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3)-북한사람이 더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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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에는 남한 정착 8년 차 자강도 출신 문성휘 기자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저는 (북한에서) 예방주사를 안 맞은 이유가 예방주사를 맞으면 며칠은 아파서 시장에 못 나가요. 그리고 항간에 인식이 '예방주사 다 헛것이다. 예방주사 맞은 사람이 재탕이 온다.' 저희 동네만 봐도 주사 놓는 날에는 사람들이 궤짝 안에 숨었어요.

요즘 남한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지역 보건소에서는 노약자와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소연 씨도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무료 접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요즘 감기로 줄곧 고생하고 있는 소연 씨는 남한에 와서 예방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북한에서 생긴 예방주사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건강과 관련된 소연 씨의 다양한 생각들,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들어 보시죠.

박소연 : 문 기자님은 남한에 와서 예방주사 맞아 보셨어요?

문성휘 : 독감 예방주사 맞아 봤어요.

박소연 : 저는 아직 안 맞아봤어요. 북한에 있을 때는 문 기자님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파라티푸스 예방주사요. 그걸 선전할 때 '이 주사 한 대 값이 소 한 마리 값이다, 장군님의 배려로 외국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 가져왔다.' 그렇게 사기를 치고 놔줬어요. 그런데 파라티푸스라는 게 재탕, 그러니까 재발을 많이 해요. 파라티푸스가 세 번 재발하면 그 사람이 바보가 된대요.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게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만 재발해요. 정말이에요(웃음).

저는 예방주사를 안 맞은 이유가 예방주사를 맞으면 며칠은 아파서 시장에 못 나가요. 시장에 못 나가면 내 가족을 벌어 먹이지를 못하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같은 인민반에서 파라티푸스가 재탕하면 "저 집 아빠도 나처럼 예방주사를 안 맞았나 보다." "야, 무슨 소리야. 모범적으로 맞았어." 잘 맞은 사람이 재탕이 온 거예요. 그래서 항간에 인식이 '예방주사 다 헛것이다. 예방주사 맞은 사람이 재탕이 온다.' 저희 동네만 봐도 예방주사를 다 피해요. 주사 놓는 날에는 사람들이 궤짝 안에 숨었어요. 믿지를 않는 거죠.

문성휘 : 그게 남한은 주삿바늘을 다시 쓰지 않잖아요.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잖아요. 북한은 안 그래요. 학생들을 줄을 세워놓고 한 주삿바늘로 한 사람한테 놓고 그걸 약솜으로 닦고 다른 사람한테 또 놔요. 그래서 예방주사 때문에 결핵 같은 걸 옮았다고 생각해요. 북한에서는 저도 예방주사를 안 맞았어요.

진행자 : 병을 더 키우는 일이었네요.

박소연 : 그런데 며칠 전에 남한 텔레비전을 보니까 방목해서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영양분이 세 배래요. 와, 잘살기는 잘 산다. 북한에서는 달걀의 크기가 중요하지 영양분 같은 건 생각 안 해요. 그런데 남한은 달걀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걸 분석하는 거예요. 우리는 한 주삿바늘로 맞고 살면서도 그런가 보다 하면서 살았는데 잘사는 나라라 그런가... 그런데 그에 비해 암환자는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문성휘 : 사실 북한도 암 환자는 많아요. 남한은 각종 통계상으로 암환자가 드러나요. 그리고 보험이나 그런 데서 광고를 많이 하니까 자꾸 강조돼서 특별히 많은 것으로 보이지 북한도 암 환자가 많아요.

진행자 : 남한의 의료기관은 전산화가 돼서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도 다 연결되니까 통계가 훨씬 빠르고 쉽게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소연 씨가 말한 것처럼 어떻게 보면 남한 사람들은 '건강 염려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건강을 너무 챙기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박소연 : 아휴, 가게에 가면 무슨 유기농, 무기농 저는 뜻도 몰라요. 그냥 좋은 건가 보다 그래요. 잘사니까 이렇게 예리하게 분석하지 못 살면 그냥 둥글둥글 넘어 가요. 그럴 때면 우리가 복 속에 있으면서 복을 잘 모르고 산다 생각해요.

문성휘 : 그리고 언론 때문에 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독감이 퍼진다고 하면 언론에서 먼저 떠들고 굉장히 무서운 것처럼 말하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 파라티푸스, 콜레라, 장티푸스, 홍역 등은 해마다 돌아요.

진행자 : 지금 말씀하신 그런 질병들은 남한에서는 1종 예방접종 대상이라고 해서 갓난아이 때 예방주사를 맞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7~8개 예방주사를 한꺼번에 맞더라고요. 그리고 예방접종을 꼭 하도록 지도하기 때문에 남한에서 그런 유행병들이 사라진 지는 오래됐습니다.

문성휘 : 그런데 저는 남한 사람들 이렇게 생활하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어떡하나 염려가 돼요. 사실 북한은 사람들이 병에 잘 안 걸려요. 약도 없거니와 저희들은 애초에 험하게 자라지 않았어요, 힘들게 자랐고. 그러니까 면역력이 좀 높은 것 같아요. 뭐, 남한에서처럼 화장실 갈 때마다 소변 보고 손을 씻는 건 상상도 못해요. 화장실이라는 게 북한에서는 평양도 다 공동변소예요, 재래식. 겨울에는 화장실에 물이 안 나와요. 상하수도를 별도로 해놔서 화장실을 보고 손을 씻는다는 거, 북한 사람들 미개해서가 아니라 그런 환경이 안 돼요.

