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4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9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이게 순서가 있는데 그쪽에 물어보니까 제가 12번이랍니다. 한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기다리면 집이 나온다는데 그때 이사를 하게 되는 거죠.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국가가 빌려주는 임대 아파트에서 살게 되는데요. 처음엔 작은 평수에 살다가 가족이 늘고 돈을 모으면 차츰 더 큰 집, 새 아파트로 옮겨갑니다.
소연 씨가 남쪽에서 첫 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문 기자는 남쪽에 와서 무려 4번 이사를 했다고 하네요.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이 두 사람의 집 얘기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성휘, 박소연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진짜 가을 같네요.
문성휘 : 네, 북한도 이제 가을걷이를 하느라고 정말 고생 많을 거예요.
진행자 : 한 참 바쁠 때일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소채 전투, 감자 전투가 10월 10일 부터니까 한 주일 후부터는 인민군대 동화에 인민군대 동복 입고 압록강, 두만강에 사람들이 쫙 깔리겠네요.
진행자 : 지금 뽑아서 얼마 있으면 또 김장하시겠죠?
문성휘 : 오래 보관 못하니까, 쌓아 놓으면 썩어요. 그러니까 김장을 빨리 해야죠.
진행자 : 김장을 하고 있으면 올해 한 해도 다 갔구나... 생각이 드는데 북쪽도 비슷한가요? (웃음)
박소연 : 그렇죠.
문성휘 : 근데 뭐... 한국은 아직은 김장이 아니고요. 이사들 많이 하죠?
진행자 : 맞아요. 남쪽은 서늘한 봄, 가을에 이사들 많이 하는 데요. 특히 요즘, 이 가을에 많죠.
문성휘 : 그건 왜 그런 겁니까?
진행자 : 춥지도 덥지도 않고. 일단 비가 덜 오니까요.
문성휘 : 아! 그런 게 있군요. 그리고 여름철에 이사를 하면... 정말 죽어날 겁니다. (웃음)
박소연 : 가을이 좋죠!
진행자 : 아! 소연 씨, 이제 이사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지난 시간에 잠깐 얘기했지만 새 집 받으셨지 않습니까?
박소연 : 이사는 언제 할 지 잘 모르고요. 일단 남한에선 사람들이 집을 팔고 사고 그렇지만 저희들은 탈북자라는 덕분에 정부에서 집을 줘요. 어느 정도 돈을 내긴 해야죠. 이게 순서가 있는데 그쪽에 물어보니까 제가 12번이랍니다. 한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기다리면 집이 나온다는데 그때 이사를 하게 되는 거죠.
문성휘 : 그게 그렇게 오래 안 걸리더라고요. 금방 나올 겁니다.
진행자 : 지금 소연 씨가 받으신 게 임대 아파트죠? 국민들 중에서 국가의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 예를 들면 혼자 사는 노인이나 엄마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집이나 탈북자 등에게 국가에서 임대를 해주는, 그러니까 빌려주는 아파트인데 저도 종류가 많아서 약간 헛갈리더라고요.
문성휘 : 저도 처음엔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느냐?
진행자 : 참고로 잠깐 정리해보면 임대 아파트 중 영구임대 아파트라는 것은 앞에서 예를 든 사회적 특별 배려가 필요한 계층 또 저소득층을 위해 나라에서 빌려주는 아파트입니다. 임대 기간은 50년으로 긴 대신에 80년대 말에 지어져서 아파트가 조금 낡았죠. 국민임대는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아주 곤란하진 않아도 서민들 중에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차려지는데요. 2000년대 지어졌기 때문에 새 아파트가 많고 평수도 조금 넓습니다.
문성휘 : 네, 그리고 영구임대는 13평, 17평 이렇게 작은 집들이 많고 국민임대는 제일 작은 것이 17평입니다. 17평이면 북한에서 말하는 평수로 얼마나 될까요?
진행자 : 남한에선 1평이 2.2 제곱미터. 사방 2.2 미터라는 말이죠.
문성휘 : 아, 그러니까 북한에서 땅을 잴 때 사용하는 평이라고 보면 됩니다. (북한 주택의 한 평: 사방 1미터) 북한 기준으로 남한 집의 17평은 38평 정도가 됩니다. 작지 않은 집이죠.
진행자 : 그런데 이 임대 아파트도 완전히 공짜는 아니지 않습니까? 약간이지만 임대료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성휘 : 초기 임대 보증금이라는 게 나와요. 이 보증금은 내가 이 집에서 안 산다 할 때 국가가 돌려줍니다. 보증금은 천만 원, 약 만 달러 선부터 집 크기에 따라 달라요. 그리고 임대료라는 게 나옵니다. 국가가 집 빌려주는 값을 받아가는 것이죠.
