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예로부터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 나가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더 곱다는 뜻인데요. 그러나 남북 분단으로 이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의 텔레비전 방송에서 '남남북녀'를 자주 듣게 됩니다. 또 북한 여성이 남한 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늘면서 결혼정보회사의 광고 문구에도 '남남북녀'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남남북녀의 결혼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할 때 남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조건을 아주 무시할 순 없습니다. 남자들이 많은 탓에 여성들이 결혼할 때 조건을 더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인생의 절반 이상을 결혼생활로 보내야 합니다. 그런 만큼 배우자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는 결혼생활을 소재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도 참 많은데요. 방송사마다 한 개 이상씩은 편성돼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좋아 대부분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탈북 여성들과 남쪽의 남성들이 만나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관련 프로그램의 한 대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TV조선이 매주 금요일 밤마다 방영하는 '애정통일 남남북녀'입니다.
[INT: 애정통일 남남북녀]
박수홍: 지우 오면 오늘 뭐하고 놀까?
탈북여성: 자갈치기 해요. 우리
박수홍: 자갈치기가 뭐야?
탈북여성: 다섯 알 가지고 이렇게 하는거예요.
박수홍: 아하, 공기놀이 말하는 거구나.
탈북여성: 그리고 항요도요.
박수홍: 항요는 또 뭐야?
탈북여성: 고무줄 갖고 노는 건데요.
박수홍: 알아 알아. 고무줄놀이구나~
탈북여성: 네, 맞아요.
박수홍: 고무줄놀이 거기(북쪽)에서도 해?
탈북여성: 산은 새파랗고, 모란봉. 흐른 물은 대동강.
박수홍: 거기는 그렇게 하는구나. 우리는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인데.
탈북여성: 그것도 있고, 손으로 비행기와 떡도 만들 수 있는 놀이 아세요?
박수홍: 아, 실뜨기..
이 프로그램은 남쪽의 노총각 배우와 북쪽 처녀가 결혼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가상으로 재미나게 꾸며본 겁니다. 같은 놀이라도 이름이 이렇게 제각각입니다. 남쪽 남자와 북쪽 여자의 가상 결혼생활을 통해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북쪽 아내의 거침없는 화법에 깜짝 놀라는 남쪽 남편과 적극적인 남편의 행동에 부끄러워하는 북쪽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 이후 가정을 상상해봅니다. 북한전략센터에서 통일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민혜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유민혜 북한전략센터 실장: 통일되면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게 될 텐데요. 그때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나 어려움 등을 북한을 잘 모르는 남한 사람들에게 미리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고요. 또 이런 예능 프로그램를 통해서 북한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결혼 상대자로 북한 여성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와 달리 남남북녀 결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남한에선 탈북여성을 위한 결혼전문 회사까지 생겨났습니다. 결혼정보회사들의 광고 문구에는 하나같이 '남남북녀'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남남북녀는 원래 남자는 남쪽 지방 사람이 잘나고 여자는 북쪽 지방 사람이 예쁘다는 말인데요.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북한 여성의 결혼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북한여성결혼전문 회사인 골든결혼정보 이순용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순용 골든결혼정보 대표: 각 방송사나 케이블방송에서 남남북녀가 소재로 다뤄지면서 (탈북 여성들이) 남한 남성들에 대해 더 좋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남한 남성들도 탈북 여성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여성을 배우자로 맞이하려고 했던 남성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탈북 여성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한국에는 약 2만7천 명의 탈북자가 있는데요. 이 중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홀로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 여성들은 처음엔 낯선 환경과 외로움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바로 가정을 꾸리는 겁니다. 만약 탈북 여성이 남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정착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겠죠.
이순용: 남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경제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탈북 여성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결혼 문제입니다. 북한의 사회구조는 굉장히 가부장적입니다. 그래서 탈북 여성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북한에선 결혼생활이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와서는 한국 사람과 살려고 합니다.
최근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 탈북 여성 오숙희(가명, 함북 회령)씨는 "남한 남자와 결혼하니까 문화적 차이 등으로 가끔 혼동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남편을 만나 외로움을 잊게 됐고, 시댁의 도움으로 안정된 정착생활도 하게 됐다"며 결혼생활에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사실 북한 출신의 여성들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와 이질감이 조금 있긴 하지만 문화, 풍습, 언어 등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선 오히려 가정에 충실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이순용: 대체로 탈북 여성들이 남편을 잘 섬깁니다. 그러다 보니까 남편들도 좋아하죠. 형제가 많은 것과 부모님을 모시는 부분에서는 아마 한국 여성들보다 더 포용력 있게 잘 할 겁니다. 그리고 형제들과의 관계문제도 잘 풀어가는 것 같고요.
남남북녀가 만나 결혼하게 된다면 어쩌면 이거야말로 '작은 통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영월의 동강시스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추진했던 '남남북녀 통일데이트' 사업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1박 2일 일정으로 전국의 30~40대 총각 36명과 20∼30대의 탈북 여성 32명이 참여하는 맞선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혼기를 놓친 남한의 총각들과 탈북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오락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행사를 기획한 강도원 동강시스타 이사는 "남남북녀 통일데이트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방의 노총각 및 탈북 여성들의 결혼, 그리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회공헌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남북녀 통일데이트 사업'은 최근 민주평통의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대통령에까지 보고됐는데요. 보고서를 본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분위기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행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순용: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잘 융화되고, 가정을 이뤄서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통일됐을 때 정말 탈북자들이 큰 밑거름이 될 거라 봅니다. 남한에서 일궈서 잘 살았다는 그들의 경험이 곧 통일의 밑거름이 된다는 얘깁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 나라가 국가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인구가 1억 명은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2천만, 남한이 5천만이니 1억을 만들려면 3천만 명이 더 필요합니다. 저출산 시대로 접어든 지금, 3천만 명은 현실적으로 통일이 이뤄져야 가능한 수입니다. 통일이 된다면 남쪽과 북쪽 사람들의 결혼이 더 빈번해질 겁니다. 그렇게 해서 생긴 2세들은 자연스럽게 통일세대가 돼 남북을 더욱 빠르게 융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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