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남한에서 생활 5년차를 맞고 있습니다. 갖은 고생 끝에 2012년 아들도 남한으로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남한의 신기한 세상만사를 얘기하다 보면 떠오르는 고향의 추억들도 함께 나눠 봅니다.
INS- 북한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운동을 하면 한국에선 돈이 좀 들어요. 자본주의 사회이지 않습니까? 제가 그게 굉장히 부담이었는데 곁에서 아들을 지켜봐 주시던 분들이 소문을 냈어요. 이런 학생이 있는데 도와주자... 저는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후원자가 나타났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한 달에 5만원 씩, 약 50달러 씩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후원한다...
소연 씨 아들을 후원해주겠다고 나선 후원자는 3명이지만 소연 씨에는 천군만마보다 든든합니다. 경제적 지원보다는 마음의 응원이 더 큰 보탬인 것 같은데요. 지난 시간에 이어서 <세상 밖으로> 남한의 후원 문화에 대한 얘깁니다. 자강도 출신 문성휘 기자도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박소연 : 한국에 후원 재단이 많다지만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했겠습니까? 그래서 그 분도 잘 안 됐다고요. 그 얘기 듣고 저도 아예 신청을 안 했어요. 여기 사는 사람이 5천 만 명입니다!
문성휘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마 그 분은 방법상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요.
박소연 : 그렇긴 해요. 우리 탈북자들이 그 부분에서는 좀 서투르기도 하고... 아마 그런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문성휘 : 그리고 한국이라는 사회가 그렇게 몰인정한 사회는 아닙니다... 한번 텔레비전에 나가면 전화가 엄청 오고 돈을 모아 주는 게 몇 억이 되기도 하고요.
진행자 :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프로그램 있죠.
문성휘 : 아, 중국에 오니까 연변 텔레비전이 '사랑의 리퀘스트'랑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 하는데 제목이 사랑으로 가는 길. 청취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잘 모를 수 있는데 이런 것입니다. 몹시 안타까운 처지인 사람의 사정을 텔레비전에서 자세히 전해줍니다. 그럼 사람들이 그 방송을 보고 전화 한 번 씩만 해주면 전화비에서 오천 원씩 빠져나갑니다. 옛날엔 일부러 은행에 가서 돈을 보내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저 방송 중에 알려주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면 자동적으로 전화비에서 돈이 5천원 씩 빠져나갑니다. 방송국에서 그렇게 모인 돈을 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박소연 : 너무 잘 만들었네요...
문성휘 : 방송을 보다 보면 화면 위쪽에 돈 액수가 보이는데...
진행자 : 방송을 보다 보면 전화를 안 걸 수가 없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꼭 도와주고 싶고 그런 사연들이 많아요.
문성휘 :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돈이 늘어나면 그만 눌러야 되겠는데 더 누르게 되더라고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 (웃음) 북한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말끝마다 고난의 행군, 고난의 행군하는데 사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넉넉하게 산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틈을 타는 돈을 긁어 모은 사람도 있고요. 그 때 북한이 한국처럼 사회 후원 모임 같은 걸 활성화 시켰다면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나? 절대로 안 그랬을 겁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데 고난의 행군 시절, 함흥에 대성기계 연합이 있죠? 대성 기계 총국. 사람들은 그걸 사망 총국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이 많이 죽어서...
진행자 : 많이 다쳐서 사망해서 그랬을까요?
문성휘 : 굶어 죽은 거죠! 거긴 다 노동자인데 배급을 안 주니...
진행자 : 다른 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문성휘 : 그래서 사망 총국이라고 불렀습니다. 함흥이라는 도시는 북한에서 일러주는 공업 도시인데 노동자들도 많지만 반면에 귀국자들도 많이 살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부유했고 고난의 행군 이전이라 북한이 일본을 압박하지 않을 시기였어요. 그래서 일본의 친척들을 통해 돈이랑 많이 받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함흥이 있는 귀국자들이 자그마한 모임을 만들어서 우리가 굶어 죽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돕자 했습니다. 모임을 20일 끌고 다가 아작이 났어요. 보위부가 들이닥쳐서.
진행자 : 사조직이라서요?
문성휘 : 네, 사조직은 허용 안 된다는 겁니다. 니네가 무슨 목적으로 갖고 그러느냐는 것이죠... 사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한국과 같은 그런 제도가 있었으면 사람들 그렇게까지 많이 죽진 않았을 겁니다.
