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6.25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최근 한국에서는 각종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는데요. 지난 시간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통일 대합창' 행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속초 이북실향민 문화축제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실향민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한 '제1회 전국 이북실향민 문화축제'가 지난 6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에서 열렸습니다. 청호동은 속칭 '아바이마을'로 알려졌는데요. 6.25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없게 된 이북 실향민들이 휴전선에서 가까운 이곳 청호동에 집을 짓고 집단촌락을 형성했습니다.
김동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부장: 속초의 아바이마을은 6.25 때 남하한 함경도 일대 피난민들이 모여 사는 실향민 촌입니다. 함경남도 출신 가운데서도 특히 늙은 사람들이 많아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따서 아바이마을로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바이마을은 많을 때는 6천여 명이 거주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이곳에서 실향민들을 위한 망향제 등이 열립니다. 이번 이북실향민 문화축제도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였습니다.
김동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부장: 이번 문화축제에 통일부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었습니다. 홍용표 장관님께서도 직접 내려오시고 그랬는데요. 이번 전국 이북 실향민 문화 축제는 한마디로 말해서 실향민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그런 시간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 아바이마을 주민의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낚싯배 영업이나 횟집 등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래는 배를 타고 건너야만 했지만 지금은 속초시 조양동과 연결되는 도로가 있어 교통도 편리해졌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예전의 교통수단인 '갯배'를 이용해 중앙동 갯배나루에서 아바이마을까지 배를 타고 건넙니다. 갯배는 30여 명이 탈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거룻배로 한쪽에서 다른 한쪽까지 연결된 쇠줄에 고리를 걸고 잡아당겨 이동합니다.
속초 시민: 갯배를 타고 실향민들 삶의 애환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실향민 문화축제는 중앙 정부의 지원 아래 진행됐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북 실향민 문화축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가족과 헤어진 실향민은 가장 큰 비극으로 남아 있다"며 "이번 실향민 문화축제를 계기로 통일을 향한 국민적 힘을 결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 모인 전국의 이북 실향민과 가족들은 2천여 명. 이번 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에서는 대규모 인력을 파견했습니다.
김동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부장: 저희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에서도 소속 7개 도민회와 협력해서 버스 28대에 나눠 타고 속초에 내려갔습니다. 각 도의 민속 공연단도 함께 가서 실향민과 시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속초시는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와 자매결연 협약식을 맺고 실향민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이번 축제는 전국의 실향민 1, 2 ,3세대가 함께 모여 소통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행사였다"며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명실상부한 문화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병선 속초시장: 남북 분단으로 인해서 고향을 잃은 800만 실향민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생활과 문화를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축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축제 첫날인 24일에는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출발해 갯배를 타고 청호동 신포마을, 설악대교, 청호동 아바이마을 행사장에 이르는 구간에서 피난민 행렬을 재현해 피난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김영민 이북오도신문 기자: 피난민 행렬을 보여줬을 때 이를 보던 실향민들도 함께 울고 가슴을 쳤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실감 나는 축제라고 느꼈습니다. 속초 시민들은 그날 비가 내려 많이 참여하지 못했지만 외부에서 많은 분이 오셔서 갯배 체험을 하고 정말 말로만 들었던 아바이마을도 직접 보고 그랬는데요. 통일 공감대라든지 실향민들의 아픔을 일반 국민들과 함께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또 행사장에서는 이북 지역의 다양한 공연이 열렸는데요. 무형문화재인 화관무와 평양 칼춤 등이 선보였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수수인절미, 농마국수 등 이북 전통음식을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실향민 가족: 여기 오니까 고향에 온 듯 고향 사람 만나서 악수하고 그런 거 너무 보기도 좋고.. 오래오래 다 같이 사셨으면 좋겠어요.
행사 기간 속초시립박물관은 실향민을 주제로 특별사진전을 개최했습니다. 전시된 사진은 실향민들의 삶과 6·25전쟁 당시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김영민 이북오도신문 기자: 속초시립박물관에 가면 실향민 문화촌이 있습니다. 함경남도 실향민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당시의 풍물들을 볼 수 있고 직접 체험도 가능합니다. 여름 때는 숙박도 할 수 있으니 가족 단위로 가서 체험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날인 25일에는 먼저 간 실향민의 넋을 달래는 합동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합동 위령제는 통일부 장관과 이북5도지사, 이북 도민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여했는데요. 합동위령제를 지낸 뒤에는 해군함정을 타고 속초 앞바다로 이동해 함상에서 망향제를 지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실향민들은 자신의 고향을 화폭에 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떠나온 지 60년이 넘었지만 기억 속에 있는 고향의 모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김영민 이북오도신문 기자: 그리운 내 고향 그림은 지금 강익준 작가가 중심이 돼서 통일교육원과 함께 진행되고 있고요. 60여 년 동안 가지 못했던 내 고향의 정취를 한 폭의 벽화로 만드는 행사입니다. 그림을 보면 옆집에 누가 살고 우리 집에는 무슨 나무가 심어졌고 신작로에는 뭐가 있었고 당시 디니던 초등학교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림 위에는 글도 남겼습니다. 이것을 그린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한테 내가 이런 것을 남겼으니 나중에 와서 보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실향민들이 그린 이 그림들은 모자이크 형태의 대형 예술조형물로 만들어져 오는 8월 15일 광복절 때 파주시에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설치하고 이를 상설 전시할 계획입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 그림을 받아서 보존하려고 하는 것은 (실향민의) 한을 한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통일 열망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김동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부장: 지금 후계세대 육성과 탈북자들과 함께 통일단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령인 어르신들께서 계속 돌아가시니까 우선적으로 실향민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북실향민 문화축제는 6.25전쟁 66년을 맞아서 열렸습니다. 고향을 잃은 이북 사람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요.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들은 오늘도 북녘에 두고 온 부모와 조상에게 절을 올리며 반세기를 훨씬 넘긴 망향의 한을 달래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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