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소개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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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4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9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이게 순서가 있는데 그쪽에 물어보니까 제가 12번이랍니다. 한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기다리면 집이 나온다는데 그때 이사를 하게 되는 거죠.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국가가 빌려주는 임대 아파트에서 살게 되는데요. 처음엔 작은 평수에 살다가 가족이 늘고 돈을 모으면 차츰 더 큰 집, 새 아파트로 옮겨갑니다.

소연 씨가 남쪽에서 첫 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문 기자는 남쪽에 와서 무려 4번의 이사를 했다고 하네요. 2번은 북쪽에 가족들이 오면서 평수를 늘려 옮겼고 3번째는 새로 지어지는 임대 아파트로, 4번째는 자기 집을 사서 옮겼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 이 시간에 이어서 이 두 사람의 집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새 집에 옮기면 어떻게 해보겠다는 계획도 많으시죠? (웃음)

박소연 : 저는 엄청... 막 어떻게 꾸리겠다 생각이 많은데 친구가 꿈 깨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너 이제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 갖고 쓰던 것 하나도 가져 오지마... 문 기자님이랑 똑같은 말을 해요. 자기도 이사할 때 옛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갔는데 결국 다 버렸다고요.

문성휘 : 그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도 14평에 살 때는 작은 냉장고를 쓰다가 집이 커지면서 양문형 냉장고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 쓰던 냉장고는 학교에 기부를 했고요. 벌써 국민 임대 큰 집에 가니까 생각부터 달라지더라고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걸 사놓고 싶었고...

진행자 : 이사 가게 되면 그 말을 아마 제일 많이 쓰실 겁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물건 버린다고 그렇게 욕하시더니, 남한 사람들 이러면 북한 인민들 속상하다고 하시더니... 왜 막 버리고 그러십니까? (웃음)

박소연 : 과거를 재깍 잊어버리는 거죠. (웃음)

문성휘 : 그때 이사해서 쓰레기장에 버린 것들을 보고 화가 정말 많이 났는데요. 나중에 나도 버리게 되더라고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웃음)

진행자 :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근데 소연 씨! 저는 그렇게 이사하면서 살림 다 새로 산다고 다 버리고 가지 말고 살면서 하나씩 하나씩 장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박소연 : 저는 텔레비전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여성 있지 않습니까? 김태희라는 분이 광고하는 그 시멘트 색깔 나는, 그 양문으로 여는 냉장고요. 광고 볼 때마다 나는 저걸 20개월 할부로 갚는 한이 있어도 꼭 좀 집에 놓고 싶고. (웃음) 밥도 책상, 의자가 있는 데서 먹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들이랑 같이 바닥에서 먹거든요. 작은 상에 밥을 차려서 허리도 아픈데 들었다, 놨다 합니다. 이제 아들과 같이 식탁에서 우아하게 밥 좀 먹고 싶어요. (웃음) 지금 꿈이 많아요.

진행자 : 그 꿈이라는 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대로 살고 싶으신 거죠? (웃음)

박소연 : 하르르한 잠옷도 입고 싶고... 막 소설을 쓰죠?

문성휘 : 꼭 침대가 사고 싶다면 허리 아픈 사람들은 돌침대가 좋습니다. 조금 비싸도 그게 좋더라고요. 침대라는 느낌이 또 땅바닥에서 자는 것과는 다릅니다.

진행자 : 글쎄요... 저는 항상 느끼지는 부분이지만 남한 사람들은 집 꾸리고 살 때 생각보다 검소하게 살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 영구 임대에서 집을 늘려서 한번 이사를 하면 물건도 훨씬 많이 갖춰 놓고 화려해집니다.

문성휘 : 그게 재산에 대한 개념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이러잖아요? 먹은 티는 안 나도 입은 티는 난다. 그런 차원에서 집에도 많이 투자합니다. 일종의 과시죠.

박소연 : 또 북한에는 5장 6기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재산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게 여기는 텔레비전, 냉장고 이런 걸 재산으로 생각 안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게 다 5장 6기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돈을 들여 좋은 걸 마련해놓는다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저희가 북한에서 살 때는 향기도 없는 그 인조 꽃, 중국 꽃을 가뜩 쌓아 놓고 그걸 청소하고... 쓰지 않는 그릇을 대식장 안에다 꽉 밀어 넣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딱 들어와서 이 집 재산 많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재산 정도에 따라 사람의 가치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니까요. 한국에서 와서도 그런 문화를 버리지 못하는 건데 이게 쉽게 뿌리 뽑아지지 않더라고요. 저도 아직 그렇고...

