등 이런 체육들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있고 가족들이 그걸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부러워합니다. 그렇다면 이 국가들은 왜, 생활 체육, 대중 체육을 장려하고 있을까...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성휘 : 국방.
진행자 : 국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성휘 : 북한에서는 체육을 하는 곳에는 다 그런 구호가 있습니다. 국방을 위하여...
박소연 : 그럼 취미?
진행자 : 국민의 건강이요. 생활 체육을 통해 국민이 더 건강해지면 그 나라가 또 건강해지는 것이고요. 여기서 또 궁금한 게 하나 생기는데요... 북한도 중앙에서 체육에 대한 지시를 열심히 하지 않습니까? 근데 뭘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걸까요?
문성휘 : 그러니까요. 저도 그게 참 이상해요.
박소연 : 저도 사실 그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의심을 해본 일도 없습니다. 당에서 하라니까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런데 이자 생각해보면 고저 평행봉을 왜 하라 했을까? 수령이 농구를 해라 그러면 온 전국적으로 자부담을 풀어서 농구대를 만들고요. 그게 또 몇 달 있으면 언제 그랬냐 싶고 또 다른 것... 아... 진짜 모르겠어요.
문성휘 : 진짜 생각 안 해봤습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황당한 일도 있었죠. 고난의 행군 시기에 어디 화장품 공장이든가 신발 공장이든가? 거길 갔는데 그곳에서 직원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대요.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자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김정일이 보고 이게 정말 좋은 것이다. 전국에 일반화하라 해서... 말도 마세요. (웃음) 한쪽에선 굶어 죽는데 매 직장마다 식당을 만드느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식당을 만들었는지 검열을 다니는 거예요. 직장들에선 사무실들을 막아서 문짝을 달고 가마를 얹어 놓고... 그 가마를 얹어놓고 불 한번 못 때봤을 겁니다. 쌀이 어디 있어서...
박소연 : 말 하나면 그게 법이고 관철해야하는 것이죠...
진행자 : 그러니까 제 질문은 장군님께 해야 하는 거네요.
문성휘 : 그렇죠. (웃음) 그리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체육 대중화라는 것도 되지도 않을 것을 강요하면 국가적인 낭비입니다. 이제 양어장이라는 걸 몇 번 지었다 허물어요? 그리고 농구대로 몇 번 세웠다 없앱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런 걸 좀 강요하지 말아라... 국가적으로 그걸 모아놓으면 살림집 몇 백 채, 축구공을 몇 천개를 들여왔겠어요. 체육이 우리의 건강을 위한 것이 돼야지 우리의 생활을 더 어렵게 해서 되겠습니까?
진행자 : 네, 그렇습니다. 자...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간인데요. 끝으로 소연 씨 아들이 축구 대회에서 선전하길 빌어드리겠습니다.
문성휘 : 사실 남한 부모들 같으면 자랑을 엄청 할 일인데 우리는 그런 걸 자랑 할 줄 몰라...
박소연 :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지금 방송에 대고 자랑하고 있는데요!
문성휘 : 아, 그런가요? (웃음)
진행자 :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문성휘, 박소연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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