박소연 : 엄청 공감 되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민심이라는 게 거기에 쏠리면 정권이 유지되기 힘들지 모르니까 그런 것이겠죠.
진행자 : 은혜를 베푸는 것은 장군님만의 일이여야 하겠죠...
박소연 : 씁쓸하네요.
진행자 : 후원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특별해서, 특별히 부자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돕고 싶은 마음에서 나서는 거죠... 옆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을 봐야 했던 귀국자들처럼요.
박소연 : 그런데 그 말씀 하시니 생각나는데 아들의 후원자 중 한 명이 30대 초반인데요. 그제 다들 만나서 한 시간 넘게 얘기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분이 어렸을 때 그렇게 못 살았다고 해요.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 혼자 오누이를 키우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집이 못 살면 보통 부모를 타내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그 때 가난해서 자기가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었다고, 오히려 감사하다고요.
기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완전히 성공이라고 말할 순 없고 올라가는 단계인데 이렇게 후원을 하더라고요. 모임이 끝난 뒤에 아들이 저에게 그 삼촌은 돈이 많은지 물어보는 겁니다. 어린 아이들의 인식에는 후원을 하는 사람은 돈이 쓰고 남으니까 준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아니다, 탈북자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잘 배합이 되지 못해 자꾸 울고 이런 보니 마음이 아팠다더라. 그리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그 삼촌보다 돈이 천배, 백배 많은 사람들이 남한엔 엄청나게 많지만 돈이 많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하는 일이다... 너도 커서 성공하게 되면 너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꼭 돈을 주라고 했습니다.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는 끄덕이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생각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가난한 것조차 감사했던 일이라고 하고...
진행자 : 우리가 감사할 것이 많다는 얘기로 지난 시간을 시작했는데요. 어떤 사람은 낙엽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짜증나고 싫을 수도 있고요... 결국 생각의 차이인데 작은 차이가 크게 다른 결과를 갖고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연 씨가 참 중요한 얘길 해준 것 같네요. 네가 커서 남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남을 도와라. 후원이나 기부 문화가 발전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후원을 하면서 꼭 해주는 말이 있더라고요. 네가 받은 후원을 기억하고 나중에 커서 그걸 꼭 돌려줘라. 그러면 또 그 사람들이 잘 커서 다른 사람들을 돕지 않겠나...
문성휘 : 솔직히 여기 현주 씨도 나도 조금씩 후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부분 후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많지는 않지만 적게라도.
진행자 : 문 기자는 어디에 후원을 하나요?
문성휘 :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고 국제 구호 단체가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을 도와요. 여기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에서는 후원하면 남한 내의 어린이들에게 후원할 것인지, 세계 어느 지역의 어린이를 후원할 것인지 정할 수 있는데요. 나는 한국의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실 소연 씨도 자기는 후원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해도 따지고 보면 후원을 많이 했을 수 있습니다. 남한엔 여기저기 모금함도 있고 겨울이면 구세군, 사랑의 열매도 모음도 하고... 분명 했을 겁니다.
진행자 : 남쪽은 후원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광고도 많이 하고 또 기회도 많기 때문에 정기적 후원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액수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요. 그럼 부담이니까 작은 돈을 여럿이 함께 모으는 일이 동참하는 것이죠.
문성휘 : 맞아요. 작은 돈을 여러 사람이 모으면 엄청난 돈이 되는 겁니다.
박소연 : 저도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1년이 넘었는데 국민 통일 방송이라고. 대북 방송국에 한번 갔었는데 거기 방송하시는 분이나 기자들이 정말 낮은 월급을 받으면서 사명감에 일하시더라고요.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정권의 진실과 바깥 세계의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시는지... 그걸 제 눈으로 목격하고 한 달에 얼마씩 정기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독립 언론 한 곳과 유기 동물 보호소, 방학이나 주말에 결식아동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단체들이 후원금을 모아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아픈 동물과 사회의 곳곳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나만 잘 살아도 누가 뭐라지 않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이 이런 후원, 기부 문화를 만들었을까... 소연 씨가 후원자들에게 갖고 있는 궁금증도 그랬습니다. 내 아들이 잘 되면 그 사람들이 뭐가 좋아서 매달 후원금을 내는 걸까...
다음 시간엔 그 해답을 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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