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DMZ ‘통일발걸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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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탈북대학생과 남한대학생 80여 명이 지난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비무장지대 100km 구간을 걸었습니다. 통일의 염원을 안고 걸었던 이들의 통일발걸음은 경기도 파주와 연천, 그리고 강원도 철원까지 이어졌는데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이들의 걷기 행사를 전해 드립니다.

"열하나, 열둘, 열셋!" (PT체조 현장음)

비무장지대 통일발걸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군복을 입고 유격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구호에 맞춰 뛰다 보니 모두가 마음으로 하나가 됐습니다.

교관: 아직도 정신 못 차립니까?

참가자들: 아닙니다.

교관: 또 PT 받고 싶습니까?

참가자들: 아닙니다.

교관: 하나~!!

참가자들: 정신을~

교관: 둘~!!

참가자들: 통일하자~

교관: 하나~!!

참가자들: 정신을~

교관: 둘~!~

참가자들: 통일하자~

교관: 아직도 목소리 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알겠습니까?

참가자: 잠깐 땅에 미끄러졌습니다.

교관: 한 번 더 보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참가자들: 네~~

군복 위에 헬멧까지 쓴 이들은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지켜봅니다. 이번에는 12m 외줄 타기.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등선에 앞서 전방을 향하여 함성을 지릅니다.

교관: 이런 목소리로 등선할 수 있겠습니까?

참가자 2명: 네~~

교관: 확실히 있습니까?

참가자 2명: 네~~

교관: 앉아~!! 일어섯~!! 앉아~!! 일어섯~!! 다시 목소리 좀 재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참가자 2명: 네~~

교관: 다시 3초간 발사~!!

참가자 2명: 아~~~~~~~

교관: 다시 보고~!!

참가자: 21번 독수리, 21번 훈련병 등선 준비 끝~

교관: 등선~!!

차례가 끝난 참가자들은 지친 상황에서도 줄타기하는 동료들에게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 계속 응원합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이번 유격훈련으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탈북대학생: 아래에 있을 때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잘 된 것 같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와서 이런 유격훈련을 받으니까 사회에 있을 때 해이해졌던 마음도 바로잡고, 또 별거 아닌 것 같고 힘들다 힘들다 했는데 훈련을 하면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병영체험은 22일 오후 입소식 후 1박 2일간 진행됐는데요.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구보, PT체조, 장애물 넘기, 밧줄 타기 등을 했으며 식사도 군인들이 먹는 전투식량으로 해결했습니다. 유격훈련은 병영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참가자들의 협동심과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겁니다. 전직 해병대 교육단장으로서 이번 통일발걸음을 총괄 기획한 차동길 단국대 교수의 말입니다.

차동길 단국대 교수: 애들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밝아요. 정신적으로 짓눌리지도 않고요. 이 길을 올라오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완주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통일로 가는길도 이것을 극복해야 통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시작에 앞서 다짐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연천지역 최전방 상승OP를 탐방하고 걸어내려 오고 있다. RFA PHOTO/노재완
참가자들이 연천지역 최전방 상승OP를 탐방하고 걸어내려 오고 있다. RFA PHOTO/노재완

병영체험을 마치고 오후부터는 다시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행군을 위해 이들은 버스를 타고 연천 지역 최전방에 있는 상승OP로 이동했는데요. OP는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에서 비무장지대를 관측하고 북한 군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는 관망대입니다.

군 관계자
: 지금 10시 방향에 흰색 간판에 검은색으로 제1땅굴이라고 적힌 팻말이 보일 겁니다. 수목으로 가려서 잘 안 보이는데 앞에 땅굴의 입구가 있습니다. 저 땅굴은 이곳에서부터 700m, 남방한계선에서는 460m 떨어져 있습니다. 지금 저 땅굴은 폐쇄돼 있는데요. 1983년부터 1985년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안보관광 차원에서 개방한 사례가 있습니다. 전방 12시 방향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12시 방향 앞에 이쪽 산 말고 바로 앞 산에 대각선 모양의 불모지가 보이실 겁니다. 저것은 적의 GP와 GP를 연결하는 추진 철책이 되겠습니다.

OP를 둘러본 참가자들은 배낭을 다시 멨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행사 요원들로부터 비옷을 지급 받은 참가자들은 OP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참가자1: 그만큼 여기가 중요한 곳이고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참가자2: 미래 역사 교사를 꿈 꾸는 사람으로서 오늘 이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이번 통일발걸음이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날 이들이 걸어야 할 거리는 8km 정도. 2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습니다. 하지만 무더위를 식혀줄 만큼 시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비옷을 입은 상태라 땀이 잘 배출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정훈 명지대 3학년: 처음에는 비가 와서 좋았는데 우의가 땀을 배출하지 못하니까 더 덥더라고요. 지금 우의 벗으니까 시원하네요.

심현숙(가명) 탈북대학생: 어제 잠자리가 불편해서 아팠는데 유격훈련을 받고 나서 좀 나아졌습니다.

강선영 동국대 2학년: 지금 엄청 덥고요. 앞으로도 더울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날 발걸음은 오후 5시경에 멈췄습니다. 무더위 속에 철책과 산길을 걸었던 참가자들은 전적지에 빠짐없이 들러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사단법인 물망초와 함께 이번 행사를 준비한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의 한상대 이사장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한상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 이사장: 이번에는 전적지를 많이 탐방합니다. 올해는 영국전적지, 필리핀전적지, 유엔전적비 등을 가는데요. 거기서 참가자들이 참배하고 그 나라 국기도 꽂으려고 합니다.

또 행군 기간 매일 저녁 명사들의 강연과 토론회도 이어졌는데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스칼라튜 사무총장과 한국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강연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하여튼 지난 몇 십 년동안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까지 놀라운 발전을 이뤄왔죠. 사실 지금까지 이웃 나라들이 그렇게 번영해왔는데 번영하지 못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현재 경제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고 반인륜 비인간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해결책은 무엇이겠습니까? 남북한이 통일되면 이러한 이슈들이 해결되겠죠.

김태영 전 국방장관
: 우리가 분단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군대를 대규모로 유지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통일되면 이런 비용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그러나 나머지 비용은 지금보다 많이 들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통일해야 하는 이유는 분단으로 생기는 불안한 상태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보고 전쟁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발걸음이 끝나는 날을 정전협정 기념일인 27일로 정했습니다. 장맛비와 뙤약볕 속에 나흘을 더 걸어야 했던 이들은 지난 27일 오전에 최종 목적지인 철원의 승리전망대까지 낙오자 없이 완주했습니다.

한상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 이사장: 동부전선, 서부전선, 중부전선 등 전체 DMZ 구간을 둘러봤는데요. 저희는 내년에도 DMZ와 6.25전쟁과 관련한 통일발걸음을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대학생들의 통일발걸음은 내년에도 이어집니다. 내년에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