문성휘 : 북한이 인천 아시아 게임 왔다가 방에다 인조 꽃을 잔뜩 장식해서 망신하지 않았습니까? (웃음)

박소연 : 우리는 그래요.

진행자 : 저도 북쪽에서 오신 분들 집에 놀러 가면 그게 제일 놀랍습니다. 조화는 왜 달아 놓으셨을까? 차리라 그냥 화분을 사놓으시지... 남쪽에서는 조화를 보면 먼지만 끼고 청소할 일거리만 늘어난다는 생각이 많죠.

박소연 : 북한에 있을 때도 저는 집에 중국 카텐(커튼) 있지 않습니까? 안이 보일락 말락 하는 그 중국 카텐이요. 먼지구덩이 밖에서 집에 딱 들어오게 되면, 막 장사하고 그러다 집에 딱 들어오게 되면 집에 꽃도 있고 카텐도 하르르 한 게 있으면 안정이 됐어요. 요람에 들어온 것 같은? 그게 아직 남았습니다.

문성휘 : 근데 그 카텐을 보고 중국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웃음) 그게 카텐이 아니라 봄, 가을에 하는 여자 목수건이었어요. 그걸 두 개를 카텐으로 사용한 거죠.

진행자 : 그런 북쪽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문성휘 : 네, 저도 아직 못 버렸습니다. 저희 집 방마다... 종이꽃들이 다 있어요. (웃음) 그건 포기 못 합니다.

진행자 : 소연 씨도 있으십니까?

박소연 : 저는 좀 버렸습니다. 이제는 심플하게 살겠습니다!

진행자 : 꿈이 많으십니다... (웃음) 근데 집 얘기를 하다보니까 저도 새삼 놀랐네요. 탈북자 정착 문제에서 보완해야할 점이 아직 있지만, 이 집 문제에 대해서만은 정부가 체계를 참 잘 잡아왔고 배려를 잘 해주고 있구나...

문성휘 : 이 기자는 들을 때마다 놀라겠지만 우리는 이야기 할 때마다 뭔가를 감춰야 합니다. (웃음) 이자처럼... 아, 니네 혜택이 진짜 많다, 나도 탈북자였으면 좋겠다.

진행자 : 아니! 제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습니까! (웃음) 집을 받는 건 부럽네요... 그랬죠.

문성휘 : 아니,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니네 대한민국에 바친 게 뭔데 이렇게 혜택을 받으며 살아, 이렇게 욕을 하는 것 같아서 뭔가 계속 감추게 되요. (웃음)

진행자 : 그러시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것도 남쪽에선 미래에 대한 비용이고 투자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박소연 : 그런데 가끔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 올라 온 동영상을 보면 탈북자들이 정부에서 도대체 해주는 게 뭐냐, 브로커 비 3백만 원을 내고 나면 알거지 된다, 이런 얘기 하는 걸 보는데 제가 한국에 정착한지 3년 5개월입니다. 저도 처음엔 불만이 있었습니다. 옛날엔 정착금은 천만 원 이렇게 줬다는데 지금은 왜 3백만 원 밖에 안 주나, 그런데 내가 살아가면서 추가 혜택을 받으면서 보니까 내 손에 지금 바로 딱 안 쥐어줘서 그렇지 정착금 주고, 1년 동안 주거 지원금이라는 것도 3백만 원 주고요. 4대 보험 있는 직장에서 3년 동안 일하게 되면 취급 장려금도 1천 8백만 원 주고 저처럼 혼자 살며 애를 키우는 저소득층은 정부에서 한 달에 35만원씩 은행 저금하는데 도와주고요...

근데 이게 내가 집에서 가만히 놀면 안 줍니다. 일을 하고 4대 보험을 들면 정부에서 자연히 찾아서 주더라고요. 그걸 지금 합쳐놓고 보니까 내가 5년 어간에 정부에서 받는 돈이 임대 아파트 보증금까지 6-7천만 원, 6만 달러에서 7만 달러까지 됩니다. 단, 내가 열심히 일을 할 때만, 일하는 사람만이 그 몫을 찾아갈 수 있겠구나 깨달았습니다.

문성휘 : 정말 혜택이 많지만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투정부리면 정부에서 일정 정도 양보를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걸 노리고 편하게 좀 더 많이 달라 이런 소리에요.

박소연 : 잘 못 된 거죠.

