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진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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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5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10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길이 완전 데꼬보꼬 였습니다. 남조선 사람들은 막 소리를 지르고. 차를 세웠는데 진짜 별이 보이더라고요...

소연 씨가 놀러갔다 왔습니다. 1박 2일 짧은 여행이지만 얘기 꺼리는 2박 3일이 모자라네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았던 그 밤... 주책없이 눈물이 나더랍니다.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 소연 씨의 봄나들이 얘깁니다.

박소연 : 그게 진짜 너무 좋았습니다.

문성휘 : 진짜 북한 사람들이 이해 못 하는 게 불 밝은 도시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요. 왜냐면 평양에 가도 별은 총총하게 다 잘 보이거든요? 근데 서울에선 별을 볼 수 없는데...

진행자 : 일단 공기가 별로 안 좋잖아요?

문성휘 :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너무 불야성이에요. 밤에도 불이 너무 환하게 켜있으니까 시야를 가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골에선 별이 잘 보이죠.

박소연 : 맞아요.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근데 북한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애가 좋아하면 울음이 터진다. 저는 40살짜리 아이였나 봅니다. 너무 좋아하다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행자 : 나중에 통일이 되면 진짜 고향에 가서 살지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고 하시더니... 당장 달려가실 것 같은데요? (웃음)

박소연 : 그건 제가 4년 만에 처음 타보니까 좋아하는 것이지 다시 까리배낭 매고 해방호 타라면 그게 행복하겠습니까? (웃음) 추억인 것이죠.

문성휘 : 근데 여기서 그 아찔함을 다시 만끽하게 된다면 멋있을 것 같긴 합니다. 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그때는 진짜 죽지 못해 타는 것이지만 지금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빤히 아니까요... 가보고 싶네요. 꼭.

진행자 : 저도 평창에 몇 번 가봤지만 소연 씨에게 들은 이런 관광은 처음 들었는데요. 머리 잘 쓴 것 같습니다. 별을 보러 가는 트럭 적재함 투어! 그런데 이 평창이라는 도시, 독특합니다. 특히 외래종을 토착화하는데 능력을 발휘하는 도시라고 얘기해요. 평창이 자랑하는 특산품 황태인데요. 이 황태는 함경도의 피난민들이 남한에 와서 그쪽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찾아 평창에 와서 명태를 말린 것이 이 지역의 특산물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유명한 음식이 또 송어회인데 송어는 한반도의 토착종이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국립 양식장에서 들여다가 양식에 성공한 것입니다. 또 대관령 삼양 목장은 70년대 미국 목초를 수입해서 토착화 시킨 목장입니다. 그래서 평창은 밖에서 들여온 것들을 잘 정착시키는 곳이라는데... 뭔가 탈북자들과 통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웃음)

문성휘 : 함북도 사람들이 들어와서 일궈놨으니 비슷하겠지... 어쩐지 냄새부터 다르다 했어요. (웃음) 진짜 늘그막에 가서 살라면 평창에 가서 살겠다.

박소연 : 아, 저도 그 생각 했습니다.

진행자 : 이번에는 평창을 다녀왔는데 앞으로 어디 더 가보겠다 생각해 놓으신 곳은 없습니까?

박소연 : 외국에 나가보고 싶습니다. 에펠탑이요. (웃음) 팔랑 거리는 옷 입고 챙이 큰 모자 쓰고 그 위에서 사진 한 장 찍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문성휘 : 참 꿈도 야무지네요. (웃음)

진행자 : 문 기자는 그럼 어딜 가보고 싶습니까?

문성휘 : 여수! 여수 밤바다.... 섬들이 많지 않아요? 섬과 섬 사이를 다니며 낚시도 다니고 천막 치고 자고.

박소연 : 북한에서는 섬이라는 말 앞에 외진이라는 수식어가 꼭 붙습니다. 외진 섬... 저는 외로운 것이 싫어서 그런지 섬은 그렇고 에펠탑은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그 앞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저는 그게 좋아요. 죽기 전에, 더 나이 들기 전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문성휘 : 그러니까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니까요!

진행자 : 저도 북쪽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개마고원 가보고 싶습니다.

박소연 : 북한에 개마고원? 거긴 저도 못 가봤습니다.

진행자 : 중고등학교 지리를 배울 때 항상 등장하던 그 개마고원. 그 단어를 들었을 때 제 머릿속에 떠오르면 풍경을 진짜 그 곳의 모습과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문성휘 : 남한이나 북한에서 앞지대의 산을 올라가면 봉우리가 뾰족한데 개마고원, 백두고원은 산 위가 평지입니다. 거기에 늪이 많아요. 황량하고요. 가시나무 같은 것이 많아서 걷기가 힘들고 좋지는 않아요.

박소연 : 그러니까 상상하지 마세요.

진행자 : 소연 씨도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웃음)

박소연 : 우리 희망을 꺾지는 맙시다!

문성휘 : 그리고 나중에 가더라도 날씨 잘 보고 가세요. 그런 꼭대기 갔다가 벼락 맞아 죽기 십상입니다. (웃음) 아마 북한 사람들, 지금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 하면 송도원 유원지, 만경대 유희장, 마전 유원지... 웬만한 사람은 못 갑니다. 아마 여기 온 탈북자들을 조사해 봐도 나올텐데요. 평양에 못 가봤다는 사람, 의외로 너무 많아요. 대한민국에 서울 못 와 본 사람 있을까요?

진행자 : 예전엔 시골에서 서울로 관광을 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문성휘 : 지금은 아니죠. 그 자리를 중국 사람들, 외국 사람들이 채우지 않습니까? 북한은 그저 그런 시절이죠. 저도 북한에서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마전 유원지가 송도원보다 잘 꾸려졌다... 그런데 저는 마전도, 송도원도 못 가봤는데요? (웃음) 북한의 관광이라고 하는 건 답사뿐인데다 김정일, 김일성과 연관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는 것 뿐이죠. 아우...

진행자 : 사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 여행은 왜 갈까요? 소연 씨는 왜 가세요?

박소연 : 여행은... 머리를 식히고 기분 전환하러. 북한 말로는 기분 전환이지만 남한말로는 힐링쯤 되겠네요. 서울은 불이 밝잖아요? 불이 밝은 만큼 삶에 대한 무게가 무거워요. 사람들이 많이 밀집돼 살고 그 사람들 속에서 내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의무감이 강해지는데 강원도 가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여기는 쌀 한 지대만 있어도 한 달 그냥 살겠다...

문성휘 : 아, 진짜 그래요. 정말 신기한 것이 서울에 있을 때는 다음엔 무슨 일 할까, 다음엔 또 뭘 할까... 늘 생각으로 채워져요. 그런데 일단 가자 그러면 후에 엄청난 대가를 치루더라도... (웃음) 쌓여 있는 일들이 엄청 나도 그걸 확 내려놓게 됩니다.

박소연 : 내일은 갑산을 가더라도 일단 가자! (웃음)

문성휘 :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됩니다.

박소연 : 그게 너무 좋은 거죠.

진행자 :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라는 게 북쪽은 조금 더 힘들고 남쪽은 그것보단 쉽더라도 어쨌든 일상이란 우리가 매일 매일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요.

박소연 : 어떤 때는 짐이죠.

진행자 : 그래요. 숙제 같을 때도 있고. 그걸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훌쩍 떠나 보는 것, 여행, 관광입니다.

문성휘 : 텔레비전이나 길에도 많이 써 붙이지 않았습니까? 떠나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진행자 : 저희도, 저희와 함께하는 청취자들도 열심히 일했을 때 한번 쯤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문성휘, 박소연 :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다음 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