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한국에서 4월 5일은 나무를 심고, 정성껏 돌보는 식목일입니다. 북한에서 식목일은 '식수절'이라고 부르죠. 식목일을 전후해 요즘 한반도 남쪽에서는 나무심기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국영 기업인 한국도로공사도 지난 3월 27일 임직원들이 나와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 부근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벌였는데요. 통일에 대비한 조경수를 심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한국도로공사의 '통일희망나무 심기' 행사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제70회 식목일 맞아서 오늘 통일시대 마중물이 될 통일희망나무 700그루를 심기로 했습니다."
지난 3월 27일, 경부고속도로 서울 요금소. 서울에서 지방으로 나가는 수많은 차들이 이곳 서울 요금소를 통해 빠져나갑니다. 요금소 바로 옆 빈터에서는 소나무 심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포근해서 나무 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입니다.
김경옥 도로공사 직원: 오늘 날씨도 정말 좋고요. 이렇게 나무를 심으니까 통일이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사람들이 묘목의 뿌리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삽으로 열심히 구덩이를 파고 있지만, 땅속에 돌들이 많아 땅을 파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삽 뜨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기자: 3월 말이라 땅은 많이 녹은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장용진 도로공사 계장: 네, 거의 녹았습니다.
기자: 오늘 어떤 마음으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셨습니까?
장용진 도로공사 계장: 저희 사장님께서 직접 통일나무를 주관하셔서 이렇게 함께하게 됐습니다.
"나무뿌리가 잘 들어가게 심어주시고요. 지금 그 위에 잔디도 있거든요. 잔디는 나중에 비료를 넣은 후에 흙이랑 덮을 때 깔아주시면 됩니다." (행사 요원의 작업설명)
이날 나무심기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도로공사 임직원들이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곳곳에 도로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국영 기업입니다. 전문 노동 일꾼은 아니지만, 이날만은 원주필(볼펜) 대신 삽을 들고나와 힘을 보탰는데요.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어린 묘목들을 건네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직원1: 통일이 돼서 (북한 고속도로)에 이 나무가 심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기쁘고 좋죠. 그래서 힘들어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직원2: 시작이 반입니다. 통일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지혜를 모아서 이런 작은 묘목을 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레 나무를 심고 주변 토양을 다지는 손길마다 정성이 가득합니다.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도 직원들과 함께 준비한 묘목을 심었습니다. 정성스럽게 묘목을 심고 땅을 다지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따뜻한 봄날을 맞아서 우리 국민들의 통일 염원을 담아서 우리 고속도로 주변에 통일나무를 심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통일고속'를 건설해 나가고, 또 이를 통해 통일이 좀 더 앞당겨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부터 고속도로 인근 녹지대에 통일에 대비한 묘목 심기 깜빠니아(캠페인)를 펼쳐왔는데요. 이번에 심어진 묘목도 통일되면 모두 북한으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기자: 나무 심는 공간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
김성환 도로공사 차장: 보통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녹지대나 유휴부지 등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에서 식목일은 4월 5일인데, 왜 이리 나무를 빨리 심습니까?
김성환 도로공사 차장: 우리나라가 국토는 넓지 않지만,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의 온도차가 좀 있습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으로 인해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요즘엔 4월 5일보다 좀더 댕겨서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도로공사는 북한 산림이 황폐해진 점을 고려해 장차 통일시대에 북한에 건설되는 주변에 심을 조경수를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이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통일됐을 때 통일고속도로 주변에도 나무를 심어야 하지만,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지금 산에 나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사면까지도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때 심을 나무는 큰 나무가 아닌 어린이 키만 한 작은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소나무의 이름도 '통일희망나무'로 지은 것입니다. 현재 상표 등록까지 해놨습니다.
작업 후 한 시간여 정도 지났을까요. 황량했던 흙더미가 어느새 어린 소나무 묘목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심어진 나무에 코끝을 대보니 솔잎 향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이날 나무심기 행사에는 120여 명이 참석해 소나무 700그루를 심었습니다.
김경옥 도로공사 직원: 저 같은 경우에는 자녀들이 있다 보니까 남북 간의 어린 친구들이 교류할 수 있는 희망, 화합할 수 있는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나무심기 행사는 우리의 작은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통일이 언제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만약 통일이 늦어진다면 이들 나무를 옮겨 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김성환 도로공사 차장: 그렇게 장기적으로 가면 이 묘목들은 아무래도 북한으로 갈 수 없겠죠. 그래서 저희가 심는 이 나무의 이름을 통일나무가 아닌 통일희망나무로 한 겁니다.
나무심기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멀리 북쪽을 돌아봤습니다. 통일 후를 상상했는지 모두 입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정성을 담아 심은 이 나무들이 통일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장용진 도로공사 계장: 제가 지금 40대 중반인데요. 통일은 60세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때 가서 여기에 있는 나무들이 북쪽으로 가게 되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오는 2016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분기점 자투리땅에 1천500만 그루가 심어집니다. 지난해에는 450만 그루를 심었고, 올해도 600만 그루를 추가로 심을 예정입니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은 "막연한 사업일지도 모르지만 통일시대에 대비한 사업인 만큼 수익성하고는 관계없이 지속해서 이 사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전국 단위에서 나무심기를 할 겁니다. 그때는 우리 직원들뿐만 아니라, 인근 군부대 군인들과 학교 학생도 나와서 함께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탈북자들도 고향을 생각하며 동참할 예정인데요. 이들은 나무를 심을 때 고향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립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해야 할 가장 큰 의무라 생각합니다. 아마 1970년대일 겁니다.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라는 구호 아래 한국 정부가 자연보호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나무를 가꾸는 일이 절실했던 그 시절. 그 덕분에 지금은 어디를 가나 울창한 숲을 볼 수 있게 됐고, 언제나 맑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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