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남북 분산 개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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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등 오랜만에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북한과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나온 얘기인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평창올림픽 남북 분산 개최 가능성을 알아봅니다.

전 세계인의 겨울축제인 동계올림픽. 하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년 마다 열립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지난 2014년에는 러시아의 소치에서 열렸습니다. 올해가 2015년이니까 3년 후 2018년에 다시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되겠죠.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열리게 되는데요. 개최지는 한국의 강원도 평창입니다. 아시아 국가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사실 평창이 올림픽을 개최하기까지는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의 동계올림픽 개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 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것에 대해 전 세계인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렵게 이룬 만큼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역대 최고의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세웠는데요.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공식홍보영상: 2018 평창올림픽 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대회는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고, 강원도를 아시아 동계스포츠와 관광의 허브로 만들 것입니다. 또한 동계 스포츠 역사에 새지평을 열고 올림픽 정신의 가치를 전 세계에 확산시켜 나갈 것입니다. 평창은 모든 경기장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30분 내로 배치하여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컴팩트한 선수 중심, 경기 중심의 대회로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동계올림픽을 치르기엔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동계 체육이 크게 발달해 있지 않은 탓에 국제 수준에 맞는 시설들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새롭게 많은 경기장을 짓기로 했는데요. 동계올림픽은 경기 종목과 참가 인원으로 볼 때 하계올림픽보다 규모가 작지만, 개최를 위한 비용, 그러니까 경기장과 관련 시설을 짓는 데는 꽤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인 IOC는 올림픽 개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가까운 나라와 분산 개최하는 것도 괜찮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과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한국 정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민 정서상 일본과 분산 개최는 있을 수 없다"며 IOC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반대했을 정도로 단독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세 번 만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각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는 만큼 관계부처는 IOC에 분명한 설득논리로 대응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분산 개최 방안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입니다. 최종 결정권은 개최국인 한국에 있는 것이죠. 아무튼 이렇게 해서 일본과의 분산 개최안은 없던 일이 됐는데요. 대신 북한과 분산 개최하자는 방안이 새롭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평화를 위한 행사인 만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분산 개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온 겁니다. 처음엔 진보계열의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의견이 개진됐지만, 점차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최근에는 여당인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의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정갑윤 의원: 북한과의 분산 개최를 IOC측에 제안하고 협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개선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아주 좋은 행사로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갑윤 의원이 올림픽 분산 개최를 꺼낸 이유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남한 정부는 지난 12월 29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북한에 회담 제의를 했습니다. 회담 의제는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이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와 관련해 한국에선 아직 반대의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관계에 따라 여론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남북회담 때 의제로 삼을 만한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4일 조선일보와 가진 신념대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해선 필요하다면 분산 개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최 지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분산 개최에 부정적이던 사람입니다. 최 지사는 분산 개최 종목으로 "경기장 건설 공사에 큰 비용과 시간이 들지 않는 스노보드 한두 종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최 지사의 이 발언으로 남한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빨리 수습에 나섰습니다. "최 지사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뿐, 현실적으로 분산 개최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강원도 김용철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용철 강원도 대변인: 강원도는 분산개최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올림픽을 남북 간 공동 개최하는 부분은 여러 가지 전제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북에서 그 부분에 대해 수용하는 문제, 그리고 IOC나 정부하고도 충분하게 협의해야 하는 문제, 더 근본적으로 시설물이라든가 하는 이런 부문들의 필요충분조건이 맞아야 검토해볼 수 있는 정도의 안입니다.

평창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에 대해선 사실 북한도 예전부터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들어 마식령 스키장을 홍보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에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은 총면적이 약 1천400만 평방미터로 난이도 별로 총 10개의 슬로프를 갖춘 국제적 규모의 스키장으로 알려졌는데요.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엄격한 국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우선 정확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해 국제스키연맹 코스분과위원: 국제 이벤트, 사전 이벤트 대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거 하나도 없이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2016년 (남자활강) 월드컵 한 번 하고, 2017년 (여자활강) 월드컵 한 번 하고, 2018년도에 이제 올림픽을 하거든요. 그 절차를 무시하고 과연 그렇게 빨리할 수가 있는지..

북한이 평창 올림픽의 남북한 분산 개최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12월 12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서입니다. 조선신보는 보도에서 "같은 민족끼리 공동 주최하면 비용도 덜 들게 되고 민족의 화해와 공동번영, 지역의 평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공동 개최의 타당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 개최지로 마식령 스키장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노동신문도 지난 4일 '흰눈 덮인 마식령에 끝없이 메아리치는 행복의 웃음소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스키장이 문을 연 지난 1일부터 나흘간 1천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요. 당시 신문은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 '황홀한 세계', '희열과 낭만의 설경' 등 갖가지 수식어를 붙여 자랑했습니다. 같은 날 조선중앙텔레비전도 "손님 편의를 위해 평양~마식령, 원산~마식령 구간의 버스 운행이 곧 시작된다"는 소식을 전해 마식령 스키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임을 시사했습니다.

김경석 세계평화교류연구소 이사장: 최근 북한 선전매체의 마식령 스키장 보도를 보면 북한의 평창 올림픽 공동 개최 의사가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남북회담 때 올림픽 분산 개최 논의가 나오게 되면 북한은 평창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마식령 스키장을 이용하자고 얘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정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안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세계인들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러한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고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그래서 체제선전을 위한 도구로 삼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분산 개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텐데요. 결국, 신뢰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요. 한반도 비핵화 선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국 간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이에 맞춰 북측이 평화 정착을 위해 진정성이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한 국민들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줄 것이며, 그러다 보면 올림픽을 분산해서 개최하자는 논의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