문성휘 : 완전 잘 못 된 것이죠. 탈북자들도 이제 3만 명인데 이런 저런 사람이 다 있는 거죠. (웃음) 그리고 더 얘기할 건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들 엄청 많지 않습니까? 중국, 파키스탄, 캄보디아... 엄청 많은데 이 사람들에겐 아무런 혜택도 차례지지 않아요. 이 사람들 열심히 벌어서 집도, 차도 사고 잘 삽니다. 그런데도 우리 탈북자들, 우는 소리 하는 게 맞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중국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왔을 때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못 받는다고 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일하고 사는 걸 보면 좀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그 사실 하나 때문에 그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고요. 같은 민족이라고 해도 조선족에겐 또 아무런 혜택도 없고요...

진행자 : 네, 그렇습니다...

문성휘 : 좀 억이 막혀하는 거 같은데요? (웃음) 양해하십시오.

진행자 : 그런 게 아니고요. (웃음) 저도 탈북자 분들 자주 만나지만 좀... 적응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더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죠. 정착 제도에 대해 불만도 많고. 반대로 정착 잘 한 분들은 그런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웃음) 뭐... 지금도 탈북자들의 정착 정책은 계속 보완이 되고 있습니다. 문 기자와 소연 씨의 정착 지원이 조금 다르고 아마 소연 씨와 지금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또 다를 것이고요. 요즘은 65세 이상 일할 수 없는 나이에 오는 탈북자들에 대한 정책을 보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더라고요. 이렇게 보완해 가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문성휘 : 잘 될 겁니다.

진행자 : 그래요... 두 분이 살고 계시는 아파트, 남쪽 사람들은 아파트를 참 좋아합니다. 살고 싶어 하고요. 그래서 비싸죠. 북쪽은 어떻습니까?

문성휘 : 북쪽도 아파트가 최고죠. 아파트는 땔감이 적게 들고 여름철도 더 시원합니다.

박소연 : 비 샐 걱정도 없고요.

문성휘 : 맞아요. 단층집은 만날 비가 새서 난리죠. 근데 북한집이 확실히 좋은 게 하나 있는데요. 남쪽은 아파트 아래, 위층 간의 층간 소음이 큰 문제가 아닙니까? 막 싸우기도 하고. 북한은 아파트도 굴뚝이 다 있습니다. 바닥에 부엌을 얹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바닥 두께가 얼마나 될지... 그러니까 층간 소음이라는 게 없습니다. 위층에서 절구질을 해도 잘 몰라요.

박소연 : 그리고 거기 사람들은 남쪽 사람들처럼 예민하지 않습니다. (웃음) 대신 북한엔 층간 악취가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저희 같은 것도 베란다에서 돼지를 길렀거든요. 그럼 막 따지죠. 제발 베란다에서 돼지 기르지 말라, 냄새난다... 그러면 네가 내 쌀 사먹을 돈 대겠냐? 이러고 싸우는데 누가 이기고 지는 게 없죠. 그러다 맙니다.

진행자 : 북한은 또 그런 게 있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집이라는 게 참, 저희에게 사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죠?

박소연 : 맞아요. 그래서 요즘 살 맛 납니다. 기다리고 있고요.

문성휘 : 이사... 이제 기다려 봐요. 이사를 한다는 게 참 한 달 동안 집 정리만 해야 하고...

진행자 : 아니, 왜 이렇게 김 빼는 얘기만 하십니까! (웃음)

문성휘 : 어쨌든 이사라는 건 그리고 그 순간의 기쁨이라는 건 내가 추락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게 아닙니까? 그 기쁨이 대단하죠...

진행자 : 소연 씨, 나중에 새집 받으시면 저희도 꼭 초대해주세요.

박소연 : 그럼요!

진행자 :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문성휘, 박소연 : 네, 감사합니다.

문 기자 말대로 새로운 단계로의 도약... 이사와 함께 박소연 씨 남한 정착의 2막이 시작됩니다.

저희가 2주에 한번 씩 녹음을 하는데요. 할 때마다 소연 씨는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새로운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중국에 있는 아들과 통화했다, 북쪽에 있는 가족과 통화했다, 무사히 아들이 남한에 도착했다. 면접에 떨어졌다,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가족이 아프다고 한다, 아들이 수술을 해야 한다더라... 좋은 얘기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었습니다.

2막이 모두 다 희망 찬 얘기로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지만 1막보다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소연 씨의 2막 1장, 청취자 여러분도 함께 기대해주세요.

오늘 얘기는 여기까집니다. 다음 시간에 뵐게요.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