그리고 장마당에서 파는 음식도 손이 까만 할머니들이 나와서 맨손으로 집어주면 우리도 그냥 맨손으로 받아먹고 그래요. 그래도 우리는 병에 안 걸려요. 왜냐면 우리는 겨울에 나무하러 가야하고, 아침에 인민반 동원도 가야하고, 공장에 가면 통나무도 날라야 하고, 모든 게 육체적인 노동이거든요. 남한처럼 살빼기 운동이 어디 있어요.

진행자 : 남한에 그런 거 참 많죠, 다이어트라고(웃음).

문성휘 : 그러니까요. 살빼기 운동을 한다는 건 그만큼 운동을 안 했다, 그래서 살이 쪘다는 건데. 그렇게 운동을 많이 안 하면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저만 봐도 아침부터 하루 종일 컴퓨터만 두드리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진행자 : 사무직이 많아서 섭취하는 영양분에 비해서 운동량이 부족하니까 비만으로 이어지고, 그러니까 너도나도 살을 빼겠다고 돈을 내고 운동을 하러 갑니다(웃음).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겨울에는, 여름에도 마찬가지지만 사무실 같은 경우 춥다고 난방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깥과 온도차가 너무 나니까 감기환자가 더 늘고. 그런 악순환은 있는 것 같아요.

문성휘 : 잘 살고 잘 먹는다, 이게 다 좋은 게 아니에요. 저만 해도 정말 살이 쪄서. 그런데 남한 사람들 등산은 왜 가는지, 그렇게 힘들게 등산하고 내려와서 삼겹살집에 가잖아요. 살을 뽑겠다고 등산하고서는 내려와서 삼겹살을 먹으면 그게 뭐냐고요. 물론 그 사람들은 자연경치도 보고 하겠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어려서부터 정말 산이라면 지겹도록 밟아서 이제는 보기 싫어요. 등산하라면 저는 차라리 아파트 1층부터 20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하겠어요.

박소연 : 남한 사람들은 등산을 건강 생각해서 하잖아요. 저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산길로 다녀서 그 울퉁불퉁한 길 자체가 싫어요. 남한에서는 부지런한 사람이 살을 빼잖아요. 북한에서는 부지런한 사람이 살을 쪄요. 우리는 인사도 '야, 어떻게 잘 먹어서 살 좀 쪄라.' 남한에서는 '살 좀 빼라.'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부지런하다'는 단어로도 이렇게 남북이 달라요. 북한 애기를 하면 항상 가슴 아파요.

문성휘 : 북한 사람들 요즘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를 해마다 입어요. 그래도 그 사람들 다 살아남아요.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이제 얼떨한 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해요. 죽을 사람은 이미 다 죽었다는 거죠. 그런 게 사람을 단련하고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게 하는 게 있어요. 솔직히 남한에서도 자연재해나 뜻밖의 사고가 나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볼 때 북한에서라면 어땠을까...

박소연 : 살아가는 악이 커졌기 때문에 생활 어디에서나 그게 다 표현이 되는 거예요. 제가 남한에 와서 가만 생각해보면 잘 살아야 영양분을 따지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할 수 없었어요. 배고프고 힘들고 내일이 바쁜 사람이 언제 약으로 떨어지길 바라겠어요. 주사나 항생제를 맞고, 간이나 위가 좀 타격을 받더라도 빨리 나아야 벌이를 하죠. 그런데 남한에서는 '지켜보세요. 3일 동안 약 먹고 지켜보다 안 되면 오세요.' 북한 사람은 그럴 겨를이 없어요. 3일 지켜보면 3일 동안 누가 나한테 돈을 벌어다 줘요. 그러니까 그렇게 센 약을 직파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여러 가지 요건이 있겠지만 세계보건기구 발표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남한의 평균 수면은 81세 정도, 북한은 69세 정도 된다고 해요. 남한의 평균 수명이 세계에서 21위 정도인데 북한이 50위 밖이거든요.

두 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남한 사람들은 건강하게,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되지 말고 극한의 상황에서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웠으면 좋겠고요. 북한 분들은 남한에 오신 탈북자들도 그렇고 이제는 그렇게 극한 상황이 아니니까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상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의약분업 할 때 표어가 약의 오남용을 막자! 그러니까 오용-잘못 쓰는 것, 남용-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을 막자는 거잖아요. 그건 세계적인 추세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건강을 위해 전문가와 상의하셔서 병도 치료하고 약도 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소연 씨 감기부터 빨리 나으면 좋겠네요.

박소연 : 그래서 남한 의사 말대로 버티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그 순간은 시원했지만 북한 사람들이 오래는 못 사는군요. 어떻게든 81살까지 제가 평균은 맞춰 줘야죠. 분발하겠습니다.

문성휘 : 평균은 살아야죠. 건강하게 삽시다(웃음)

박소연 : 그러게요, 이 좋은 세상에 왔는데.

진행자 : 건강관리 잘 하시고요.

문성휘, 박소연 : 네, 감사합니다(웃음).

소연 씨의 감기로 출발해서 건강과 관련된 남북한의 이런저런 차이점들 세 차례에 걸쳐 얘기 나눠봤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남한 사람들은 면역력을 키워야 할 것 같고,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 북한 사람들은 내성이 생긴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간에도 '건강한 관계'라는 표현을 쓰죠? 문득 한민족이 살고 있는 남북은 얼마나 건강한 관계인가 생각해 봅니다.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이미 생긴 내성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도요.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