진행자 : 청취자분들이 이 얘기 들으면서 더 헛갈릴 수도 있겠어요. (웃음) 소연 씨가 지금 어떤 집에 사십니까?
박소연 : 지금 12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살아요. 하나원에서 나올 때 이 집을 받아서 나온 것이고요. 그리고 한 가지... 남한에서도 영구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탈북자만 있는 게 아니고 각계각층입니다. 저소득층, 한부모 등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빌려주는 집인데 탈북자들에게 배려를 잘 해주는 게 같은 임대 아파트, 같은 평을 쓰고 살아도 옆집하고 돈을 내는 액수가 다릅니다.
진행자 : 그건 잘 몰랐습니다.
박소연 : 네, 5년 동안은 다른 남조선 사람들과 다르게 돈을 적게 내도록 해줍니다. 토대가 없이 한국에 들어왔으니 5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라... 이런 의미인 것 같은데요. 그 동안은 옆집에서 임대료를 10만원 낸다면 우리는 6-7만원을 냅니다.
진행자 : 5년 동안은 혜택이 다른 것도 많지 않나요?
박소연 : 의료보험 1종도 5년 동안 적용이 되죠.
문성휘 : 그러니까 특별 보호 대상이라고 해서 병원도 거의 무료이고 집세도 한국 사람들에 비해 엄청 싸게, 눅거리로 주고...
진행자 : 아... 이런 걸 보면 정말 저도 탈북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아, 문 기자가 막 째려보시네요.
박소연 : 저희 회사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해요. 그러면 제가 꼭 이런 말을 하죠. 북한 갔다 오세요! (웃음)
진행자 : 문 기자가 지금 무서운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솔직히 집 받는 건 정말 부럽습니다. (웃음)
문성휘 : 저는 이렇게 얘기하죠. 내 부모들은 왜 한국에서 나를 낳지 않았는지... (웃음)
진행자 : 자, 이 얘기는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답이 없을 것 같고요. (웃음) 소연 씨 얘기 계속 들어볼게요. 남한 사람보다 싸게 내신다고 했는데 그게 얼맙니까?
박소연 : 한 달에 여름 같은 때는 난방을 안 하니까 6만원. 60달러 정도이고 겨울에는 난방비 때문에 조금 더 나와서 10만 원 정도 인데요. 수도세, 전기세, 관리비, 임대료까지 다 합한 금액이 이 정도인 겁니다.
진행자 : 보통 남한의 아파트 관리비를 평당 10 달러, 만원 보거든요. 많이 싸네요.
박소연 : 그니까 탈북자 선배들이 말씀하시는 데 5년 안에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 탈퇴를 못하게 되면 성공 못 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이에요, 문 기자님?
문성휘 : 그런 말을 하기는 하는데 5년 안에 그렇게 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 제가 봐도 그래요.
문성휘 : 솔직히 한국에서 아득바득 살아 왔는데도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어느 사회나 사람 사는 건 다 치열하고 반드시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실패한 사람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보호하기 위해 이런 임대 아파트 같은 것도 있는 것이고 취약 계층 구분해서 이런 지원을 하는 겁니다.
진행자 : 그리고 그런 지원 계층의 범주에 탈북자들이 포함되는 것이고요. 한 가지, 좀 궁금한 게요. 임대 아파트는 임대료도 있지만 들어갈 때 그 보증금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인가요?
박소연 : 그렇죠. 국가에서 넣어주는데요. 사람 식구 수에 따라 주는데 제가 나올 때는 1천 3백만 원 받았습니다. 이 돈은 저희에게 직접 주는 게 아니라 이 임대 아파트를 운영하는 국가 회사에 이 돈을 넣어주는데요. 식구수가 많으면 인원수에 따라 돈이 몇 백 만원 더 나옵니다.
문성휘 : 탈북자 제도도 계속 보강됩니다. 우리 때는 보증금은 무조건 천 만 원이었고 사람이 더 나와서 모자라는 돈은 탈북자들에게 6개월 동안 별도로 나오는 돈으로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그러지 않고... 이걸로는 탈북자들이 생활이 안 된다고 해서 가족 수에 따라 보증금을 높여준 것입니다.
진행자 : 문 기자님은 어떻게 하셨어요? 가족이 4명이잖습니까?
문성휘 : 아, 처음에 제가 혼자 왔고 차례로 데려왔죠. 그리고 이 보증금은 유동적이어서 내가 돈을 모아서 더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최대선이 정해져 있는데 한 4천만 원까지 넣을 수 있었고 보증금을 많이 넣으면 임대료는 굉장히 싸집니다.
