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진다 (2)

0:00 / 0:00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5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10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길이 완전 데꼬보꼬 였습니다. 남조선 사람들은 막 소리를 지르고. 차를 세웠는데 진짜 별이 보이더라고요...

소연 씨가 놀러갔다 왔습니다. 1박 2일 짧은 여행이지만 얘기 꺼리는 2박 3일이 모자라네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 같았던 그 밤... 주책없이 눈물이 나더랍니다. <세상 밖으로> 오늘 소연 씨의 봄나들이 얘깁니다.

진행자 : 그렇게 해서 다녀오신 곳이 어딥니까?

박소연 : 강원도 평창이라고...

문성휘 : 아... 평창! 2018년 동계 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리죠?

박소연 : 저도 한국에 와서 여러 휴양각들을 다녔는데 저는 이번처럼.... 솔직히 탈북하는 것 같았어요. (웃음)

진행자 : 무슨 말씀이세요? (웃음)

박소연 : 산속으로 들어가는데 포장도로가 아니에요. 진짜 북한 말로 데꼬보꼬... 산 속에 휴양각처럼 숙소가 있는데 가니까 네 발 오토바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보안원들이 우리 장사꾼들 잡으러 다닐 때 타던 거...

문성휘 : 아! 네... (웃음)

박소연 : 그게 10대 정도 있는데 그걸 우리가 탄다는 겁니다. 아니, 자전거도 못 타는데! 근데 남한 사람들이 너무도 준비된 사람들이에요. 너무 잘 타는 겁니다. 처음 타본다는데...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다 잘 타더라고요. 그걸 몰고 산길로 막 달렸죠. (웃음)

문성휘 : 저도 평창 많이 가봤는데요. 한국에 여러 놀이장, 관광 명소들이 많은데 평창은 우리 북쪽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다고 할까요? 시원하고요...

박소연 : 이름도 북한 이름 같아요. (웃음)

문성휘 : 풍경이 북쪽과 굉장히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박소연 : 우리 집 뒷산인 줄 알았다는데요!

진행자 : 두 분만 그런 얘기하시는 건 아니네요. 많은 분들이 그 얘기하시더라고요. 평창을 광고할 때 700이라는 숫자를 많이 쓰는데요. 이유가 평창의 땅 60%이상이 해발 700 미터 이상에 있어서 그렇답니다.

문성휘 : 높네요...

진행자 : 태백산맥 줄기에 있어서 지대가 굉장히 높고 그 만큼 산이 많고... 아마 이 부분이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되실 것 같아요. 평창의 주요 농산물. 옥수수와 감자입니다.

박소연 : 아, 맞아요. (웃음)

문성휘 : 그건 진짜 비슷하다!

진행자 : 감자 80퍼센트, 옥수수 한 20% 정도. 메밀도 많이 나고요.

문성휘 : 맞다! 저도 메밀밭을 지나가면서... 북한에서도 고난의 행군 시절 메밀을 많이 심었어요. 메밀은 아주 생육 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그 생각이 막 나더라고요.

진행자 : 아직은 개발이 덜 된 곳이고...

박소연 : 그래서 더 좋아요. 개발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가서 산악 오토바이만 타셨습니까?

박소연 : 아, 밤에 갑자기 숙영소 사장님이 다 밖으로 나오랍니다. 북한 사람들은 숙영소라고 해야 알아들을 겁니다. (웃음) 별을 보러 가잡니다. 그리고는 화물차 적재함에 타래요. 저 한국에 와서 화물차 적재함 처음 타봤습니다!

문성휘 : 불법이죠. (웃음)

박소연 : 그래도 여자들은 앉히고 남자들만 서 있었어요. 산 속으로 올라가는데 저희가 예전에 그... 청진 고무산 초소를 장사 짐 싣고 올라가던 딱 그 속도인 겁니다. (웃음) 덜컹 덜컹하는데 같이 탄 남조선 여자 분은 소리를 너무 질러서 목소리가 다 갔더라고요. (웃음) 세우라고 난리인데 저희는 가자, 가자 막 그랬네요. 저희 일행이 절반은 남한 사람이고 절반은 북한 사람인데 패가 딱 갈리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북한 남자 분은 차가 덜컥덜컥하니까 일부러 여자분들 속에 쩍 드러누워요. 그래서 제가... 야, 오리지날 북한 남자다! 그랬다니까요. (웃음) 북한 남자들이 대개 사람들이 많으면 밀치고 당치고 하는 사이에 여자들 속에 기대서 딱 누워 자는 척 하잖아요? 이게... 몸에 배서 절로 나오는구나... 우리는 양손을 막 다 놓고는 아, 고향아... 노래를 부르며 왔는데 남쪽분들은 내리는데 보니까 목이 쉬었고... 정말 추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문성휘 : 북한에선 정말.... 그 소리하니까 진짜! 중국 동방호 자동차에 나무 6입방을 더 싣습니다. 나무를 산더미처럼 싣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 앉는 겁니다. 그리고 그 차가 내리막을 내려갈 때는 휘발유를 아끼느라 엔진을 끕니다.

