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남한에서 지난 4월 5일은 나무를 심는 날이었습니다. 식목일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식수절에 해당합니다. 북한의 산림 복구는 미래 통일을 생각했을 때 시급한 문제입니다. 최근 남한에서 열린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에서도 북한 산림녹화의 중요성이 강조됐는데요. 오늘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북한 산림 복원을 위한 남한 사람들의 노력 등을 알아봅니다.
한국에서 식목일이 제정된 것은 1946년입니다. 당시 기후로 4월 5일이 식목일로 적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해 식목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940년대 4월 초의 평균 온도는 6.5도. 최근 10년간 기온을 비교하면 서울은 2.3도 올랐고 대구 3.5도, 광주는 3.2도 상승했습니다.
기자: 한국에서 식목일은 4월 5일인데 왜 이리 나무를 빨리 심습니까?
김성환 도로공사 차장: 우리나라가 국토는 넓지 않지만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의 온도 차가 좀 있습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요즘엔 4월 5일보다 좀 더 댕겨서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목일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앞당길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식목일 시기의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식목일인 식수절은 남한보다 한 달가량 빠른데요. 원래 북한도 4월 초였지만 1999년에 3월 2일로 변경했습니다. 북한은 요즘 '70일 전투 기간'이라 나무심기도 전투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무심기 전투'에는 일반 근로자와 군인, 주부뿐 아니라 학생들까지 동원됩니다.
조선중앙TV: 오늘의 나무심기는 단순한 실무적 사업이 아니라 70일 전투 기록장에 애국의 뜨거운 마음을 새겨가는 영예롭고 보람찬 애국사업임을 깊이 자각하고..
북한은 '나무심기 전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황폐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둥산이 곳곳에 보이고 아무리 해마다 나무를 심어도 푸르지가 않습니다.
신승호 송화군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오늘 하루 나무모 심기 실적을 종합해보니까 13만여 그루나 심었습니다. 저희들은 군안의 인민들의 앙양된 열의에 맞게 정책사업을 앞세우고 나무심기 사업을 짜고 들겠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해진 것은 1990년대 초부터라고 말합니다. 이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산림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북한의 산림 면적은 전체 면적의 41.8%에 불과하며 남한의 63.7%와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식량농업기구의 세계산림현황 통계를 보면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북한 산림의 약 40%가 사라졌습니다.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1990년도에는 전 국토의 68%가 숲이었고요. 그 이전에는 사실 70%를 상회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보게 되면 약 47%, 지금은 아마 그것보다 더 떨어졌지 않았을까 (해마다) 1% 정도씩 숲이 줄어들고 있고요. 그게 보통 우리 서울시 면적의 두 배 정도, 축구장으로 따지면 약 13만 개 정도 없어지니까 보통 심각한 게 아니죠.
그렇다면 산림 복구를 위한 북한 당국의 계속되는 노력에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묘목이 큰 나무로 자라기 위해선 우선 가지치기와 솎아베기, 풀베기 작업 등 꾸준한 관리가 있어야 하지만 북한은 나무를 심고 나서 관리가 거의 되지 않고 있습니다.
탈북자: (나무를 심어도) 저희가 매번 가서 관리해줄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 산림청에 계시는 분들이 이렇게 다 물도 줘가면서 이렇게 관리를 잘 해줘야하는데 그쪽에서도 관리가 되게 허술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나무들이 살지를 못하고 금방 죽고, 그리고 다음 날이면 또 주민들이 땔감으로 다 뽑아가고..
또 만성적인 에네르기난은 북한의 산림 복구를 막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마땅한 연료가 없는 북한 주민들로선 난방과 취사를 위해 나무를 계속 쓸 수밖에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선 국제사회의 지원도 막혔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들도 해마다 북한 산림복구를 위해 적지 않은 지원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 이어진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운식 민화협 사무처장: 민화협이 2006년부터 북한에서 산림녹화 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5.24조치 이후 중단됐죠. 그동안 산림복구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역시 남북관계가 계속 어렵다 보니까 현재는 진행을 못 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산림병해충 방제 사업이라든가 양묘장 지원사업 등은 상황이 나아지면 재개할 계획입니다.
북한의 산림 재앙은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남한도 남의 일처럼 볼 수가 없습니다. 통일 이후를 대비해서라도 북한 산림녹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이 때문인지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부터 고속도로 인근 녹지대에 묘목 심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통일됐을 때 통일고속도로 주변에도 나무를 심어야 하지만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지금 산에 나무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사면까지도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때 심을 나무는 큰 나무가 아닌 어린이 키만 한 작은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소나무의 이름도 '통일희망나무'로 지은 것입니다. 현재 상표 등록까지 해놨습니다.
북한과 인접한 남한의 강원도도 해마다 4월 5일이면 비무장지대 부근에서 나무 심기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강원도는 고성군 통일전망대 일원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나라의 꽃인 무궁화를 심었는데요. 이렇게 조성된 무궁화동산은 통일전망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통일의 염원과 함께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원도는 그동안 통일전망대 주변 국유림 3.4헥타르에 금강소나무 등 총 25종 4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평화공원을 조성해왔습니다. 이경일 동부지방산림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나무심기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는 4월 8일에도 철원군 부근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갖습니다. '푸른 생명의 비무장지대(DMZ), 함께하는 나무심기'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아시아녹화기구와 철원군이 함께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철마와 통일의 시간이 멈추어 있는 월정역과 연접한 DMZ 평화문화광장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철원군 환경산림과 관계자: 이번에 단풍나무와 메타스쿼이아, 산철쭉 등 17종의 나무 2천750그루를 심을 예정이고요. 참여 인원은 700명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남북의 주민들이 통일을 염원하며 개성과 금강산 등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벌이곤 했는데요. 당시 금강산에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한 남한 주민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수원 시민: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있고요. 몇 년 후에 시민들이 심은 나무가 잘 자라서 남측이나 북측 주민들이 보시고 흡족해했으면 좋겠습니다.
금강산에 심어 놓은 나무들이 잘 자라서 지금은 울창해졌으리라 생각됩니다. 남북관계 악화로 더는 갈 순 없지만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마음을 담아 심은 나무들이 통일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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