진행자 : 그러면 일해서 돈을 벌어, 보증금을 더 많이 밀어 넣고 임대료를 낮추는 게 목표가 되겠군요.
문성휘 : 그렇죠. 그렇게 돈을 더 낼 수도 있고 우리가 이사 나갈 때는 다시 찾아가는 돈이니까 은행에 저금시킨다... 생각하고 거기에 자꾸 돈을 넣는 것이죠. 근데 필요할 땐 진짜 은행처럼 그 돈을 또 뽑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웃음) 저도 처음에는 참 이상한 제도다...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임대 기간은 30년으로 정하는데 내 사정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면 계속 살아도 됩니다. 또 30년이 지나면 내가 국가에 집값을 완납하고 살 수 있어요. 그러면 진짜 내 소유의 집이 되는 것이고요.
진행자 : 이렇게 처음 집을 받으시면 보통 작은 평수를 받고 한두 명 식구가 늘어 가면 지금 소연 씨가 그런 경우처럼 넓은 평수로의 임대 아파트로 다시 이사를 하는데요. 문 기자님도 이미 그렇게 하셨고...
문성휘 : 네, 저는 이미 여러 번 이사를 했습니다. (웃음) 벌써 4번 했네요.
박소연 : 그 새 많이도 옮겼네요. (웃음)
문성휘 : 영구 임대 아파트에 식구가 늘어나서 더 큰 영구 임대 아파트를 받았고요. 식구가 늘어나면 임대 아파트를 더 큰 걸 줍니다. 그리고 또 이런 혜택도 있습니다. 우리 둘 다 탈북자 또는 저소득층이고 따로 영구 임대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근데 두 사람이 결혼했다... 그러면 집 두 개를 다 반납하고 더 큰 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소연 : 와... 공정하다.
문성휘 : 엄청 배려를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집사람을 얻어서 결혼을 하면서 큰 집에 간 겁니다. 이때도 영구 임대 아파트를 받았는데요...
진행자 : 그리고 또 이사하셨잖습니까? 그 때는 왜 하셨어요?
문성휘 : 영구 임대 아파트는 보통 옛날 아파트여서 누군가 들어가서 살던 집에 우리가 다시 들어가는 겁니다. 뭐... 새로 들어갈 적에 청소를 다 해주고 벽지 도배, 장판까지 새로 해줬지만... 이제는 새집에 한번 살아보자! (웃음)
진행자 : 좀 욕심을 부리셨군요.
문성휘 : 그래서 새로 짓는 국민 임대 아파트. 아직 뼈대만 올라간 집에 신청을 한 겁니다. 거기에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돼서 같은 임대 아파트이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죠. 근데... 이게 아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좀 불편할 수도 있는데요. 이걸 신청하면 우리 탈북자들이 일순위로 먼저 나옵니다. (웃음)
진행자 : 아... 그래서 제가 아까 부럽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웃음)
문성휘 : 그래서 어디 가서 그런 얘길 잘 안 해요.
진행자 : 아니, 유리한 얘기는 안 하고 불리한 얘기만 하시는 거예요! 힘들다는 얘기는 엄청 잘 하시면서! (웃음)
문성휘 : 맞습니다. (웃음) 근데 사실 그런 혜택들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1순위에 당첨되자마자 그때가 한 2월 달이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진눈깨비가 날리는 날이 일부러 차를 타고 거기를 갔어요.
박소연 : 저도 2번도 넘어 갔어요... (웃음)
문성휘 : 그렇다니까요... 그때 아파트 1층이 지어졌을 때인데 이게 15층을 짓는다는데 이거 한 5-6년 기다려야겠구나... 저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 그런데 웬걸! 6월 달에 입주증이 나온 겁니다! 가보니까 우리 쪽이 제일 먼저 올라가고 옆에는 건설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거의 다 마무리 단계였어요. 그래도 처음 들어갈 때는 조금 무서웠어요. 이렇게 빨리 지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무너지는 게 아닌가... (웃음)
진행자 : 아직 괜찮죠? 그 아파트?
문성휘 : 아! 그럼요... (웃음)
문 기자의 네 번째 이사는 나라에서 빌려주는 임대 아파트가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된 자기 집을 사서 이사를 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도 그 기쁨은 아마 짐작하시고도 남음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문 기자. 솔직히 좀 많이 후회하고 있답니다. 있을 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사라지니 절실해지는... 그런 상태라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이 얘기는 다음 주 이 시간 들어보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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