박소연 : 후리친다고 하죠.

문성휘 : 이야... 그땐 정말 우리도 다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수 없어요. 아마 그때는 운전기사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휘발유는 남겨 먹어야 하니까. 아마 남한 분들은 우리가 그 후리칠 때 느끼는 감정을 이번에 느꼈을 것 같고요. (웃음) 하지만 우리는 그때 그런 차라도 탈 수 있는 게 감사했었습니다. 그것도 돈이 있어야 타고요...

진행자 : 돈을 내고 탑니까? 짐차 꼭대기에?

박소연 : 어어... 당연하죠. 사람값만 내는 게 아니라 짐 값도 내야하고요. 아이고...

진행자 : 그렇게 위험할 바에야 걸어 내려오시는 게...

박소연 : 짐은 어쩌고요? 북한의 장거리 서비차들이 다 그런 화물차들입니다.

문성휘 : 그러니까 남한 사람들이 우리가 아무리, 아무리 설명해도 알 수 없는 거예요. (웃음)

진행자 : 아! 저도 그 사진을 보긴 했습니다. 너무 높아서 거기 탄 사람들은 일군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소연 씨는 그때가 생각나서 좋으셨단 말입니까?

박소연 : 네, 좋았습니다. (웃음) 사실 그날 탄 차는 고급이죠. 차가 선 다음에 우리는 훌 뛰어 넘는데 남한 여성들은 다 부축을 받으며 내리는데... 문 기자가 지금 말한 그 해방호, 동 풍호는 6톤 급인데 거기다가 원목은 6입방, 쪽나무는 15입방 싣는데요. 꼭대기는 폭이 한 미터 50정도 돼요. 거기서 잠도 잠니다. 빈차로 갈 때가 더 위험한데 그래서 항상 끝에 타고요. 가운데 타는 사람이 가장 죽을 확률이 높거든요. 항상 끝에서 '앙구르'라는 걸 쥐고 다리 하나는 적재함에 올려놓고 차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몸을 움직이죠. 근데 평창에 갔을 때는 그걸 다 잊고 그냥 중심에 앉아 소리를 치고... (웃음) 자, 바지를 사오... 농촌 다니면서 장사하던 흉내를 내고. 남한 분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셨을 겁니다. 왜 적재함에 앉아서 옆을 붙들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너무 행복해 하더래요. 야... 제 옆에 앉았던 여자 분은 거의 실신했다는데요. 내려 보니까 막 초절이 당한 사람처럼. 우리는 막 활기에 넘쳐 내리는데! (웃음)

문성휘 : 아, 재밌었겠네요. (웃음) 저도 진짜 그런 데 가보고 싶습니다.

박소연 : 내가 그래, 북한에 가서 한 달만 사시라 그랬더니 안 갈래요... 하시더라고요. (웃음)

진행자 : 그게 별을 보러 가신 거라 하셨죠? 별을 보셨습니까?

박소연 : 네, 나무 숲 사이를 막 가다가 갑자기 차가 발동을 딱 끄고 제동했어요. 우리는 너무 좋아서 앞 만보고 그 분은 너무 힘들어서 땅만 보고. (웃음) 갑자기 운전기사가 내리더니 하늘을 보세요... 올려 봤더니. 산이니까 새까맣잖아요? 별이... 저는 서울에선 별을 거의 못 봤는데 너무 밝아서. 그런데 거긴 별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리고는 저희들이 다 좀 울었어요... 우리가 라오스 산을 넘을 때 4시간인가 걷다가 이제 잠시 쉬어가겠답니다. 배낭 벗을 힘도 없어서 그대로 지고 누웠는데 그 하늘에 별이 그렇게 초롱초롱했습니다...

여행은 우리 가슴 속에 담겨있는 어떤 시간을 마주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다시 마주하고 싶은 순간은 어떤 때입니까?

오늘 밤, 고개를 들어 별을 한번 봐주시지요.

저도 한번 보겠습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다음 시간에 나머지 얘기 이어갑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